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거리들/베치르크 점검

비엔나의 구(Bezirk)를 생각하다

정준극 2011. 5. 31. 21:42

비엔나의 구(Bezirk)를 생각하다

 

1구의 슈테판대성당은 비엔나의 랜드마크이다.

 

비엔나는 1구 인네레 슈타트(Innere Stadt)를 중심으로 나선형으로 뻗어 있다. 인네레 슈타트의 센터는 슈테판대성당(슈테판스돔)과 슈테판광장(슈테판스플라츠)이다. 1구는 링 슈트라쎄로 둘러싸여 있다. 중세로부터의 비엔나 성벽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조성된 대로이다. 성벽은 19세기 말까지 있었다. 링 슈트라쎄에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비엔나 시청(라트하우스), 오스트리아 의회(팔라멘트), 호프부르크 궁전, 자연사박물관, 미술사박물관, 궁정극장(부르크테아터), 비엔나대학교, 그리고 국립오페라극장(슈타츠오퍼)과 이름난 호텔들이 모두 링 슈트라쎄를 중심으로 장엄하게 펼쳐 있다. 1구를 다른 말로는 L'arte delle facciate di Vienna 라고 부른다. 비엔나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현관이라는 의미이다. 어느 건물이던지 정면의 현관쪽을 대단한 정성으로 예술적으로 만든다. 조각을 만들어 설치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그림도 그리고 아름다운 철책으로 장식을 하기도 한다. 그것을  L'arte delle facciate 라고 부른다. 1구를 그렇게 부르자 다른 구들도 질세라  L'arte delle facciate di Vienna 라고 내세우기에 바빴다. 그리고 자기 구에 있는 대표적인 건물의 현관(정면) 부분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느라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무튼 좋은 일이 아닐수 없다.

 

슈테판대성당의 종탑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엔나의 동쪽 도나우슈타트 방향. 고층건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2-9구는 비엔나의 핵심 구라고 할수 있다. 환상도로인 귀어텔의 안쪽에 모여 있다. 귀어텔은 벨트(허리띠)라는 뜻이다. 1구를 감싸고 있는 내부 서클을 링 슈트라쎄라고 한다면 귀어텔은 외부 서클이다. 다만, 2구 레오폴드슈타트에는 귀어텔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유태인들이 많이 사는 구역이어서 건물들이 촘촘한 입장에서 길을 넓게 만들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사실상 게토의 길들은 좁을 대로 좁았다. 2구 레오폴드슈타트(Leopoldstadt)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도나우와 도나우 운하 사이에 형성된 일종의 커다란 섬의 남쪽 반을 차지하고 있는 구역이다. 남쪽으로는 프라터의 숲지대로부터 북쪽으로는 프라터의 놀이터가 있고 프라터슈테른역(구 북부역: 노르드반호프)에 이르기까지 뻗어 있다. 2구의 북쪽에는 이른바 그륀데차이트(Gruendezeit) 시대에 조성된 동네들이 자리잡고 있다. 단순하지만 실용적인 디자인의 건물들이다. 슈베덴플라츠(Schwedenplatz)에서 운하를 건너 북쪽으로 펼쳐진 지역은 카르말리터피어르텔(Karmaliterviertel: Karmaliter Quarter)이다. 한때 유태인 게토가 자리 잡고 있었던 곳이며 현재에도 비엔나 유태인 사회의 허브이다. 그러므로 비엔나의 유태인 지역을 인식하고 싶으면 이곳에 가면 된다. 이 지역의 끝자락에 아우가르텐(Augarten)이 있다. 아우가르텐 인근에는 종전에 화물 야적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모두 주거지로 개발되었다. 그리고 도나우를 따라서는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부터 대단위 주거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크리스탈나하트 이후 레오폴드슈타트에서 나치가 즐겁게 지켜보는 가운데 거리 청소를 하는 유태인들.


