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English Class/소브리케

Red Riding-Hood(레드 라이딩 후드)

정준극 2011. 3. 3. 06:44

레드 라이딩 후드(Red Riding-Hood) 집중 탐구

빨간 후드가 달린 만토를 입은 여자 아이

위험에 빠진 순진한 소녀

 

리틀 레드 라이딩-후드를 그린 대표적인 그림

 

'레드 라이딩 후드'라는 영화가 수입되어서 2011년 3월 개봉되었다. 1985년에 태어난 아만나 사이프리드라는 여배우가 '레드 라이딩 후드'의 역할을 맡은 영화이다. '레드 라이딩 후드'가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글자 그대로 하면 '빨간 후드가 달린 만토'를 말한다. 원래 라이딩 후드(Riding-hood)라는 것은 주로 여자들이 외출을 하거나 말을 타고 달릴 때 입는 후드가 달린 만토를 말한다. 하지만 동화, 오페라, 영화, 소설에 등장하는 '레드 라이딩 후드'라는 용어는 후드가 달린 빨간 만토를 입은 여자 아이를 말한다. 영화에서는 다 큰 처녀가 등장하지만 원래의 동화에서는 주인공이 어린 여자 아이이다. 그래서 동화의 타이틀도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Little Red Riding Hood)라고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라는 말은 '후드가 달린 작은 빨간 만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처한 순진한 여자 아이'를 의미한다. 어느 칠흑같이 어두운 밤. 폭풍우가 몰아치는데 어떤 여자 아이가 말을 타고 숲 속에서 바삐 빠져나가려고 달린다. 뒤에서는 무서운 늑대가 날카로운 이빨을 세우며 쫓아오고 있다. 여자 아이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여자 아이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치지만 살려달라는 소리는 폭풍 속에 잠겨 버린다. 절대절명의 위기에 몰려 있어서 죽을 힘을 다해 도망가는 사람(특히 여자)을 영어 숙어에서는 '레드 라이딩 후드'라고 표현한다. 이제 '레드 라이딩 후드'가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져 나온 것과 관련하여 '레드 라이딩 후드'에 대하여 집중탐구를 해 보자.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의 한 장면. 어린 여자 아이가 아니라 다 큰 처녀이며 비교적 짧은 만토를 걸친 것이 아니라 아주 긴 코트와 같은 만토를 걸치고 있다. 하지만 음식을 담은 바구니를 들고 있는 모습은 큰 차이가 없다. 아만다 사이프피드가 '레드 라이딩 후드'의 역할을 맡았다.

     

'레드 라이딩 후드'는 서양의 오래된 동화이다. 서양에서는 아무리 산골에 살고 있는 할머니라고 해도 '레드 라이딩 후드'가 어떤 내용의 동화인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동화이다. 전래동화라는 것은 서양이든 동양이든 내용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전해 내려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서양의 동화이지만 동양에도 이와 비슷한 동화가 있다. 우리나라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이'도 그 부류에 속한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스토리는 대충 다음과 같다. 떡장사를 하러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오누이가 있었다. 배고픈 호랑이가 엄마를 잡아 먹고 난 후에 집에 남아 있는 남매까지 잡아 먹고 싶어서 엄마로 변장하고 오누이를 찾아가 문을 두드린다. 오누이는 엄마가 아니라 호랑이인 것을 알고 뒷문으로 빠져 나가 수수밭으로 나간다. 오누이는 그곳에서 호랑이를 피해 하늘 나라로 올라가기 위해 하나님께 튼튼한 동아줄을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하나님은 오누이를 불쌍히 여겨서 동아줄을 내려준다. 오누이는 동아줄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이 모습을 본 호랑이가 역시 하나님께 동아줄을 내려 달라고 기도한다. 하나님은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신다. 호랑이는 그것도 모르고 동아줄을 타고 올라오다가 줄이 끊어져 수수밭에 떨어져 죽는다. 그때부터 수수깡에는 호랑이의 피가 얼룩져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늘로 올라간 남매는 햇님과 달님이 되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늑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호랑이라는 것이 다르다. 서양의 동화에서 늑대는 Big Bad Wolf 라고 부른다. 글자 그대로라면 크고 나쁜 늑대이다. 하지만 '레드 라이딩 후드'로부터 Big Bad Wolf 라는 말은 힘은 세지만 교활하여 약자를 괴롭히는 못된 인간을 뜻하는 용어가 되었다.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의 한 장면

