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도미노(Le domino noir) - The Black Domino
다니엘 오버의 3막 오페라 코믹
다니엘 오버
'검은 도미노'(Le domino noir)는 프랑스의 다니엘 오버(1782-1871)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 코믹이다. 1837년 12월 2일 파리의 살르 드 라 부르스(Salle de la Bourse)에서 초연되었다. 현재의 누보테극장(Theatre des Nouveautes)이다. 누보테극장은 도니제티의 '연대의 딸'(La fille du regiment), 아당의 르 샬레(Le chalet), 에롤드의 '루도빅'(Ludovic), 등이 초연된 유서 깊은 극장이다. '검은 도미노'의 대본은 오버와 콤비인 외진 스크리브(Eugene Scribe)가 맡았다. '검은 도미노'은 오버의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다. 1909년까지 무려 1천 207회의 공연을 기록한 것을 보면 알수 있다. 오버의 작품 중에는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것들이 다소 있다. '검은 도미노'도 마찬가지이다. '검은 도미노'의 영국 초연은 1838년이었으며 미국 초연은 1839년이었다.
안젤레가 훌리오백작의 집에서 새로 들어온 하녀인척하고 있다.
1869년에 러시아를 방문 중인 어떤 이탈리아오페라단이 '검은 도미노'를 공연하겠다고 제안했다. 오리지널 스코어에는 대사부분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을 차이코브스키가 음악을 곁들인 레시타티브로 바꾸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스타일의 '검은 도미노'는 모스크바에서 공연되지 못하였다. 다만, 훗날 리챠드 보닝(Richard Bonynge)이 지휘하여 취입한 음반에는 차이코브스키의 레시타티브 파트가 포함되었다. 호주의 저명한 지휘자인 리챠드 보닝이 지휘하여 취입한 음반은 주역인 안젤라(안젤레)를 한국의 소프라노 조수미가 맡았다. 그래서 음반 커버에는 조수미의 얼굴이 등장한다. 필자는 조수미의 팬도 아니며 그가 부른 노래에 열광하지도 않는다.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는 조수미의 노래는 부드럽고 풍요로운 면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생각하면 뻑뻑하고 날카로운 음성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것은 필자의 개인적의 소견일 뿐이며 이제 조수미가 세계적인 소프라노로서 오버의 '검은 도미노'의 주역으로 음반 취입을 하여 널리 알린 것은 놀라운 기쁨이 아닐수 없다.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갔음을 사과드리며 본래대로 주요배역과 줄거리를 소개코자 한다. 그래도 한마디 더 한다면 '검은 도미노'의 음악은 마치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처럼 멜로디가 아름답다.
리챠드 보닝이 지휘한 잉글리시 챔버 오케스트라 반주의 '검은 도미노' 음반. 조수미가 주역인 안젤레를 불렀다.
여기서 잠시 '검은 도미노'가 무슨 뜻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도미노라고 하면 마치 주사위처럼 생긴 놀이기구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른 뜻도 있다. 도미노는 후드가 붙은 것옷을 말한다. 그런가하면 가면무도회에서 눈만 가리는 반가면(半假面)을 말한다. 오페라 '검은 도미노'에서는 얼굴에서 눈만 가리는 반가면을 말한다. 그리고 검다고 표현한 것은 수녀의 복장이 검은 것을 뜻하는 것이다. 아래 사진에서 볼수 있듯이 가운데의 숙녀가 얼굴에 쓰고 있는 것이 도미노이다.
