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와 유태인/홀로코스트

영화 회색지대(The Grey Zone)

정준극 2010. 4. 9. 08:53

영화 회색지대(The Grey Zone)

 

회색지대 영화 포스터

 

‘회색지대’(The Grey Zone)라는 미국 영화가 있었다. 팀 블레이크 넬슨이 감독하고 데이빗 아케트(David Arquette), 스티브 부스케미(Steve Buscemi), 하베이 키켈(Harvey Keithel), 미라 소르비노(Mira Sorvino), 알란 코르두너(Allan Corduner) 등이 출연한 2001년도 영화이다. 의사인 미클로스 나이츨리(Miklos Nyiszil)가 쓴 소설 Auschwitz: A Doctor's Eyewitness Account(아우슈비츠: 어느 의사의 목격)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인 프리모 레비(Primo Levi)의 증언으로부터 시작된다. 영화의 제목인 '회색지대'는 프리모 레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물에 빠진 자와 구원받은 자'(The Drowned and the Saved)라는 챕텅에서 가져온 것이다. 1944년 10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일어난 제 12 유태인 특공대(존더콤만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들은 원래 강제수용소의 경비병들을 도와서 희생자들을 가스실로 안내하고 그후에 시체들을 화장실에 집어넣어 처리하는 일을 맡아하던 사람들이었다.

수백만명의 유태인들이 나치에 의해 희생을 당했지만 어쩐 일인지 유태인들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저 어린 양들처럼 죽임을 당했다. 가스실에 들어가면 당장 죽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저항도 없이 가스실로 향해서 걸어 들어갔다. 유태인들이 집단으로 학살을 당하는 장면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답답한 분노를 느낀다.

 

아슈케나지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입구

 

너무나 힘없이 죽임을 당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왕에 죽을 형편이면 포악한 짐승같은 나치에게 항거라도 해보고 죽을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수백만명이 죽임을 당하면서도 아무런 항거도 없었다. 유태인들은 숫적으로 나치 경비병에 비해 훨씬 우세했다. 조직적으로 항거하면 승산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런 집단행동도 없었다. 원래 집단행동을 할줄 모르는 백성들이어서 그랬나? 참으로 이해할수 없다는 것이 사람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1944년 10월,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때에 유태인들에 의한 항거가 비로소 있었다. 아우슈비츠-비르켄아우 강제수용소에서 있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사전에 발각되어 결국 가담자들은 모두 처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저항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선택된 민족인 그들에게도 저항의 마음이 생겨났다는 것이 중요했다.

 

기차에서 내린 헝가리의 유태인들이 가스실로 가기 전에 선별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아우슈비츠의 가스실과 화장시설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몇몇 유태인들은 마침내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더 이상 동족인 유태인들을 가스실과 화장실로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폭약을 구하여 화장시설을 파괴하자는 계획을 구상했다. 아우슈비츠에는 4개의 화장시설이 있다. 그중에서 최소한 한 개만 폭파하더라도 상당수 유태인들의 죽음을 지연시킬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만일의 경우를 위해 무기가 필요했다. 인근 마을에 살고 있는 폴란드 사람들로부터 총 몇자루를 구할수 있었다. 폴란드인들은 자기들을 대신하여 나치와 싸우겠다는 유태인들을 돕기로 했다. 화장시설을 폭파할 폭약은 아우슈비츠 내에 있는 나치의 무기공장에서 훔치기로 했다. 무기공장에서 일하는 유태인 여자들이 죽은 동료들의 시체가 공장 밖으로 나갈 때 시체 안에 폭약을 숨겨서 빼내오기로 했다. 시체는 화장시설로 보내질 것이며 그러면 그곳에 있는 저항팀 멤버들이 폭약을 수거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저항팀과 연락을 맡은 여자들이 나치 경비병에게 발각된다. 여자들은 즉각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받는다. 여자들은 끝내 화장시설 폭파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는다.

 

노인과 어린이들이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다.

 

한편, 아우슈비츠에서는 헝가리-유태인으로 의사인 미클로스 니이츨리(알란 코르두너)가 나치 과학자인 요셉 멘겔레의 생체실험을 돕는 조수로 일하고 있다. 니이츨리는 부인과 딸과 함께 아우슈비츠로 끌려 왔지만 부인과 딸은 여자수용소에 있다. 니이츨리는 멘겔레에게 간청하여 마침내 여자수용소에 있는 부인과 딸을 만나러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니이츨리는 부인과 딸이 언제 가스실로 끌려갈지 몰라 걱정이다. 그래서 멘겔레에게 부인과 딸은 가스실에 끌려가지 않도록 힘써 달라고 부탁을 한다. 니이츨리는 멘겔레가 도와주겠다고는 했지만 어쩐지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 같아서 불안하다.

