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16.다리우스 미요의 '불쌍한 뱃사람'

정준극 2011. 5. 15. 23:00

불쌍한 뱃사람(Le pauvre matelot: The Poor Sailor)

다리우스 미요의 '순간 오페라'

 

다리우스 미요

 

오페라에는 별별 장르가 다 있지만 다리우스 미요(Darius Milhaud: 1892-1974)의 Le pauvre matelot(불쌍한 뱃사람)은 Minute Opera(Ópera Minute)에 해당한다. Minute Opera는 '순간 오페라'라는 의미이다. '불쌍한 뱃사람'은 3막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일견 일반적인 길이의 오페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체 공연시간이 3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순간 오페라'라는 장르로 구분한다. 미국에서는 '불쌍한 뱃사람'의 공연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지안 카를로 메노티의 단막 오페라 '아멜리아 무도회에 가다'(Amelia Goes to the Ball)와 더블 빌로서 공연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를 함께 공연하는 것과 같다. '불쌍한 뱃사람'의 대본은 장 콕토(Jean Cocteau)가 썼다. 다리우스 미요는 이 오페라를 프랑스의 동료 작곡가인 앙리 소게(Henri Saugeut: 1901-1989)에게 헌정하였다. '불쌍한 뱃사람'은 1927년 12월 16일 파리의 오페라 코믹에서 초연되었다. 1956년에는 미요 자신이 지휘하여 레코드로 취입한 것이 있다.

 

비엔나 캄머오퍼에서의 공연. 2010. 뱃사람이 진주를 꺼내어 부인에게 보여주고 있다. 진주만 보여주지 않았더라고 운명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불쌍한 뱃사람'의 미국 초연은 1937년(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하기 1년전) 4월 1일 커티스음악원 팀이 필라델피아음악아카데미에서 공연한 것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 대본가, 무대감독인 에른스트 레르트(Ernst Lert)가 총감독을 맡았다. 그때 '아말리아 무도회에 가다'의 세계 초연도 함께 있었다. 이 두 오페라의 지휘는 거장 프릿츠 라이너(Fritz Reiner)가 맡았다. 미요/메노티의 더블 빌은 그 달 말에 볼티모어 시티 리릭 극장(City Lyric Theater)과 뉴욕의 뉴 암스테르담 극장(New Amsterdam Theater)에서 공연되어 관심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미요의 작품은 재즈와 톨리토날리티(Polutonality: 동시에 하나 이상의 키를 사용한 음악)를 사용한 특징이 있다. '불쌍한 뱃사람'에서도 그런 면모를 찾아 볼수 있다. '불쌍한 뱃사람'의 주요배역은 4명이다. 15년 동안 집을 떠나 있었던 뱃사람(T), 그의 부인(S), 뱃사람의 장인(Bass), 뱃사람의 친구(Bar)뿐이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황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뱃사람이나 그의 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무언가 공감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이제 줄거리를 살펴보자. 시기는 현재이며 장소는 어떤 항구이다.

 

옛 친구를 찾아온 뱃사람

    

제1막. 뱃사람의 부인은 주점(바)을 운영하고 있다. 뱃사람이 바다로 나가기 전부터 운영해온 주점이다. 무대는 바로 이 주점이다. 오페라는 그녀가 뱃사람인 남편의 친구와 춤을 추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뱃사람의 친구는 주점의 길 건너편에서 와인숍(Wineshop)을 운영하고 있다. 뱃사람인 남편은 집을 떠나 바다로 나간지 벌써 15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단 한번도 소식이 없었다. 하지만 부인은 언젠가는 남편이 돌아올 것을 믿고 오로지 남편만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항구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오고 가는 뱃사람들이 여인들을 짖궂게 대하는 곳이 아니던가? 하물며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혼자 사는 예쁜 여자라면 모르긴 해도 숱한 유혹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뱃사람의 부인은 정절을 지키며 오매불망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주점의 길 건너편에서 와인 숍을 하고 있는 뱃사람의 친구는 그런 부인이 너무나 존경스럽다. 그래서 어려울 때면 도와주고 힘들 때는 위로가 되어 주면서 그저 시간만 있으면 부인에게 마음이 흔들리지 말라고 충고하고 지원해 왔다. 그러면서 어느덧 자기의 마음이 친구인 뱃사람의 부인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럴 때면 부인은 '만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갖고 싶다면 남편이 집에 있을 때에 하겠다. 하지만 남편이 없는 사이에 바람을 피운다면 그건 옳지 못한 일이다'라고 대답한다. 이어서 부인은 '아직 아무도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질 만큼 마음에 드는 사람을 본 일이 없다'고 곁들여 말한다. 친구는 속만 탄다.

 

남편의 친구는 부인이 자기의 마음을 몰라즈고 있어서 야속하게 생각한다.


뱃사람의 친구는 부인이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는데 대하여 야속하게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어쩔 도리가 없다. 어떤 때는 노골적으로 부인에게 '이제 그만 잊어버리고 마음을 정리하여 나와 함께 살자'고 설득도 해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부인은 홀로 된 친정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친정 아버지, 즉 뱃사람의 장인은 딸에게 '너의 남편은 아무래도 죽은 것 같다. 15년이나 소식이 없으니 그게 죽은 것이 아니면 무어란 말이냐?'라고 말하면서 '가게를 누가 든든히 맡아 줄 사람이 필요하니 제발 그러지 말고 마음을 돌려 길건너 와인숍 주인과 결혼하라'고 사정하였으나 이 역시 더 이상 말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거절 당하기가 일쑤이다. 부인은 남편의 친구와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는 나중에 남편이 돌아와서 이 사실을 보면 도대체 어쩔 것이냐고 말한다. 아버지는 그런 딸이 못 마땅해서 죽을 지경이다. 만의 하나 살아서 돌아온다고 해도, 그리고 돈을 많이 벌어 왔다고 해도 15년이나 부인을 몰라라 하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남편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딸의 나이가 어느덧 40줄에 들어섰으므로 이대로 살다가 죽을 것이냐면서 은근히 목을 조인다. 딸과 아버지의 말다툼이 끝나고 두 사람은 잠시 무대에서 퇴장한다.

