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실존 인물의 이야기(The Story of a Real Man - Povest' o nastoyashichem cheloveke)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마지막 오페라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어느 실존인물의 이야기'(The Story of a Real Man)는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ergey Prokofiev: 1891-1953)의 4막 오페라로서 오페라로서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대본은 러시아의 작가 보리스 폴레보이(Boris Polevoy: 1908-1981)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작곡가 자신과 그의 부인인 미라 멘델손(Mira Mendolson)이 작성했다. '어느 실존 인물의 이야기'는 2차 대전중 러시아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서 조국을 위해 영웅적인 활동을 했던 알렉세이 마레스예프(Alexey Maresyev: 1916-2001)의 인간승리적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알렉세이 마레스예프는 독일 전투기와의 공중전에서 격추되어 나치가 점령한 지역에 추락하였으나 두 다리에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18일간 기어서 적진을 탈출하여 소련 땅을 찾아왔고 두 다리를 절단한 후에도 다시 전투기 조종사로 출전하여 빛나는 전과를 거둔 영웅이었다.
보리스 볼레보이의 실화소설 The Story of a Real Man의 표지
프로코피에프의 오페라는 종전 후인 1948년 12월 3일 당시 레닌그라드(현재의 생페터스부르그)의 키로프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당시 청중들은 소련의 문화담당 관리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시는 스탈린의 문화예술관련 관리들이 소련의 예술가들을 온갖 트집을 잡아서 박살을 내려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반응은 빈약하기 이를데 없었다. 프로코피에프는 비교적 온건한 내용으로서 실은 러시아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못마땅하게 여기자 크게 실망하였다. 프로코피에프는 그해 초에 공산주의 당국으로부터 작품이 '형식주의'(Formalism)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프로코피에프는 잃었던 명성을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못하였다. 당국은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어느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프로코피에프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겨우 공연을 허락하였다. 공교롭게도 프로코피에프와 스탈린은 1953년 3월 5일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므로 사실상 '어느 실존 인물의 이야기'는 스탈린이 사망하고 나서야 공연이 허락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일반대중에게 처음으로 공연된 것은 정부관리들을 대상으로 처음 공연한 때로부터 10여년이나 지난 후인 1960년 10월 7일이었다.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에서였다. 다만, 당국은 원래 4막이었던 것을 3막으로 커트하였고 몇몇 장면은 다시 만들도록 했다.
원작자인 보리스 폴레보이
오페라의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알렉세이 마레스예프(Bar)는 러시아공군 전투기 조종사이다. 올가(Olga: S)는 알렉세이의 약혼자이다. 안드레이(Andrey: B)는 알렉세이의 동료 조종사이다. 집단농장 사람들에 의해 구조된 알렉세이를 위험을 무릅쓰고 앰뷸란스 비행기를 몰고 가서 데려온다. 쿠쿠슈킨(Kukushkin: T)은 병원에서 만난 러시아 공군 조종사이다. 알렉세이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준 사람이다. 알렉세이가 병원에 입원하였을 때 간호사는 클라우디야(Klaudiya: Claudia: Cont)이다. 세미욘 포보브예프(Bar/B)는 인민위원으로서 러시아혁명에 참가했다가 부상을 당하여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이다. 간호사인 클라우디야가 무척 존경하는 애국적인 인물이다. 이밖에 외과의사 바실리 바실례비치(B), 물리치료사로서 알렉세이에게 룸바까지 출수 있도록 해준 지노츠카(Zinocka: S), 집단농장의 여인으로서 알렉세이를 보살펴 준 바르야(Varya: MS), 또 다른 집단농장 여인인 페트로브타(Petrovna: S), 농장 소년인 세르옌카(Seryenka)와 페디야(Fedya), 알렉시스의 어머니(MS), 집단농장 촌장인 마하일로프(Mihailov: T), 할머니 바실리싸(Visilissa: Cont)등이 등장한다.
