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집에서(Aus einem Totenhaus)
From the House of the Dead( Z mrtveho domu) - Zapiski iz mertvogo doma
레오시 야니체크
레오시 야나체크
'죽음의 집에서'(Aus einem Totenhaus: From the House of the Dead)는 레오스 야나체크(Leos Janacek: 1854-1928)의 3막 오페라이다. 대본은 러시아의 문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브스키(Fyodor Mikhaylovich Dostoyevsky: 1821-1881)의 소설 'The House of the Dead'(또는 Memoirs from the House of The Dead 또는 Notes from the Dead House: 죽음의 집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여 작곡자 자신이 썼다. 이 오페라는 야나체크의 마지막 오페라로서 그가 세상을 떠난지 2년 후인 1930년 체코공화국의 브르노(Brno)에서 초연되었다. 야나체크는 이 오페라를 작곡할 때에 이것이 그의 마지막 오페라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과거의 오페라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을 모델을 삼았다. 과거의 오페라들은 그가 사랑했던 여배우 카밀라 스퇴쓸로바를 모델로 삼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야나체크는 카밀라 스퇴쓸로바를 진심으로 사랑하였지만 카밀라 스퇴쓸라바는 야나체크에게 무관심하였다. 그래서 야나체크의 작품에는 카밀라 스퇴쓸라바에 대한 사모의 감정도 표현되어 있지만 반면에 고독함과 쓸쓸함이 배어 있다. 오페라 '죽음의 집에서'는 카밀라 스퇴쓸라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다만 그가 느끼는 고독과 쓸쓸함은 이곳저곳에 담겨 있다. [
도스토예브스키 원작의 '죽음의 집' 책자 표지
도스토예브스키의 소설에서는 해설자가 등장하여 이야기의 배경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해설자는 지식인인 고리얀치코프이다. 시베리아로 유배되어 10년의 강제노동을 선고 받았다. 그는 '젠틀맨'이다. 상식적인 사회에서 살다가 끌려 왔다. 때문에 모든 비상식적인 것이 통용되는 형무소 생활에 특별히 어렵다. 하지만 다른 모든 죄수들은 노동자 농민 출신이다. 전혀 이질적인 사회에 들어 온 그는 다른 죄수들로부터 못된 짓도 많이 당한다. 그래서 형무소 생활이 힘든다. 그는 그가 처한 형편, 그리고 함께 있는 죄수들을 극도로 혐오한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런 혐오를 점차 극복한다. 그는 형무소에 있는 것을 자기 정신의 재각성의 기회로 삼으려고 노력 한다. 그같은 노력은 그가 출소함으로서 절정에 이른다. 이 작품은 위대한 인간애의 작품이다. 도스토예브스키는 죄수들의 비참한 처지를 동정으로서 그렸다. 그는 또한 죄수들의 끊임없는 에너지, 현명함, 재간에 대하여도 감탄하였다. 그렇지만 도스토예브스키는 형무소가 있다는 것, 불합리한 관행들이 자행된다는 것, 죄수들이 야만적인 체벌을 받고 있다는 것은 죄수들뿐만 아니라 러시아로서 비극적인 사실이라고 결론지었다.
죄수들은 날개가 상하여 들어온 독수리를 치료해주어 다시 날도록한다. 독수리는 죄수들의 유일한 희망인 자유의 상징이다.
오페라 '죽음의 집'에는 여자는 단 한명만 등장한다. 제2막에 창녀가 잠시 등장할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시베리아의 강제형무소에 갇혀 있는 죄수들이다. 그래서 이 오페라는 '남자들의 오페라'(Men's opera)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오페라에서는 소설과 달리 주인공이 없다. 소설에서는 고르얀치코프라는 인물을 내세워서 그가 형무소에 도착했다가 떠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오페라에서는 죄수들 한명 한명 모두가 주역이다. 그래서 죄수들 하나하나가 모며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물론 몇 사람은 자기에 관한 얘기를 함으로서 전체로부터 구별되어 있기는 하다. 전에 있던 형무소에서 폭동을 주도하여 형무소장을 죽인 사람, 극심한 매질을 당하여 정신이상이 된 사람, 고문으로 죽기 직전에 이른 사람, 타타르인이기 때문에 더욱 고통을 당해야 하는 순진한 소년 등이다. 한편 이 오페라에는 마치 '팔리아치' 처럼 극 중의 극이 등장한다. 판토마임이다. 두가지가 공연된다. 하나는 '케드릴과 돈 후안'(Kedril and Don Juan)이며 다른 하나는 '아름다운 방앗간 집 부인'(The Beautiful Miller's Wife)이다. '케드릴과 돈 후안'에서 케드릴은 돈 후안의 하인이다. 돈 후안은 자기의 여성편력도 마지막 날을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만이라도 정숙하게 지내지 않고 방탕한 생활을 계속한다. 하인인 케드릴은 어쩐지 모를 두려움으로 몸이 떨릴 지경이다. 마침내 돈 후안을 데려갈 악마가 나타나지만 아무런 겁도 없다. 돈 후안은 성당 신부의 아내인 엘비라를 유혹한다. 그러자 결국 악마가 돈 후안을 잡아 채고 어디론가 데려간다는 내용이다.
