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토리오의 세계/특별 오라토리오

일곱 인을 봉한 두루마리

정준극 2011. 5. 4. 19:09

일곱 인을 봉한 두루마리

Das Buch mit sieben Siegeln: The Book with Seven Seals

 

작곡가 프란츠 슈미트. 헝가리 계통의 프란츠 슈미트(1874-1939)는 작곡가이면서 첼리스트 겸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일곱 인을 봉한 두루마리'의 초연이 있은 다음 해에 비엔나에서 세상을 떠났다.

 

'일곱 인을 봉한 두루마리'는 1937년에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슈미트(Franz Schmidt)가 완성한 독일어 대본의 오라토리오이다. 주제는 사도 요한이 쓴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Revelation: 묵시록)에서 발췌한 것이다. 초연은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던 해인 1938년, 6월 15일 비엔나 악우회에서 있었다. 오스봘트 카바스타(Oswald Kabasta)가 지휘하는 비엔나교향악단이 연주를 했으며 솔리스트로서는 에리카 로키타(Erika Rokyta), 에니드 찬토(Enid Szantho), 안톤 데르모타(Anton Dermota), 요제프 폰 마노바르다(Josef von Manowarda)가 출연하였다. 이 오라토리오의 합창은 어렵기로 유명한데 비엔나악우회 합창단(Singverein der Gesellschaft der Musikfreunde)이 맡았다. 이탈리아의 에밀리오 데 카발리에리가 첫 오라토리오를 발표한 이래 수많은 작곡가들이 성서에 근거한 작품들을 썼지만 요한계시록을 주제로 삼은 오라토리오는 프란츠 슈미트의 '일곱 인을 봉한 두루마리'가 처음이다.

 

'일곱 인을 봉한 두루마리'는 하늘에서의 프롤로그와 두 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프롤로그]

프롤로그의 대표 솔로이스트는 사도 요한이다. 사도 요한은 해설자이다. 프롤로그는 영원히 살아계신 하나님과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헌신의 말로서 시작된다. 이에 대하여 하나님(베이스)이 '나는 알파와 오메가이다'라고 선언하며 요한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하여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그런 후에 요한은 천국의 보좌, 무지개, 24 장로, 일곱 영, 유리 바다, 네가지 살아 있는 생물을 그린다. 그러자 살아 있는 생물들과 장로들이 주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요한에게 묻는다. 누가 보좌에 앉아 계신 주의 손에 있는 일곱 인을 봉한 두루마리를 열 것이냐는 질문이다. 요한이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아무도 합당하지 않다. 그러다가 요한은 죽임 당하신 어린 양을 본다. 보좌 앞에 서 계신 어린 양이다. 보혈로서 우리를 죄에서 구속한 어린 양이다. 요한과 합창단은 어린 양이 두루마리를 열 것이라고 노래한다. 이 때의 합창이 Die Vision des Lammes(어린 양의 비전) 이다. 요한은 어떻게 하여 인간들이 타락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모두에게 어린 양에 대하여 경배토록 한다. 이렇게 하여 프롤로그가 끝난다.

 

 어린 양이 두루마리를 여는 그림. 오트하인리히 폴리오(Ottheinrich Folio) 작품

 

[첫째 파트]

일곱 인을 봉한 두루마리 중에서 첫번째로 여섯 봉인을 여는데 대한 내용이다. 이와 함께 인류의 역사와 묵시록의 네 기사(騎士)에 대한 내용이다. 놀라울만치 장엄한 오르간 연주에 이어 첫 번째 봉인이 깨진다. 요한은 백마와 왕관을 쓴 기사가 나타난데 대하여 설명한다. 합창은 '왕 중의 왕'(Der Koenig der Koenige)을 노래한다. 그의 이름은 '하나님의 말씀'이며 기사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는 의의 전사처럼 말을 달린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선한 싸움을 하기 위해서이다. 요한은 어린 양이 어떻게 두번째 봉인을 여는지에 대하여 설명한다. 불길처럼 붉은 말은 탄 기사가 나타난다. 전쟁이다. 그는 세상에서 모든 평화를 몰아내고자 한다. 그리하여 인간들은 모두 서로를 죽이게 될 것이다. 그는 커다란 칼을 들고 있다. 합창은 죽음과 약탈을 찬양하고 어린아이들을 어머니의 사랑과 보호에서 떼어 놓는다. 여성 합창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노래를 부르며 어머니들의 슬픔과 비통함을 외친다(합창: Der Krieg: 전쟁).

