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면서

소브리케란 무엇인가?

 

독일인들은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명재상 콘라트 아데나우어를 Der Alte(노인)라는 소브리케로 불렀다. 쾰른 출신의 아데나우어는 1949년부터 1963년까지 14년간 서독의 수상을 맡았었다. 그는 91세인 1967년에 세상을 떠났다.

 

소브리케(Sobriquet)는 별명(nick-name)을 말한다. 별명이긴 하지만 자기가 만들어 쓰는 것이라기 보다는 대체로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준 별명이다. 자기의 본명을 감추기 위한 필명(nom de plume)이나 가명(pseudonym) 등과는 거리가 멀다. 소브리케는 공식적으로 실명과 마찬가지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독일의 유명한 수상인 콘라트 아데나우어(Konrad Adenauer)의 소브리케는 Der Alte(데어 알테)이다. '노인'이라는 뜻이다. Der Alte는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아데나우어 수상을 표현할 때에 그의 이름 대신에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Genghis Khan(징기스 칸)은 별명이다. 하지만 원래 이름인 테무진보다도 더 잘 알려져 있다. Mahatma Gandhi(마하트마 간디)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간디의 원래 이름은 모한다스 간디이지만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여서 마하트마 간디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마하트마 간디라는 표현은 소브리케이다. 소브리케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명에도 적용된다. 뉴욕시를 Big Apple(빅 애플)이라는 소브리케로 부르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

 

소브리케라는 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인가? 프랑스어이다. 바보스럽다라는 뜻의 Sot 와 이탈리아어에서 가져온 Briquet가 합한 말이라고 한다. Briquet(브리케)라는 단어도 당나귀 또는 바보라는 뜻이다. Briquet 라는 말은 독일어의 Brechen(깨트리다)라는 뜻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모두 추측이며 정확한 근거는 없다. 어떤 주장에 의하면 Sobriquet(또는 Soubriquet)라는 단어는 Soubs(Sub)와 Briquet 가 합해진 것으로 턱 아래에 있는 복사뼈를 말한다는 것이다. Soubs는 아래에 있다는 뜻이며 Briquet 은 영어의 Brisket 즉, 가슴의 명치를 말한다. 그것이 어떻게 별명을 뜻하는 단어로 변신했는지는 모르겠다.

 

소브리케는 인명이나 지명 이외에도 음악, 스포츠, 정치분야에서도 사용된다. 정치인들, 특히 높은 직책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소브리케를 즐겨 사용한다. 예글 들면 에이브라함 링컨은 보통 오네스트 에이브(Honest Abe)라고 부른다. 오네스트 에이브는 링컨의 정직함을 존경하여서 붙인 소브리케이다. 반드시 호의적인 소브리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나치 친위대의 장교로서 의사인 요셉 멩겔레(Josef Mengele)는 Todesengel(토데스엥겔: Angel of Death: 죽음의 천사)라는 소브리케를 가지고 있다. 멩겔레라는 이름을 엥겔에 비유하여서 붙인 것이다. 미국에서 제이크 버처(Jake Butcher)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은행거물이며 정치가인 제이크 버처는 은행사기로 고발되어 실형을 받은 후에 Jake the Snake(뱀과 같은 제이크)라는 소브리케를 받았다. 당연히 그를 비난하는 별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람을 JP, DJ, YS, MB 등등으로 부르는 것은 소브리케의 범주에 들어가는가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진정한 뜻에서의 소브리케가 아닌 것 같다.

 

소브리케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지식의 원천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서양에서 잘 알려진 소브리케들을 생각나는 대로 소개코자 한다. 역사적으로 이름난 국왕이나 군주들에게는 거의 모두 소브리케가 있다. 예를 들면 루이 14세를 '태양왕'(Roi Soleil)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소개할 엄두는 나지 않으므로 주로 요즘에 자주 사용되는 소브리케들만 추려서 소개코자 한다.

 

4세 때에 국왕으로 즉위하여 무려 72년간 왕좌를 지켰던 프랑스의 루이14세에게는 '태양왕'이라는 소브리케가 있다. 하지만 일설에 의하면 자기 스스로 태양왕이라고 불렀다고 하니 그건 진정한 소브리케에 해당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