 

서양의 '레드 라이딩 후드' 동화는 내용이 지방마다 다를 정도로 버전이 다양하다. 그러나 기둥 줄거리는 같다. '레드 라이딩 후드'라고 불리는 어린 여자 아이가 있다. 숲속에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기 위해 집을 나선다. 배고픈 늑대가 여자 아이를 잡아 먹고 싶어서 안달이다. 여자 아이는 순진하게도 늑대에게 자기가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지를 얘기해 준다. 늑대는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에서 여자 아이를 잡아 먹을 수가 없으므로 숲 속의 할머니 집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잡아 먹기로 한다. 늑대는 할머니의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자기가 여자 아이라고 속인다. 아무 것도 모르는 할머니는 문을 열어 준다. 집 안에 들어선 늑대는 한 입에 할머니를 집어 삼킨다. 이윽고 여자 아이가 할머니의 집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린다. 이번에는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가 여자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문을 조금 열고 얼굴을 내밀며 어서 들어오라고 말한다. 여자 아이는 아무래도 이상해서 '무슨 할머니의 손이 이렇게 크냐?' '무슨 할머니의 이빨이 이렇게 크냐?'면서 집 안으로 들어서기를 꺼려한다. 늑대는 '너를 한 입에 잡아 먹기 위해 손도 크고 이빨도 크단다'고 대답한다. 여자 아이는 할머니가 웃기는 얘기를 하는 줄 알고 드디어 집 안으로 들어선다. 늑대는 집 안에 들어선 여자 아이를 역시 한 입에 집어 삼킨다.

 

17세기 영국의 조지 프레데릭 와츠가 편찬한 동화책에 실린 '레드 라이딩 후드'의 모습. 어린 여자 아이이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후속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냥꾼이 여자 아이가 늑대에게 잡혀 먹은 것을 알고 급히 구하러 달려와서 늑대를 죽인다. 그리고 여아 아이가 늑대의 뱃속에서 살아 있다고 생각하여 늑대의 배를 가른다. 그랬더나 '레드 라이딩 후드'와 할머니가 아무런 상처도 없이 늑대의 배에서 살아 나왔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사냥꾼과 여자 '레드 라이딩 후드'는 늑대의 배에 무거운 돌을 채운다. 그런데 늑대가 죽었는줄 알았더니 얼마후 늑대가 깨어나는 것이 아닌가? 목이 마른 늑대는 우물을 찾아 가서 물을 마시려고 몸을 기울였는데 뱃속에 든 무거운 돌 때문에 그만 우물 속으로 빠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제서야 꼬로록 익사한다는 것이다. 이런 결말은 약간 비위생적이기 때문에 다른 버전도 있다. 우선 할머니는 늑대에게 한 입에 잡혀 먹은 것이 아니라 얼른 옷장 안으로 숨기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냥꾼은 늑대가 '레드 라이딩 후드'를 잡아 먹은 후에 나타나 늑대를 죽인 다는 것이 아니라 늑대가 '레드 라이딩 후드'를 잡아 먹으려고 덤벼 들 때에 나타나 총 한 방으로 늑대를 죽인다는 것이다. 서양 전래 동화인 '레드 라이딩 후드'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주고 있다. 다름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사는 마을은 안전한 곳이며 아무도 살지 않는 숲은 위험한 곳이라는 간단한 교훈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나라마다 오리지널 '레드 라이딩 후드'와 비슷한 스토리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하기야 하물며 한국에도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는 전래 동화가 있는데 다른 나라라고 그런 비슷한 동화가 없으라는 법은 없다. 러시아에는 '페터와 늑대'(Peter and the Wolf)라는 전래 동화가 있다. 유명한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는 이 동화를 기본으로 하여 어린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작품인 '페터와 늑대'를 작곡했다. 해설자가 등장하여 해설까지 곁들이는 재미난 작품이다. 007 제임스 본드의 션 코네리가 해설자로 취입한 음반은 유명하다. 독일에서는 유명한 그림 형제(Brothers Grimm)가 '늑대와 일곱마리의 어린 양'(The Wolf and the Seven Young Kids)이라는 동화를 만들었다. 그림 형제의 '늑대...' 동화는 성마르가레트(St Margaret)의 스토리에서 따온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성마르가레트는 무서운 용과 대적하다가 잡혀 먹혔지만 나중에 용의 배에서 무사히 살아 나왔다는 스토리이다. 마치 구약성경에서 고래의 뱃속에 들어갔다가 살아 나온 요나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이다.

