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외서의 세계/경외서 집중탐구

야고보 복음서

정준극 2010. 6. 17. 07:47

야고보 복음서(Gospel of James)

예수의 유년기 스토리 기록

 

경외서 중에서 성모 마리아와 요셉에 대한 이야기를 비교적 소상하게 적어 놓은 것이 ‘야고보 복음서’이다. ‘야고보 복음서’의 내용은 대략 다음 세가지로 구분할수 있다. 첫째는 마리아의 탄생과 어린 시절, 그리고 마리아를 성전에 위탁한 내용이다. 둘째는 처녀가 된 마리아가 성전에 더 이상 머무를수 없게 되어 결국 요셉과 정혼한다는 내용이다. 셋째는 아기 예수의 탄생과 아기 예수가 헤롯의 박해를 피하여 숨어 지낸 얘기가 수록되어 있다. ‘야고보 복음서’에서는 요셉이 한번 결혼한 일이 있으며 자녀들이 있다는 얘기도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이제 ‘야고보 복음서’의 내용을 파악해 보자.

 

공의의 야고보(James the Just) 이콘

                    

‘야고보 복음서’는 야고보가 예수님의 공생애 이전의 스토리를 적은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를 ‘야고보의 유년기 복음서’(Infancy Gospel of James)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년기라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어린 시절을 말한다. ‘야고보 복음서’는 정경에 포함되지 않은 경외서로서 주후 150년경에 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야고보 복음서’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현존 문서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성모의 존재를 증거한 문서이다. 즉, ‘야고보 복음서’에는 성모가 영원한 동정녀임을 설명하였으며 성모를 새로운 이브라고까지 내세웠다.

 

‘야고보 복음서’는 야고보가 쓴 것으로 되어 있다. 첫 머리에 ‘나 야고보는 예루살렘에서 이 역사를 쓰노라’라고 되어 있다. 어떤 야고보를 말하는가? 복음서에는 두 사람의 야고보가 나온다. 그중에서 ‘공의의 야고보’(James the Just)가 ‘야고보 복음서’를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야고보 복음서’는 저자인 야고보가 요셉이 마리아와 결혼하기 전에 낳은 아들로서 예수님과는 이복형제가 된다고 적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공의의 야고보’가 쓴 것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주장을 했다. 문장이 대단히 조직적이고 세련되어 있으므로 별로 배우지도 못한 목수의 아들 야고보가 썼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야고보 복음서’의 저자는 당시 유태인의 율법과 관습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는데 야고보는 아버지 요셉의 영향을 받아 대단히 진실한 유태교인이라고 한다면 그건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야고보 복음서’는 야고보의 이름을 빌린 어떤 제3자가 썼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야고보 복음서’는 마태복음이나 누가복음에 나와 있는 마리아와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더욱 미화하여 기술하였다. 그리고 공관복음서에 나와 있는 ‘예수의 형제들’이란 것은 실은 요셉이 마리아와 결혼하기 전에 첫 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자녀들이라는 주장을 했다. 초대교인들은 예수님의 어린 시절에 대하여 상당히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적힌 문서는 무려 1백30여개나 나타났다. 여러 문자로 기록되었지만 오래도록 남아 있게 된 것은 주로 그리스어로 적힌 문서였다. 그것이 시리아어, 에티오피아어, 콥틱어, 그루지아어(Georgian), 고대 슬라브어, 아르메니아어, 아랍어, 아일랜드어, 라틴어로 번역되어 전해 내려오게 되었다. 초대교회에서 사용했던 이러한 문서들은 10세기 이후에야 발견되어 알수 있게 되었다. 예수님의 유년기에 대한 스토리를 적은 문서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1958년에 발견된 것으로 3세기나 4세기 초에 파피루스에 썼다고 보여 지는 것이다. 현재 이 문서는 제네바의 보드머(Bodmer)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리스어로 된 유년기복음서 중에서 전체 내용이 그나마 완벽하게 남아있는 것은 10세기경의 사본으로 현재 파리의 국립도서관(Bibliotheque Nationale)에 보관되어 있다.