 

친구와 부인과 뱃사람

 

바로 이 때에 어떤 중년의 남자가 주점의 창문을 통해 안을 기웃거린다. 집을 떠나 15년 동안이나 연락조차 하지 않고 외지 생활을 했던 뱃사람이다. 이제 그는 그 옛날 자기가 그렇게도 자주 드다들던 그 주점의 문 앞에 서 있다. 배사람은 주점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잠시 머뭇거린다. 지금까지 그가 이 동네에 나타난 이후 자기를 알아 본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이발소 주인과는 얘기까지 나누었지만 자기를 알아보지 못했다. 정육점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주점에 들어갔다가 자기 부인이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생겼다. 그래서 일단 주점 길건너에 있는 친구 집에 가서 친구부터 만나보기로 작정한다. 친구는 과연 자기를 알아 볼 것인가?

 

뱃사람은 친구의 가게에 들어선다. 일부러 술 취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친구는 뱃사람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뱃사람은 주점에 들어가지 않고 먼저 친구의 가게부터 찾은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친구에게 길 건너 주점에 자기 부인이 살았었다고 무심코 말하다가 그만 정체가 들어난다. 친구는 뱃사람을 알아보고 너무나 놀란다. 친구는 뱃사람에게 그의 부인이 줄곧 그를 기다리며 정절을 지키며 지냈다고 얘기해 준다. 이 소리에 감격한 뱃사람은 그가 외지에 나가 돈을 상당히 벌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부인을 고생시키지 않고 편안하게 살도록 해줄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친구는 뱃사람에게 당장 주점에 가서 부인을 만나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뱃사람은 오늘 하루 밤은 친구와 함께 지내고 내일 찾아가 보겠다고 말한다. 아직도 부인이 과연 자기를 알아볼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뱃사람과 부인과 친구

 

제2막. 다음날, 뱃사람은 주점을 찾아가 일부러 부인에게 자기는 뱃사람으로부터 소식을 가지고 온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부인에게 뱃사람이 살아서 돌아왔으며 아마 오늘 밤에는 집으로 찾아 올 것이라고 전한다. 그러면서 뱃사람이 빚쟁이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얘기도 해준다. 부인의 기쁜 표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부인은 남편이 빚쟁이들로부터 쫓기고 있다는 소리를 듣자 자기도 돈이 없으므로 남편의 빚을 갚아줄수 없으니 이를 어떻게 하느냐며 걱정한다. 뱃사람은 부인에게 '당신같이 예쁜 여자가 돈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청혼할 텐데'라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뱃사람이 빚을 갚기 위해 돈 많은 카니발 퀸을 만나러 갔지만 과연 돈을 빌릴수 있을지는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에게 제발 돈 많은 카니발 퀸의 애인이 되어 자기를 도와달라고 하면서 그 댓가로 진주를 주었다고 말하며 진주들을 보여준다. 덧붙여서 그는 자기도 오래동안 배를 타고 다니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말하며 주머니에서 돈 뭉치를 꺼내 보여주기까지 한다. 뱃사람의 부인은 남편이 빚이 많다고 해도 살아있으니 기쁘다고 말한다. 뱃사람은 하루밤 그 집에서 머물기를 청한다. 부인은 너무나 기쁜 소식을 가져온 사람이 그런 작은 요청을 하므로 당연히 받아들이며 하루만 묵고 가기를 승락한다. 한편, 뱃사람의 친구는 주점에서의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하루 종일 궁금해서 견디다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윽고 밤이 되자 며칠 전에 빌려온 망치를 돌려 준다는 구실을 삼아 주점에 가본다. 부인은 나그네에 대하여 아무런 얘기도 없다. 친구는 부인이 뱃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것으로 짐작한다. 그런데 밤이 되어 주점의 문을 닫으려는 때에 문득 부인은 나그네가 남편의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뱃사람의 부인이 남편의 친구로부터 무슨 고칠 것이 있다고 하면서 망치를 돌려 받는.

                

제3막. 뱃사람이 잠들었을 때, 부인은 방으로 들어가 본다. 손에는 돌려 받은 망치를 들고 있다. 부인은 만일 이 사람을 죽이고 그가 가지고 있는 진주와 돈을 빼앗으면 남편의 빚을 갚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인은 망치로 뱃사람을 내려 치려다가 잠시 주저한다. 혹시 이 사람이 남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부인은 나그네를 깨우려 한다. 얘기라도 해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뱃사람은 잠에서 깨어 나지 않는다. 그러자 부인은 다시 망치를 들어 뱃사람의 머리를 정통으로 내려 친다. 뱃사람이 몸부리치자 부인은 계속 망치로 뱃사람의 얼굴을 내려 친다. 부인은 나그네의 주머니에서 진주들을 꺼낸다. 부인의 아버지가 소란한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 들여다 본다. 아버지는 어서 시체를 치워 빗물통 속에 감추자고 말한다. 두 사람은 만일 다른 사람들이 물어보면 나그네가 아침 일찍 떠났다고 말하자고 약속한다. 부인은 아버지와 함께 시체를 치우면서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남편이 돌아올 것이며 진주를 팔아 남편의 빚을 갚을수 있다고 생각하여 기쁜 노래를 부른다.

 

뱃사람이 자기 부인에게 보석들을 보여주고 있다. 부인은 나그네가 누구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