 

성마르가레트와 용. 마르가레트는 초대기독교 시절 터키의 안티옥에서 태어났으며 일찍이 기독교를 믿자 우상숭배를 하는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아 시골로 쫓겨나서 조용히 살고 있는데 그 지방의 로마집정관이 마르가레트의 아름다움을 보고 결혼하자고 하자 주님을 위해 일생을 바치기로 한 마르가레트는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자 집정관은 마르가레트를 체포하여 갖은 고문을 다하였고 나중에는 그 지방 사람들을 괴롭히는 커다란 용에게 잡혀 먹도록 했다. 하지만 용의 뱃속에 들어간 마르가레트는 목에 걸고 있는 십자가가 용의 뱃속을 이리저리 찔러서 결국 용은 죽고 마르가레트는 살아나왔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플롯이 레드 라이딩 후드와 흡사한 점이 있다.

 

'레드 라이딩 후드'의 원천은 북구의 신화집인 에다(Edda)라는 주장이 있다. 거인 프리므르(Prymr)가 천둥과 번개의 신인 토르(Thor)의 망치를 훔쳐간다. 프리므르는 토르에게 망치를 돌려 줄테니 아름다운 프레야(Freyja) 여신을 색씨로 달라고 요청한다. 토르를 딱하게 여긴 여러 신들은 토르를 신부로 변장하여 프리므르에게 보낸다. 거인 프리므로가 색씨감을 보니 눈은 물론이고 먹는 것, 마시는 것이 도무지 여신 같지를 않다. 하지만 토르는 프리므르를 교묘하게 속여서 마침내 망치를 되찾아 온다는 것이다. 이 신화는 오늘날의 '레드 라이딩 후드'와는 거리가 있고 오히려 '니벨룽의 반지'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바그너의 오페라로 유명한 '니벨룽의 반지'에서는 거인들이 신들의 집을 지어주었으나 보상을 받지 못하자 여신 중의 하나인 아름다운 프레이야를 내놓으라고 주장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신들은 프레이야를 내어 줄수가 없어서 대신 황금을 주었고 거인들은 그것으로 반지를 만들었는데 그 반지로 인하여 어쩌구 저쩌구하는 스토리로 이어지다가 결국 거인들이 지은 신들의 집들이 불에 타서 사라지는 것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 '니벨룽의 반지'의 기둥줄거리이다. 오페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러시아의 막강한 국민음악파의 한 사람인 세자르 안토노비치 쿠이(Cesar Antonovich Cui: 1835-1918)는 러시아 전래 동화를 발판으로 Little Red Riding-Hood 라는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를 작곡했다.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라는 오페라를 작곡한 러시아의 세자르 알렉산더 쿠이

  

유럽에서 '레드 라이딩 후드'에 대한 동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여러 주장이 있지만 14세기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농부들 사이에서 시작된 얘기라는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 얘기가 재미있고 교훈적이어서 그런지 유럽의 각국에서 여러 버전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탈리아의 La finta nonna(가짜 할머니)라는 동화는 대표적이다. 동양에서 비롯된 '할머니와 호랑이'이야기(우리나라에서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도 따지고 보면 비슷한 소스라고 할수 있다. 유럽에서는 17세기에 들어서서 '레드 라이딩 후드'를 주제로 한 동화가 대단히 널리 퍼지게 되었다. 독일의 그림 형제 버전은 17세기의 얘기를 기본으로 삼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저러나 오늘날의 버전과 중세의 버전 사이에는 몇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주인공은 항상 늑대가 아니다. 어떤 때는 거인 괴물(오우거)일 경우가 있고 또 어떤 때는 늑대는 늑대이지만 사람을 잡아 먹는 늑대, 즉 브주(Bzou: Werewolf)라는 괴물이 주인공일 경우가 있다. 중세의 스토리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늑대가 할머니를 잡아 먹고보니 별로 맛이 없어서 나머지 피와 살을 어린 여자 아이에게 먹도록 했다는 것이다. 어린 여자 아이는 그것이 할머니의 피와 살인지를 모르고 먹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얼핏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과 어떤 연관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수 있다. 신약성경에 따르면 예수께서는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빵을 떼어 주시면서 '이는 내 살이요'라고 말씀하셨고 포도주를 잔에 부어 주시면서 '이는 내 피니 나를 기억하라'고 말씀하셨다. 역시 중세에는 기독교와 생활을 연관시키는 일이 많았다.

