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헨바이슬과 츠뵐프 아포스텔켈러
비엔나의 수많은 식당 중에서 꼭 들려보아야 할 두 곳을 고르라면 그리헨바이슬(Griechen Beisl)과 츠뵐프 아포스텔켈러(Zwolf Apostelkeller)를 내세우고 싶다. 비엔나를 잠시 방문한 사람들도 그렇지만 비엔나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번 쯤은 들려보아야 할 곳이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비엔나의 전통적인 음식과 와인은 물론이지만 전통적인 비엔나 식당 겸 주점의 정취를 맛볼수 있는 곳이다. 비엔나에는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들이 여러 곳이나 있다. 말이 수백년이지 그건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그리헨바이슬과 츠뵐프 아포스텔켈러는 참으로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식당이다. 그리헨바이슬은 글자 그대로 보면 그리스 식당이라고 번역할수 있다. 그럼 그리스 음식을 서브하는 곳인가? 그렇지 않다. 그리헨가쎄(그리스 길)라고 하는 곳에 있기 때문에 식당 이름을 그렇게 붙였을 뿐이다. 바이슬(Beisl 또는 Beisel)이라는 단어는 독일어 슬랭으로 작고 아담한 식당을 말한다. 그리헨가쎄는 슈베덴플라츠의 인근에 있다. 로텐투름슈트라쎄에서 프란츠 요제프스 카이 쪽으로 가다가 오른 쪽의 좁은 골목길(비엔나에서는 그런 옛 골목길을 글라스베르크라고 부른다)을 지쳐 올라가면 나온다. 그리헨바이슬 식당의 옆에는 플라이슈마르크트에 화려한 그리스정교회가 있다. 그리헨가쎄는 1770년대에 그리스의 난민들이 이곳까지 와서 정착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리헨바이슬이 있는 장소는 그 전부터 식당이 있었지만 그리헨바이슬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770년대 이후이다.
글라스베르크라고 불리는 그리헨가쎄의 골목길에 있는 그리헨바이즐
그리헨바이슬은 지상 2층까지 식당으로 사용하지만 원래는 지하에만 있었다. 츠뵐프 아포스텔켈러도 지하에 있는 식당임을 생각할 때에 '비엔나에서는 무얼 먹어도 지하에서 먹어야 하나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그리헨바이슬은 페스트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 츠뵐프 아포스텔켈러는 성경과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역병과 성경이 비엔나를 대표하는 두 식당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수 없다. 그리헨바이슬이라고 하면 우선 'Ach, du Lieber Augustin, Augustin'이라는 동요를 생각하게 된다. 이나라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면 처음에 배우는 노래 중의 하나이다. 잘 아는대로 비엔나를 비롯한 유럽의 전역에는 무서운 역병(페스트)이 휘몰아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일이 있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두세번이나 그런 역병이 몰아쳤었다. 페스트에 대하여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그라벤의 페스트조일레를 무심히 보아 넘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 발생한 역병은 1650년경이었다. 네덜란드로부터 비롯하였다고 한다. 비엔나에도 역병의 검은 구름이 몰려와서 하루만 지나도 수백명씩 죽어나가는 끔찍한 형편이었다. 그때 그리헨가쎄의 이런 저런 음식적이나 주점을 돌아다니면서 백파이프를 불며 노래를 부르던 이른바 떠돌이 음유시인으로서 아우구스틴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헨바이슬에 걸려 있는 아우구스틴 간판
어느날 밤 아우구스틴은 이곳저곳 주점을 돌아다니며 노래도 부르고 웃기는 얘기도 하다가 손님들로부터 한두잔씩 얻어마신 술 때문에 미상불 거나하게 되었다. 밖으로 나온 그는 그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길바닥에 쓰러졌다. 자정만 해서 역병으로 죽은 시체들을 거두어서 교외의 임시 구덩이 버리는 사람들이 나타나(주로 죄수들이 그 일을 하였음)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우구스틴을 다른 시체들과 함께 마차에 싣고 교외로 나가 구덩이에 던져 넣었다. 이제 시체들을 더 수집하여 던져 넣고 횟가루를 뿌린 후에 흙으로 덮으면 그만이었다. 다음날 아침, 술에서 깨어난 아우구스틴은 주위를 살펴보다가 혼비백산하지 않을수 없었다. 시체 구덩이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우구스틴은 구덩이에서 겨우 빠져나와 생매장을 당하는 운명에서 벗어날수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에 의하면 아우구스틴은 구덩이가 깊어서 빠져 나오지 못하자 평소에 잘 부르던 노래를 백파이프를 불자 저 멀리서 일하던 사람들이 '아니, 이거 혹시 아우구스틴이 아닌가?'라면서 구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우구스틴은 놀랍게도 밤새도록 역병에 걸렸던 시체들과 함께 있었는데도 무탈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사람들은 '아우구스틴도 걸리지 않았는데...'라면서 역병을 이겨낼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아우구스틴이 자주 와서 백파이프를 불며 노래를 부르던 식당이 바로 그리헨바이슬이었다. 그래서 그리헨바이슬의 외부에는 아우구스틴을 기념하는 커다란 간판이 걸려 있을뿐만 아니라 지하에 내려가면 아우구스틴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볼수 있다. 한편, 그리헨바이슬의 입구에 들어서서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벽에 옛날에 터키군이 쏘았다는 대포알이 세개나 박혀 있는 것도 볼수 있다. 아무튼 그리헨바이슬은 음식도 음식이려니와 역사적인 전설이 담겨 있는 곳이어서 비엔나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하 두 리베르 아우구스틴'이라는 노래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679년이었다.