이제 출연진을 살펴보자. 주인공인 안젤르(Angèle: Angela: S)의 풀 네임은 안젤르 드 올리바레(Angèle de Olivarès)이다. 견습수녀(Novice nun)로서 곧 정식 수녀가 되기 위해 서약할 입장에 있다. 어떤 대본에는 수석수녀로서 곧 수녀원장(Lady Abbess)으로 추대될 직분에 있다고 되어 있다. 스토리로 보아 견습수녀는 아닌 것 같고 수석수녀 정도일 것으라고 짐작한다. 브리기트(Brigitte: Brigitta: S)의 풀 네임은 브리기트 드 산 루카르(Brigitte de San Lucar)이다. 안젤르와 가장 친밀한 친구이며 안젤르를 많이 도와주는 수녀이다. 호레이스(Horace: Horatio: T)는 스페인의 젊은 귀족으로서 안젤르의 정체를 모른채 안젤르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풀 네임은 호레이스 드 마싸레나(Horace de Massarena)이다. 이탈리아에서 공연할 때에는 안젤르를 안젤라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호레이스도 호라티오(Horatio)라고 부른다. 훌리아노(Juliano: T) 백작은 호레이스의 친구이다. 나중에 브리기트와 결혼한다. 하신테(Jacinthe: A)는 훌리아노 백작집의 하녀이다. 질 페레즈(Gil Perez: B)는 하신테를 사랑하는 훌리아노 백작집의 하인이다. 이밖에 우르술르(Ursule: S) 수녀, 영국의 외교관인 엘포트(Elfort: T)경도 등장한다. '검은 도미노'는 음악이 경쾌하고 내용이 재미나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금기사항인 수녀의 사랑을 다룬 것이기 때문에 가톨릭 교회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쩐 일인지 20세기로 들어서서는 새로운 오페라들의 속속등장 때문인지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그러다가 1995년에 가서 리챠드 보님 지휘로 조수미가 안젤르를 맡은 음반이 나오게 되면서부터 점차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받게 되었다. 이와 함께 1995년에는 TV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그 전에는 프랑스에서 다니엘 다류(Danielle Darieux)가 주연한 영화도 있었다.
삐에르 주르당 감독의 '검은 도미노' 오페라 영화.
[줄거리] 시기는 19세기, 장소는 마드리드이다. 스페인의 여왕이 생일을 기념하여 가면무도회를 주최한다. 수석수녀인 안젤라는 수녀원장이 되는 서약을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유를 가지고 싶어한다. 안젤라는 가장 가까운 친구인 브리기타와 함께 수녀원을 빠져 나와 여왕의 생일 축하 가면무도회로 향한다. 안젤라와 브리기타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반가면인 도미도를 쓴다. 안젤라는 1년 전, 수녀원에 들어가기 전에 바로 이 가면무도회에 첨가한 일이 있다. 그때 호레이스라는 젊은 귀족을 만난 일이 있다. 안젤라는 그 때에는 가면을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안젤라는 호레이스에게 자기의 신분이나 정체를 말해주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가면무도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로부터 호레이스는 어느덧 무도회에서 만난 그 여인을 사랑하여 잊지 못한다. 1년이 지난 오늘, 호레이스는 혹시나 그때 그 여인을 만날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여왕의 주최하는 가면무도회에 참석한다. 호레이스는 이번에는 검은 도미노를 쓴 여인을 만나 함께 춤을 춘다. (어떤 자료에 의하면 안젤라는 1년전 호레이스를 만난 이후 역시 호레이스를 사랑하게 되어 은밀히 호레이스가 외교관으로 성공할수 있도록 후원해 주었다고 되어 있다.)
안젤라와 브리기타는 자정까지는 수녀원에 들어가야 한다. 자정이 지나면 수녀원의 철문이 굳게 닫힌다. 한편, 호레이스의 친구인 훌리아노는 호레이스가 어떤 도미노를 쓴 여인과 너무나 즐겁게 춤을 추는 것을 보고 호레이스를 위해서 그 여인을 한 시간만이라도 더 붙잡아 두기 위해 시계를 거꾸로 돌려 놓는다. 그것도 모르고 안젤르와 브리기트는 가면무도회에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안젤라는 수녀원으로 돌아갈 시간을 놓친다. 문뜩 시계를 쳐다 본 안젤라는 이미 자정인 것을 알고(실은 새벽 1시) 급히 친구인 브리기타를 찾는다. 호레이스는 브리기타가 이미 다른 곳으로 가서 있다고 말해 준다. 안젤라는 일이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안젤라는 자기도 모르게 흐느껴 운다. 호레이스가 그런 안젤라에게 어디로 가는지 에스코트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수녀원까기 함께 갈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안젤라는 어느 누구의 도움도 필요없다고 말하고 밖으로 뛰쳐 나가서 무작정 밤길을 걷는다.
