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유서깊은 광장

프라이융(Freyung)

정준극 2010. 4. 3. 08:04

프라이융(Freyung)

중세에는 죄인들의 피난처였던 아일랜드수도원과 교회

 

쇼텐슈티프트(수도원)와 교회. 오른쪽 끝에는 오스트리아분수

 

프라이융은 비엔나 구시가지에서 가장 유명한 광장이다. 프라이융은 1구의 암 호프 광장과 쇼텐슈티프트 사이에 있다. 아름답고 유서 깊은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부활절 시장이 유명하며 크리스마스에도 시장이 열린다. 프라이융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 광장은 처음부터 프라이융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중세에는 Gegend bei den Schotten(게겐트 바이 덴 쇼텐)이라고 불렀다. ‘쇼텐과 마주한 장소’이라고 번역할수 있다. 쇼텐이라는 것은 이곳에 있는 쇼텐슈티프트(쇼텐수도원)와 쇼텐키르헤(쇼텐교회)를 말한다. 그리고 쇼텐이라는 말은 원래 스코틀랜드를 뜻하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아일랜드를 말한다. 일찍이 12세기 초에 바벤버그의 하인리히2세라는 대단히 신앙심이 깊은 양반이 비엔나를 오스트리아의 수도로 삼은 후 암 호프에 궁전을 짓고 정착하기 시작했다. 어찌나 신앙심이 좋았던지 야소미어고트(Jasomirgott)라는 별명의 하인리히2세는 비엔나에서 새로운 신앙운동을 일으키기 위해 독일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아일랜드 수도승들을 초청하여 오늘날의 프라이융이 있는 곳에 수도원과 교회를 세워주고 머물도록 했다. 야소미어고트라는 말은 ‘주께서 나를 도우사’라는 뜻이다. 즉, 아멘(So be it!)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프라이융 한쪽에 있는 팔레 킨스키

 

아일랜드 수도승들을 끔찍이 위했던 하인리히2세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쇼텐슈티프트와 교회를 말하자면 치외법권 지역으로 정하고 누구든지 그 안에 살고 있거나 피신해서 들어간 사람에 대하여는 죄가 있다고 해도 관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로부터 Freyung(프라이융), 즉 ‘면제를 받은’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쇼텐슈티프트와 교회에 속하여 있는 묘지(프리드호프: Friedhof)와 관련하여 프라이융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프리드호프를 프라이트호프(Freithof)라고 불렀으며 프라이융은 프라이트호프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프라이융은 융프라우(Jungfrau), 즉 성모 마리아를 의미하는 말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알프스의 유명한 산정인 융프라우는 성모 마리아를 말하는 이름이다. 오늘날의 프라이융 광장은 예전에 시장이기도 했지만 죄인들을 처형하는 장소로 더 유명했다. 그러므로 목이 잘리는 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정말로 아무 죄도 짓지 아니했는데 억울한 판결을 받았으면 죽을힘을 다하여 쇼텐수도원이나 교회에 들어가 숨어 있으면 관헌들도 어찌하지 못했다.

 

1758년의 프라이융 모습. 카날레토 작품

 

프라이융 광장을 압도하고 있는 건물은 당연히 쇼텐수도원과 교회이다. 수도원의 벽면에는 야소미어고트 하인리히 공작이 어떤 어린아이에게 복음서를 전달해 주는 장면의 조각이 설치되어 있다. 광장의 주변에는 여러 시내궁전(팔레)들이 둘러서 있다. 팔레 하라흐, 팔레 킨스키, 팔레 페르스틀(Palais Ferstl)이 대표적이다. 오스트리아 은행의 쿤스트포룸(Kunstforum)건물도 빼놓을수 없는 중요한 존재이다. 렌가쎄(Renngasse)로 들어가는 곳에는 거장 루드비히 슈봔탈러(Ludwig Schwanthaler)가 제작한 오스트리아분수가 있다. 도나우를 비롯한 오스트리아의 강을 상징하는 여신들의 조각이 눈길을 끄는 분수이다. 팔레 하라흐와 킨스키 사이에 있는 팬-가르텐(Pan-Garten)은 새로 조성한 공원이다. 오스트리아의 대외협력기관인 PaN(Partner aller Nationen)과 연관하여 붙인 이름이다.

 

오스트리아은행의 쿤스트포룸 회관 및 전시장

 

프라이융 145번지는 연주회장인 뢰미셔 카이저(Römischer Kaiser: 로마황제)가 있던 건물이다. 전에는 호텔로도 사용되었던 건물이다. 이곳에서 역사적인 여러 연주회가 열렸지만 그중에서 하나만을 생각한다면 1814년 베토벤의 피아노트리오 B단조 작품번호 97번이 베토벤의 연주로 초연되었다는 것이다. 프라이융과 그 주변에 대한 이야기는 ‘비엔나 워킹 투어’편을 참조하면 더 자세히 알수 있다. 프라이융에 있는 여러 건물 중에서 팔레 페르스틀에 있는 카페 센트랄은 한번 들어가 보아야 할 곳이다. 풍자시인 페터 알텐버그를 만날 수 있다.

 

팔레 페르스틀. 유명한 카페 센트랄이 있다.

팔레 페르스텔의 연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