 3구 란트슈트라쎄(Landstrasse)는 시내 중심으로부터 동남쪽에 있는 커다란 구이다. 대체적으로 빈 강(Wien Fluss)을 경계로 삼고 중심지대와 구별되어 있다. 빈 강은 예전에는 물이 많이 흘러서 보트를 타고 다니기도 했으나 근간에는 대부분 복개되었거나 운하로 조성되어 그저 물이 흐르는 시늉만 볼수 있다. 슈타트파르크 뒤편에 운하라고 만들어 놓은 곳을 보면 알수 있다. 란트슈트라쎄의 중심지역은 빈 미테(Wien Mitte)역을 중심으로한 금융가이다. 시내 힐튼 호텔이 있는 곳이다. 다른 나라에서 비엔나의 금융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편의를 위해 공항 리무진의 종점도 힐튼 호텔 뒤편에 만들어 놓았다. 란트슈트라쎄구의 하우프트슈트라쎄(Hauptstrasse)는 쇼핑 거리이다. 란트슈트라쎄의 명소 중의 하나는 훈데르트바써하우스이다. 에르드버그(Erdberg) 버스정류장까지는 주거지역으로서 라벤호프(Rabenhof)와 같은 공동주거지가 조성되어 있다. 벨베데레 궁전로 가는 길에는 각국의 대사관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련적군기념상이 있는 슈봐르첸버그플라츠는 란트슈트라쎄와 뷔덴이 마주보고 있는 곳이다.

 

란트슈트라쎄에 있는 벨베데레 궁전의 야경

 

4구 뷔덴(Wieden)과 5구 마르가레텐(Margareten)은 슈타츠오퍼로부터 남쪽에 있는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오페라로부터 현재 거대한 중앙역(옛 남부역)을 새로 건설하고 있는 곳까지이다. 칼스키르헤가 우뚝 서 있고 그 옆에는 비엔나공과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4구와 5구에는 비엔나에서도 미용실이 많기로 유명하며 화랑들도 많이 있다. 또한 비엔나의 미니 차이나타운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국식당과 상점들도 들어서 있다. 북쪽으로는 빈강(Wien Fluss)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뷔덴의 칼교회(칼스키르헤). 아마 이만큼 아름다운 교회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내부는 더 아름답다.

 

6구 마리아힐르프(Mariahilf)는 나슈마르크트가 있는 빈강(Wien Fluss) 주변으로부터 시작한다. 굼펜도르퍼 슈트라쎄(Gumpfendorfer Strasse)를 따라서는 와인 집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이곳은 말하자면 파리의 라틴구역과 마찬가지로 집시 성향의 거리이다. 젊은 예술가 기질의 사람들이 자주 찾아온다. 7구 노이바우(Neubau)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마리아힐르퍼슈트라쎄는 비엔나에서도 알아주는 쇼핑거리이다. 케른트너슈트라쎄가 관광객들을 위한 쇼핑거리라고 한다면 마리아힐르퍼는 비엔나 사람들을 위한 쇼핑거리이다.

 

비엔나의 쇼핑거리인 마리아힐르퍼슈트라쎄. 백화점도 있고 먹거리도 많이 있다.

 

7구 노이바우(Neubau)는 무지움스크바르티어(MuseumsQuartier)로부터 시작하여 서부역(베스트반호프)에 이르기까지의 구역이다. 슈피텔버그슈트라쎄는 오래전부터 홍등가로 유명한 곳이었다. 서부역 부근지대는 아직도 비엔나의 대표적 홍등가로서의 명분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도 간혹 거리를 걷다 보면 여관집 현관에 빨간 전등을 켜 놓은 집을 볼수 있다. 글자그대로 홍등가이다. 8구 요셉슈타트(Josefstadt)는 비엔나에서 가장 작은 구이다. 9구 알저그룬트(Alsergrund)는 비엔나에서도 부유한 지역에 속한다. 비엔나대학교가 있어서 학구적인 거리의 모습을 볼수 있으며 상업지구로서도 명색을 잃지 않고 있다.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집도 알저그룬트에 있다.

