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수의와 겉옷(성의)

사보이에서 바티칸으로

정준극 2009. 10. 30. 22:01

[사보이에서 바티칸으로]

 

프랑스의 아비뇽이 교황청의 역할을 하고 있을 때 믿거나 말거나 성수의가 프랑스 중부  트로예(Troyes)의 성당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한다. 1418년, 프랑스의 라 로슈백작(Count de la Roche)인 윔베르(Humbert)는 성수의가 성당에 있으면 도둑맞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안전하게 자기의 성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하여 성수의는 뜻하지 아니하게 개인의 소유가 되었다. 윔베르백작이 죽은후 트로예에서 가까운 오브(Aube)지방의 리리(Lirey)수도원이 성수의를 돌려받기 위해 윔베르백작의 미망인을 대상으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윔베르백작부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윔베르백작부인은 성수의를 가지고 유럽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말하자면 세일즈를 위한 임시 전시회를 가졌다. 돈많은 귀족들이나 수도원들이 성수의를 사려고 군침을 흘렸다. 마침내 1453년 윔베르백작부인의 성수의는 사보이 가문의 루이(Louis)에게 팔렸다. 돈을 받고 판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바랭봉(Varambon)성과 바꾸었다.

 

토리노(튜린) 파노라마. 성수의로 세계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성수의의 새로운 주인이 된 루이는 자기의 영지인 프랑스 동남부 론-알프스 지역의 샹베리(Cahmbery)에 가족성당인 생샤펠르(Saint Chapelle)를 새로 짓고 그곳에 보관토록 했다. 얼마후 교황 바오로2세는 생샤펠르 성당을 사보이 가문의 가족성당이라는 지위에서 정식으로 교구에 속하는 성당으로 격상하였다. 성수의를 보관하고 있는 성당이므로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는 중에도 리리수도원은 계속하여 성수의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루이공작은 리리수도원에 매년 얼마씩의 경비를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소유권소송을 취하토록 마무리했다. 1471년부터 성수의는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순방하며 전시되었다. 베르첼리(Vercelli), 토리노, 이브리아(Ivrea), 수사(Susa), 샹베리(Chambery), 아빌리아나(Avigliana), 리볼리(Rivoli) 등의 성당에서 순회전시되었다. 말하자면 여러 성당들이 성수의를 잠시뿐이지만 소유하였던 것이다. 샹베리의 성수의는 그후 토리노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당시 샹베리에서 토리노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한 때 성수의를 보관하고 있던 프랑스 중부의 트로예대성당

 

1532년 성수의를 보관하고 있는 토리노의 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성수의를 접어서 담아 놓았던 은상자가 녹아서 은이 성수의에 떨어졌고 그 자리에 구멍이 생겼다. ‘가난한 클레어 수녀회’의 수녀들이 뚫어진 구멍에 천을 대고 조심스럽게 원상대로 고쳐보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그런데 불을 끄기 위해 뿌린 물이 성수의도 적셨다고 한다. 그때 물이 묻었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 성수의는 1578년 토리노에 정착했다. 사보이 가문은 1983년까지 성수의의 소유자였으나 더 큰 축복을 받기 위해 성수의를 바티칸에 헌납하였다. 그리하여 현재 토리노의 성당에 보관되어 있는 성수의는 바티칸의 소유로 되어 있다. 1997년 4월 11일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방화가 틀림없었다고 한다. 소방수인 마리오 트레마토레(Mario Trematore)는 전시되어 있는 성수의 상자를 기적적으로 구출해 낼수 있었다. 마리오는 착하고 충성된 소방수로서 존경을 받았다. 2002년 바티칸은 일대 용단을 내려 성수의를 복구하는 성스러운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예전에 수녀들이 밤을 새워 보수하면서 구멍을 메꾸었던 천조각(패치)들을 제거하였다. 덧대었던 천조각을 떼어내고 원래의 성수의의 앞 뒷 면을 정밀하게 스캔하여 사진을 찍을수 있었다. 결과 2004년 성수의의 뒷면에서 마치 유령처럼 보였지만 신체의 일부 이미지를 발견할수 있었다.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은 성수의의 한쪽 면에서 예수의 형상으로 짐작되는 얼굴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성수의가 가장 최근에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2000년이었다. 다음번 공개는 2010년으로 계획되어 있다.

 

성수의가 보관되어 있는 토리노 대성당(두오모 토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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