 

소녀와 유태인 의사 니이츨리

 

헝가리의 유태인들을 가득 태운 기차가 아우슈비츠에 새로 도착했다. 기차에 탔던 유태인들은 내리자마자 가스실로 안내되었다. 친위대의 호프만(데이빗 아르케트)이 이를 잡는 소독을 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어떤 젊은이가 미리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가스실에 대하여 이것저것을 소리치며 질문한다. 화가 치민 호프만은 그 젊은이의 입을 막기 위해 참혹하게 구타하여 결국 죽게 만든다.

 

소녀와 유태인 저항자들

 

유태인들은 가스실로 줄을 지어 들어간다. 잠시후 가스실의 문이 열리고 일을 맡은 유태인 포로들이 가스실에 쌓여 있는 시체들을 들어낸다. 그런데 어떤 소녀 하나가 시체들 틈속에서 살아 있다. 이를 본 친위대의 호프만은 소녀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죽은 가스실에서 살아남은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소녀를 생체실험실로 보내도록 한다. 소녀를 생체실험실로 데려다 주라고 명령을 받은 사람은 나치에 대한 저항을 계획한 리더인 슐레르머(다니엘 벤잘리)였다. 슐레르머는 그 소녀를 살리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생체실험실에서 일하고 있는 니이츨리에게 소녀를 숨기도록 얘기한다. 그러나 생체실험실에 숨어 있다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저항팀은 소녀를 아동수용소에 숨기로 한다. 슐레르머가 나가자 니이츨리는 소녀를 우선 탈의실에 숨긴다. 한편, 저항팀의 멤버인 아브라모비츠가 리더인 슐레르머에게 긴급히 연락할 것이 있어서 생체실험실을 몰래 찾아온다. 마침 그때 친위대 소대장인 에릭 무스펠트(하베이 키텔)가 갑자기 생체실험실로 방문한다. 에릭 무스펠트는 낮에 아무도 없어야 할 실험실에 어떤 청년(아브라모비츠)이 있는 것을 보고 수상히 여겨 무조건 권총을 꺼내어 무참하게 사살한다. 옷장 속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소녀는 너무나 놀랍고 두려워서 비명을 지른다. 그 때문에 소녀는 당장 발각된다.

 

소녀와 나치 군인들

 

그 자리에 있던 니이츨리는 무스펠트 소대장에게 무언가는 해명을 해야 했다. 니이츨리는 친위대 소대장인 무스펠트에게 수용소 안에서 화장시설을 폭파할 음모가 있다는 것을 얘기하며 소녀를 살려 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같은 유태인으로서 일말의 양심이 살아 있는 니이츨리는 언제 어디서 사보타쥬가 일어날 것인지에 대하여는 차마 말을 하지 않는다. 무스펠트는 반란을 제압하게 되면 소녀를 살려주겠다고 약속한다. 드디어 봉기가 시작되어 반란가담자들은 몰래 숨겨온 폭약으로 제1 및 제3 화장시설을 폭파한다. 여러 명의 나치 경비병들이 폭발로 죽는다. 저항자들은 폭발에서 살아남은 나치 경비병들과 총격전을 벌인다. 그러나 저항자들은 나치 경비병들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체포된다. 호프만은 저항을 진압하면 소녀를 살려주기로 약속했지만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소녀가 저항자들이 모두 처형되는 장면을 목격한 후에야 석방하겠다고 말한다. 소녀는 체포된 저항자들이 모두 총살된후 마침내 수용소 정문 밖으로 마음대로 걸어 나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소녀가 수용소 정문을 지나서 들판으로 멀리 달아나려고 할때 무스펠트가 권총을 꺼내어 소녀를 조준하여 총을 쏜다. 어디선가 유태인의 경전을 읽는 소리가 들린다. 막이 내린다.

 

 

영화에서는 네 개의 화장시설 중에서 제1 및 제3 화장시설이 폭파된 것처럼 되어 있으나 실제로 1944년 10월 7일 폭파된 것은 제4 화장시설 하나였다.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서 불가리아의 소피아 교외에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와 규모가 같은 강제수용소가 세트장으로 지어졌다. DVD는 2003년 3월에 발매되었다. ‘회색지대’라는 타이틀에서 회색은 화장시설의 굴뚝에서 나오는 회색 연기를 말한다. 무참하게 죽임을 당한 유태인들의 영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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