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스웨덴의 빅토리아

국왕 내정자 빅토리아공주

정준극 2010. 1. 16. 06:24

국왕이 될 빅토리아공주

스웨덴 역사상 네 번째 여자 군주

 

빅토리아공주

 

2010년 6월 19일 토요일은 온 스웨덴이 축하일색으로 뒤덮일 것이다. 빅토리아 공주의 결혼식이 스톡홀름 왕궁 옆에 있는 교회에서 거행되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공주가 결혼하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기에 소개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지만 보통 공주가 아니라 다음번 스웨덴 국왕이 될 공주이므로 대단한 일이라다고 말하지 않을수 없다. 신랑이 누구인지는 이미 다 알려져 있다. 다니엘 웨스틀링(Daniel Westling)이라는 청년이다. 빅토리아 공주가 다니던 체육관의 사범(트레이너)이었다. 사범은 사범이지만 스톡홀름에만 4개의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이날 결혼식에는 세계 각국에서 축하 사절들이 하객으로 참석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분명히 보낼 것이다. 게다가 빅토리아 공주의 결혼식은 유럽에서 오랜만에 볼수 있는 왕위계승자의 결혼식이기 때문에 매스컴의 관심을 받을 것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유럽의 내 노라 하는 왕실 사람들은 거의 모두 모일 것이다. 서로 친척관계가 묘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빅토리아 공주의 결혼식은 생각만 해도 대단할 것이다. 너나 할것 없이 화려한 옷차림으로 두둑한 봉투 하나씩을 들고 참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혼식후 왕궁의 발코니에서 국민들의 환호에 화답하는 빅토리아공주와 다니엘


빅토리아 공주가 현재의 국왕인 아버지 구스타브16세의 뒤를 이어 국왕의 자리에 오른다면 스웨덴 역사상 네 번째의 여자 군주가 된다. 스웨덴 역사를 보면 지금까지 세명의 여왕이 있었다. 마르가레트, 크리스티나, 울리카 엘레오노라(Ulrika Eleonora)이었다. 아마존의 여장부처럼 든든하게 생긴 빅토리아 공주는 칼 구스타브16세 국왕과 실비아 왕비의 큰 딸이다. 빅토리아 공주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1972년의 뮌헨올림픽에서 우연히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뮌헨올림픽이라고 하면 이스라엘 선수단원들이 아랍테러분자에 의해 수없이 희생당한 바로 그 올림픽경기이다. 그 사건 때문에 칼 구스타브 황태자와 실비아 좀머라트(Silvia Sommerlath)라는 뮌헨올림픽 조직위원회 통역원과의 연애는 매스컴의 각광을 받지 못했다. 물론 실비아가 왕족이 아닌 평민이기 때문에 각광을 덜 받았는지도 모른다. 스웨덴 황태자와 평민 아가씨와의 연애는 남이 알지 못하게 진행되어야 했다. 할아버지인 구스타브6세가 알면 불벼락이 떨어질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비아는 칼 구스타브 황태자보다 세 살이나 연상이었다. 사랑에 나이 차이가 무슨 관계가 되느냐고 묻겠지만 당시 유럽의 왕실에서 황태자가 연상여인과 결혼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2009년 7월 32세 생일기념 빅토리아데이에 참석한 빅토리아공주와 약혼자 다니엘.

 

빅토리아공주는 1977년 7월 14일 스톡홀름에서 태어났다. 그때만 해도 왕위를 계승할 남아가 태어나지 않아서 왕실에서는 은근히 염려하고 있었다. 당시 스웨덴의 왕위계승법은 장자상속권을 채택하고 있었다. 그렇게도 바라던 아들은 빅토리아가 태어난지 2년 후인 1979년에 태어났다. 칼 필립 왕자이다. 그런데 스웨덴 의회는 왕자가 태어난 것과는 관계없이 이미 왕위계승법을 개정코자 준비하고 있었다. 아들 딸 구별하지 않고 누구든지 첫째 자녀가 왕위를 계승토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스웨덴은 세계에서도 유별나게 선진 자유민주주의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나라이다. 평화, 평등 또는 환경보호라는 말만 나오면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을 놓고 나와서 ‘옳소!’라고 말할 사람들이 스웨덴 사람들이다. 그런데 스웨덴은 공화국이 아니라 왕이 통치하는 군주국이다. 스웨덴 국민 중에는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왕정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며 ‘왕실을 유지하기 위해서 국민의 혈세를 펑펑 쓸수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직도 국민의 대다수가 국왕을 존경하고 있고 왕비를 사랑하고 있으므로 군주제 폐지 주장은 ‘당분간 없던 얘기로 하자!’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는 무언가 민주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왕위계승법이 도마에 올랐다. 아들 딸 구별하지 말고 왕위를 계승토록 하자는 주장이었다. 옆 나라인 핀란드는 오래전에 공화제를 채택하였음은 물론이려니와 남녀평등 원칙에 의해 선거결과 여성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스웨덴은 남존여비 사상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체면이 무엇이 되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2017년의 빅토리아 공주와 다니엘과 딸 에스텔르와 아들 오스카르. 빅토리아 다음으로 스웨덴의 군주가 될 사람은 에스텔르 공주이다.

 

스웨덴 의회는 마침내 1979년에 왕위계승법을 개정하였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첫 자녀가 왕위를 계승한다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왕위계승법은 1980년 1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이에 따라 비록 왕자가 태어났지만 첫째 딸인 빅토리아가 차기 왕위계승권자로 확정되었다. 나중에 어떤 비공식 여론조사에 의하면 스웨덴 국민들은 현재의 왕자보다는 빅토리아 공주를 더 사랑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빅토리아가 다음번 국왕이 된다는데 대하여 아무도 이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회로서도 왕위계승법을 개정한데 대하여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후문이다. 현재 세계의 많은 왕국 중에서 여자가 왕위계승자로 확정되어 있는 경우는 빅토리아가 유일하다. 빅토리아가 여왕이 되면 스웨덴 역사상 네번째의 여왕이 된다. 그리고 1720년 이래 첫번째 여왕이 된다.

 

빅토리아 공주의 여동생 마델레이느 공주. 결혼식에서. 공주라면 이 정도 인물은 되어야지...남편은 크리스토퍼 오닐과는 2013년에 결혼해서 현재 딸 레오노레와 아들 니콜라스를 두었다. 남편은 런던에서 태어났으며 영국과 미국의 국적을 함께 갖고 있는 투자은행가이다.

 

빅토리아는 영국의 왕위계승 순위 194번째에 해당한다. ‘갑자기 영국에 대한 얘기는 왜 나오나?’라고 하겠지만 유럽의 왕실들이 서로 실타래처럼 얽혀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빅토리아의 아버지인 구스타브16세는 영국 빅토리아여왕의 먼 고손자(great-great-grandson)가 된다. 때문에 구스타브16세의 딸인 빅토리아공주도 영국 빅토리아여왕의 먼 고손녀가 된다. 그러므로 엘리자베스2세 여왕에 이은 왕위계승권자 194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빅토리아공주는 덴마크의 마가레트2세 여왕,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1세 국왕과도 친척관계에 있다. (사족: 스웨덴의회가 왕위계승법을 개정하려하자 구스타브국왕은 별로 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구스타브국왕은 아들에게 왕위가 계승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일단 의회가 법을 개정하자 이에 순응하여 빅토리아를 차기 왕위계승자로서 인정하였다고 한다.)

 

2006년 브뤼셀에서 열린 지구환경회의에 참석하는 빅토리아공주. 옆의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은 벨기에 공주. 빅토리아공주가 훨씬 의젓하고 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