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외서의 세계/경외서 집중탐구

유다 복음서

정준극 2010. 6. 17. 07:49

유다복음서(Gospel of Judas)

예수를 배반한 것이 아니라 예수의 지시에 따른 행동

 

'유다의 키스'. Gustave Dore 작품

 

유다복음서는 열두 제자 중의 하나인 가롯 유다(Judas Iscariot)와 예수와의 대화를 기록한 신비주의적인 복음서이다. 유다복음서의 필자는 가롯 유다가 아니라고 한다. 예수를 따라다니던 어떤 신비주의 사상을 가진 제자가 유다의 이름을 빌려서 썼다고 한다. 왜 하필이면 유다인가? 예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제자가 유다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신비(神秘)라는 것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서 신의 비밀 즉 하늘나라에 대한 비밀을 말한다. 인간이 어떻게 하면 죽은 후에 천국에 들어가서 영원히 살수있느냐는 비밀을 말한다. 유다복음서는 4세기경 콥틱어로 처음 써졌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유다복음서가 처음에 그리스어로 써진 것을 나중에 콥틱어로 번역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증거는 없다. 유다복음서의 도입부와 에필로그는 공관복음서의 내용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유다복음서가 써진 시기는 공관복음서가 써진 시기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2세기 중반에 써졌다고 미루어 짐작할수 있다. 현재 보관되어 있는 가장 오래된 콥틱어 유다복음서 종이를 방사성 연대측정(카본 데이팅)을 했더니 주후 28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는 전후로 50년이었다.

 

신약성경의 공관복음에 의하면 가롯 유다는 예수를 배반하고 예수를 은화 30개에 예루살렘 성전 당국자들에게 팔아 넘긴 것으로 되어 있다. 대제사장은 예수를 로마 총독인 본디오 빌라도(Pontius Pilate)에게 보내어 재판을 받게 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본디오 빌라도의 판결에 따라 십자가형을 받게 되었다. 유다복음서는 예수의 고난을 신약성경의 복음서와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았다. 콥틱어로 써진 유다복음서는 최근인 2006년 미국 국가지리협회(National Geography Society)에 의해 비로소 완전히 번역되어 내용을 파악할수 있게 되었다. 이에 의하면, 유다의 행위는 예수를 배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수의 지시에 순종한 것이라는 것이다. 예수가 받을 고난은 미리부터 하나님에 의해 계획된 것이었다고 한다. 다만 누군가가 예수의 고난이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도와 줄 사람이 필요했다. 유다가 그런 촉매제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유다의 행동이 있었기에 그 이후로 부활과 승천 등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가롯 유다가 예수를 로마인들에게 넘긴 것은 예수께서 하나님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명을 완성하는 것을 도와준 것이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이 과연 옳은 것인지, 아니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인지는 알수 없다. 다만, 유다복음서를 존중하는 일부 신비주의 기독교인들은 유다가 예수의 지시에 순종하여 예수를 배반하였던 것이라고 믿고 있다.

 

'최후의 만찬 장소를 떠나는 유다'. Carl Bloch 작품

 

유다복음서는 유다 이외의 다른 제자들이 천국비밀에 대하여 알고 있지 못하다고는 주장하지 않았다. 다만, 제자들은 진정한 천국의 비밀에 대하여 가르침을 받지 않았으며 예수께서는 오로지 가롯 유다에게만 가르쳐 주었다는 주장이다. 유다복음서는 유다가 육신의 몸으로 오신 예수를 정신적인 속박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고 주장했다.

 

유다복음서가 4세기경에 써진 것이라고 하지만 발견되기는 1970년대였다. 콥틱어로 파피루스에 써진 것이었다. 이집트의 베니 마사르(Beni Masar)라는 곳에서 발견되었다. 말하자면 무려 1천6백여년을 사막에 파묻혀 있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2세기에 써진 오리지널 유다복음서를 콥틱어로 번역하여 마련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후 1983년에 제네바의 고문서 시장에 등장하였고 이를 예일대학교의 스테픈 엠멜(Stephen Emmel)이란 고고학 교수가 사들였다. 유다복음서는 유다의 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록한 것이다. 엠멜교수가 구입한 콥틱어 파피루스 문서가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방사성 연대측정이 이루어졌다.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아리조나대학교의 티모시 줄(Timothy Jull)교수가 책임을 맡았다. 파피루스 문서 중에서 글자가 적혀 있지 않은 면을 방사성 연대측정을 하였다. 글자가 써진 면을 방사성 연대측정하면 혹시 손상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결과 3세기에서 4세기 사이에 써진 것으로 판명되었다.

