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거리들/11구 짐머링

1. Ailecgasse - Bürgerspitalwiese

정준극 2010. 3. 17. 15:37

처음에 비엔나의 거리이름에 대한 유래를 정리할 때에는 비엔나의 센터(첸트룸)인 제1구의 거리만 조사하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다른 구에 대하여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아직도 변두리라고 생각되는 2구, 3구로 진행하였으나 하다보니 너무 방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중간에 그만두었다. 그리고 첸트룸의 거리가 아니면 본 블로구의 독자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작업이므로 중도하차가 아쉬워서 10구까지만 정리하고 정말 접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IAEA가 있으며 UNO-City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22구 도나우슈타트의 거리이름을 조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22구의 거리만 소개하고 정말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2구는 면적이 넓어서 그런지 거리이름도 방대하였다. 그러던중 비엔나에 살고 있다는 어떤 분으로부터 이메일을 한통 받았다. 19구 되블링에 살고 있는데 이러저러한 거리의 이름이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자기가 직접 조사해도 될터인데 굳이 나에게 문의하였던 것이다. 죽은 사람의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의 소원쯤이야 들어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11구 짐머링으로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과연! 조사해보면 할수록 흥미롭고 공부가 되었다.

 

비엔나 제11구 짐머링(Simmering)의 거리이름 유래

 

알베르너 슈트라쎄의 한쪽에 있는 무명용사 묘지. 묘지마다 십자가 상의 그리스도가 있다. 그리고 누가 가꾸었는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꽃.

 

Ailecgasse(아일렉가쎄)로부터 Bürgerspitalwiese(뷔르거슈피탈뷔제)까지

 

- Ailecgasse(아일렉가쎄): 조각가인 요셉 아일렉(Josef Ailec: 1874-1944)을 기념하는 거리이다. 그는 엥크플라츠(Enkplatz)에 있는 노이짐머링 교구교회의 14처 조각과 세례수반을 제작하였다. 한번 직접 가서 볼만하다.

- Alberner Hafenzufahrtsstrasse(알베르너 하펜추파르츠슈트라쎄): 도나우의 알베른 선착장(Alberner Hafen)으로 가는 길이다.

- Alberner Strasse(알베르너 슈트라쎄): 짐머링구의 지역인 알베른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알베른에는 일찍이 1162년부터 사람들이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1938년 나치에게 합병된 후에는 당시 23구 슈베하트(Schwechat)에 속하여 있다가 1956년 짐머링으로 돌아왔다.

- Albin-Hirsch-Platz(알빈 히르슈 플라츠): 짐머링 구청장을 지낸(1896-1918) 알빈 히르슈(1847-1918)를 기념하는 광장이다. 그전에는 프리드플라츠(Friedplatz: 자유의 광장)이라고 불렀다가 나치시대인 1938년부터는 나치가 ‘자유 좋아하네!’라면서 에거랜더플라츠(Egerländerplatz)라고 불렀다.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 아마 들판에 버섯(Eger라고도 함)이 많이 자라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른다.


알빈 히르슈 플라츠에서의 마을 축제에서 마을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명칭은 농부들의 축제이다.


- Alois-Höfler-Gasse(알로이스 회플러 가쎄): 교육자이며 철학자인 알로이스 회플러(1853-1922)를 기념하는 거리이다.

- Am Hofgartel(암 호프가르텔): 이 지역에 있던 경작지의 이름이다. 예전에는 경작지를 개간하면 구획을 정하여 소유를 확실히 하였다. 농장의 형태였다.

- Am Kanal(암 카날): 1803년부터 1879년까지 비너 노이슈타트와 비엔나를 이어주던 비너 노이슈타트 운하(Wiener Neustädter Kanal)를 기억하여서 붙인 이름이다. 운하는 1930년대 초에 비엔나 도시계획에 따라 폐쇄되었다.

 

비너 노이슈타트 카날(운하). 지금은 개천처럼 되어 배가 다니지 않는다. 

예전의 카이저에버스도르프 성 

 

- Am Schulweg(암 슐베그): 카이저에버스도르프 하우프트슐레(우수학교)로 가는 길이다.

- Angela-Stadtherr-Gasse(안젤라 슈타트헤르 가쎄): 공예가인 안젤라 슈타트헤르(1899-1983)를 기념하는 거리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그는 금속조각학교를 설립하고 젊은이들을 교육하였다. 그는 슈테판성당의 지붕에 있는 풍향계(닭)을 만들었으며 슈트린드버그호프(Strindberghof)의 부조작품도 만들었다. 슈테판성당의 풍향계가 어디 붙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안젤라 슈타트헤르 가쎄의 부조. 건물은 스트린드버그호프

 

- Annaweg(안나베그): 유래를 알지 못한다. 짐작컨대 안나는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를 말하는 것 같다. 비엔나 사람들은 안나를 유난히 존경하는 습성이 있다.

- Anton-Steinböck-Gasse(안톤 슈타인뵈크 가쎄): 교구사제인 안톤 슈타인뵈크(1903-1970)를 기려서 붙인 이름이다.