실재 인물인 오페라의 주인공 알렉세이 마레스예프
스토리는 2차 대전중에 있었던 내용이다. 소련 전투기 조종사인 알렉세이는 독일 전투기와의 공중전에서 격추되어 심한 부상을 입는다. 추락한 곳은 독일군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알렉세이는 두 다리가 모두 부상을 입어 걸을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진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무려 18일 동안을 눈덮힌 들판을 기어서 소련군을 찾아 헤맨다. 죽을 생각도 했지만 그때마다 고향에 있는 약혼녀 올가와 어머니의 모습이 어른 거려서 끝까지 버틴다. 결국 어떤 집단농장의 사람들이 그를 발견하고 구출한다. 집단농장의 사람들은 마을을 독일 비행기가 폭격하는 바람에 모두 파괴되어 산속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알렉세이에게 음식을 주고 따듯하게 보살펴 준다. 하지만 두 다리의 상처는 어찌하지 못한다. 집단농장의 촌장은 전쟁터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멀리 있는 러시아군 진지로 보내어 알렉세이를 데려가도록 한다. 알렉세이의 친구인 안드레이가 급히 앰뷸란스 비행기를 몰고 집단농장 사람들이 숨어 살고 있는 곳으로 간다.
적진에서 격추당한 알렉세이가 적진을 빠져 나가기 위해 눈 덮힌 산야를 18일이나 기어서 드디어 러시아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구조된다.
알렉세이는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된다. 알렉세이의 두 다리는 절단된다. 그는 고향에 두고온 약혼녀 올가를 생각하며 모든 고통을 참는다. 간호사인 클라우디야는 알렉세이가 두 다리를 잃는 것을 보고 그가 마지한 비운에 대하여 탄식한다. 그리고 알렉세이를 위해 헌신적으로 간호한다. 같은 병원에 있는 인민위원인 세미욘은 러시아혁명 당시에 적군(赤軍)의 영웅적인 투쟁을 찬양하며 알렉세이에 대하여도 영웅적인 행동을 크게 치하한다. 알렉세이는 비록 두 다리가 절단되는 고통을 당했지만 같은 병동에 있는 다른 병사들의 고통을 보고는 자기가 러시아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모든 난관을 극복하리라고 다짐한다. 쿠쿠슈킨이라는 부상병 조종사는 알렉세이에게 1차 대전중 어떤 조종사가 다리 한쪽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전투기를 몰았다는 얘기를 해준다. 그 얘기를 들은 알렉세이는 큰 용기를 얻으며 자기도 언젠가는 다시 전투기를 몰고 적기와 싸우고 싶다는 욕망을 갖는다.
두 다리가 절단되어 병상에 있는 알렉세이에게 쿠쿠슈킨이 1차 대전 당시 어떤 조종사의 얘기를 해주며 용기를 가지라고 격려한다.
어느새 봄이 온다. 알렉세이는 의족을 달고 목발을 짚으며 걷는 연습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후에는 드디어 발걸음을 옮기는데 성공한다. 알렉세이는 정말 힘이 들어 견디지 못할 때마다 올가와의 즐거웠던 옛일을 생각하며 참는다. 한편, 인민워원인 세미욘이 갑자기 숨을 거둔다. 클라우디야의 애국적인 병사의 죽음에 크게 낙담한다. 클라우디야는 과중한 업무로 너무나 지쳐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기쁜 마음으로 버티어 나간다. 알렉세이는 올가에게 편지를 보내어 지금은 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반드시 다시 전투에 참가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는 조국에 바쳐진 몸이기 때문에 올가와의 결혼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으므로 잊어 달라고 말한다. 알렉세이는 두 다리를 잃은 처지에서 올가에게 행복을 줄수 없다고 믿어서 그런 편지를 보낸 것이다. 알렉세이는 병원을 떠나 요양소로 간다. 이곳은 조종사들을 요양하여 전투에 참가할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곳이다. 알렉세이는 요양소에서 물리치료사 치노츠카의 도움을 받아 의족을 달고서도 자유로 걸을수 있는 훈련을 받는다. 알렉세이는 댄스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된다. 어느날에는 치노츠카와 함께 룸바까지 춘다. 이 모습을 본 의사들은 알렉세이가 전투에 다시 참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고향에서 알렉세이의 부모를 도와 농사를 짓고 있는 올가
알렉세이는 부대로 돌아온다. 그리고 새로운 전투기를 타고 하늘로 날아간다. 알렉세이는 독일 전투기와의 공중전에서 위기에 처한 전우 안드레이를 구해준다. 그리고 쿠르스크 전투에서는 적기를 무려 일곱대나 격추하는 놀라은 전과를 올린다. 모두들 '우리의 조국 러시아'가 전승할 것임을 굳게 믿는다. 알렉세이는 올가에게 진실을 밝히기로 마음 먹는다. 그래서 편지에 두 다리를 절단했다는 얘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마침 그때에 올가가 찾아온다. 올가는 모든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알렉세이와 올가는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멀리서 집단농장 사람들의 합창이 들린다.
'어느 실존인물의 이야기'의 CD 카버.