 

제우스가 리카온을 늑대로 만들어 쫓아내고 있다. 아르카디아의 잔인한 왕인 리카온(Lycaon)은 신중의 신인 제우스가 영원불멸의 존재인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제우스가 잠들어 있을 때 죽이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리카온은 제우스가 전지전능한 존재인지 아닌지를 역시 테스트하기 위해 어린 아이를 죽여 팔다리를 잘라 접시에 담아 먹어보라고 요구했다. 분노한 제우스는 리카온을 당장 늑대로 만들어 버리고 그의 아들 50명을 벼락을 내려 모두 죽였다. 그리고 죽은 아이는 다시 살려서 집으로 보냈다. 그로부터 그리스 신화에서는 늑대를 마음씨 고약한 리카온으로 비유하였다.

            

중세의 어떤 버전에는 늑대가 어린 여자 아이에게 옷을 벗어 난로 속에 던져 넣으라고 말했다는 것도 있다. 또 어떤 버전에는 늑대가 어린 여자 아이와 함께 침대에서 잔 후에 잡아 먹었다는 얘기도 있다. 옷을 벗어서 불 속에 집어 넣으라는 것은 마치 중세의 마녀사냥에서 마녀라고 하여 잡아온 여인들을 화형시키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함께 잔 후에 잡아 먹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동화에 섹스를 가미한 것 같아서 실망을 주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일부러 즐겨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해를 할만하다. 이 경우에는 프로이드가 말한 대로 인간의 내면에는 섹스에 대한 욕망이 무의식 중에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버전에는 늑대가 여자 아이를 도망가지 못하도록 끈으로 묶어 놓았는데 여자 아이가 이리저리하여 끈을 풀고 도망간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경우에 여자 아이는 사냥꾼과 같은 어른이나 또는 할머니와 같은 제3자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대신에 자기의 지혜를 발휘하여 도망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독일 남부 바바리아 지방의 오버라머가우(Oberrammergau)에는 레드 라이딩 후드 집이 있다. 집의 벽면에 늑대와 소녀에 대한 스토리가 그림으로 그려 있다. 이 마을은 레드 라이딩 후드 스토리가 탄생한 곳이라고 주장한다.

    

'레드 라이딩 후드'에 대한 스토리가 처음 책으로 인쇄되어 나온 것은 17세기의 프랑스 전래 동화를 기본으로 한 샤를르 페로(Charles Perrault)의 Le Petit Chaperon Rouge(작은 빨간 만토)이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은 일찍이 1697년이다. 책의 제목은 Histoires et contes du temps passe, avec des moralites. Contes de ma mere l'Oye(도덕성을 포함한 과거의 이야기. 엄마 거위의 이야기)이다. 타이틀이 말해주듯 이 책에는 보다 교훈적인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작은 빨간 만토'의 내용은 어느 시골에 사는 매력적이고 착실한 아가씨가 그만 사람으로 변장한 교활한 늑대가 맛있는 저녁을 대접해 주며 친절하게 굴자 그에게 속아서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는 숲 속의 집의 위치를 가르쳐 주는 바람에 늑대가 할머니의 집을 찾아가서 할머니를 잡아 먹으며 다시 시골 아가씨를 잡아 먹기 위해 덫을 만들어 놓아 결국은 그 아가씨도 잡아 먹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없다. 샤를르 페로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아무리 감언으로 얘기한다고 해도 낯선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일수록 겉으로는 점잖고 친절하며 미워할수 없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17세기에 프랑스에서는 이른바 살롱문화라는 것이 유행이었다. 여자들은 멋도 모르고 신분상승이라는 매력에 이끌려 살롱에 갔다가 친절하게 접근하는 남자들에게 유혹을 당하여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무릇 교양있는 여자라면 뭇 남자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남자는 모두 늑대'라는 표현도 이 때부터 비롯하였다.

