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거리들/1구 인네레 슈타트

참고자료 7 아우구스틴교회(Augustinerkirche)

정준극 2009. 7. 24. 12:27

참고자료 7

 

아우구스티너슈트라쎄와

아우구스티너키르헤(Augustinerkirche)-성아우구스틴교회

 

알베르티나 쪽에서 바라본 아우구스티너키르헤

 

요셉스플라츠(Josefsplatz)의 한쪽 코너에 입구가 있는 교회가 비엔나의 명물 아우구스틴교회이다. 아우구스틴교회의 옆으로 길게 뻗어 있는 길이 아우구스티너슈트라쎄로서 알베르티나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호프부르크의 알베르티나 트락트(棟)의 한 파트를 이루고 있다. 아우구스티너슈트라쎄라는 이름은 아우구스틴교회와 그 옆에 있는 아우구스틴 수도원에서 비롯한 것이다. 아우구스틴교회의 본명은 성아우구스틴교회이지만 비엔나 사람들은 그냥 아우구스틴교회라고 부른다. 아우구스틴교회는 일찍이 14세기에 건설되었으며 17세기에 합스부르크 왕실의 궁정교회로서 지정되었다. 외부는 별로 눈에 띠지 않지만 내부는 18세기에 만들어진 고틱 양식으로 아름답다.

 

 아우구스티너슈트라쎄에서 바라본 아우구스틴교회의 첨탑. 옆에는 로브코비치 궁전에 속한 극장박물관

 

아우구스틴교회는 1327년 핸섬왕 프레데릭(Friedrich der Schöne)이 수도원과 함께 창설하였다. 1634년 아우구스틴교회는 합스부르크 왕실의 교구교회가 되었다. 이로부터 아우구스틴교회는 합스부르크 왕가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 우선 합스부르크 왕가의 주요 결혼식은 전통적으로 이 교회에서 거행되었다. 1736년 마리아 테레자와 로레인의 프란시스 공작과의 결혼식이 있었으며 1810년에는 마리 루이제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황제와의 결혼식이 있었고 1854년에는 프란츠 요셉 황제와 바바리아의 엘리자베트 공주(씨씨)와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이 교회에서 거행된 합스부르크의 마지막 결혼식은 1881년 프란츠 요셉 황제와 엘리자베트 왕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루돌프 황태자와 벨기에의 스테파니 공주와의 결혼식이었다. 잘 아는 대로 루돌프 황태자는 1889년 1월 30일 어린 애인인 마리아 베체라와 마이엘링(Meyerling)에서 동반 자살하였다.

 

아우구스틴교회에서 거행된 프란츠 요셉 황제와 엘리자베트(씨씨)의 결혼식

 

아우구스틴교회의 회랑은 1330-39년 디트리히 란트너(Dietrich Landtner)가 건축하였다. 그러나 아우구스틴교회는 1949년 11월 1일에서야 비로소 봉헌될수 있었다. 인접해 있는 호프부르크가 제국도서관 등으로 계속 확장되는 바람에 아우구스틴교회는 그 영향으로 설계가 변경되어 봉헌도 늦어졌다. 오늘날 아우구스틴교회는 겉으로 보기에 초라할 정도의 출입문을 가지고 있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화려한 샨들리에와 엄숙한 고틱 천정으로 정중하게 된다. 아우구스틴교회에는 원래 18곳의 사이드 제단이 있었다. 그러다가 1784년 요셉2세가 교회 내부를 고틱 양식으로 개조하면서 사이드 제단들을 철거하였다. 사이드 제단이 다시 설치된 것은 극히 최근인 2004년이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칼1세(Karl I: 1887-1922)에게 봉헌된 제단이다. 칼1세는 현재 로마 교황청에 의해 성인으로 인정받는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아우구스틴교회 회랑

 

아우구스틴교회의 특기사항은 로레토카펠레(Lorettokapelle)이다. 로레토카펠레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심장 납골당’(Herzgrüftl: 헤프츠그뤼프틀: Herzlgruft)이 있다. 합스부르크의 관례에 따르면 누가 세상을 떠나면 시신은 카푸친교회의 지하에 있는 카이저그루프트(Kaisergruft: 제국영묘)에 안치하며 내장은 별도로 단지에 담아 슈테판성당의 지하 납골당에 보관하고 심장은 따로 떼어 내어 은제 용기(단지)에 담아 아우구스틴교회의 지하 납골당에 보관한다. 아우구스틴교회에서 합스부르크 왕족들의 심장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 로레토카펠레(로레토 채플)이다. 현재 이곳에는 심장은 담은 54개의 은제 용기가 질서 있게 보관되어 있다. 합스부르크의 심장납골당에 대하여는 여러 에피소드가 있으므로 매일 한번씩 치러지는 가이드 방문을 놓치지 말고 참여하여 설명을 듣는 것이 좋다.

 

로레토카펠레의 합스부르크 심장납골당. 은제 용기에 심장들을 담아 놓았다. 작은 것은 어린이용. 

