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명인들/시인과 작가

아르투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

정준극 2010. 12. 23. 19:36

아르투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

 

아르투르 슈니츨러

 

아르투르 슈니츨러(1862-1931)는 오스트리아의 소설작가 겸 극작가이다. 헝가리 출신의 유태계 후두과 의사인 요한 슈니츨러의 아들로 비엔나의 제2구 레오폴드슈타트의 프라터슈트라쎄 16번지에서 태어났다. 아르투로의 어머니도 유명한 외과의사의 딸이었다. 그래서 아르투르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 비엔나대학교의 의학부에 들어갔다. 아르투르는 1885년 비엔나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래서 아르투르 슈니츨러의 이름에는 항상 Dr 라는 호칭이 따라 붙는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비엔나의 AKH(Allgemeines Krankenhaus der Stadt Wien)에서 근무하였다. 하지만 결국 의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좋아하는 문학의 길로 접어 들었다.

 

비엔나 튀르켄샹크에 있는 슈니츨러 흉상

 

아르투르 슈니츨러의 작품은 우선 성행위에 대한 지나치리만치 솔직한 표현으로 유명하며 한편으로는 반유태인 정서를 반박하는 주제로서 유명하다. 이러한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는 작품은 그의 희곡인 Professor Bernhardi(베른하르디 교수)와 소설 Der Weg ins Freie(The Road into the Open: 개방으로 가는 길)이다. '베른하르디 교수'에 등장하는 베른하르디 교수와 '개방으로 가는 길'의 여주인공인 프로일라인 엘제는 유태인이다. 아르투르 슈니츨러는 희곡 Reigen(라이겐)을 발표한 후, 사람들은 그를 포르노작가로 규정하였다. 희곡 '라이겐'은 열명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한 사람의 창녀와 각각 성행위를 한 후에 보여주는 심리상태를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이 나오자 사람들은 '유태인이 그린 지저분한 작품'이라면서 비난했으며 심지어 히틀러는 '유태의 배설물'(Jewish filth)이라면서 경멸했다. '라이겐'은 1950년 프랑스에서 La Ronde 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감독은 독일 출신의 막스 오플스(Max Ophuls)였다. 영화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슈니츨러의 이름은 오스트리아보다 영어권 국가에서 더 잘 알려지게 되었다.

 

희곡 '개방으로 가는 길'의 연극 무대 장면

 

어느때 어떤 기자가 슈니츨러와 인터뷰하면서 '선생님은 작품에서 언제나 같은 주제만을 다루는 것 같은데 어째서 그렇습니까?'라고 질문하였다. 슈니츨러는 '나는 사랑과 죽음에 대하여만 글을 씁니다. 그 외에 다른 주제가 있을수 있나요?'라고 대답했다. 슈니츨러 작품의 주제는 상당히 심각하다는 얘기를 듣지만 간혹 희곡에서 이불속의 야한 농담들도 서슴없이 표현한다. 다만, '베른하르디 교수'만이 예외라고나 할까? '베른하르디 교수'에서는 유태인 의사인 베른하르디 교수가 어떤 죽음을 앞둔 평범한 여자를 치료하기 위해 위세 높은 가톨릭 신부에 대한 치료를 외면한다는 내용이다. '베른하르디 교수'는 섹스를 주제로 삼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다. 융빈(Jung Wien)의 멤버였던 슈니츨러는 1900년에 Lietenant Gustl(구스틀 중위)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구스틀 중위가 지나치게 형식만 추구하는 군대에 대하여 염증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제국 육군의 군의관으로 복무했던 슈니츨러는 '구스틀 중위'로 인하여 예비역 의무장교의 계급을 박탈 당하였다.

 

슈니츨러의 'Dream Story' 책자의 표지

 

슈니츨러는 비엔나에서 1931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평소에 일기를 꼼꼼히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숨을 거두기 이틀전까지 일기를 썼다. 모두 8천 페이지에 이르는 그의 일기에는 섹스에 대한 그의 경험담과 사상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슈니츨러는 한때 여러명의 여인들과 동시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리고 매번 오르가즘을 경험했을 때의 사항을 일기에 적어 놓았다. 스탠리 쿠브리크(Stanley Kubrick)의 마지막 영화인 Eyes Wide Shut(1999)는 슈니츨러의 1926년도 소설인 Dreamy Story(Traumnovelle)를 기본으로 한 것이다. Dreamy Story는 Rhaphsody라는 제목으로 출판된바 있다.

 

비엔나 중앙공동묘지의 유태인 묘역에 있는 아르투르 슈니츨러의 묘비. 그 옆에는 유명한 작가인 프리드리히 토르버그의 묘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