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수도원/수도원의 영욕

아드몬트 수도원(Stift Admond)

정준극 2010. 12. 31. 12:55

[시작하면서]

신성로마제국의 중심에 있었던 오스트리아에는 방방곡곡에 뛰어난 수도원들이 산재되어 있다. 수도원은 영어로 Abbey(애비) 또는 Priory(프라이오리) 라고 부른다. Abbey 는 대수도원을 말하며 Abbot 또는 Abbess 가 관할한다. Priory 는 소수도원을 말하며 Prior 또는 Prioress 가 관할한다. 대수도원(독일어로 슈티프트-Stift 라고 함)은 규모가 대단하다. 하지만 Priory 라고 해서 반드시 규모가 작은 것만은 아니다. 영어의 Monastery(모내스터리)는 원래 수도승들이 기도하는 처소를 뜻한다. Monastery는 그리스어의 Monasterion 에서 나왔다. Monas 는 Monos 즉, 홀로 있다는 뜻이다. Monastery 가 기도하는 처소이지만 반드시 규모가 작은 것은 아니다. 여러 수도사들이 생활을 함께 하는 Monastery 도 있기 때문에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없다. 근자에 이르러서 Monastery는 대개 남자 수도사들이 지내는 곳(수도원)을 말하며 수녀들이 지내는 곳은 Convent(수녀원) 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한편, 영어로 Cloister(클로이스터)라는 단어도 있다. 이 역시 규모가 큰 수도원을 말한다. 클로이스터라는 말은 원래 건물들로 둘러싸인 막힌 장소를 말한다. 바깥과는 연결이 되지 않는 조용한 공간이다. 독일어로는 Kloster(클로스터)이다. 독일어로 수녀원은 Nonnenkloster(논넨클로스터)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에는 Abbey 들이 참으로 많이 있다. 그런데 18세기 초에 계몽황제인 요셉2세가 수도원을 정리할 때에 여러 수도원들이 통합되거나 폐쇄되었다. 그런 수도원들은 현재 대부분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슈티리아지방의 아드몬트 수도원(유화). 좋은 위치에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오스트리아의 수도원들을 일고하면서 수도원 이름의 알파벳 순서로 간단히 소개코자 한다. 만일 오스트리아에 거주하고 있거나 또는 시간적이 여유를 가지고 관광하는 사람이라면 무릇 오스트리아의 수도원을 최소한 몇 군데는 방문해야 그제서야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다는 자부심으로 마음이 개운할 것이다. 비엔나 근교에도 훌륭한 수도원이 다수 있으므로 일부러라도 노력을 기울여서 방문해야 할 것이다. 수도원이라고 하면 그저 말없는 수도사들이 웅얼웅얼 기도나 하는 곳인줄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역사가 숨쉬고 있고 문화와 예술이 배어 있다. 마침 수도원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볼 기회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천상의 기회이다. 아무튼 참으로 볼만하다. 그리고 공부가 된다. 대수도원을 사원(寺院)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면 Stift Melk (Melk Abbey)를 멜크사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영국의 Westminstter Abbey 도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틀렸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사원이라고 하면 기독교 이외의 종교가 생각나므로 그저 수도원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음 편할것 같다. 수도원에는 거의 모두 교회가 있다. 수도원은 보고 수도원교회는 보지 않는다면 민망스런 일이다.

 

[아드몬트 수도원](Stift Admont: Admont Abbey)

슈티리아 지방 아드몬트 마을에 있는 아드몬트 수도원은 웅장한 산에 둘러싸인 넓은 분지에 자리 잡고 있는 베네딕트파 수도원이다. 수도원의 바로 옆으로는 엔스(Enns)강이 흐르고 있어서 천혜의 풍요로운 위치에 있다. 아드몬트 수도원은 슈티리아에서 가장 역사가 긴 수도원으로 세계 최대의 수도원 도서실을 자랑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동안 수집한 자연과학의 전시품 또한 유명하다. 아드몬트 수도원은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건물로서 미술작품과 고문서들이 허다하게 보존되어 있는 문화예술의 보고이다. 수도원의 일대는 게조이제(Gesäuse) 국립공원으로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엔스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아드몬트 수도원의 위용

 

아드몬트 수도원은 일찍이 1074년에 잘츠부르크의 게브하르트(Gebhard)대주교가 설립하였으며 잔크트 블라이제(St Blaise)에게 봉헌되었다. 그래서 수도원이 건립되자 잘츠부르크의 성페터 수도원에 있는 수도사들이 이곳으로 이전하여 정착했다. 아드몬트 수도원은 또한 구르크(Gurk)의 장크트 헴마(St Hemma)의 전설이 깃들여 있는 곳이다. 제2대 수도원장인 기젤버트(Giselbert)는 베네딕트파를 개혁하여 클뤼니파(Cluniac)를 도입하였다. 초기 수도원장중의 한 사람인 볼프홀트(Wolfhold)는 귀족 집안의 여자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수녀원 학교를 설립하였다. 그로부터 아드몬트 수도원은 교육기관으로서 오랜 전통을 지니게 되었다. 아드몬트 수도원에는 아직도 신학부와 철학부가 있어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스크립토리움에서 문서를 필경하고 있는 중세의 수도사

