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03.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프스코프의 처녀'

정준극 2011. 2. 21. 09:33

프스코프의 처녀(The Maid of Pskov : Pskovityanka)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

오페라의 무대가 된 프스코프의 요새(크렘린) 광장

 

 

타이틀: 프스코프의 처녀 (프스코비티안카). The Maid of Pskov (Pskovityanka). 전3막 6장. 대본은 레브 메이(Lev Mei: 1822-1862)의 동명소설을 기본으로 작곡자 자신이 썼다.

초연: 1873년 1월 13일 생페터스부르그 마리인스키극장.

주요 배역: 짜르 이반 바실에비치(B), 유리 이바노비치 토크마코프 공자(짜르의 대리인 겸 프스코프의 집정관: B), 보야르 니키타 마투타(T), 아파나시 브라쳄스키 공자(B), 보멜리(의사: B), 올가 유르예브나 토크마코바 공주(S), 보야리슈니아(올가의 친구: S)

음악적 하이라이트:

사전 지식: 제정 러시아의 ‘공포의 이반’이라고 하는 짜르(황제)가 독립국가로서 행세하는 노브고로드와 프스코프를 굴복시켜 자기의 직속 영지로 삼으려는 와중에 오래전에 잃었던 딸을 찾게 되지만 딸 올가는 이미 숨을 거둔다는 줄거리이다. ‘프스코프의 처녀’의 오리지널 버전은 1872년에 완성되었으며 초연은 이듬해인 1873년에 생페터스부르그에서 있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오페라의 음악을 계속 수정하여 세 번째인 마지막 버전은 초연으로부터 거의 20년 후인 1892년에 완성하였다. 오늘날 주로 공연되는 것은 마지막 버전이다. 마지막 버전은 위대한 베이스 샬리아핀이 이반의 역할을 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프스코프의 처녀’는 1909년에 ‘공포의 이반’(Ivan the Terrible)이라는 타이틀로 파리에 소개되었다. 파리의 샤틀레극장 공연에서는 역시 샬리아핀이 이반 역할을 맡아 대성공을 거두었다.

 

프스코프에서 미하일 투챠가 이끄는 반군이 짜르 이반의 군대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장면. 부울로프 작품

 

1800년대의 중반에 러시아의 젊은 작곡가 몇 명이 생페터스부르크에서 모였다. 이들이 오늘날 ‘The Mighty Handful'이라고 불리는 러시아국민음악파 그룹이었다. 이들의 목표는 러시아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하자는 것이었다. 오페라와 관련하여서도 이같은 목표가 적용되었다.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 알렉산더 보로딘의 ‘이고르 공’은 대표적인 결과물이었다. 그 중에는 당시에는 비교적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젊은 작곡가인 림스키-코르사코프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오케스트라에 대한 재능은 화려하고 찬란한 것이었다. 이어 그는 오페라에 있어서도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의 오페라는 당연히 러시아의 전설과 역사에 기반을 둔 것이어서 민속적인 요소가 짙게 배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프스코프의 처녀’는 무언가 좀 다른 작품이었다. 복잡하면서도 심리적인 드리마의 양상을 띤 것이다. 특히 짜르 이반의 성격 설정에 대하여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것이어서 관심을 끈 작품이다.

 

에피소드: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이 스토리에 매혹되어 전체 스코어를 작곡하기 전에 나중에 오페라에 사용한 자장가부터 작곡한바 있다. 러시아에서는 예수께서 요단강에서 세례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날은 주현절로서 1월 19일로 지키고 있으며 ‘프스코프의 처녀’는 주현절(主顯節)을 미리 기념하여 무대에 올려졌다. ‘공포의 이반’이 노브고로드와 프스코프를 탄압하여 점령한 것은 1570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이때 노브고로드는 완전 파괴되었으나 프스코프는 나중에 자기의 딸로 판명된 올가로 인하여 도시가 파괴되는 것은 피할수 있었다. ‘프스코프의 처녀’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첫 오페라이다.

 

생페터스부르크 마리인스키에서의 1873년 초연시의 무대 배경 스케치

 

