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토리오의 세계/특별 오라토리오

십자가상의 칠언

정준극 2012. 3. 2. 19:03

십자가상의 칠언(The Seven Last Words of Christ)

Die sieben letzten Worte unseres Erlösers am Kreuze

 

                 

그리스도의 수난, 특히 십자가상의 고난은 많은 작곡가들이 영감을 가지고 작곡하는 주제이다. 그중에서도 예수께서 십자가상에서 마지막으로 말씀하신 칠언(七言)은 최소한 16명의 작곡가들이 칸타타, 미사곡, 오라토리오, 또는 다른 형태의 음악으로 작곡하여 세월을 초월하는 감동을 주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십자가상의 칠언'은 요셉 하이든의 작품이다. 하이든만큼 신앙심이 깊은 사람도 찾아 보기가 힘들 것이다. 실로 하이든의 '십자가상의 칠언'에는 그의 깊은 신앙심이 아름답게 담겨 있다. 하이든은 무려 세가지나 되는 서로 다른 '십자가상의 칠언'을 만들었다. 첫번째는 하이든이 1787년에 작곡한 것으로 스페인에 있는 카디즈 대성당의 성금요일을 위해 작곡한 기악곡이다. 카디즈 대성당은 매년 한 곡의 캐논을 당대의 작곡가들에게 의뢰하여 성금요일에 공연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두번째는 1801년에 완성한 보컬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합창곡으로 독일어와 이탈리아어의 오라토리오이다. 독일어 제목은 Die sieben letzten Worte unseres Erlösers am Kreuze이며 이탈리아어 제목은 Le sette ultime parole del nostro Redentore in corce이다. 세번째는 현악4중주곡으로 만든 것이다. 현악4중주 버전은 하이든이 1787년에 그의 악보출판사인 아르타리아(Artaria)로부터 부탁을 받고 오리지널 음악을 축소한 것이다. 말씀을 악기로 표현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지만 하이든은 바이올린으로서 칠언의 대부분을 표현하였다.

 

십자가에 매달려 계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래를 내려보았을 때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제임스 조셉이라는 화가가 그린 작품. 아마도 십자가에서 가장 가까이에 엎드려 애통하는 여인이 막달라 마리아라고 생각되며 다른 여인들과 함께 있는 여인이 성모마리아라고 짐작된다. 그 옆에 나귀를 타고 있는 사람은 아리마대의 요셉이라고 생각된다.

 

하이든보다 먼저 십자가상의 칠언을 주제로 칸타타를 작곡한 사람이 있다. 1645년에 독일의 하인리히 쉬츠(Heinrich Schütz: 1585-1672)가 Die sieben Worte Jesu Christi am Kreuz를 작곡하였다. 하이든 이후에는 스페인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가르시아 화예르(Francisco Javier Garcia Fajer: 1730-1809)가 라틴어 오라토리오인 Septem ultima verba christi in curce를 작곡했다. 스페인어로는 Siete palabras de Cristo en la Cruz라고 한다.

 

19세기에 들어와서는 이탈리아의 사베리오 메르카단테의 오라토리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838년에 발표된 Le sette ultime parole di Nostro Signore Gesu Cristo(우리 구주의 마지막 칠언)이다. 그 다음으로는 샤를르 구노가 1855년에 발표한 Les Sept Paroles de Notre Seigneur Jesus-Christ sur la Croix라는 합창곡이 있으며 이어 세자르 프랑크가 1859년에 Sept Paroles du Christ sur la Croix라는 합창곡을 내 놓은바 있다. 그리고 프랑스의 테오도르 뒤부아(Theordore Dubois: 1837-1924)가 1867년에 Les sept paroles du Christ라는 합창곡을 발표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더 많은 작곡가들이 십자가상의 칠언을 주제로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샤를르 투르네미르(Charles Tournemire: 1870-1939)가 1935년에 오르간과 합창을 위한 Sept Chorals-Poemes pour les sept Paroles du Christ 을 작곡했다. 영국의 알란 리다우트(Alan Ridout: 1934-1996)은 1965년에 오르간을 위한 The Seven Last Words를 작곡했다. 뮤지컬 콤비인 팀 라이스(Tim Rice)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가 1969년에 발표한 Jesus Christ Superstar에는 The Crucifixion 파트가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더글라스 알란브룩(Douglas Allanbrook: 1921-2003)은 1970년에 메조소프라노, 바리톤,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The Seven Last Words 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여류작곡가인 소피아 구바이둘리나(Sofia Gubaidulina: 1931-)는 1982년에 첼로, 바얀, 현악기를 위한 Sieben Worte를 작곡했다.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맥밀란(James MacMillan: 1959-)은 1993년에 합창과 현악기를 위한 칸타타인 Seven Last Words from the Cross 를 작곡했다. 독일의 여류작곡가인 루트 체흘린(Ruth Zechlin: 1926-2007)은 1996년에 합창과 오르간을 위한 Die sieben letzten Worte Jesu am Kreuz를 작곡했다. 미국의 벤자민 코르넬리우스 베이츠(Benjamin Cornelius-Bates: 1978-)는 2009년에 4부 합창, 바리톤 솔로, 오르간, 현악4중주단, 트럼펫을 위한 The Seven Last Words of Christ on the Cross 를 작곡했다. 미국의 제롬 말레크(Jerome Malek)는 2010년에 합창과 다섯명의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칸타타인 Seven Last Words를 작곡했다. 영국의 가레스 윌슨(Gareth Wilson)은 2010년에 무반주 합창을 위한 Logos를 작곡했다.

