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18.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의 '콤밀리토넨'

정준극 2011. 6. 2. 07:09

콤밀리토넨(Kommilitonen)!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Peter Maxwell Davies)의 학생 오페라

역사적인 세개의 학생운동을 조명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 종처럼 커다란 스피커 앞에서 세세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영국의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1934-)가 작곡한 전2막의 오페라 '콤밀리토넨'(Kommilitonen)은 세계 역사에서 잊지 못할 학생 운동중 세가지를 집중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콤밀리토넨이라는 말은 같은 학급에서 공부했던 급우를 말한다. 그 뜻이 발전하여 '학생 운동가'(Student Activists) 또는 '학생 동지'(Fellow Students)라는 의미로 사 용되는 경우가 많다. 오페라 '콤밀리토넨'의 경우에는 '젊은 피'(Young Blood)라고 번역하고 있기도 하다.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가 유명한 오페라 감독인 데이빗 파운트니(David Pountney: 1947-)와 협력하여 '콤밀리토넨'의 주제로 삼은 20세기 학생운동의 스토리는 세가지이다. '콤밀리토넨'은 어떤 특별한 사회적 목적을 위해 설계된 것이다. 이를 유틸리티 뮤직(Utility music)이라고 한다. 런던의 왕립음악원과 뉴욕의 줄리아드가 협력하여 공연한 것은 바로 유틸리티 뮤직의 전형이다.

 

'백장미'에서 동생 조피와 오빠 한스. 조피가 히틀러의 잔혹상을 고발하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코자 하고 있다.

 

첫째는 1962년도의 '옥스포드 혁명'(The Oxford Revolution)이다. 흑인 학생인 제임스 메레디스(James Meredith: 1933-)가 미시시피주의 옥스포드에 있는 미시시피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인종차별을 무릅쓰고 투쟁한 내용이다. 결국 제임스 메레디스는 온갖 방해와 협박과 조롱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승리를 하여 미국의 흑인민권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제임스 메레디스는 학교에 등교하다가 총격을 받은 일도 있었다. 1966년 6월 6일의 사건이었다. 두번째 학생운동은 '백장미'(Die Weisse Rose)운동이다. 2차 대전중 뮌헨대학교의 학생이던 한스 숄(Hans Scholl)과 조피 숄(Sophie Scholl) 남매가 나치의 폭정에 항거하여 펼친 지하운동이다. 한스와 조피 남매는 1943년 이 운동을 주도한 다른 학생들과 함께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길로틴으로 참수되었다. 세번째는 중국의 문화대혁명(플로레타리아문화대혁명: Great Proletarian Cultural Revolution: GPCR: 1966-1976) 당시 부모를 부인하고 비난해야만 했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에 대한 이야기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존 폼프레트(John Pomfret)가 쓴 '차이나 레슨스'(China Lessons)의 한 파트에서 가져온 것으로 '천국으로의 비상'(Soar to Heaven)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스토리이다. 이 세 스토리가 서로 혼합되어 번갈아 등장하며 피날레에서는 모두 함께 등장한다.

 

'옥스포드 혁명'으로 이름난 제임스 메레디스. 옥스포드는 미국 미시시피대학교가 있는 도시이다. 제임스 메레디스는 흑인으로서 미시시피대학교에 처음 입학한 학생이다.

 

2009년 여름의 어느날, 피터 맥스웰 데이비스는 런던 왕립음악원(Royal Academy of Music)의 학장인 조나탄 프리만-애트우드(Jonathan Freeman-Attwood)와 점심을 함께 하고 있었다. 데이비스가 왕립음악원의 명예교수로 임명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학장은 데이비스에게 학생들을 위한 오페라를 한번 작곡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데이비스는 즉각적으로 '아니, 지금 내 나이가 몇인데요? 이젠 오페라고 뭐고 작곡하는 것은 안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데이비스였는데 잠시후에는 '생각해 보았는데요, 조건이 있습니다. 세가지요!'라며 마음을 바꾸었다. 그가 제안한 세가지는 첫째 새로 만드는 오페라는 학생들이 공연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주제로 삼은 것이어야 한다는 것, 둘째 오페라감독인 데이빗 파운트니가 반드시 관여해야 할 것, 셋째 왕립음악원이 다른 학교와 합작하여 공연할것이었다.

 

대본가이며 오페라 감독인 데이빗 파운트니

 

데이빗 파운트니는 대본을 쓰고 오페라 공연을 감독하겠다고 나섰다. 미국 줄리아드음악학교의 조셉 폴리시(Joseph Polisi)학장은 왕립음악원과 협력하여 초연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하여 데이비스의 오페라 '콤밀리토넨!'은 2011년 3월 18일 왕립음악원의 잭 라이온스경 극장(Sir Jack Lyons Theater)에서 역사적인 초연을 가졌다. 지휘는 왕립음악원의 오페라과장인 제인 글로버(Jane Glover)가 맡았다. 줄리아드음악학교의 학생들이 함께 출연했음은 물론이다. '콤밀리토넨!'의 미국 초연은 2011년 11월 11일 줄리아드음악학교에서 예정되어 있다. 런던 초연때의 반응은 신문의 반응으로 알수 있다. 신문은 '영광스럽다.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인간애의 무대이다'(Glorious, Heart-Warming Pageant of Humanity)라고 썼다.

