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식당, 카페, 커피

비엔나에서 커피 주문하기

정준극 2011. 5. 28. 10:38

비엔나의 카페에서

 

카페 프뤼켈. 손님들과 헤르오버


비엔나는 여러 형태의 커피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네 커피점에서야 아메리카노, 카페 라떼, 에스프레소 등 주문할수 있는 커피가 몇가지에 한정되어 있지만 비엔나의 카페에서는 열 종류가 넘는 커피들을 서브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커피 하우스에서 서브하는 커피에는 멜랑즈처럼 프랑스어이거나 카푸치노 처럼 이탈리아 스타일의 이름들이 붙어 있고 젊은이들은 그런 이름들을 더 선호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아인슈패너, 슈봐르처, 브라우너 등 옛스러운 독일어 명칭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비엔나 사람들에게 있어서 전통은 무엇으로도 바꿀수 없는 귀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몇가지 명칭들을 살펴보자. [카페(Kaffee)를 발음할 때에는 첫 소절에 악센트를 준다. 오스트리아 스타일이다. 그리고 비엔나에서 비엔나 특유의 카페를 찾아가지 않고 스타벅스를 찾아가는 것은 남들이 보기에 창피한 일이다. 아예 허튼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와 함께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링슈트라쎄에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는 란트만 카페 및 레스토랑. 주로 정치인들이나 언론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다.

 

[주문의 예술] 

- 슈봐르처(Schwarzer)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클라이너 슈봐르처(Kleiner Schwarzer)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슈봐르처는 모카(Mokka)라고도 부른다. 에스프레소의 비엔나 버전이다. 비엔나 로스트를 진하게 천천히 걸러낸 것이다. 그로써 슈봐르처(Grosser Schwarzer)는 슈봐르처를 더블로 마시는 것이다. 더블 에스프레소와 같다. 우리 같으면 도무지 써서 마시지 못하겠지만 커피에 인이 박힌 비엔나 사람들에게는 별로 문제가 될 것이 없는 모양이다.

- 브라우너(Brauner)는 보통 클라이너 브라우너를 말하는 것으로 에스프레소(모카)에 크림을 넣은 것이다. 어떤 카페에서는 크림을 따로 준다. 그로써 브라우너는 크림을 넣은 더블 모카이다.

- 멜란즈(Melange)는 비엔나에서 가장 흔하게 마시는 커피이다. 카푸치노와 같은데 굳이 구별하자면 밀크를 더 많이 넣는다. 또한 멜란즈에는 비엔나 스타일로 볶은 모카를 넣으며 또한 밀크 거품이 더 많이 나오게 한다는 것이다. 멜랑게라고 부르기도 한다. 멜란즈는 프랑스어로 혼합한다는 의미이다.

- 아인슈패너(Einspänner)는 커피에 휘핑 크림을 넣은 것이다. 보통 긴 유리잔에 담아 서브한다. 크림 위에 초콜렛 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카페 센트랄. 앉아 있는 사람은 비엔나의 시인 페터 알텐버거


 - 페어랑게르터(Verlangerter)는 모카(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더 넣은 것이다. 스몰 아메리카노와 같다고 보면 된다.

- 카푸치너(Kapuziner)는 카푸치노(Cappuccino)와 뉴앙스가 다르다. 커피 위에 휘핑 크림 덩어리를 조금 얹어준다.

- 피콜로(Piccolo)는 블랙 커피를 조금 담은 것으로 휘핑 크림을 넣기도 하고 넣지 않기도 한다. 피콜로는 작다는 뜻이다.

- 카페 라테(Kaffee Latte)는 카페 페어케르트(Kaffee Verkehrt)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라테의 비엔나 버전이다. 라테는 밀크를 말한다.

- 모카(Mokka)도 브라우너와 마찬가지로 클라이너 또는 그로써가 있다. 미국식의 블랙 커피와 같다고 보면 된다.

 

비엔나에서 아인슈패너는 전통적으로 유리 글라스에 담아 서브한다.

 

비엔나의 특별 커피도 있다. 예를 들면 카이저멜란즈(Kaisermelange), 피아커(Fiaker) 등이다. 카이저멜란즈는 커피에 밀크, 계란 노른자, 코냑을 넣은 것이다. 피아커는 커피에 럼주를 넣은 것이다. 대부분 전통 카페에서는 그 집만의 특별한 메뉴가 있다. 예를 들면 카페 센트랄에서는 카페 센트랄(Kaffee Central)이라는 메뉴가 있다. 어떤 점이 특별한지는 그 집에 가서 마셔보면 안다.

 

비엔나의 카페에서는 '천천히'와 '느긋함'이 중요하다. 카페 브라우너호프에서. 멜란즈

 

[카페에서의 몇가지 팁]

- 카페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에는 Entschuldigen Sie Herr Ober(여자면 Frau Ober)라고 부르면 격식에 맞는다. 또는 간단히 Schuldigung(슐디궁)이라고 말해도 된다. 원래는 '실례합니다'라는 뜻이지만 '여보세요'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할로'라고 부르면 좀 수준이 처진다. 외국인이 볼 때에 종업원들은 대체로 말도 별로 없고 무뚝뚝한 것 같지만 비엔나 사람들이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다. 엔트슐디궁이라고 하던지 간단히 슐디궁이라고 하는 것이 복잡하면 그저 비테(Bitte)라고 부르면 된다. 비테는 영어의 Please 와 같은 뜻이지만 우리 식으로는 '여기요'라는 뜻이다.

- 카페에서는 맥도날드 처럼 To go 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포장 주문은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만일 들고 다니면서 마시는 커피를 원한다면 맥도날드나 피짜 헛, 또는 요즘 유행을 타고 있는 스타벅스로 가면 된다.

- 어떤 커피를 주문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 무조건 '여기 커피 한잔이요'라고 한다면 그건 식당에 가서 '여기 음식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각자 입맛에 맞는 커피를 주문해야 할 것이다. 커피를 주문해 놓고서 너무 쓰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마시지 않으면 그 카페에게 실례가 아닐수 없다. 주문한 커피는 다 마시는 것이 예의이다.


카페 그리엔슈타이들. 미하엘러플라츠에 있다. 19세기 당시의 그림. 죽치고 앉아서 신문 읽는 것이 보통의 광경이다.


- 가만히 앉아 있어도 종업원이 당연히 계산서를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해서 기다린다든지, 또는 나가면서 카운터에서 계산해도 된다든지 하는 것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계산서(Rechnung)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종업원이 계산서를 늦게 가져온다고 재촉하면 곤란하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가져다 달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 속으로 하는 소리이겠지만 '원 별 놈이 다 있네'라는 소리 밖에 듣지 못한다.

- 팁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통 10%이다. 그러므로 커피 한 잔의 값이 3. 20 유로라고 하면 종업원에게 3. 50 유로로 계산해 달라고 말하면 된다. 커피 값은 3. 20 인데 1 유로를 팁으로 준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 비엔나의 카페는 대체로 천천히 움직이는 곳이다.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 빨리 달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지 않는가? 카페에 가려면 읽을 만한 책을 가지고 가던지 수다를 떨 친구와 같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튼 일단 카페에 들어가면 천천히 엔조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비엔나에는 카페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자리가 없으면 다른 곳으로 가면 문제될 것이 없다.

 

종업원을 부를 때에는 '헤르 오버'(Herr Ober) 또는 점잖게 '엔트슐디겐 지 헤르 오버'라고 할수도 있고 간단히 '슐디궁'(Schuldigung) 또는 '비테'(Bitte)라고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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