줄거리: 시기는 1570년, 장소는 러시아의 도시국가인 프스코프이다. 제1막. 프스코프의 집정관(총독)인 토크마코프(Tokmakov) 공자의 딸인 아름다운 올가(Olga) 공주가 유모들과 함께 정원을 거닐고 있다. 유모들은 짜르 이반(공포의 이반: Ivan the Terrible)이 프스코프의 자매도시인 노브고로드(Novgorod)를 굴복시키기 위해 얼마나 강압적인 행동을 했는지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다. 프스코프의 젊은이들은 짜르 이반의 폭정에 항거하고 프스코프가 노브고로드처럼 철저하게 파괴되는 운명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짜르 이반에게 항거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항거운동의 지도자인 젊은 미하일 투챠(Mikhail Tucha)는 올가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하지만 올가는 아버지의 주선에 따라 귀족인 니키타 마투타(Nikita Matuta)와 어쩔수 없이 약혼한 일이 있다. 마침 미하일 투챠가 등장하여 올가와 함께 서로의 사랑을 다짐하는 노래를 부른다. 두 사람은 행복하지만 앞으로의 운명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걱정이다. 이때 올가의 아버지인 토크마코프와 약혼자인 마투타가 등장한다. 투챠는 급히 떠나고 올가는 나무 사이로 몸을 숨긴다. 토크마코프는 마투타에게 실은 올가가 자기의 친딸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토크마코프는 올가가 자기의 처형인 베라 셰롤가(Vera Sheloga)의 딸이어서 데려다 기르고 있지만 사실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확실히 모른다는 것도 설명해 준다.

 

 

장면은 바뀌어 프스코프의 요새(크렘린)에 있는 광장이다. 전령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짜르 이반이 노보고로드에서 행한 방법과 똑 같은 강압적인 방법으로 프스코프를 다룰 것이라는 소식을 전한다. 시민들을 크게 동요하며 두려워하자 집정관인 토크마코프는 시민들에게 오히려 짜르 이반에게 항복하는 것이 프스코프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설득한다. 그는 프스코프의 시민들이 짜르 이반에 대하여 아무런 반역도 저지르지 않았으므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항복한다면 안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하엘 투챠와 그의 동료들은 이번 기회에 짜르 이반의 폭정에 항거하는 반란을 추진키로 다짐한다.

 

'프스코프의 처녀'에서 프스코프의 시민들이 짜르 이반의 폭정에 두려움을 표시하고 있다. 마리인스키 극장.

 

 

제2막. 올가 공주는 자기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진실로 알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숨을 짓는다. 그러한 때에 한 무리의 시민들이 등장하여 짜르 이반의 프스코프 입성을 환영하는 노래를 부른다. 장면은 바뀌어 집정관인 토크마코프의 저택이다. 프스코프에 입성한 짜르 이반은 토크마코프의 환영을 받는다. 짜르 이반은 만일 프스코프가 자기에게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프스코프를 계속 독립적인 도시국가로 존속토록 할 것을 생각한다. 잠시후 짜르 이반은 올가 공주를 접견하기 위해 불러 오도록 한다. 올가 공주와 짜르 이반은 어딘가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는 점을 느끼며 기이하게 생각한다. 환영연이 끝나고 짜르 이반과 토크마코프가 둘이서만 호젓하게 남아 있게 된다. 짜르 이반은 토크마코프와 올가의 부모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던중 올가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짜르 이반은 올가의 어머니가 베라 셀료가인 것을 알고 놀라며 프스코프를 초토화 시키려는 생각을 바꾼다. 베라 셀료가는 짜르 이반이 한때 사랑하던 여인이었다.

 

 

제3막. 숲 속에서 올가와 미하일 투챠가 서로 비밀스럽게 만나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로 사랑을 잃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럴 때에 올가와 약혼을 한 마투타가 사람들과 함께 나타난다. 마투타는 올가와 투챠가 밀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목도하자 크게 노하여 투챠를 쫓아 버리고 올가를 납치한다. 장면은 바뀌어 강변에 있는 짜르의 군영이다. 짜르는 어쩐 일인지 올가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릴수 없다. 짜르는 만일 올가가 베라 세료가의 딸이라면 혹시 자기의 딸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는 중에 짜르는 귀족인 마투타가 올가를 납치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 소식에 매우 화가난 짜르는 올가를 데려오도록 하여 올가에게 올가 이바노바(Ivanova)라는 이름을 붙여 주며 어느 누구도 올가에게 대하여 함부로 대하지 말 것을 명령한다. 이바노바라는 이름에는 이반의 딸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즉, 짜르는 자기가 올가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은근히 내비친 것이다. 올가는 짜르에게 마투타와의 약혼은 자기가 선택한 것이 아니며 자기는 오래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짜르는 올가를 모스크바로 데려가겠다고 제안하며 올가의 배필은 짜르가 직접 선택하겠다고 선언한다. 올가는 그 사람이 바로 반란세력의 지도자인 투챠라고 밝힌다. 짜르 이반은 만일 투챠가 체포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지만 감옥에 수감될 것이라고 말한다. 올가는 짜르에게 사랑하는 투챠를 위해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한다. 이때 투챠가 이끄는 반란 세력이 짜르의 군영을 공격한다. 하지만 짜르의 군대가 이들을 격퇴한다. 전투 중에 올가가 총에 맞아 급기야 숨을 거둔다. 짜르는 올가의 시신에 몸을 던지며 자기가 올가의 아버지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