 

또 하나의 아우구스틴교회 명물이 있다. 크리스틴 기념비(Christinendenkmal)이다. 교회내부의 중간부분 오른쪽에 있는 피라밋과 같이 생긴 조형물이다. 마리아 테레자 여제가 가장 총애했다는 딸인 마리-크리스틴(Marie-Christine)을 기념하는 영묘이다. 마리-크리스틴은 오스트리아 제국의 유명한 장군인 작센-테센의 알브레헤트(알베르트) 대공과 결혼했으나 일찍 세상을 떠났다. 알브레헤트 대공의 저택이 오늘날의 알베르티나 미술관이다. 그건 그렇고, 슬픔에 젖은 알브레헤트 대공은 당대의 조각가인 베니스 출신의 안토니오 카노바(Antonio Canova)에게 부탁하여 아우구스틴교회의 한 쪽에 부인을 추모하기 위한 기념비 겸 영묘를 세우도록 했다. 영묘는 피라밋 형태의 삼각형이며 영묘의 양쪽에는 애통하는 사람들이 마치 영묘 안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듯한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들이 마련되어 있다. 슬픔에 넘쳐 눈을 감고 엎드려 있는 사자는 알브레헤트 대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당시 이 영묘는 유럽에서 가장 값비싼 작품이었다. 알브레헤트 대공은 경비를 생각지 않고 사랑하는 부인의 영묘를 만들었다. 이를 보면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묘지문화에 대한 애착심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수 있다. 마리-크리스틴의 유해는 영묘 안에 없다. 당연히 카푸친교회의 지하에 있는 제국영묘(카이저그르푸트)에 안치되어 있다. 그리고 마리-크리스틴의 심장은 이 교회의 지하에 있는 로레토카펠레에 있으며 내장은 슈테판성당의 지하 납골당에 있다. 크리스틴 기념비 겸 영묘는 거장 안토니오 카노바의 최대 걸작이다. 그의 제자들은 스승인 카노바가 세상을 떠나자 스승의 영묘로서 크리스틴 기념비를 본 딴 피라밋 형태의 영묘를 만들어 봉헌하였다.

 

 크리스틴 기념비 및 영묘. 오른쪽에 사자가 엎드려 슬퍼하는 조각이 있다. 그 사자를 천사가 위로하고 있다. (사진: 정준극)

  

아우구스틴교회의 납골당은 지하의 게오르그스카펠레(Georgskapelle)에 있다. 화려한 장식의 석관이나 철제 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여기만 보아도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묘지와 관에 대하여 얼마나 난리를 펴며 호사스럽게 꾸미기를 원하는지 짐작할수 있다. 아무튼 장례에 대한 호화스런 전통 내지 관례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공동묘지의 곳곳에서 쉽게 찾아 볼수 있다. 한때 오스트리아에서는 계몽 황제인 요셉2세의 지시에 따라 재활용 관을 사용한 일이 있다. 이를 슈파르자르크(Sparsarg)라고 불렀다. 관의 한 쪽 입구를 여닫을수 있게 하여 시신만 매장한 후 관을 재활용하는 제도였다. 모차르트의 묘지가 정확히 어딘지 모르는 것고 당시에 슈파르자르크를 사용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평범하고 간소한 장례에 대한 법이 없어지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번에는 더 화려한 장례문화를 추구하였다. 크리스틴 기념비 겸 영묘가 제작된 것도 그러한 사회적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게오르크카펠레에는 레오폴드 2세(재위: 1790-1792) 황제의 대리석관이 있지만 크리스틴 대공비의 경우처럼 역시 비어있다. 레오폴드 2세는 마리아 테레자 여제의 둘째 아들로서 요셉 2세의 동생이다. 레오폴드 2세의 시신은 어머니 마리아 테레자, 아버지 프란시스, 형 요셉 2세 등과 함께 카푸친교회의 제국영묘(카이저그루프트)에 안치되어 있다.

 

게오르그스카펠레의 레오폴드 다운 백작 대리석관 

 

게오르그스카펠레에서 레오폴드 2세 황제의 대리석관보다 더 화려한 관이 있다. 레오폴드 다운(Leopold Daun) 백작의 대리석관이다. 그는 마리아 테레자 여제 시절의 장군으로서 1757년 오스트리아-프러시아 전쟁 중에 콜린(Kolin) 전투에서 프러시아를 격파한 장군이었다. 물론, 그 이후의 전투에서는 오스트리아가 패배를 거듭하였지만 첫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이어서 다운 백작은 마치 오스트리아의 영웅처럼 대접을 받았다. 레오폴드 다운 백작의 모습은 미술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의 중간에 있는 마리아 테레자 기념상의 하단에서 기마상으로 볼수 있다.

마리아 테레자 기념상 하단의 기마상. 오른쪽이 레오폴드 다운 백작(사진: 정준극)

 

아우구스틴교회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매주 주일 오전 11시의 미사에서 수준 높은 종교음악이 연주된다. 아우구스틴교회의 미사음악을 듣기 위해 일부러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우구스틴교회 성가대는 여러 장의 CD를 내 놓았다. 예를 들면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 칼 체르니의 베리타스 메아, 하이든의 넬손미사와 유겐트 미사, 구노의 세실리아 미사, 베버의 경축 미사 등이다. 모두 훌륭한 연주이다. 주일에 교회에 가면 입구에서 판매한다. 아우구스틴교회는 슈베르트의 F장조 미사가 슈베르트 자신의 지휘로 초연된 곳이며 안톤 브루크너의 F단조 미사가 초연된 곳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우구스틴교회 성가대 (Credit: 교회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