 

 

반복되는 설명이지만, 19세기에 독일의 야콥 그림(Jakob Grimm)과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형제가 집대성한 '그림 동화집'에는 '레드 라이딩 후드'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Rotkaeppchen(로트캐프헨)이라는 타이틀이었다. 프랑스의 샤를르 페로의 이야기와 흡사하지만 끝 부분은 조금 다르게 각색되어 있다. 즉, 빨간 후드가 달린 만토를 입은 여자 아이와 할머니가 늑대에게 잡혀 먹히지 않고 사냥꾼의 도움으로 구조된다는 내용이다. 독일에서 사냥꾼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오페라 '마탄의 사수'에서 볼수 있듯이 게르만 민족에게 있어서 사냥은 움직이는 식량을 제공해 주는 의미있는 일이다. 숲이 많은 독일에서는 사냥꾼이 존경을 받는다. 그림 형제의 '빨간 후드가 달린 만토'에 나오는 사냥꾼은 늑대를 잡아서 가죽을 만들어 생활하는 사람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림 형제는 '늑대와 일곱 마리의 어린 양'이라는 동화도 썼는데 그 내용은 '빨간 후드가 달린 만토'의 내용과 비슷하다. 그런데 그림 형제의 '빨간...'에는 후편이 있다. 여자 아이와 할머니가 합심하여 또 다른 못된 늑대를 덫으로 잡는다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다. 그리고 여자 아이는 첫번째 늑대가 숲 속에서 다른 길을 가르쳐 줄 때 그 말을 듣지 않고 원래의 길로 갔으며, 할머니는 늑대가 여자 아이로 변장하여 문을 두드렸지만 늑대인줄 알고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늑대가 억지로 문을 밀고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되자 할머니는 여자 아이를 굴뚝 속에 숨도록 한다. 할머니는 냄비에 소시지를 삶고 있었다. 소시지 냄새에 혹한 늑대가 냄비 안을 들여다 볼때 할머니와 여자 아이가 합심하여 밀어 넣어 냄비 물에 빠져 죽도록 한다.

 

'그림 동화'로 유명한 그림(Grimm) 형제

 

그림 형제의 동화집이 나오자 여러 사람들이 '레드 라이딩 후드'를 기본으로 하여 여러 버전들을 만들어 냈다. 영국의 앤드류 랑(Andrew Lang)이라는 사람은 'The True History of Little Goldenhood'라는 타이틀로 동화를 만들었다. 다른 점은 빨간 후드가 달린 만토가 아니라 금빛 후드로 바꾼 것이며 또한 할머니와 여자 아이가 사냥꾼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것이 아니라 늑대가 그 큰 입을 벌려 여자 아이를 잡아 먹르려 할 때에 갑자기 금빛 후드가 마법에 의해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로 바뀌어 늑대의 입을 못쓰게 만든다는 것이다. 제임스 바커(James Barker)라는 사람이 1827년에 쓴 Little Red Riding Hood도 있다. 이 스토리는 나중에 Cyclopedia of Wit and Humor(위트와 유머 백과사전)에 실렸는데 여기에 나오는 삽화를 보면 사람처럼 옷을 입은 늑대가 무릎을 꿇고 여자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장면이 있다.

 

'위트와 유머 백과사전'에 수록된 삽화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레드 라이딩 후드'의 버전들이 더 많이 나왔다. 영화와 음악의 소재가 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Big Bad Wolf가 월트 디즈니의 만화에 등장하여 사랑을 받게 된 것도 20세기의 산물이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프로이드 정신분석학은 '레드 라이딩 후드'의 전파에 많은 연관이 되었다. 학자들이 '레드 라이딩 후드'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특히 '파괴'(Deconstruction)와 '여성주의자 크리티컬 이론'(Feminist critical theory)에 대한 연구가 많았다.

 

디즈니 만화의 Big Bad Wolf

 

늑대와 어린 여자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퍼지게 된 배경에는 당시의 실상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캐나다 캘거리대학교의 민속학자인 발레리우스 가이스트(Valerius Geist)라는 사람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에 사람들이 숲 속에 멋모르고 들어갔다가 늑대에게 죽임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고 내세우면서 이 동화의 포인트는 사나운 늑대들이 살고 있는 숲 속에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라고 주장했다. 늑대와 거친 숲은 인간의 적이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민화학자인 에드워드 타일러(Edward Tylor)라는 사람은 '레드 라이딩 후드'가 자연 현상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빨간 후드가 달린 만토는 밝은 태양을 의미하는데 늑대가 여자 아이를 잡아 먹은 것은 비유하건대 어두운 밤이 태양을 잡아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사냥꾼이 늑대의 배를 갈라서 여아 아이와 할머니를 구해 내는 것은 어두운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내세웠다. 북구의 설화에서는 늑대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태양을 잡아 먹는다는 얘기가 있다. 이것도 자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늑대를 물리치는 것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는 것이며 계절로는 5월이 온다는 얘기라는 것이다.

