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기념상/링슈트라쎄 기념상

모르친 광장 나치 희생자 기념비

정준극 2009. 7. 22. 19:02

모르친 광장 나치 희생자 기념비

 

성루프레헤트(St Ruprecht) 교회 아래쪽, 마르크 아울렐리우스 슈트라쎄(Marc. Aurel. Str.)가 끝나는 곳에 작은 광장이 있다. 모르친 플라츠(Morzin-platz)이다. 이 광장의 한쪽에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과 합병된 이후 게슈타포의 본부로 사용했던 호텔 메트로폴(Metropol)이 있었다. 그리고 그 광장의 한 모퉁이에 나치에게 끌려갔다가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기념비가 서 있다. 나치의 게슈타포는 1938년 히틀러가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합병을 선언하기 전부터 비엔나에 들어와 은밀히 활동하다가 정식으로 합병이 선언되자 메트로폴 호텔을 본거지로 삼아 이른바 불순분자들을 색출하여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내고 이들을 강제수용소에 보내는 일을 맡아 했다. 게슈타포 본부는 지옥과 같았던 곳이었기에 메트로폴에서 오라는 통지를 받으면 그것으로 가족과의 생이별은 물론, 이 세상과의 하직을 각오해야 했다. 주로 유태인들과 진보적인 지식인이 끌려갔다. 메트로폴의 지하실에는 악명 높은 고문실이 여러 곳 있었다. 비명소리가 끊일 사이가 없었다. 게슈타포의 지하실로 들어가는 출입문은 잘츠토르가쎄(Salztorgasse)쪽에 있었다. 출입문은 지하 감방으로 직행하도록 별도 계단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곳에 끌려와 고문을 이기지 못하여 죽임을 당하거나 또는 스스로 자살한 사람들은 부지기수였다. 비엔나의 게슈타포는 전쟁이 중반에 접어든 시기부터 비엔나의 유태인들을 검거하여 강제수용소의 가스실로 보내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 본거지가 메트로폴 호텔이었다.

 

1900년대 초반의 프란츠요셉스카이와 모르친플라츠. 앞의 가운데 보이는 건물이 호텔 메트로폴이었다.

 

메트로폴 호텔은 전쟁 막바지에 폭격을 받아 상당히 파손되었다. 하지만 완전히 파손된 것은 전쟁이 끝난 후였다. 전쟁이 끝나자 시민들이 메트로폴 호텔로 몰려가 벽을 허물고 남아 있는 기물들을 부수었다. 1951년 4월 11일, 강제수용소생존자연맹이라는 단체의 멤버들이 메트로폴 호텔 앞의 공터에 커다란 돌을 가져와 나치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기념비로 삼았다. 유태인들은 전통적으로 죽은 사람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묘지에 돌을 가져다 놓는 관습이 있다. 그래서 기왕에 큰 바위를 가져다 놓았던 것이다. 시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조형물이었으나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형물이 너무 초라하므로 이듬해에 오스트리아강제수용소생존자연맹과 레지스탕스용사연맹이 협력하여 제대로 된 조형물을 설치하였다. 조형물은 청동상과 함께 화강암 구조물로 되어 있는 것이다. 기념조형물의 상단에는 NIEMALS VERGESSEN, 즉 '결코 잊지 말자'는  말이 적혀 있다. 메트로폴 호텔 자리에는 현재 레오폴드 휘글 호프(Leopold Figl Hof)라는 주거건물(보눙:Wohnung)이 들어섰으며 호텔앞의 공터에는 다른 건물을 짓지 않고 그대로 놓아 두었다.

 

모르친광장 기념조형물 

 

기념조형물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Hier stand das Haus der Gestapo. Es war für die Bekenner Österreichs die HÖlle. Es war für viele von ihnen der Vorhof des Todes. Es ist in Truemmer gesinken wie das Tausendjährige Reich.

Österreich aber ist wiederauferstehnden und mit ihm unsere Toten, die unsterblichen Opfer.

 

이 내용을 굳이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 게슈타포 하우스가 있었다. 오스트리아를 믿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지옥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곳의 현관은 죽음으로 통하는 길이었다. 이 건물은 천년제국처럼 무너졌다. 그러나 오스트리아는 죽은자들과 함께, 그리고 불멸의 희생자들과 함께 부활하였다.

 

캐롤 리드의 영화 '제3의 사나이'에서 연합군 순찰대가 잘츠토르브뤼케 부근의 모르친플라츠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전쟁으로 실제로 많은 곳이 폐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