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성물들/시작하면서

헬레나가 지은 베들레헴의 예수탄생교회

정준극 2009. 11. 2. 06:40

[헬레나가 지은 예수탄생교회]

베들레헴의 예수 태어난 곳에 기념교회 건설

 

베들레헴의 예수탄생교회 1833년 그림

 

헬레나와 예루살렘의 주교인 마카리오스는 예루살렘에서 성십자가를 찾아냈을 뿐만 아니라 베들레헴에서 예수가 태어난 장소도 찾아냈다. 베들레헴의 마을 끝에 있는 언덕받이의 어떤 동굴이었다. 베들레헴에 대대로 살고 있던 주민들이 그리스도가 태어난 곳이라고 말해주어서 쉽게 찾을수 있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예수가 베들레헴의 어떤 마구간에서 태어났다고 믿고 있다. 여관에 방이 없어서 그나마 여관에 붙어 있는 마구간에 유숙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곳에서 예수가 태어났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성경의 어느 구절을 보더라도 여관의 마구간이라는 기록은 없다. 4복음서 중에서 예수의 탄생을 기록한 것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뿐이다. 마가복음과 요한복음에는 베들레헴의 말구유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다. 이제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는 베들레헴의 현황에 대하여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를 다시한번 살펴보자. 마태복음 2장 11절에는 마구간이 아니라 그냥 ‘집’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동방박사들이) 집에 들어가 아기와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엎드려 아기께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니라”가 베들레헴에 대한 기록의 전부이다. 여관의 마구간이라는 얘기는 나오지도 않는다. 어떤 학자들에 의하면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언덕에 굴을 파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마태복음에서 말하는 ‘집’은 언덕에 만든 동굴집일수가 있다.

 

예수탄생교회의 제단. 제단 아래의 대리석 바닥에는 은으로 만든 별모양이 설치되어 있다. 바로 그곳이 예수가 태어난 곳이라고 한다.

 

한편, 누가복음에는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가? 누가복음에는 ‘집’이라는 소리도 없다. 2장 6-7절을 보면 “6 거기 있을 그때에 해산할 날이 차서 7 첫 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관에 방이 없었기 때문에 어디 적당한 곳에 가서 자리를 잡았는데 마침 해산할 날이 되어 아기를 낳았다는 것이다. 마구간이라는 힌트는 ‘구유에 뉘었다’는 구절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헬레나가 베들레헴에서 예수가 태어난 ‘동굴’을 찾아냈다고 해서 ‘여관집 마구간이 아니고 웬 동굴이냐?’고 말할 근거는 없다.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또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면, 구유를 무엇으로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당시에는 구유를 통나무가 아닌 진흙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기록에 보면 헬레나가 예수탄생 교회를 새로 건축하고 내부를 모자이크와 프레스코로서 화려하게 장식하였을 뿐만 아니라 진흙으로 만든 오리지널 구유 대신에 은으로 구유를 만들어 봉헌했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탄생교회를 예수가 태어났다고 하는 그 동굴에 만든 것이 아니라 집짓는 사람들을 동원하여 그 자리에 우선 큰 교회건물을 세우고 그 안에 동굴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어 두었다는 것이다.

 

예수탄생교회의 메인 도어(Main door). '겸손의 문'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누구든지 비천하게 오신 아기 예수를 경배하려면 그보다 더욱 겸손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출입문을 작게 만들었다.

  

처음에 헬레나가 베들레헴의 집짓는 사람들을 동원하여 만든 교회는 없어지고 현재 있는 예수탄생기념교회는 비잔티황제인 유스티니안(Justinian) 치하에서 다시 지은 것이다. 그러던중 529년 사마리아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예수탄생기념교회는 심하게 파괴되었다. 유스티니안 황제는 허물어진 교회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다시 새로운 교회를 짓는 것을 지원했다. 그후 12세기에 십자군에 베들레헴에 와서 교회의 옆에 수도원을 건설했다. 1165년 비잔틴 제국와 프랑크 왕국이 협동하여 예수탄생기념교회의 내부장식을 새롭게 하였다. 바닥을 대리석으로 깔고 모자이크는 자개로 만들었다. 교회내의 동굴도 대리석과 모자이크로 단장되었다. 현재 예수탄생기념교회는 프란체스코 종단, 그리스정교회, 아르메니아정교회가 서로 분할하여 관리하고 있다.

 

베들레헴의 구유광장. 가운데 첨탑이 있는 건물은 이슬람의 오마르 사원

 

헬레나와 연관된 또 다른 교회는 326년에 지은 감람산의 엘레오나교회(Church of Eleona)이다. 엘레오나는 헬레나의 또 다른 표현이다. 예수가 승천한 장소로 표시되어 있다. 이 교회도 동굴 위에 세워졌는데 전해 내려오는 얘기에 의하면 이곳에서 예수가 제자들에게 주기도문을 가르쳤다고 한다. 나사렛에 있는 수태고지교회도 헬레나의 영향으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마리아가 천사장 가브리엘로부터 수태고지를 받은 곳은 나사렛으로 마리아가 우물에서 물을 깃다가 천사를 만났다는 것이다. 바로 그 장소에 헬레나의 아이디어로 4세기에 기념교회가 세워졌다. 헬레나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성지로 여기고 있는 이스라엘의 여러 곳을 재발견하여 후세에게 신앙의 대상을 일깨워준 위대한 여성이었다. 헬레나는 로마에서 330년에 세상을 떠났다.

 

예수탄생교회에 걸려 있는 비잔틴 시대의 이콘. 성모와 아기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