 

지휘자 제인 글로버. 금세기 가장 뛰어난 여성 지휘자이다.

 

'콤밀리토넨!'의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옥스포드 혁명] 제임스 메레디스(Bar), 포케인(Pokayne)의 음성(Bar)

[백장미] 조피 숄(Sophie Scholl: S), 한스 숄(Hans Scholl: Bar), 빌리 그라프(Willi Graf: B-Bar), 크리스토프 프로브스트/목사님(Christoph Probst: The Evangelist: T), 알렉산더 슈모렐/종교재판관(Alexander Schmorell: The Grand Inquisitor: B), 서기1/간수(First Clerk: Prison Guard: MS), 서기 2/게슈타포 장교 1/청소부(Second Clerk: Gestapo Officer 1: Janitor: Bar), 게슈타포 장교 2(Bar)

[천국으로의 비상] 리 징지(어머니: MS), 우 티안쉬(아버지: Bar), 우(Wu: 아들: S), 리(Li: 딸: MS), 어린이들(S), 주(홍위병: S), 홍위병 장교 1(MS), 홍위병 장교 2/의사(MS), 홍위병 장교 3(MS)

 

'천국으로의 비상'의 한 장면. 홍위병들이 우(Wu)의 아버지를 무산계급의 적인 지식인이라고 하여 탄핵하며 박해하는 장면

 

오페라 '콤밀리토넨!'의 1막은 18장면, 2막은 10장면, 도합 2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면은 넘버링과 함께 부제가 붙어 있다.

[제1막]

1. 마지막 출구(Last Sortie): 옥스포드 혁명

2. 스탬프(Stamps: 백장미)

3. 슬로간(Slogans: 백장미)

4. 벽에 글씨쓰기(Wall Painting: 백장미)

5. 슬로간 2(Slogans II: 천국으로의 비상)

6. 우리 아버지(My Father: 옥스포드 혁명)

7. 리더아벤트(Liederabend: 백장미)

8. 탄핵(Denunciation: 천국으로의 비상)

9. 명부(Directories: 백장미)

10. 봉투(Envelopes: 백장미)

11. 첫번째 전단지(The First Leaflet: 백장미)

12. 복사기(The Duplicator: 백장미)

13. 기차(The Train: 백장미)

14. 토끼(Rabbits: 옥스포드 혁명)

15. 증인(Eyewitness: 천국으로의 비상)

16. 증인 2(Eyewitness II: 백장미)

17. 우가 집에 오다(Wu Comes Home: 천국으로의 비상)

18. 수비대 임명(Naming of the Guard: 천국으로의 비상)

 

[제2막]

19. 폭동(Riot: 옥스포드 혁명)

20. 종교재판관(The Grand Inquisitor: 백장미)

21. 친밍(Quingming: 천국으로의 비상)

22. 체포(Arrest: 백장미)

23. 파티(Party: 천국으로의 비상)

24. 등록(Registration: 옥스포드 혁명)

25. 꿈(Dream)

26. 에필로그(Epilogue)

27. 처형(Execution: 백장미)

28. 피날레(Finale)

 

제임스 메레디스는 1966년 6월 6일 미시시피주의 잭슨에서 평화시위를 하던 중 총격을 당하여 길에 쓰러졌다. 이 장면을 찍은 사진은 퓰리처 상을 받았다.

 

작곡자는 오케스트라의 구성과 무대 위에서의 연주 등에 대하여 자세한 가이드를 제시해 놓았다. 즉, 오케스트라는 약 40명이 필요하며 중국의 장면이 나올 때에는 무대 위에 행진하며 연주하는 밴드가 필요하고 무대 뒤에서는 금관 5중주가 준비되어야 하고 또한 '옥스포드 혁명'의 장면을 위해서는 재즈 트리오가 나와야 하며 중국의 장면이 나올 때에 중국 전통 악기인 에르후(Erhu)를 등장켜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오페라에서는 '백장미' 운동에 대한 비중이 다른 콤포넨트에 비하여 매우 크다. 드라마틱한 면이 더 풍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장미' 스토리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한 오페라가 될수 있었다. 실제로 독일의 우도 침머만(Udo Zimmermann)은 Die Weisse Rose(백장미)라는 오페라를 별도로 완성한바 있다. '콤밀리토넨'은 각기 다른 스토리가 융합된 것이라서 그런지 음악에 있어서도 혼합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음악적으로 혼란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소음이라고 느낄수 있다. 데이비스는 이 오페라에 여러 내용물을 혼합하였다. 예를 들면 알반 베르크, 프랑시스 뿔랑크, 쿠르트 봐일 등의 음악적 느낌을 부분부분에 사용한 것이다. 여기에 브라스 밴드, 복음성가 합창, 재즈 트리오, 그리고 앞서 소개한 에르후 음악까지도 포함하였다. 그렇가도 해서 전반적으로 듣기에 거북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백장미'에서 히틀러 유겐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