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마 자매]
아나스타시아는 바로 위의 언니인 마리아와 단짝이었다. 사람들은 아나스타시아와 마리아를 ‘작은 짝꿍’(The Little Pair)라고 불렀다. 올가와 타티아나를 ‘큰 짝꿍’(The Big Pair)라고 부르는데 대한 상대적인 별명이었다. 아나스타시아와 마리아는 방도 함께 썼다. 옷도 같은 것으로 입었다. 서로 떨어지지 않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큰 언니인 올가와 둘째 언니인 타티아나도 방을 함께 썼다. 네 자매는 아예 이름도 공통으로 하나를 마련했다. ‘오트마’(OTMA)이다. 올가, 타티아나, 마리아, 아나스타시아라는 이름에서 첫 글자를 따 온 것이다. 이들은 개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보낼 때에도 오트마라는 이름을 쓰고 사인을 했다.
토볼스크에 연금되어 있을 당시의 로마노프 가족. 위로부터 알렉산드라 왕비, 니콜라스 황제, 올가, 타티아나. 그 훌륭한 생페터스부르크의 궁전을 떠나서 허술한 집에서 지붕위로 걸어다니는 신세가 되었으니 얼마나 딱한가?
[헤모리지의 악령]
아나스타시아는 명랑하고 분주했지만 건강은 상대적으로 허약한 편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아나스타시아는 엄지발가락의 안쪽에 있는 활액낭(滑液囊)에 염증이 생기는 이른바 버니온(Bunion)증상으로 두 엄지발가락이 모두 기형이었다. 그중에도 왼쪽이 더 심했다. 아나스타시아는 등의 근육이 연약해서 정기적으로 등마사지를 받아야 했다. 아나스타시아는 마사지를 받는 것이 싫어서 침대 밑이나 테이블 아래에 숨는 일이 많았다. 언니인 마리아는 편도선 수술을 받았는데 그때 헤모리지(출혈병)에 걸려 있는 것이 발견되어 그 후로부터 여간 조심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생활을 했다. 더 큰 문제는 헤모필리아(혈우병)였다. 훗날 아이들의 고모가 되는 올가 알렉산드로브나는 아이들이 모두 헤모필리아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 같다고 증언했다. 한번 상처가 나서 피를 흘리게 되면 피가 줄줄 흘러나오는 것을 막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아이들의 어머니인 알렉산드라 왕비(헤쎄의 알릭스)도 헤모필리아의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음이 판명되었다. 헤모필리아 증세는 여자들에게는 그다지 심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남자 아이에게는 치명적이 될수도 있다. 유일한 아들인 알렉세이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바로 위의 아나스타시아가 가장 사랑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태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알렉세이에게도 헤모필리아 유전인자가 전달되었던 것 같다. 알렉세이는 한번 피를 흘리면 멈추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다.
엄지발가락이 기형으로 자라는 버니온 증상. 아나스타시아의 발은 이렇게 생겼다. 안나 앤더슨의 발도 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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