판토마임 '케드릴과 돈 후안'의 한 장면
야나체크는 세상을 떠날 것을 짐작하고 '죽음의 집에서'를 완성해 놓았다. 그런데 악보를 본 두 명의 제자들은 오케스트레이션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여 스코어의 상당 부분을 새로운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채워 넣었으며 마지막 부분은 좀 더 밝고 명랑한 음악으로 편곡하였다. 게다가 오타 치테크(Ota Zitek)라는 사람은 대본을 수정하고 스토리의 순서를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것이 수정본이다. 야나체크가 세상을 떠난지 2년 후에 처음 무대에 올려진 '죽음의 집에서'는 수정본이다. 그로부터 몇 십년이 지난 오늘날 오페라 '죽음의 집에서'는 야나체크가 세상을 떠나지 전에 이미 완성하였으며 처음에 발견되었던 버전이 야나체크의 작곡 의도를 가장 정확히 표현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실제로 오리지널은 수정본보다 훨씬 야나체크 다운 작품이었다.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주로 공연되고 있는 '죽음의 집에서'는 야나체크의 오리지널 스코어이다. 다만, 어떤 경우에는 마지막 부분을 경쾌하게 끝내기 위해 수정본을 공연하기도 한다. 오케스트라는 대규모 편성이다. 그리고 특별한 타악기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쇠사슬이다. 죄수들의 소리로 쇠사슬 소리로 대신한다.
2009년도 메트로 공연장면.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알렉산드르 페트로비치 고리얀치코프(Alexandr Petrovic Gorjancikov: Bar)는 정치범으로 지식층의 신사이다. 알례야(Aljeja)는 젊은 타타르인 죄수이다. 고리얀치코프와 친하게 지낸다. 루카 쿠즈미츠(Luka Kuzmic)는 필카 모로초브(Filka Morozov)와 같은 사람이다. 형무소장이 나오고 키 큰 죄수, 키 작은 죄수, 나이 많은 죄수, 젊은 죄수, 술취한 죄수, 대장장이 죄수, 연극에서 케드릴을 맡은 죄수, 돈 후안을 맡은 죄수, 창녀, 신부 등이 나온다. 젊은 타타르인인 알예야는 남자이지만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오페라 '죽음의 집에서'는 간혹 '검은 오페라'(Black Opera)라는 소리를 듣는다. 모든 것이 어둡고 우울하기 때문이다. 다만, 마지막 순간에 죄수들이 잡은 상처입은 독수리를 돌보아주어 다시 날려 보낼 때 무대에는 비로소 한줄기의 가느다란 빛이 등장할 뿐이다. 고통받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아주 미약한 희망의 빛이다. 오페라의 시기는 19세기 중엽, 장소는 시베리아 이르티쉬(Irtysh)에 있는 형무소이다. 제1막. 어느 초겨울 아침이다. 죄수들의 아침은 누군가 큰 소리로 다투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날 따라 아침부터 형무소 안에는 긴장이 흐르고 있다. 새로운 죄수가 들어 온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정치범'이라고만 한다. 새로 들어 온 죄수는 알렉산드르 고르얀치코프이다. 10년의 강제노동을 선고받고 들어왔다. 우선 형무소장이 그를 환영한다. 환영이라는 것은 수백대의 채찍질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불법이었다. 형무소에서는 이런 불법적인 행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그저 묵묵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사실 그런 일은 형무소에서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는 일상적인 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죄수들은 독수리 한마리를 간수하고 있다. 날개에 상처를 입어서 우연히 형무소 감방으로 날아든 독수리이다. 죄수들은 그런 독수리를 자기들의 운명과 같다고 생각한다. 죄수들은 거의 모두 농부거나 노동자였던 사람들이다. 스쿠라토프(Skuratov)라는 죄수만이 모스크바에서 온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거의 정신이상자가 되어 있다. 그는 어쩐 일인지 춤 추는 것을 좋아하는데 춤을 추더라도 기운이 빠져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춘다. 루카(Luka)라는 죄수는 그가 전에 있던 형무소에서 어떻게 폭동을 일으켜서 형무소장을 죽였는지를 얘기한다.