우르술라가 안젤라에게 수녀원을 떠나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말한다.
마침 어느 커다란 저택에 불이 밝게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무조건 그 집으로 가서 뒷문을 통해 부엌으로 들어간다. 알고보니 실은 이 저택은 호레이스의 친구인 훌리아노의 집이다. 훌리아노는 여왕의 가면무도회에 참가했다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친구들 몇명과 함께 왔던 터이다. 안젤라는 이 집의 가정부인 클라우디아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하룻밤 지내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클라우디아는 이 밤중에 안젤라와 같은 숙녀를 거리로 몰아낸다는 것은 절대로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여 안젤라에게 하룻밤 쉬도록 하였다. 안젤라와 클라우디아는 누가 무어하고 물으면 아라곤에서 가정부 자리를 찾아 올라온 클라우디아의 사촌이라고 설명키로 약속한다. 아라곤에서 왔다는 클라우디아의 사촌은 몸에 배어 있는 우아함과 예의, 그리고 위트로서 식사에 참가한 여러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호레이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누구도 안젤라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안젤라가 정체가 밝혀지는 것을 우려하여 계속 도미노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기야 호레이스는 아라곤에서 왔다는 하녀가 1년전에 가면무도회에서 만난 일이 있고 또한 오늘밤의 무도회에서 만난 도미노를 쓴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호레이스는 다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안젤라가 혼자 있는 틈에 만나 안젤라를 어느 방에 가두어 놓고 방문을 잠근다. 자기가 그렇게도 오매불망했던 여인이 알고 보니 하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호레이스는 안젤라가 자기의 행동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설명을 할 때까지 가두어 두기로 한다.
영화에서 안젤라 역을 맡은 다니엘 다류. 도미노를 입고 있다.
마침 그때 이 집의 하인인 질 페레즈가 하녀인 클라우디아를 만나기 위해 안젤라가 갇혀 있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질 페레즈는 클라우디아에게 오래 동안 참아왔던 청혼을 하려던 참이다. 그러나 방에 들어서자 가면을 쓴 이상한 여인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안젤라는 만토를 휘날리면서 악마인척 한다. 질 페레즈가 겁에 질려 도망가자 안젤라는 그 틈을 타서 밖으로 빠져 나온다. 안젤라가 도망간 후, 클라우디아는 주인인 훌리아노에게 실은 그 여자가 자기의 사촌이 아니며 귀부인처럼 생긴 여자가 하룻밤 피난처를 구하기에 편의를 보아준 것 뿐이라고 설명한다.
제3막에서 안젤라는 가까스로 수녀원에 도착한다. 수녀들이 안젤라를 찾았지만 브리기타가 적당히 변명하여 안젤라는 위기를 모면한다. 이제 안젤라는 정식 수녀로서 서약을 한 시간이다. 그때 호레이스가 수녀원을 찾아온다. 실은 예전에 결혼키로 약속되어 있는 엘포트 경의 딸 우르술라와의 파혼을 선언하기 위해 온 것이다. 우르술라는 이미 속세를 떠나 견습수녀가 되었기 때문에 어차피 결혼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다른 버전에는 우르술라도 수녀로서 수녀원장의 후보에 있었다고 되어 있다.) 그때에 호레이스는 수녀복장을 하고 있는 안젤라를 알아본다. 호레이스는 안젤라와 결혼하겠다고 나선다. 우르술라는 은근히 질투가 났지만 안젤라에게 사랑을 찾아서 수녀복을 벗어버리라고 조언한다. (어떤 버전에는 안젤라 대신에 우르술라가 수녀원장으로 임명되며 우르술라는 새로운 수녀원장으로서 안젤라에게 속세에 나가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명령한다고 되어 있다. 또 어떤 버전에는 여왕이 안젤라와 브리기타가 수녀원을 떠나 속세로 돌아가는 것을 승인했다고 되어 있다.) 아무튼 호레이스는 사랑하는 안젤라와 결혼하며 브리기타는 훌리아노와 결혼하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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