 

다시 반복하지만, 초대교회 사람들은 구세주인 예수님의 어린 시절에 대하여 어떻게 지내셨는지 대단히 궁금하게 생각했다. 그러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여러 종류의 ‘유년기 복음서’(Infancy Gospel)라는 것이 등장하였다. 개중에는 교리적이거나 복음적인 내용이 미흡하며 오직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의도에서 적어 놓은 것들도 있다. ‘유년기 복음서’는 그리스어로는 프로토에반젤리온(Protoevangelion)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복음서 이전의 복음서’(Pre-Gospel)라는 의미이다. 4복음서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스토리 이전의 내용, 즉 마리아의 얘기, 요셉의 얘기 등도 담았기 때문이다. ‘야고보 복음서’이외의 ‘유년기 복음서’로는 도마가 적었다고 하는 ‘유년기 도마복음서’(Infancy Gospel of Thomas)가 있으며 마태의 이름을 사용한 복음서도 있다. 마태의 이름을 사용한 복음서는 ‘야고보 복음서’와 ‘유년기 도마복음서’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다가 다시 정리한 내용이다. 그리고 아랍어로 적은 유년기복음서도 있다. 교회는 이 모든 복음서들을 경외서 또는 위경으로 간주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야고보 복음서’의 내용은 대체로 다음 세가지로 구별되어 있다. 각 파트는 8장씩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전체의 장수는 24장이 된다. 첫째는 마리아의 출생에 대한 이야기와 마리아의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마리아는 구약시대의 사무엘이나 신약시대의 세례 요한처럼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수태되었으며 부모의 약속에 따라 어린 마리아가 하나님의 성전에 봉헌 되었다는 스토리이다. 사무엘도 어린 시절에 성전에 봉헌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서로 비슷한 스토리이다. 자만, 마리아는 여자인데 당시 관례로서자가 성전의 일을 하기 위해 봉헌되는 경우는 극히 드믈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마리아가 요셉과 정혼하게 된 스토리이다. 마리아는 점차 성장함에 따라 더 이상 성전에 머물수가 없게 되어 결국 요셉과 정혼하게 된다는 스토리이다. 당시 성전에서 제사장을 보좌하던 소녀들은 간혹 처녀성을 증거해야할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생략키로 하고 아무튼 마리아도 처녀성을 증거하기 위해 요셉과 결혼하게 되었다는 스토리이다. 마리아가 요셉과 결혼한 이후 계속 동정을 지키며 살았는지에 대한 동정녀설은 신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항이다. 셋째 파트는 예수의 탄생에 대한 스토리이다. 정경으로 선택된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마리아가 해산할 때에 산파가 도왔다고 되어 있다. 하기야 당시 10대의 어린 여인이 출산하려면 산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이어 헤롯 대왕의 박해를 피아혀 어린 예수를 숨어 살게 한 이야기, 그리고 2년쯤 후에 세례 요한과 그의 어머니 엘리사벳을 헤롯 안티파스의 박해로부터 피신하여 지내게 한 일들이 설명되어 있다.

 

‘야고보 복음서’에서 문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은 마리아의 어머니인 안나의 탄식이다. 안나는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한없으신 은혜를 찬양하면서도 마리아의 생애에 대하여 근심을 놓지 못하여 탄식을 했다. 성령으로 수태한 마리아가 친족인 엘리사벳(세례 요한의 어머니)를 만나서 하나님께 영광의 찬양을 드린 것과는 대조적인 내용이다. 마리아의 찬양은 공관복음서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야고보 복음서'는 마리아가 예수님을 낳기 이전과 낳을 때, 그리고 낳은 후의 순결성과 동정녀로서 영원히 존재한다는 스토리가 메인을 이루고 있다. 이에 의하면 예수님을 낳을 때 산파가 마리아의 처녀성을 확인하였으며 나중에는 살로메도 증거하였다고 한다. 살로메는 예수님을 따라 다닌 제자로서 마가복음에는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을 때 바로 십자가 아래에 있던 여인들 중의 하나로 기록되기도 했다.

 

‘야고보 복음서’에는 마리아의 영원한 처녀성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요셉이 마리아와 정혼하였을 때 이미 홀아비 신세였고 전처로부터 낳은 자녀들을 데리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하여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오리겐(Origen)과 같은 신학자는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의 형제들’이란 것이 실은 요셉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이들이라는 주장을 했다. 가톨릭교회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색이었다. 동방정교회는 예수님에게 이복형제들이 있다는 내용을 인정하고 있으나 서방교회, 즉 로마 가톨릭은 그런 내용이 곤란하다고 생각하여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형제들’을 사촌이라고 해석하였다.

 

또 한가지 4복음서와 ‘야고보 복음서’의 내용이 차이가 나는 것은 예수님이 탄생하신 장소이다. 4복음서에는 여관방이 없어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고 되어 있다. 심지어는 구유에 놓이셨다는 식으로 마구간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야고보 복음서’에는 동굴에서 태어나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 사유 때문인지 초기 르네상스의 시에나와 플로렌스 학파의 그림, 그리고 비잔틴, 그리스, 러시아의 성화(이콘)에는 예수께서 동굴에서 태어나신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헤롯 안티파스가 베들레헴 인근에 살고 있는 두 살 미만의 어린이들을 모두 죽이라고 했을때 어린 세례 요한도 해당하기 때문에 죽임을 당할 처지였으나 아버지인 스가랴가 대신 순교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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