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극 집중탐구/세계의 수난극

필리핀의 산 페르난도 수난행사

정준극 2011. 4. 26. 17:48

필리핀의 수난극

Senakulo in the Philippines

 

산 페드로 쿠투드에서의 십자가 처형 장면. 실제로 손에 못을 박는 사람들도 있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동티모르와 함께 유일한 기독교 국가이다. 필리핀에서는 가톨릭이 국교는 아니지만 과거 오랜 기간동안 스페인의 식민지로 있었기 때문에 그로부터 가톨릭이 일반화되었다. 필리핀에서는 수난극을 세나쿨로(Senakulo)라고 부른다. 다락방이라는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이 '최후의 만찬'을 가졌던 다락방에서부터 시작하였고 이어 예수께서 승천하신후 오순절에 다락방에 모인 제자들에게 성령이 불같이 내렸기 때문이다. 세나쿨로는 부활절에 즈음하여 필리핀의 수많은 지역에서 공연된다. 그런데 어떤 곳에서는 수난극 이외에도 실제로 참회하는 사람들이 십자가에 못 박히겠다고 스스로 자청하는 경우도 있어서 충격을 준다. 특별히 산 페르난도시에 속하여 있는 산 페드로 쿠투드(San Pedro Cutud) 마을에서 십자가에 못 박는 장면을 재현하는 것은 유명하다. 어떤 참회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채찍으로 자기 몸을 치라고 요청한다. 다른 사람이 채찍질을 하지 않으면 자기가 스스로 한다. 아무튼 등에서 피가 철철 흐를수록 그리스도의 고난을 더욱 느끼며 참회한다. 필리핀 사람들의 지나친 극성은 못 말린다. 

 

산 페드로 쿠투드에서 참회자들이 길거리에서 얼굴을 가린채 가죽 채찍으로 자기 몸을 때리며 예수께서 채찍을 맞아 고난 당하신 것을 기억하고 있다.

산 페드로 쿠투드 마을에서의 십자가 처형 장면 재현 

 

수난 행사로서 유명한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귀마라스(Guimaras)섬의 조르단이라는 도시이다. 조르단으로부터 발라안 부키드(성산이라는 뜻)까지 거의 3km에 이르는 가파른 길을 걸어서 순례를 하는 것이다. 이를 앙 파그탈탈 사 발라안 부키드(Ang Pagtaltal sa Balaan Bukid)라고 한다. 사람들은 그런 험하고 가파른 길을 걸어가면서 고난의 참 뜻을 인식코자 한다. 산정에는 초대형 십자가가 있고 성모 마리아를 모신 작은 예배처가 있다. 조르단에서 산정까지 가는 길에는 14처가 마련되어 있어서 순례자들은 하나하나 거치면서 그리스도의 고난을 상고한다. 산정에서는 저 아래 일로일로(Iloilo)마을과 일로일로 해협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내려다보인다. 과연 산정까지 올라갔던 보람이 있다.

 

발라안 부키드 산정의 대형 십자가. 발라안 부키드(Balaan Bukid)는 성스러운 산(성산)이라는 뜻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이 산을 성스러운 산으로 여기며 이 산의 꼭대기에 올라와 아베 마리아 푸리시마(성모 예배처)와 대형 십자가를 순례하는 것을 기쁨과 영광으로 생각한다.

발라안 부키드의 산정에 있는 아베 마리아 무리시마(Ave Maria Purisi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