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미스터리의 아나스타시아

볼셰비키 비밀경찰의 만행

정준극 2009. 12. 21. 14:17

볼셰비키 비밀경찰의 만행

 

당시 비밀경찰 총살집행 병사중의 한 명이었던 에르마코프(Ermakov)라는 사람의 증언을 들어보자. 좀 더 생생한 기록이 될 것이다. 에르마코프는 아나스타시아와 몸싸움을 하게 되었고 총을 쏠수 없는 거리여서 칼을 꺼내어 아나스타시아를 찌르려고 했다. 하지만 아나스타시아의 옷 안에 꿰매어둔 보석들 때문에 칼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아나스타시아의 머리에 총을 쏘아 쓰러트렸다. 다른 병사들도 그랬지만 에르마노프도 그 전날 밤에 술을 마셔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다. 지휘관인 유로브스키는 병사들에게 술을 마시게 하여 두려움이나 온정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 술기운이 남아 있던 에르마노프가 총으로 마리아의 머리를 쏘았지만 아마 총알이 겉만 스쳤기 때문인지 마리아는 당장 숨을 거두지 않았다. 마리아는 다만 그 자리에 쓰러져 피를 흥건하게 쏟아냈다고 한다.

 

1910년의 로마노프 가족. 그로부터 8년후 모두 죽임을 당했다. 니콜라스 황제의 바로 옆이 아나스타시아. 아침식사 장면이지만 보기에는 그럴듯해도 먹을만한 것이 없었다.

 

얼마후 비극의 지하방에서 시체들을 옮길 때에 네명의 공주중에서 두명은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그중 하나는 밖에 나와 땅바닥에 앉아 손으로 머리를 감싼채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다른 한 명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소리를 냈고 어디론가 기어가려고 했다고 한다. 올가와 타티아나는 이미 머리에 총알이 박혀 즉사했으므로 밖에 나와서 비명을 지른 공주는 마리아일 것이다. 그리고 신음소리를 내면서 움직였던 공주는 아나스타시아였을 것이다. 에르마코프는 기록에는 남기지 않았지만 자기 부인에게 ‘제일 꼬마 여자 아이를 총검으로 찔러 죽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지휘관인 유로브스키는 보고서에서 ‘병사들이 방안에 있던 시체들을 밖으로 옮기고 있을 때 한 두어명의 여자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울기에 곤봉으로 뒷머리를 쳐서 쓰러트렸다’고 썼다. 그런데 나중에 마리아의 두개골을 살펴보았더니 머리에 곤봉으로 타격 당한 흔적이 없었다. 그리고 아나스타시아의 시체는 불에 태워졌는데 2009년에 불에 타고 남은 뼈 조각들을 발견하여 조사했으나 사인을 분명하게 알수 없었다고 한다. 아무튼 세상에 이토록 끔찍한 일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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