 

아드몬트 수도원은 중세에 대단히 번성하였다. 이곳에 있는 스크립토리움(Scriptorium)은 특별히 유명했다. 스크립토리움은 수도사들이 성서와 같은 문서들을 필경으로 복사하는 장소를 말한다. 역대의 수도원장들은 모두 훌륭한 인물들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엥겔버트 수도원장(1297-1327)은 뛰어난 학자로서 여러 저서를 남겼다. 그래서 그를 아드몬트의 엥겔버트라고 부른다. 아드몬트 수도원은 터키의 침공과 종교개혁으로 한 때 사양길로 접어 들었으니 반종교개혁 운동에 힘입어 다시 한번 번창하게 되었다. 17세기와 18세기에 아드몬트 수도원은 수도사로서 자수가인 벤노 하안(Benno Haan)과 조각가 요셉 슈탐멜(Joseph Stammel)로 인하여 오스트리아에서도 손꼽히는 예술작품의 생산지로 각광을 받았다. 1865년에는 대화재가 발생하여 거의 모든 건물이 소실되었으나 다만 도서실만은 기적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았다. 현재의 수도원 건물은 1866년부터 재건에 들어가 완성을 본 것이다.

 

아드몬트 수도원의 도서실

 

1930년대에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수도원은 보유하고 있는 여러 예술작품을 팔아서 경영에 보태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국가사회주의(Nationalsozialismus: Nazi)가 정권을 잡자 수도원을 폐쇄하였고 수도사들을 추방하였다. 수도사들은 전쟁이 끝난 후인 1946년 돌아올수 있었으며 그리하여 오늘날 베네딕트 집단으로서 존속하게 되었다. 아드몬트 수도원은 1641년부터 잘츠부르크 공회(Salzburg Congregation: 잘츠부르크 聖廳)에 속하여 있다가 1930년에 현재의 오스트리아 공회에 병합되었다. 오늘날 아드몬트 수도원에는 약 30명의 수도사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인근 27개 교구를 관할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수가 약 600명에 이르는 중등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근 프라우엔버그(Frauenberg)에서는 양노원을 운영하고 있다. 수도사들은 30여명에 이르지만 수도원을 운영하기 위한 종업원은 약 5백명에 이른다. 이들은 수도원의 각종 사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박물관과 도서실도 운영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성페터수도원교회. 아드몬트 수도원의 모체가 되었다.

 

현재의 아드몬트 수도원은 유명한 건축가 빌헬름 뷔허(Wilhelm Bücher)가 설계했다. 1865년 화재이후 재건하기 시작했다. 수도원교회는 레겐스부르크(Regensburg) 대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했다. 오스트리아 최초의 네오 고틱 양식의 교회이다. 서쪽에 있는 두개의 종탑은 높이가 67 미터에 이른다. 교회의 정면 입구에는 성베네딕트와 성숄라스티카(St Scholastica)의 형상을 설치하였다. 이 교회의 수호성인인 성블라이제의 형상은 서쪽 문 첨탑에 세웠다. 교회 내부는 대 회랑과 양쪽의 측면 회랑(측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측랑에는 다섯개의 예배처(채플)와 여섯개의 제단이 있다. 중앙제단의 성화는 무오의 성모를 그린 거승로 마르티노 알토몬테(Martino Altomonde: 1657-1745)의 작품이다. 성모 성화는 15개의 메달화 조각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것들은 조각가 요셉 슈탐멜의 작품으로 로사리(묵주기도)의 비밀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성모 성화와 로사리 조각 메달리온은 1865년의 대화재에도 기적적으로 보존되었다. 중앙제단의 상단에는 성블라이제의 흰 대리석상이 놓여 있다.

 

1776년에 완성된 도서실은 길이가 70 미터에 이르며 폭은 14 미터이고 높이는 13 미터의 웅장한 모습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아드몬트 수도원의 도서실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도원 도서실이다. 아드몬트 수도원에는 약 20만권의 장서가 있는데 현재 도서실에는 약 7만권이 정리되어 있다. 천정은 일곱개의 쿠폴라(돔)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르톨로메오 알토몬테의 천정 프레스코화는 인간 지식이 단계를 그린 것으로 그 정점에는 신의 계시가 자리 잡고 있는 내용이다. 도서실의 설계와 채광은 계몽주의 이상을 구현한 것이다. 아드몬트 수도원은 1천 4백 종의 문서를 보관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성페터 대성당이 기증한 것이다. 아드몬트 수도원의 자연사박물관도 훌륭하여서 많은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고 방문하고 있다.

 

아드몬트 수도원의 자연사박물관. 이것만 보고 가도 수도원을 방문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