제2막. 이르티쉬 강둑이다. 저 멀리 초원이 보인다. 고르얀치코프가 형무소에 들어온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죄수들이 강둑에서 낡은 배들을 해체하며 서로 자기의 지내온 얘기를 주고 받는다. 죄수들에게 있어서 야외에 나가 노역하는 것은 유일한 안식이며 기쁨이다. 고르얀치코프는 타타르 소년인 알례야와 가깝게 지낸다. 고르얀치코프는 알례야에게 글을 읽고 쓸수 있도록 가르친다. 부활절이 찾아온다. 형무소에 신부가 찾아와 죄수들을 위해 부활절 미사를 집전해 준다. 신부는 죄수들에게 강복을 하지만 죄수들은 아무런 느낌도 없는듯하다. 죄수들의 기쁨은 자선단체로부터 보내온 선물을 받는 것이다. 죄수들은 여흥으로 판토마임을 준비한다. '케드릴과 돈 후안'이라는 연극과 '방앗간집 주인의 아름다운 부인'이라는 작품이다. 죄수들은 강둑에서 낡은 배를 해체할 때에 가져온 나무로 무대를 만들어 판토마임을 공연한다. 판토마임에서는 여자에 관한 얘기가 나오므로 죄수들의 즐거움은 넘쳐 난다. 판토마임이 끝나고 각자 감방으로 돌아갈 때에 정신이상이 된 스쿠라토프가 갑자기 타르타르 소년인 알례야를 공격하여 죽어라고 때린다. 고르얀치코프와 같은 지식인이 알례야와 같은 형편없는 인간과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대하여 분개하여 알례야를 폭행한 것이다.
제3막. 한 밤중의 형무소 의무실이다. 고르얀치코프가 타타르 소년의 옆에 앉아 있다. 옆에 있는 병상에서는 루카가 죽어가고 있다. 형무소의 간수들로부터 너무나 심한 매질을 당하여 더 이상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형무소의 간수들은 루카가 전에 있던 형무소에서 폭동을 주도했던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고 매일처럼 보이는 대로 구타를 하여왔었다. 그 옆에 누워 있는 사프킨(Sapkin)도 그가 어떻게 고문을 당했는지 얘기하며 차라리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스코프(Siskov)는 그가 어떻게하여 자기 아내인 아쿨카(Akulka)를 죽이게 되었는지 얘기한다. 어느 누구에게 한번도 하지 않았던 얘기이다. 시스코프는 아내 아쿨카에게 필카(Filka)라는 애인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결혼전부터 사귀던 남자이다. 카쿨카는 결혼하고 나서도 필카와 계속 밀회한다. 화가 치민 시스코프는 결국 아내 아쿨카를 살해한다. 그래서 시베리아의 형무소에 끌려온 것이다. 시스코프가 죽어가고 있는 루카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루카가 바로 자기 아내의 정부였던 필카였다. 며칠후 형무소장이 고르얀치코프를 찾는다. 형무소의 뜰에서 많은 죄수들이 모여 있는 중에 술에 취해 있는 소장이 고르얀치코프에게 사죄를 한다. 이제 고르얀치코프는 석방이 된다는 것이다. 알례야가 고르얀치코프에게 잘 가라고 말한다. 언제 다시 만날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르얀치코프가 형무소의 문 밖으로 나갈 때 죄수들은 이제는 건강을 회복한 독수리를 함께 날려 보낸다. 그럴 때 잠시 햇빛이 어둡기만 한 형무소의 안에 비친다. 죄수들은 잠시 희망이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잠시후 모두들 강제노역을 하러 흩어진다. 형무소의 안은 언제나 그렇듯이 공포가 감돈다.
독수리를 날려 보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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