 

비엔나대학교 본관. 앞의 기념탑은 터키가 비엔나를 공격했을 때 시장을 지낸 리벤버그를 기념하는 탑으로 비엔나대학교와는 관계가 없다.

 

1-9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14개의 구는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주거지역이 대부분이다. 21구인 도나우 동쪽 강안의 플로리드스도르프(Floridsdorf)는 자체적으로 방사선형의 거리를 이루고 있다. 22구 도나우슈나트(Donaustadt)는 아직 농가도 있을 정도로 도시화가 진행중인 지역이다. 소련 스타일의 집단 주거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도 이곳이다. 유엔건물이 웅장하고 장대하게 들어서 있으며 전망탑인 도나우투름(Donauturm)도 이곳에 있다. 아슈페른에는 유럽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는 개발프로젝트가 진행중에 있다. 옛날에는 아슈페른에 비행장이 있어서 번화했었다. 그 번화함을 되찾아 보자는 개발프로젝트이다. 10구 화보리텐(Favoriten)과 11구 짐머링(Simmering)은 전통적으로 노동자 계층이 많이 살고 있는 구역이다. 특히 보헤미아에서 온 벽돌공들이 많이 살았다. 보헤미아에서 온 사람들은 특별한 기술들이 없어서 벽돌 굽는 일을 많이 했다. 15구 루돌프스하임-휜프호이저는 이민문화가 복합된 지구이다. 하지만 비엔나의 상류층 인사들도 적잖이 살고 있다. 16구 오타크링(Ottakring)과 20구 브리기테나우(Brigitenau)도 동구로부터의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13구 히칭(Hietzing)의 서쪽에 있는 쇤브룬궁전은 합스부르크의 영화를 간직한 곳이다.

 

쇤브룬궁전의 크리스마스 트리

 

비엔나의 구는 1구 인네레 슈타트를 중심으로 마치 시계바늘이 돌아가듯 순번이 매겨져 있는듯이 보인다. 적어도 1구부터 9구까지는 그렇다. 그러다가 갑자기 10구가 남쪽으로 자리를 잡는다. 더구나 이상한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10구의 다음으로 왼쪽에 11구가 와야 하는데 12구가 들어섰다. 반면에 11구는 10구의 오른쪽에 자리를 잡았다. 결국 10구는 11구와 12구의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들어서게 되었다. 어째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인가? 사족이지만, 13구부터 23구까지는 그런데로 원칙을 지켜서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다. 사연인즉 간단하다. 행정조치 때문이었다. 비엔나의 교외, 즉 포아슈태테의 마을들 약 30개는 1850년에 행정구역 조정으로 모두 비엔나의 1구부터 8구까지 골고루 적당하게 배분되어 비엔나시에 속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듬해인 1851년에 4구 뷔덴에 속하여 있는 훈드슈투름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였고 너무나 커서 분리할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훈드슈투름의 일부가 마르가레텐에 속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1870년대에 들어서서 마르가레텐이 급격히 확장되었다. 그리하여 마르가레텐의 일부를 10구 화보리텐에 속하게 할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10구도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주로 체코로부터 벽돌공들이 몰려와서 살게 되자 화보리텐도 인구문제로 몸살을 앓게 되었다. 행정구역의 조정은 1892년과 1894년에도 계속되었다. 특히 비엔나 외부 성곽이 더 이상 필요치 않아서 철거하게 되자 주거지가 들었고 또 다시 행정구역을 조정할 필요가 생겼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10구 화보리텐은 그대로 있게 되고 포아오르테의 마을들이 이곳저곳으로 흡수되다보니 10구의 오른쪽 옆으로는 11구 짐머링이 발길을 뻗으며 나타났고 왼쪽 옆으로는 12구 마이들링이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화보리텐슈트라쎄. 비엔나에서 쇼핑거리로서 점점 유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