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수도원/순례교회

[참고자료] 눈의 성모대성당

정준극 2010. 9. 15. 05:24

[참고자료]

눈의 성모대성당(Basilica of St Mary of the Snow)

Basilica Santa Maria della Neve

Papal Basilica of Saint Mary Major: Basilica Papale di Santa Maria Maggiore

성모설지전(聖母雪地殿)

 

로마에 있는 산타 마리아 마죠레 성당(일명 눈의 성모대성당)과 오벨리스크

 

가톨릭 교회(성당) 중에는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한 교회가 상당히 많이 있다. 교회를 왕중의 왕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하는 일은 5세기경부터 이탈리아를 위시하여 유럽 여러나라에서 유행처럼 번진 현상이었다. 특히 주후 431년 에베소공회에서 성모의 공식 호칭을 Theotokos(테오토코스), 즉 영어로 Mother of God 이라고 크게 격상토록 결정하자 가톨릭 교회들은 이보다 더할수 없는 기쁨은 있을수 없다고 하여 너도나도 테오토코스, 즉 모후(母后)이신 '신의 어머니'에게 교회를 봉헌하기 시작했다. 노트르 담 성당, 산타 마리아 성당, 융프라우 성당, 마리엔키르헤(마리아교회), 마돈나 교회 등은 모두 성모에게 봉헌한 교회(성당)이다. 로마에서 베드로 성당 다음으로 가장 규모가 큰 성마리아대성당(Santa Maria Maggiore: 또는 대성전)도 당연히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한 성당이다.

 

성모와 아기예수 이콘(러시아정교회에서는 신의 어머니 성모를 생신녀라고 부른다. 신을 낳은 여인이라는 뜻이다.)

 

이 성당의 명칭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여러 가지로 변천하였다. 초창기의 명칭은 Santa Maria della Neve(St Mary of the Snow), 즉 '눈의 성모대성당'이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번역하기를 성모설지전(聖母雪地殿)이라고 했다. 성모께서 눈으로 교회를 지을 장소를 지정해 주셨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Santa Maria Liberiana(산타 마리아 리베리아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눈의 성모대성당'을 처음 세운 교황 리베리우스(Liberius)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얼마후 이 교회가 예수께서 태어나셨을 때 누우셨던 말구유의 조각을 확보하자 교회의 이름도 Santa Maria del Presepe(St Mary of the Crib: 성모구유교회)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Santa Maria Maggiore(St Mary Major), 즉 성모대성당(성마리아대성당)으로 정착되었다. 대성당(마죠레)이라고 한 것은 이 교회가 성모에게 봉헌된 로마의 26개 교회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성당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성모가 친히 발현하여 기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년 사시사철 세계각국으로부터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타 마리아 마죠레를 그린 작품. 위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우선 오벨리스크의 꼭대기에 그림에는 성모상이 세워져 있지만 사진에는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것이 다르다. 

 

어떻게 하여 '눈의 성모대성당'이라는 호칭을 갖게 되었을까? 성모 마리아와 눈과는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이야기는 주후 352년(또는 3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황은 리베리오(Liberius)라는 분이었다. 어느날 꿈에 성모께서 친히 교황 리베리오에게 나타나시더니 '나를 위한 교회를 지으십시오'라고 지시하셨다는 것이다. 교황 리베리오는 '아, 그거참 이상하고 신기하네'라며 묵상하는 중에 누가 소식을 전하는데 들어보니 로마에 살고 있는 조반니라는 귀족으로 신앙심도 신실하여 주교의 직분을 받은 사람이 교황께서 성모에 대한 꿈을 꾸던 바로 그 시간에 똑같이 꿈을 꾸었는데 성모께서 발현하시어 교회를 지으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신통하게도 성모께서 그 조반니라는 사람의 꿈에만 나타나신 것이 아니라 그의 부인의 꿈에도 동시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결국 세사람이 동시에 성모의 지시사항을 듣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그러나 성모께서는 무슨 다른 일 때문에 바쁘셨던지 어디에 교회를 지어야 할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힌트를 주지 않으셨다. 그래서 궁금하게 있던 차에 한 여름인 8월 4일과 5일 이틀간에 걸쳐 로마의 에스퀼리노(Esquillion)언덕에 눈이 소복히 내리는 기적이 일어났다.  