 

19세기 동화책의 삽화. 늑대는 마치 할머니처럼 침대에 있다.

 

'레드 라이딩 후드' 이야기를 토속신앙 또는 섹스와 연계하여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여자 아이가 숲 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사춘기를 벗어난다는 뜻이며 늑대의 뱃 속에 들어갔다가 배를 가르자 살아 나온다는 것은 소녀가 성숙한 처녀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별 해석도 다 있다. 한편, 여자 아이가 빨간 만토를 입고 있다는 것은 여자 아이가 여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인 생리를 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녀로서 미지의 세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어두운 숲 속을 모험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늑대의 뱃속에 있다가 살아 나오는 것을 여성이 처녀막을 오픈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해석이다. 그리고 늑대라는 것은 여성의 처녀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레드 라이딩 후드' 포스터. 1939년. 여자 아이라기 보다는 다 큰 처녀로 그려 놓았다.

 

'레드 라이딩 후드'가 중세로부터의 전래동화이지만 현대에 와서 여러 분야에서 그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다. 주로 풍자적인 스토리 또는 비유로서 인용되고 있다. 그림 형제의 스토리를 이리저리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리틀 레드 라이딩 후드'의 성적인 매력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되기도 했다. 1925년에 랜돌프라는 가수가 부른 'How Could Red Riding Hood Have Been So Very Good?'이라는 "'레드 라이딩 후드'가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더라"는 식의 섹스를 암시하는 가사로 되어 있어서 당시 라디오 방송이 금지곡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1966년 Sam the Sham & Pharaohs가 부른 히트 송인 Lil' Red Riding Hood은 늑대의 견지에서 가사를 붙인 것이다. 늑대는 '레드 라이딩 후드'의 피를 원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원했다는 내용이다. 텍스 에이버리라는 사람이 만든 만화영화 Red Hot Riding Hood에서는 현대도시를 무대로 삼았다. 멋지게 옷을 차려 입은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유쾌한 늑대가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는 Red 에게 마음을 두어 쫓아 다닌다는 스토리이다. 아무튼 전래동화 '레드 라이딩 후드'를 섹스와 연계하여 개작한 작품들이 더러 있다는 것은 아이들 교육에도 바람직 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들이었다. 얼마전에는 '레드 라이딩 후드'의 빨간 색과 연관하여 립스틱 이름을 '레드 라이딩 후드'라고 붙인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미녀와 야수'도 '레드 라이딩 후드'의 변형이라는 얘기다.

 

'레드 라이딩 후드'의 이야기는 섹스에 대하여 눈을 뜬 여인을 은밀히 비유하는 이야기로 각색되기도 했다. 안젤라 카터라는 여자가 쓴 The Company Wolves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카터의 스토리는 1984년 닐 조단(Neil Jordan)이 영화로 만들었다. 카터의 스토리에서 늑대는 실제로 사람을 잡아 먹는 늑대(Werewolf)이다. 이제 초경이 시작되어 여인으로 성숙한 '레드 라이딩 후드'가 할머니와 함께 숲을 거닐고 있는데 멋쟁이 사냥꾼으로 변장한 식인늑대가 나타난다. 늑대는 우선 할머니부터 잡아 먹고 이어 '레드 라이딩 후드'를 잡아 먹으려고 하는데 '레드 라이딩 후드'가 섹시한 자태로 사냥꾼인 늑대에게 접근하자 그만 늑대도 그 섹시한 매력에 사로잡혀 결국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짐승 신랑'으로서 변형되어 나온바 있다. 예를 들면 '미녀와 야수', 그리고 '개구리 왕자'이다. 물론 '개구리 왕자'의 경우에 개구리는 나중에 왕자로 변하여 등장하는 등 해피엔딩이지만 현대판 '레드 라이딩 후드'에서는 성숙한 여자가 성적인 매력을 풍기며 오히려 주인공과 같은 행세를 한다는 것이 차이가 있다.

 

독일에서는 '미녀와 야수'를 상징하는 퍼레이드가 벌어진다.

'Simple English Class > 소브리케' 카테고리의 다른 글

CGV  (0) 2012.10.12
Whitehouse(화이트하우스)  (0) 2010.12.11
Westminster(웨스트민스터)  (0) 2010.12.11
Uncle Sam(엉클 샘)  (0) 2010.12.11
Tricky Dick(교활한 디크)  (0) 201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