 

세번째와 네번째 기사는 전쟁 이후에 세상이 어떻에 변하는지에 대하여 설명한다. 검은 말을 탄 기사의 손에는 저울이 들려져 있다. 저울을 든 기사는 한 줌의 밀과 보리로서 모든 것을 달라고 요구한다. 어머니와 딸은 굶주림으로 하늘의 아버지에게 비탄의 노래를 부른다(Mutter und Tochter). 이어서 요한은 회색 말을 탄 기사에 대하여 설명한다. 기사는 죽음과 질병의 왕국을 몰고 온다. 죽은자들이 널려 있는 전쟁터에서 살아 남은 테너와 베이스가 모든 인류에게 몰려오는 죽음을 노래한다(Ueberlebenden auf dem Leichenfelde). 하지만 작으나마 남아 있는 것이 있다. '마지막까지 견디어 온 자들은 구원을 받으리라'라는 것이다.

 

다섯번째 봉인을 떼어내자 요한은 하나님의 말씀과 그들이 가진 증거로 인하여 순교한 영혼들이 제단 아래에 있어서 땅에 있는 자들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외친다(합창: Der Aufruhr im Himmel: 하늘에서의 외침). 하나님의 소리가 들리기를 그들의 형제와 친구 전사들도 죽임을 당하여 그 수가 차기까지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한다. 여섯번째 봉인을 떼어내자 요한은 큰 지진이 나며 해가 검게 변하고 달은 피같이 됨을 설명한다. 이렇게 하여 오라토리오의 첫번째 파트는 폭도처럼 흥분된 합창 (Der Weltuntergang: 세상의 파멸)과 날카로운 칼날과 같은 트럼펫 소리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달은 붉은 피처럼 변하고 모든 것이 폭풍 속에 파괴되며 별들은 땅으로 떨어지고 바다는 해일을 일으키며 해는 검게 변한다. 모든 인간들은 분노의 날(Day of Anger)에 신 중의 신인 하나님의 얼굴 앞에 모인다. 오, 말하라, 누가 이를 견디어 낼 것인가?

 

묵시록의 네 생물을 표현한 조각. 네 가지의 살아있는 생물(짐승)은 날개 달린 사람(마태), 사자(마가), 황소(누가), 독수리(요한)을 말한다.

 

[두번째 파트]

두번째 파트는 클라이막스를 치닫는 것과 같은 오르간의 연주로 시작하며 오케스트라와 함께 요한의 긴 설명이 뒤따른다. 일곱번째 봉인을 떼어낼 때에 요한은 하늘에서 놀라운 고요함이 있음을 설명한다. 이어 계속되는 해설은 참 믿는자들과 그들의 교회의 역사에 대한 비유이다. 우리 구주의 탄생으로부터 사탄을 따르는 무리들에 대항하는 투쟁과 의의 최후의 승리에 대한 비유이다. 요한은 하늘의 징조들이 대하여 얘기한다. 한 여인의 나타남, 해와 달이 그 여인의 발 아래에 있으며 열두 별로 장식된 면류관을 쓰고 또한 일곱 면류관을 쓴 머리가 달린 커다란 용에 대한 이야기이다. 용의 꼬리가 하늘의 별을 쳐서 땅에 떨어지게 한다. 여인이 아이를 잉태하며 그 아이가 하나님의 보좌로 나아간다. 여인은 광야로 달려나가 예비한 장소에 머문다. 그후에 하늘에서 전쟁이 일어나니 미하엘을 비롯한 그의 천사들이 사탄인 용과 그를 따르는 천사들과 싸운다. 마침내 용이 땅으로 내침을 당하니 하늘에는 용이 있을 곳이 더 이상 없게 된다. 땅에 떨어진 용은 여인을 추격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고 그리스도의 증거를 가진 자들과 싸운다. 용은 하늘 문이 열리며 흰 말을 탄 왕 중의 왕이 내려옴을 본다. 이어 용을 따르는 자들이 모두 죽임을 당한다. 한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용을 천년동안 묶어 두며 영원한 구덩이, 즉 무저갱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입구를 닫아 땅의 백성들에게 아무런 고통을 주지 못하게 한다.