 

산타 마리아 마죠레의 어떤 제단

 

눈이 내린 땅은 바로 조반니라는 귀족의 소유지로서 교회를 짓기에 대단히 적합한 환경이었다. 교황 리베리오도 사실은 에스퀼리노 언덕의 그 장소에 교회를 세우고자 생각했었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눈이 내리더니 교회를 지을 부지에만 눈이 쌓여 표시를 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이같은 기적에 대하여 깊이 감탄하고 이어서 교회를 건설하기 시작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오늘날 교황청 직속의 '눈의 성모대성당'이다.이 교회를 교황 리베리오에게 봉헌하였 때문에 '리베리오 바실리카'(Liberian Basilica)라고 부르기도 한다. 리베리오 바실리카는 로마에 있는 교황청 직속 4대 대성전(바실리카 마이오르)중의 하나이다. 나머지 3개 교회는 성요한라터란대성전(St John Lateran), 성베드로대성전, 성바울대성전(로마 성벽 밖에 위치함)이다. 이들 4개의 교황청 직속 대성전 중에서 성모대성전(바실리카 산타 마리아 마죠레 )만이 온갖 풍화를 견디고 옛 모습 그대로를 거의 완벽하게 간직하고 있다. 1348년에 지진이 일어나 일부가 파손되기는 했지만 곧 복구했기 때문에 오리지널 구조가 변하지는 않았다.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죠레 교회는 성모께서 눈을 내리게 하신 기적이 일어난 곳이어서 세상 모든 신실한 신자자들의 순례대상으로 되어 있다.

 

산타 마리아 마죠레 성당

 

대성전이라고 하여 마이오르(Maior: Major)라는 표현을 한 것은 교황이 직접 교회의 후원자가 되어 있음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지만 교회의 규모가 다른 어느 교황청 직속 교회보다도 크기 때문이었다. 또한 산타 마리아 마조레(Maggiore)라는 명칭에서 마조레는 위대하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교황이 프랑스의 아비뇽에 가서 지내다가 한참 후에 로마로 돌아온 일이 있었다. 로마에 돌아온 교황은 전에 교황궁이었던 라테란궁이 훼손되어 머물지 못하게 되자 한동안 이 '눈의 성모대성당'을 교황궁으로 사용했었다. 그런 후에 바티칸으로 돌아갔다. '눈의 성모대성당'이 있는 자리는 고대 로마제국 시대에 사이벨리(Cybele) 여신의 신전이 있던 곳이라는 사실도 덧붙이고자 한다. 현재 '눈의 성모대성당'은 도미니코수도회가 관리하고 있다.

 

측면에서 바라본 산타 마리아 마죠레 성당. 그리고 높은 종탑

 

현재의 '눈의 성모대성당' 자리는 교황 리베리오가 처음 세웠던 그 장소가 아니라고 한다. 에스퀼리노 언덕은 맞지만 오리지널 교회가 있었던 자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교회는 처음 교회가 세원진 때로부터 거의 100년 후인 주후 430년 경에 교황 식스투스3세(Sixtus III)가 새로 지은 것이다. 그런데 중앙 회랑을 받치고 있는 아테네식 대리석 기둥 같은 것은 오리지널 교회에 있던 것을 가져와서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14세기에 완성된 종탑(캄파닐레)은 로마에서 가장 높은 것이다. 높이가 약 75m가 된다. 16세기에 완성된 천정은 찬란한 금색이다. 실제로 천정에 사용된 금은 스페인의 페르디난드와 이사벨라가 교황에게 증정한 황금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 황금은 콜럼버스가 남미에서 가져온 잉카의 황금이라고 한다.  

 

위에서 내려다본 산타 마리아 마죠레 성당

 

'눈의 성모'의 축일은 8월 5일이다. 이날 미사를 드릴 때에는 저 높은 천정의 돔에서 백장미 꽃잎을 아래로 떨어트리며 눈이 내렸던 기적을 기념한다. 세계의 여러 곳에 있는 '눈의 성모대성당'에서도 8월 5일이면 비슷한 축하행사를 가진다. 눈이 내리는 기적을 테마로 한 미술작품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1423년에 마사키오(Masaccio)와 마솔리노(Masolino)가 공동으로 제작한 Miracle of the Snow(눈의 기적)이다. 땅위에서는 무수한 성자와 성녀들이 눈이 내리는 기적을 바라보는 가운데 하늘에서는 예수와 성모가 내려다보는 장면의 그림이다. 이 작품은 현재 나폴리의 카포디몬테박물관(Museo di Capodimonte)에 전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