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오페라의 황제 베르디

참고자료 7 음악연극 '아프터 아이다'

정준극 2010. 1. 30. 10:58

참고자료 7

음악연극 ‘아프터 아이다’(After Aida)

원래제목은 '베르디의 메시아'(Verdi's Messiah)

 

줄리안 미첼(1935-)

 

'아프터 아이다'(After Aida)라는 오페라가 있다. 최근인 1987년에 런던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처음 나왔을 때는 오페라라고 부르지 않고 음악연극(Play-with-Music)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오페라의 한 부류로서 대접하고 있다. '아프터 아이다'는 글자그대로 '아이다 이후'라고 번역할수 있다. 제목이 그렇기 때문에 혹자들은 아이다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라고 생각하기가 십상이다.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함께 죽었다고 치더라도 암네리스 공주는 어떻게 지내며 아이다의 아버지인 에티오피아의 왕 아모나스로는 어떻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후속 스토리라고 생각하면 그건 곤란하다. '아프터 아이다'는 오페라의 황제 베르디가 아이다를 완성하고 나서 다시는 작곡하지 않겠다고 하며 펜을 놓았다가 주변 사람들의 한결같은 간청에 의해 다시 작곡을 시작하여 저 유명한 '활슈타프'와 '오텔로'를 남기게 되었다는 저간의 사정을 음악을 곁들인 연극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어찌보면 베르디의 생애를 그린 오페라라고 할수 있다.

 

‘아프터 아이다’는 영국의 극작가 겸 시인인 줄리안 미첼(Julian Mitchell: 1935-)이 1985년에 완성한 작품으로 1985년 10월 24일 웨일스의 스완시(Swansea)에서 처음 선보였고 이어 이듬해인 1986년 3월에는 런던 올드 빅(Old Vic)극장에서 런던 초연이 있었다. ‘아프터 아이다’의 오리지널 타이틀은 ‘베르디의 메시아’(Verid's Messiah)였다. 베르디에게 다시 작곡토록 권면한 사람들을 마치 메시아처럼 여겼던 것 같다. 그러다가 메시아라고 부르기에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아프터 아이다'라고 바꾸었다. ‘아프터 아이다’는 은퇴를 선언한 후의 베르디의 생활과 작곡을 다시 하게된 사연 등을 다룬 내용이다. 1871년 아이다와 레퀴엠의 성공 이후 베르디는 은퇴를 결심한다. 베르디의 막역한 친구인 악보출판가 줄리오 리코르디(Giulio Ricordi: 1840-1912)와 지휘자 겸 작곡가인 프랑코 파치오(Franco Faccio: 1840-1891)가 베르디를 찾아와서 오페라를 계속 작곡할 능력이 있는데 은퇴를 한다면 그것은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크나큰 손실이 아닐수 없다고 하며 베르디에게 다시 작곡할 것을 간곡히 설득한다. 그러면서 작곡가 겸 대본가인 아리고 보이토(Arrigo Boito: 1842-1918)를 천거하며 그의 대본으로 새로운 오페라를 작곡할 것을 간절히 소원한다. 그리하여 베르디는 라 스칼라에서 나부코가 성공을 거둔지 무려 45년만에 보이토의 대본에 의해 ‘오텔로’를 완성하여 라 스칼라의 무대를 다시한번 역사의 귀중한 현장으로 만든다. ‘아프터 아이다’는 아이다 이후 침묵에 들어갔다가 다시 예술혼을 불사르게 된 베르디의 인생의 전환점을 그린 것이다. 연극중에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아들이 곁들이도록 했다. 실제로 유명 성악가들이 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아들을 마치 갈라 콘서트처럼 연주한 것이다. 음악이 있는 연극 ‘아프터 아이다’는 연극적인 깊이가 있으면서도 인간미가 넘쳐흐르는 작품이다.

 

베로나 야외극장에서의 아이다 공연 

 

