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미스터리의 아나스타시아

예카테린부르크의 학살

정준극 2009. 12. 21. 14:15

예카테린부르크의 학살

 

니콜라스 황제와 가족들은 1918년 7월 17일 이른 아침, 볼셰비키 비밀경찰의 총살집행 병사들이 저택을 밀고 들어와 모두를 한 방에 모이도록 하고 총을 쏘아 처형했다. 총을 쏘았는데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창검으로 찔러 마무리하였다. 참혹한 처사는 아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머리를 총으로 쏘고 총검으로 찔러 죽였다. 로마노프 왕조와 직접 관련이 없는 요리사, 운전기사, 가정교사, 시녀, 주치의 등도 니콜라스와 가족들을 위해 봉사했다는 이유로 함께 죽임을 당했다. 총살집행 책임자는 볼셰비키 비밀경찰인 야코프 유로브스키(Yakov Yurovsky)였다. 유로브스키가 이날의 사형집행을 기록하여 볼셰비키 상관에서 제출한 보고서(Yurovsky Note)가 있다. 보고서는 오래동안 비밀로 간직되어 오다가 1989년에야 알려지게 되었다.

 

예카테린부르크의 옛 기차역. 이 기차역을 통하여 아나스타시아와 가족들이 도착했을 것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1992년에 에드바르드 라드친스키(Edvard Radzinsky)는 그의 저서인 ‘마지막 차르’(The Last Tsar)에 유로브스키 보고서의 내용을 많이 인용하였다.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처형이 있기 전날 밤, 유로브스키는 황제에게 백군(White Army)의 동태가 심상치 않으며 예카테린부르크에 접근하고 있어서 언제 공격이 있을지도 모르므로 안전한 곳으로 거처를 옮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면서 당장 옷을 입고 모두 한데 모이도록 했다. 실제로 당시에 백군은 이미 예카테린부르크의 교외에 까지 진격해 있었다. 니콜라스와 가족들과 시종들은 갑자기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하므로 옷을 든든하게 차려 입고 지하 방에 모두 모였다. 모두들 들어선 방은 비좁았다. 왕비는 경비병에게 황태자인 알렉세이가 몸이 불편하니 의자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경비병이 가져온 의자에 왕비와 황태자가 앉았다. 이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이지 다른 곳으로 이송되는 줄 알고 있었다. 얼마후에 유로브스키가 지휘하는 총살집행 병사들이 갑자기 방으로 들이 닥쳤다. 유로브스키는 니콜라스 황제와 가족들에게 볼셰비키의 명령에 의해 사형을 집행한다고 빠른 어조로 말했다. 너무나 뜻밖의 얘기이기 때문에 황제는 ‘무엇이라고?’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황제는 순간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다급하게 가족들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병사들이 황제의 등을 향해 총을 쏘았다. (일반적으로는 황제의 머리에 총알이 박혔다고 하지만 1991년 유해를 검사할 때에 살펴보니 두개골에는 총알 흔적이 없었다.)

 

1917년 죽기 1년전에 큰언니 올가(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 둘째 언니 타티아나(앉아 있는 사람)과 함께(서 있는 사람이 아나스타시아). 꽃다운 처녀들이었다.  

 

병사들의 첫 번째 사격에서 황제와 왕비 그리고 요리사와 운전기사가 즉사했다. 셋째 공주 마리아와 주치의인 보트킨 박사, 그리고 왕비의 시녀인 데미도바는 총상을 입었으나 목숨을 붙어 있었다. 좁은 방안은 화약 냄새와 연기로 가득 찼다. 너무 좁은 거리에서 발포를 했기 때문에 화약연기가 더 많이 생겼다. 그리고 총알들이 회벽에 맞아 회벽이 부서지면서 먼지가 났다. 화약연기와 회벽이 부서지면서 생긴 먼지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병사들은 잠시 방밖으로 나가서 연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몇분후 방으로 다시 들어온 병사들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주치의를 쏘아 죽이고 이어 황태자인 알렉세이가 살아 있는 것을 보고 어떤 병사가 어린 알렉세이의 몸에 계속 총을 쏘려고 했으나 총이 말을 듣지 않자 칼로 여러 번이나 내려쳤다. 그러나 옷에 꿰매어 넣은 보석 때문에 제대로 찌르지 못하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병사가 알렉세이의 머리에 총을 쏘아 쓰러지게 만들었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니콜라스 황제와 가족들이 살던 이파티에브 저택이 있던 곳에 세워진 '보혈 교회'. 이곳에서 모두들 학살 당했다. 예카테린부르크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큰 딸 올가와 둘째 딸 타티아나는 머리에 한방씩의 총알을 받고 즉사했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부상당한 마리아, 아나스타시아, 시녀 데미도바였다. 세 사람은 마루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총을 든 병사가 이들에게 다가서자 마리아가 용감하게 일어서서 대항하였다. 병사가 칼로 마리아를 내려쳤지만 옷 안에 꿰매어 넣은 보석 때문에 옷이 방패 역할을 해주었다. 그러자 병사는 총으로 마리아의 머리를 쏘았다. 이어 아나스타시아의 차례였다. 아나스타시아도 일어서서 총을 든 병사를 막으려 했지만 잠시후 역시 머리에 총알을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한편, 나중에 마리아의 유해를 살펴보았더니 두개골에 총알 흔적이 없었다. 머리에 총을 쏘아 죽였다는 기록은 신빙성이 없었다.

 

아나스타시아의 바로 위 언니인 마리아. 한때는 아나스타시아 대신에 살아 있다는 소문도 나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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