비엔나의 기념상/링슈트라쎄 기념상

전쟁과 파시슴을 경계하는 기념물

정준극 2009. 7. 22. 17:29

전쟁과 파시슴을 경계하는 기념물

 

 전쟁과 파시슴을 경계하는 기념조형물

 

1구 알베르티나플라츠(알베르티나광장)에는 비엔나 출신의 조각가 알프레드 흐르들리카(Alfred Hrdlicka: 1928-)가 제작한 '전쟁과 파시슴을 경계하는 기념조형물'(Mahnmal gegen Krieg und Facismus)이 설치되어 있다. 모두 4덩어리의 조형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추가하여 하나의 작은 조각작품이 있다. 작은 조각작품은 '바닥에 엎드린 유태인'(The Kneeling Jew)이라는 타이틀로서 사진에서 보면 오른편 두개 조형물의 앞 쪽에 조그맣게 보이는 검은 물체이다. '전쟁과 파시슴을 경계하는 조형물'을 설치하게 된 것은 바로 이 장소에서 수백명의 무고한 시민들의 2차 대전의 포화 속에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이곳을 광장으로 조성하기 전에는 이 자리에 필리피호프(Philippihof)라는 경마클럽 건물이 있었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어느 날 밤, 시민 수백명은 연합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이 건물의 지하에 마련된 방공호에 모여 있었다. 그날 밤, 불행하게도 이 건물은 두 발의 직격탄을 맞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괴되었다. 지하에 피신하여 있던 시민들의 대부분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정확히 몇백명이 목숨을 잃었는지 아직도 확실치 않다.

 

알베르티나플라츠의 알베르티나 미술관

 

전쟁이 끝난후 비엔나시 당국은 이같은 참사를 추모하고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다짐으로 필리피호프가 있던 자리를 정리하여 광장으로 만들고 그곳에 기념비를 세우기로 했다. 알프레드 흐르들리카가 책임을 맡았다. 그리하여 1988년에 기념비가 완성되었다. 그런데 기념비에 대한 논란이 생겼다. 특히 '바닥에 엎드린 유태인'에 대하여 거센 논란이 일어났다. 당시 폭격으로 희생된 사람들이 모두 유태인이라는 인식을 준다는 이유였다. 물론 유태인도 한두명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순수 비엔나 시민들이었다. 시민들은 오해가 있을수 있으므로 '바닥에 엎드린 유태인'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비엔나 시는 작가의 창의를 존중하여 그대로 두기로 했다. 대신, 유태인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전쟁의 잔혹함을 경고하는 목적으로는 시내 중심지역의 유덴플라츠에 홀로코스트 기념비가 있음을 널리 알리기로 했다. 한편, 유태인들로서 불만이 많았다. 바닥에 엎드린 유태인 노인이 바닥을 청소하는 모습은 유태인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물론 기념물 설명에는 '무릎 꿇은 유태인'(The Kneeling Jew)이라고만 되어 있다. 길바닥을 청소한다는 얘기는 없다. 하지만 그건 분명이 길바닥을 맨손으로 청소하는 가련한 유태 노인의 모습이었다. 유태인들은 노인 조각상의 철거를 요구하는 대신 유태인들의 옛 연고지인 시내 중심가의 유덴플라츠(Judenplatz)에 별도의 기념 조형물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애칭으로 Nameless Library(Namenlos Bibliotek: 무명의 도서관)라고 불리는 홀로코스트 기념물이다.

 

바닥에 엎드려 맨손으로 청소하는 유태인 노인. 1938년 11월 9일의 크리슈탈나하트 이후 나치들은 유태인들을 붙잡아 맨손으로 지저분한 도로를 청소토록 시키고 좋아하는 일이 많았다. 아래 사진은 좋은 증거이다.   

 

1938년 11월 나치가 유태인들을 체포하여 강제로 맨손 거리 청소를 시키며 좋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