'아프터 아이다'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영국 웰쉬 내셔널 오페라(WNO)의 기여가 컸다. WNO의 음악감독인 브라이언 맥마스터라는 사람이 줄리안 미첼에게 WNO의 지방순회 공연에 쓸만한 새로운 오페라를 작곡해 달라고 부탁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WNO는 웨일스의 카디프에 본부를 둔 오페라단이다. WNO는 비시즌에 웨일스 지방에서도 변변한 오페라극장조차 없는 시골을 찾아다니며 간략한 오페라를 공연해 왔고 1985년에도 그 계획에 따라 지방순회 공연에 나가게 되어 줄리안 미첼에게 그런 목적으로 공연할 오페라(음악연극)의 완성을 요청했던 것이다. 오페라는 커녕 오페라의 사촌조차 작곡해 본 일이 없는 줄리앙 미첼은 비록 그가 젊었을 때 오페라 팬이기는 했지만 실제로 오페라의 작곡을 승낙하고 나니 적잖이 걱정이어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기왕에 한번 약속했으며 끝을 보자고 생각했다. 그는 우선 오페라에 대하여 무엇이든지 열심히 조사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프랭크 워커(Frank Walker)라는 사람이 쓴 The Man Verdi(인간 베르디)라는 자서전적 작품을 읽다가 베르디와 보이토의 얘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하기야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하여 깊은 감동까지 느낄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아무튼 미첼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위대한 작곡가인 베르디 선생은 기나긴 침묵을 깨고 다시 펜을 들어 작곡하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아리고 보이토를 마치 자기의 아들처럼 여기며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높이 평가하였다.' 미첼은 이러한 내용을 자기 작품의 제목으로 삼기로 했다.

 

미첼은 작곡에 앞서서 무대에 대한 모든 것을 익히기 위해 무대 위에 무대 밖, 그리고 무대 뒤의 생활을 실제로 경험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면서 미첼은 성악 레슨을 받았고 오페라의 오디션과 리허설에도 반드시 참석하여 관람했다. 그리고 지휘자, 성악가, 감독, 디자이너 등 오페라 공연과 관련된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나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미첼은 오페라를 만들기는 만들어야 하지만 여러가지 제약이 뒤따르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예를 들면, 무대가 협소하고(대개 지방순회를 가면 학교 강당에서 공연하는 일이 많음), 출연진의 제한되며(대개 4-5명), 제작비도 고려하지 않을수 없다는 것 등등이었다. 미첼은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하여 마침내 1985년 '아프터 아이다'를 만들어냈다. '아프터 아이다'는 웨일스 스완시에서의 초연 이후 웨일스 지방 11개 마을에서 공연되었고 런던 상륙은 이듬해 3월이었다.

 

'아프터 아이다'에는 기본적으로 5명이 출연하며 기타 조역들이 몇 명 추가로 출연한다. 초연 당시의 배역은 주세페 베르디에 유명한 배우인 리챠드 그리피스(Richard Griffiths: 1947-), 베르디의 부인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에 조에 와나메이커(Zoe Wanamaker: 1949-), 젊은 작곡가 겸 대본가인 아리고 보이토에 이안 챨슨(Ian Charleson: 1949-1990), 베르디 음악의 출판가이며 보이토의 친구인 줄리오 리코르디에 말콤 스토리(Malcolm Storry), 베르디 오페라의 명지휘자이며 역시 보이토의 친구인 프랑코 파치오에 데이빗 리온(David Lyon)이었다. 초연 이듬해인 1986년 런던 공연에서는 주세피나 스트레포니를 소프라노 젬마 존스(Gemma Jones: 1942-)가 맡았다. 이와 함께 WNO의 성악가들인 소프라노 크리스틴 티어, 메조소프라노 웬디 버코, 테너 마이클 버치, 베이스 바리톤 조나단 베스트, 피아니스트 마틴 안드레가 출연하여 베르디의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들을 불렀다. 그러므로 '아프터 아이다'는 베르디와 보이토에 대한 연극이 진행 되는 중에 성악가들이 출연하여 노래를 부르는 형식이므로 정확히 말해서는 오페라가 아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있고 음악이 있기는 하다.

 

'아프터 아이다'에서 베르디 역을 맡은 영국의 배우 리챠드 그리피스

 

2막으로 구성된 '아프터 아이다'는 1879년부터 1887년의 약 8년 동안 베르디의 생활과 작품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베르디의 두 친구인 줄리오 리코르디와 지휘자 프랑코 파치오는 베르디에게 또 다른 오페라를 작곡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은퇴생활에서 벗어나 작곡을 하라고 설득한다. 그러면서 젊은 대본가인 아리고 보이트와 협동할 것을 권고한다. 베르디는 마지못해 친구들의 권유를 받아 들이기로 한다. 특히 부인 주세피나의 설득이 큰 작용을 한다. 베르디는 셰익스피어의 오텔로를 마음에 둔다. 베르디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하여 깊은 존경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위대한 작품인 오텔로가 탄생한다. '아프터 아이다'에는 아이다, 리골레토, 에르나니, 진혼곡, 맥베스, 시몬 보카네그라, 오텔로에 나오는 아리아가 등장한다. 또한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에 나오는 아리아와 로시니의 오텔로에 나오는 아리아도 연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