[음악 하이라이트]
오페라 '어느 실존 인물의 이야기'는 집단농장 사람들의 노래로 시작한다. 집단농장 사람들의 노래는 1막 중간에도 나오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오페라의 피날레 부분에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집단농장 사람들의 노래는 마치 '어느 실존 인물의 이야기'라는 묘비에 적혀 있는 비명(비명)과 같은 역할이다. 3막에서 왈츠에 이어 룸바까지 등장하는 것은 특이하다. 주로 쿠바의 춤곡인 룸바는 아마도 삶에 대한 즐거운 희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전반적으로 '어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의 음악은 컬러풀하고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스코어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선전적인 요소가 표현되어 있는 대본 때문에 음악이 빈약해 진 느낌도 있지만 말이다. '어느 실존 인물의 이야기'의 음악은 이른바 넘버링 음악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각 넘버링에는 음악의 제목이 붙어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용이하다.
1막. 추락 현장의 알렉세이, 첫번째 간주곡(Entr'acte), 죽음의 전장터, 올가의 노래, 빗발치는 총격, 두번째 간주곡, 어떤 아이들과의 장면, 집단농장 소년인 세르옌카의 이야기, 집단농장 농부들의 도착, 세번째 간주곡, 트리오, 할머니 바실리싸의 도착, 할아버지의 아리아, 앰뷸런스 비행기의 접근, 전우 안드레이의 도착과 출발
2막. 두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로서 정신을 잃은 알렉세이, 알렉세이가 환상중에 보는 푸른 계곡, 클라우디야와 인민위원 세미욘의 장면, 인민위원 세미욘의 발라드, 부상당한 조종사 쿠쿠슈킨의 노래, 알렉세이와 세미욘의 장면, 세번째 간주곡의 반복, 병원 요양실의 장면, 알렉세이의 아리오소, 인민위원의 갑작스런 죽음, 알렉세이의 달콤한 꿈
3막. 편지, 왈츠, 댄스를 추는 장면, 룸바, 전투기 조종사들의 출발, 바르칼로레(뱃노래 형태의 음악), 전선에서, 기다림, 알렉세이의 부대 귀환, 올가에게 보내는 두번째 편지, 올가와 알렉세이의 듀엣, 피날레
알렉세이 마레스예프가 공중전에서 독일 전투기를 격추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으로 환호하는 소련 공군 부대원들
['어느 실존 인물의 이야기'의 주인공인 알렉세이 페트로비치 마레스예프에 대한 이야기]
알렉세이 페트로비치 마레스예프(1916-2001)는 러시아의 서남쪽 볼고그라드 저수지을 안고 있는 캄신이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1937년 공군에 입대하기 전까지는 선반공으로 일했으며 한때는 아무르 강변의 콤소몰스크 도시의 건축에 참여하기도 했다. 1940년 그는 바타이스크 군사비행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부터는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전투기 조종사가 된지 몇 달 동안 4대의 독일 비행기를 격추하는 전과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1942년 4월 러시아 서부, 폴란드와의 국경지대인 스타라야 루싸(Staraya Russa)에서 독일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이다가 격추당하여 나치가 점령하고 있는 지역에 추락하였다. 알렉세이는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천신만고 끝에 18일 만에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 도착할수 있었다. 그는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걷지 못하고 기어 다녀야 했다. 결국 다리의 상처가 악화되어 무릎 라애를 절단해야만 했다. 알렉세이는 조국을 위해 목숨바쳐 봉사할 각오로서 거의 1년에 걸친 혹독한 갱생을 거쳐 마침내 1943년 6월 부대에 복귀하였다.
의족을 단 알렉세이는 다시 전투기를 몰고 전투에 참가하였다. 그리하여 1943년 8월의 치열한 공중전에서는 무려 3대의 독일 전투기를 격추시켰다. 그는 러시아 공군 조종사로서 도합 86회의 출격을 하였고 11대의 적기를 격추하였다. 그는 1943년 8우러 24일 소련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훈장인 소련영웅금성훈장을 받았다. 이밖에도 알렉세이는 레닌훈장, 10월혁명훈장, 노동자붉은배너훈장 등을 받았다. 그는 1944년 공산당에 가입하였으며 전쟁이 끝난후인 1946년 제대하였다. 그는 공부를 계속하여 1956년에는 역사학박사를 취득하여 소련퇴역군인위원회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알렉세이 마레스예프는 2001년 5월 19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85회 생일을 축하하는 모임이 있기 한 시간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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