 

현재 콥틱어 유다복음서는 천개 이상의 조각으로 갈라져 있다. 그동안 취급을 잘못 했기 때무닝었다. 그래서 단어들을 이어맞추기가 무척 어렵게 되었다. 콥틱어 파피루스 문서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는 31 페이지였다. 그러다가 1999년에 시장에 나타났을 때에는 13페이지 뿐이었다. 아마 누가 일부러 몇 페이지를 잘라내서 별도로 팔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다. 그런가하면 유다를 신봉하는 신비주의 교도들이 예민한 글이 나오는 부분을 일부러 찢어서 가져갔다는 주장도 있었다.

 

정통 기독교는 유다복음서를 문제가 많은 문서로 보았다. 유다복음서에 의하면 유다만이 예수께서 말씀하신 천국비밀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제자라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유다에게 ‘다른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있으라. 내가 왕국의 신비함을 말해주리라. 네가 그곳에 이르기는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나아가 유다복음서는 예수께서 다른 제자들이 무식하다고 비난하고 따르는 사람들의 도덕성을 크게 나무라신 것으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제자들 중에는 나중에 예수께서 왕의 자리에 오를 때에 누가 더 높은 직분을 가질지를 놓고 다투었는데 이것이야 말로 천국의 비밀을 알지 못하는 우매한 행동이어서 꾸짖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유다복음서에 의하면 예수께서는 다른 어느 제자보다도 유다를 사랑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정경의 복음서에 나와 있는 ‘사랑하시는 제자’가 바로 유다라는 주장을 했다. 예수께서는 유다를 가장 사랑하셨기 때문에 천국비밀을 말씀해 주셨다는 것이다. 유다복음서에는 예수께서 유다에게 ‘내가 천국비밀을 말해줄 것이니 다른 사람에게서 떨어져 있을지어다. 보라, 모든 것을 알게 되었도다. 눈을 들어 하늘의 구름을 보라. 그 안에 있는 빛을 보라. 그 빛을 둘러싸고 있는 별들을 보라. 길을 인도하는 별은 너의 별이니라’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정경의 복음서에는 유다가 목을 매어 죽은 것으로 되어 있다(마태 27: 3-10). 그러나 사도행전 1: 18에 의하면 유다는 후에 몸이 곤두박질하여 배가 터져 창자가 다 흘러나와 죽었다고 되어 있다. 유다복음서에는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유다가 예수께 말하기를 그가 나머지 열한 제자로부터 돌을 맞아 죽는 환상을 보았다고 말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그로 미루어보아 유태인의 율법에 의해 돌을 맞아 순교하지 않았나 싶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에게 입맞추는 가롯 유다. Giotto Scrovegni 작품

 

유다의 행위에 대하여 네셔널 지오그라픽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어떤 학자는 유다가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돕도록 오히려 이용 당했다는 주장을 했다. 그는 유다가 예수의 지시를 받아 예수를 제사장들에게 넘기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게 했다는 주장을 일축하고 이용 당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유다처럼 똑똑하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 이용당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기도 하다. 라이스(Rice)대학교의 성경연구 권위자인 에프릴 드코닉(April DeConick)교수는 내셔널 지오그라피가 유다복음서를 번역한 것 중에는 많은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유다가 예수를 유태인들에게 넘겨 준것을 배반했다고 번역한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었다. 안내하여 넘겨 준것과 배반한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유다는 실제로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가 아니라 악마(Demon)였다는 것이다. 그리스어로는 다이몬(daimon)이라는 단어는 ‘영혼, 정신’(Spirit)라고 번역할수 있지만 신비주의자들은 보통 악마(Demon)라고 간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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