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수도원/순례교회

프라우엔버그 순례교회(Frauenberg Wallfahrtskirche)

정준극 2010. 11. 8. 18:46

프라우엔버그 순례교회(Frauenberg Wallfahrtskirche)

성모마리아상이 발견된 곳

 

프라우엔버그 순례교회

 

오스트리아의 순례교회와 순례지를 순방키로 한다. 신실한 가톨릭 신자는 물론이지만 일반 관광객이라고해도 한번쯤은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한 장소들이다. 그 첫번째가 프라우엔버그 순례교회이다. 오스트리아 중부지역의 순례지를 방문할 때에 대충 아드몬트로부터 시작하여 구르크(Gurk)까지 가는 일정은 프라우엔버그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모든 순례교회가 기적과 관련이 있지만 프라우엔버그 순례교회도 기적 스토리가 있다. 12세기 초의 어느 해에 엔스(Enns)강에 홍수가 났다. 강물에 휩싸여서 마리아상 하나가 떠내려왔다. 사람들은 마리아상을 건지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허사였다. 다음날 놀랍게도 마리아상은 마을의 산꼭대기에서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마리아상을 함부로 만지지 못하고 그대로 모셔 두었다. 얼마후, 엔스강에 홍수가 나서 또 다시 마리아상이 떠내려왔다. 그런데 다음날 산에 올라가보면 그 자리에 와서 있었다. 그러기를 세번이나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산 위의 성모 마리아 상을 찾아가서 기도하고 복을 빌었다. 그러나 워낙 깊은 산골에 있었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순례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1400년 초부터였다. 그러던중 인근 아드몬트(Admont) 수도원장이 이는 필시 이곳에 교회를 세우라는 뜻이라고 생각하여 1410년 석조교회를 건축했다. 이 소식이 교황청에 알려지자 교황은 1420년에 교회의 이름을 Unser Frawnperg(운저 프라븐페르크: 우리들의 성모산교회)이라고 부르도록 칙령을 내렸다. 그리고 1423년 11월 7일, 장엄한 봉헌예배를 드렸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성모 마리아의 영험을 의지하여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회는 겨울에는 일반인의 방문을 수용하지 않고 있으며 부활절 다음의 두번째 주일인 성령강림주일부터 공개하여 11월 21일 마리아 축일(제사일)에 마감한다. 마리아 축일에는 아드몬트를 비롯한 주변 마을 주민들이 여러 행사를 벌인다. 비엔나에서는 기차를 타고 프라우엔버그 안 데어 엔스(엔스강변의 프라우엔버그)역에서 내리던지 그렇지 않으면 아르드닝(Ardning)역에서 내려 걸어올라가면 된다.

 

성모산순례교회의 그로쎄 마돈나(하일리게 마돈나)

 

프라우엔버그 순례교회는 엔스계곡의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아드몬트 마을에 속하여 있다. 아드몬트는 비엔나로부터 서쪽, 잘츠부르크로 가는 방향에 있으며 프라우엔버그 순례교회는 아드몬트에서 서쪽으로 6km 떨어져 있다. 계곡에 자리 잡고 있는 프라우엔버그 순례교회는 바로크양식의 아름다운 건물로서 멀리서도 잘 보인다. 프라우엔버그라는 것은 '성모산'이라는 의미이다. 성모산교회가 있기 때문에 프라우엔버그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에는 쿨름(Kulm: 둥근머리의 산)이라고 불렀다. 아마 중세 초기에 산정에 요새가 있었던 모양이다. 성모산교회의 한쪽 옆에는 갈보리라고 이름을 붙인 언덕이 있으며 다른 한쪽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일본식 정원으로서 참선(명상)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갈보리언덕에는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것을 기념하여 세개의 십자가를 세우고 가운데 십자가의 아래에는 애통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조각으로 세워놓았다. 갈보리언덕의 십자가상은 일찍이 1820년대에 건립되었다. 아드몬트 수도원 전속 조각가로서 프라우엔버그 순례교회를 설계한 요셉 슈탐멜(Josef Stammel)의 작품이다.

 

성모산순례교회 갈보리언덕에 있는 십자가들

 

프라우엔버그 순례교회는 주변 경관이 뛰어나게 아름답거니와 한적하여서 명상과 수도의 장소로서 적격이다. 그래서 영혼의 안식을 위해, 하나님과의 기도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 오면 하나님의 천지창조의 역사하심을 느낄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순례교회에 1410년에 모셔 놓았던 성모 마리아 상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퇴색이 되어 19세기에 다시 칠을 했다. Grosse Madonna(그로쎄 마돈나)라고 부른다. 여러 순례교회에 있는 마리아상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그런데 원래의 조각은 그라츠에 있는 요안네움 박물관에 간직되어 있고 정작 프라우엔버그 순례교회에 있는 것은 복제품이다. 이 교회의 오르간은 유명하다. 1680년대에 처음 제작되었으나 1823년에 바로크 양식으로 다시 확장하여 봉헌했다. 아드몬트 수도원은 구 웅장한 모습에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로 훌륭한 건물이다. 그러나 나치의 점령기간 중에는 오스트리아의 문화유산을 몰수하는 본부로서 이용되었다. 그 업무를 나치당 이론가인 알프레드 로젠버그가 책임 맡았기 때문에 문화재 몰수 사령부를 일명 '로젠버그 사령부'(Stab Rosenberg)라고 부른다. 아드몬트 수도원은 슈타이어마르트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으로 세계 최대의 수도원 도서실이 있다. 하지만 나치는 수도원의 귀중한 도서들을 거의 모두 파손하거나 약탈해 갔다.

 

아드몬트 수도원 전경. 앞에는 엔스강이 흐르고 뒤에는 성모산(쿨름)이 방패가 되어 있다.  

 

1840년대의 아드몬트 수도원과 주변경관 

 

프라우엔버그 순례교회의 중앙제단 

 

프라우엔버그 순례교회의 천정화 일부.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을그린 것이다.   

 

해마다 11월 21일 성모제사일에 행진하고 있는 인근마을 주민들. 보라! 이 이상한 악기를! 수도 파이프에 깡통으로 만든 악기이다. 어떤 소리가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