 

하이든의 '십자가상의 칠언' 음반

 

십자가상의 칠언을 우리말, 라틴어, 독일어, 영어로 소개코자 한다.

 

제1언.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누가 23: 24)

         Pater, dimitte illis, quia nesciunt, quid faciunt(라틴어)

         Vater, vergib ihnen(독일어)

         Father, forgive them, for they do not know what they do(영어)

제2언.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누가 23: 43)

          Hodie mecum eris in Paradiso

          Furwahr, ich sag' es dir

          Truly, I say to you, today you will be with me in paradise

제3언.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보라 네 어머니라(요한 19: 26-27)

          Mulier, ecce filius tuus

          Frau, hier siehe deinen Sohn

          Woman, this is your son. This is your mother

제4언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마태 27: 46, 마가 15: 34)

          Deus meus, Deus meus, utquid dereliquisti me

          Mein Gott, mein Gott

          My God, my God, why have you forsaken me

제5언 내가 목마르다(요한 19: 28)

         Sitio

         Jesus rufet

         I thirst

제6언. 다 이루었도다(요한 19: 30)

         Consummatum est

         Es ist vollbracht

         It is finished

제7언.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누가 23: 46)

          In manus tuas, Domine, commendo spiritum meum

          Vater, in diene Hande

          Father, into your hands I commend my spirit

 

'십자가상의 칠언'

 

그리스도의 수난은 여러 작곡가들이 주제로 삼은 은혜스러운 내용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무어라해도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마태수난곡'(Matthäus-Passion)과 '요한수난곡'(Johannes-Passion)일 것이다. 제목은 그렇지만 내용은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것이다. Stabat Mater(스타바트 마테르)도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내용이다. Stabat Mater는 우리 말로 성모애상(聖母哀傷)이라고 번역했지만 원래 의미는 '성모가 서 계시다'(Mother stood)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서는 페르골레지, 하이든, 로시니 등의 스타바트 마테르가 있다. 수난곡은 근세에 들어와서도 끊임없이 작곡되고 있다. 예를 들면 폴란드의 크르치츠토프 펜데레키(Krzysztof Penderecki)의 성누가수난곡(1965), 에스토니아의 작곡가인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의 요한수난곡(1982)이 있다. 2001년에 아르헨티나의 유태계 작곡가인 오스발도 골리호브(Osvaldo Golijov)가 작곡하 성마가수난곡(La Pasion segun San Marcos)은 금세기 최고의 퓨전작품으로 손꼽히는 것이다. 이 수난곡에는 전통적인 수난곡 모티프와 함께 아프로-쿠바음악, 탱고, 브라질의 전통무술인 카포게이라, 유태인들의 기도송인 카다쉬(Kaddish) 주제가 들어가 있다.

 

성모애상(피에타)

 

그리스도의 부활과 관련된 미사곡에서는 십자가상의 수난이 가장 뜻깊은 하일라이트로 부각되고 있다. 풀 미사곡의 경우에 세번째 파트인 크레도(Credo)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들어 있어서 클라이막스를 이루고 있다. Crucifixus etiam pro nobis sub Pontio Pilato, passus et sepultus est 이다. 이를 번역하면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장사하였다'(And was crucified also for us under Pontius Pilate; he suffered and was buried)이다. 이 구절은 너무나 중요하여서 어떤 경우에는 크레도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의 제목인 Crucifixus로서 작곡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안토니오 로티(Antonio Lotti)의 여덟 성부를 위한 Crucifixus 이다. 십자가상의 수난에 대한 내용은 반드시 기독교 음악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종교를 내용으로 하는 작품에도 등장한다. 대표적인 경우는 프랑스의 에르네스트 라이어(Ernest Reyer: 1823-1909)의 오페라 '살람보'(Salammbo: 1890)에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수난이 나오는 것이다.

 

마르세이유의 빨레 롱샹(Palais Longchamp)에 있는 에르네스트 라이어의 기념상. 주님의 마지막 말씀들을 듣고자 하는 경건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