- Anton-Stilling-Platz(안톤 슈틸링 플라츠): 하젠라이텐(Hasenleiten)교구의 안톤 슈틸링 사제(1931-2000)를 기념하는 거리이다.

- Apfelweg(아펠베그): ‘사과나무 길’이라는 뜻이다.

- Artillerieplatz(아르틸러리플라츠): 카이저에버스도르프에 있던 포병부대를 생각하여서 붙인 이름이다. 그렇게도 붙일 이름이 없었나?

- Artmanngasse(아르트만가쎄): 아슈팡철도와 슈니버그철도사업에 참여했으며 비엔나 최초의 통조림공장을 세운 페르디난트 아르트만(Ferdinand Artmann: 1830-1883)을 기념하는 거리이다.

  

1885년의 아르트만슈트라쎄에 있는 아슈팡 기차역의 모습

 

- Asternweg(아슈테른베그): 아스터(Aster) 꽃이 만발한 길이었던 모양이다.

- Auf der Simmerginer Haide(아우프 데어 짐머링거 하이데): ‘짐머링 들판에서’에서 라는 의미이다. 이 지역에 있던 농경지의 이름이었다.

- Awarenstrasse(아봐렌슈트라쎄): 6세기경에 비엔나 지역으로 이주해온 기마족인 아봐레(Aware)족이 생각나서 붙인 이름이다.

- Baudissgasse(바우디쓰가쎄): 기계공학자인 레오 바우디쓰(1861-1914)를 기념하여 붙인 이름이다. 증기기관의 제어장치를 발명했다.

- Bienenweg(비넨베그): 비넨은 벌을 말한다. 비엔나의 거리이름 중에는 비넨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경우가 더러 있다. 옛날부터 양봉을 했다는 증거이다. 지금도 비엔나 꿀은 품질이 좋기로 한가닥 한다. 한때는 헝가리 꿀이 좋다고 했는데 요즘엔 설탕을 먹인다는 소문이 있어서 인기하락이다. 요즘의 비넨베그 일대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별장 스타일의 단독주택들을 지어서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고 있다.

 

비넨베그의 어떤 단독주택. 풀장도 있다.


- Birkenstockgasse(비르켄슈토크가쎄): 요셉2세 황제의 자문관이었던 요한 멜히오르 비르켄슈토크를 기억하여서 붙인 이름이다. 이른바 ‘요셉 개혁’의 대부분은 그로부터 나온 아이디어였다.

- Birnenweg(비르넨베그): 비르네는 배를 말한다. 서양배이다.

- Bleibtreustrasse(블라이브트로이슈트라쎄): 1970년대에 이름을 날렸던 영화 및 연극배우였던 헤드비히 블라이브트로이(Hedwig Bleibtreu)를 생각하여서 붙인 이름이다. 블라이브트로이를 우리 식으로 번역하면 일편단심이다.

 

       

여배우인 헤드비히 블라이브트로이           비행선구자인 루이 블레리오

 

- Bleriotgase(블레리오트가쎄): 비행선구자인 루이 블레리오(Louis Bleriot)를 기념하여 붙인 이름이다. 1909년 최초로 비행기로 영불해협을 횡단하였다. 그해에 짐머링 들판에서 3만명의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범비행을 하여 갈채를 받았다. 옛날에는 조종사들이라고 하면 영웅이었다.

- Blumenweg(블루멘베그): 글자그대로 ‘꽃길’이다. 물론 지금은 꽃커녕 풀도 별로 없다.

- Bockbergergasse(보크버거가쎄): 짐머링 출신의 사회민주당 정치가인 이그나즈 보크버거(1897-1957)를 기념하는 거리이다. 짐머링 전화(電化)사업을 주관했으며 2차대전 중에는 저항운동단체를 조직하여 나치에 저항하였다.

- Brambillagasse(브람빌라가쎄): 외과의사로서 요셉2세 황제의 주치의였던 알렉산더 리터 폰 브람빌라(1728-1800)를 기념하는 거리이다. 그는 여러 가지의 외과용 도구를 발명하였다.

- Braunhubergasse(브라운후버가쎄): 짐머링 시장이었던(1856-1862) 요셉 브라운후버(1811-1862)를 기념하는 거리이다.

- Brehmstrasse(브렘슈트라쎄): 자연계 연구가이며 작가인 알프레드 브렘을 기념하는 거리이다. 1864-69년간 프라터의 수족관(비바리움) 관장을 지냈다. 그가 지은 동물생활 참고서는 유명하다.

 

알프레드 에드문트와 크리스티안 루드비히 브렘의 '동물생활' 기념 우표

 

- Brühlgasse(브륄가쎄): 브륄(Brühl)은 습지를 말한다. 이 지역에 있던 경작지의 이름이다.

- Bürgerspitalswiese(뷔르거슈피탈스뷔저): 이곳 언덕에 시민양로원이 있었다. 슈피탈은 양로원이며 뷔제는 초원을 말한다.

 

브렘슈트라쎄에 있는 브렘공원. 공원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뭐하지만 그래도 공동으로 이용하는 마당이므로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