 

요한의 설명은 하늘의 고요함에 대하여 계속된다. 모든 세상 시간의 끝을 말한다. 요한은 일곱 천사들이 나타나며 모두 트럼펫을 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천사들이 부는 트럼펫 소리 하나 하나는 세상과 백성들의 한없는 슬픔을 의미한다. 솔로이스트들은 알토로부터 시작하여 4중창으로 발전하면서 재난들을 발표한다. 피와 불의 비는 죄인들에 대한 응징이다. 바다에 던져진 불 붙는 것과 같은 큰 산이 나타나며 피조물들과 배들이 깨진다. 물은 피로 변한다. 합창은 '위대하신 하나님이시여 당신의 심판은 진실로 의롭소이다'라고 외친다. 쓴 쑥이라는 이름을 가진 별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져 모든 물들을 독이 있는 것으로 만든다. 이 물을 마신 사람들은 죽는다. 합창은 '주여, 당신의 응징은 진실로 의롭소이다'라고 외친다. 4중창은 '당신에게 재난이 있을지어다. 해와 달과 별들을 잃어버렸도다'라고 노래한다.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트럼펫이 울리며 재앙이 주어진다. 역병이 사람들을 집어 삼키며 말탄자들의 군대가 사람들을 죽이려고 한다.

 

그런 후에 일곱번째 나팔 소리가 난다. 예언자들이 말한 하나님의 계획이 완성됨을 선포하는 것이다. 합창은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리시며 인간들은 하나님을 찬양함을 노래한다. 그리고 최후의 심판이 알려진다. 이 때에 합창과 4중창은 후가 형태의 노래를 부룬다. Der Appell zum Juengsten Gericht(최후의 심판의 부름)이다. 요한은 보좌에 앉으신 그의 얼굴 앞에서 땅과 하늘이 사라지며 바다와 지옥은 죽은 사람들을 포기함을 설명한다. 그리고 또 다른 두루마리, 즉 생명의 두루마리(생명록)가 열린다. 이 두루마리에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은 불의 바다 속에 던져기게 될 것이다. 요한은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을 본다. 그리고 생명록에 이름이 기록된 사람들은 모두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이 있는 곳으로 가서 영생을 얻는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기를 '그는 알파와 오메가이시며 목마른 자들에게 생명수를 줄것이이니라. 이 물을 마시는 자들은 그의 백성이 될 것이로다. 그가 그들의 눈물을 씻어 주실 것이며 죽음과 슬픔이 더 이상 없게 될 것이다. 그는 만물을 새롭게 만드시리로다. 라고 한다. 이어서 누구든지 극복하는 자는 상속자가 될 것이요(Soll es zum Erbe empfangen) 그는 그의 하나님이 되시며 그는 그의 아들이 될 것이다.'라고 한다.

 

다음으로는 할렐루야 합창이 높이 울려퍼진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합창이다. 이어 남성들이 평범한 스타일의 찬가로서 하나님에게 감사의 찬양을 드린다. 오프닝 때에 가벼운 팡파레가 울려 퍼졌던 것 처럼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질때 요한이 마지막 선언을 한다. 이 모든 것이 그에게 보여주신 계시라는 것이다. 합창은 피날레로서 '아멘'을 화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