그리헨바이슬의 입구 벽에 설치되어 있는 터키의 대포알. 1529년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헨바이슬은 오늘날 식당이기 전에 여관이었다.
그리헨바이슬에는 유명인사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벽면을 보면 이곳을 방문했던 인사들의 명함, 사진, 서명 등이 빽빽하게 붙어 있다.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바그너 등도 이곳에 와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헨바이슬의 한쪽에는 마크 트웨인 방이 있다. 마크 트웨인이 비엔나에서 지낼 때 간혹 왔다가 간 것을 기념하는 방이다.
존넨펠스가쎄 3번지의 열두사도 주점
츠뵐프 아포스텔켈러(Zwölf Apostelkellee)는 12사도 주점이라는 뜻이다. 주점이기 때문에 호이리거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시내에 있기 때문에 슈타트호이리거(Stadtheuriger)라고 부른다. 사실 켈러(Keller)라는 단어는 지하의 포도주 창고를 말한다. 그러나 식당을 겸하고 있다. 아무튼 츠뵐프 아포스텔은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제자를 말한다. 구텐베르크 기념상이 서 있는 곳의 옆골목인 존넨펠스가쎄(Sonnenfelsgasse) 3번지에 있다. 츠뵐프 아포스텔켈러가 있는 건물은 힐데브란트 건물이라고 부른다. 유명한 건축가인 요한 루카스 폰 힐데브란트가 지은 건물이기 때문이다. 힐데브란트는 벨베데레궁전, 페터스키르헤(베드로교회), 아우어슈페르크궁전(장미의 기사궁전)등을 건축한 거장이다. 이 건물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지하층이 3층이나 있으며 그 중에서 지하 두개 층에 츠뵐프 아포스텔켈러가 자리 잡고 있다. 벽면의 코너마다 열두제자의 기념상이나 모습이 그려져 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러므로 존경하는 마태코너 또는 요한코너에 앉아서 식사와 와인을 즐길수 있다. 현재의 츠뵐프 아포스텔켈러가 2차 대전후 정식으로 오픈한 것은 1952년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일찍이 1100년경부터 이곳에 주점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다가 힐데브란트가 18세기에 새로 건물을 지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새로 건물을 지었지만 지하는 원형대로 보존하였는데 1300년경에 한번 보수공사를 했고 이어 1500년경에 재차 보수공사를 했다고 한다. 16세기에 터키가 비엔나를 공성할 때에는 지하대피소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오래되긴 무척 오래된 건물임에 틀림없다.
존넨펠스가쎄 3번지의 열두사도 주점
츠뵐프 아포스텔켈러의 지하에 들어서면 입구에서 성바울의 기념상이 마중을 한다. 그렇다고 성바울이 식탁까지 안내해 주는 것은 아니다. 성자에게 그런 일을 시킬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성바울은 열두 사도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츠뵐프 아포스텔켈러는 비엔나의 내노라하는 음악가, 예술가, 시인, 화가 들이 자주 들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전통적인 비엔나 음식을 맛볼수 있으며 와인과 필젠 맥주를 즐길수 있다. 어떤 저녁에는 악사들이 등장하여 비엔나의 음악을 연주한다. 다만, 새벽까지 술을 마실수는 없다. 자정까지이다. 성자들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듯 하다. 츠뵐프 아포스텔켈러는 오베레 켈러(윗층)와 운테레 켈러(아랫층)으로 구분되어 있고 비엔나 스타일 음식의 뷔페를 즐길수 있다.
츠뵐프 아포스텔켈러 아랫층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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