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Lolita)
로디온 셰드린
작곡가 로디온 스체드린과 발레리나인 부인 마야 플리세츠카야
‘롤리타’(Lolita)는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인 로디온 스체드린(Rodion Shchedrin: 1932-)이 작곡한 2막의 오페라이다. 러시아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1899-1977)가 1955년에 발표한 동명소설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오페라 ‘롤리타’는 1922년에 완성되었다. 작곡가 자신이 러시아어 대본을 만들었다. 스체드린은 나중에 러시아어 대본을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오페라 ‘롤리타’는 1994년에 스톡홀름의 오페라(Operan: 왕립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러시아어 대본을 스웨덴어로 번역하여 공연했다. 사족이지만 로디온 스체드린의 부인인 마야 플리세츠카야(Maya Plisetskaya: 1925-)는 러시아의 유명 발레리나이다.
스체드린은 러시아 작가의 작품을 오페라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다. ‘롤리타’는 그런 노력의 네 번째 산물이다. 그는 1972년에 레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를 오페라로 만들었으며 1976년에는 니콜라이 고골의 ‘죽은 혼’(Dead Souls)을 오페라로 만들었고 1979년에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The Seagull)를 오페라로 만들었다. 스체드린은 오페라 ‘롤리타’를 완성한 후에 2002년에는 니콜라이 레스코프(Nikolai Leskov)의 소설 ‘매료된 여행자’(The Enchanted Wanderer)를 바탕으로 같은 타이틀의 오페라를 만들었으며 2006년에는 ‘보야리냐 모로초바’(Boyarinya Morozova)라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스체드린은 2001년에 오페라 ‘롤리타’의 교향적 음악을 정리하여 Lolita-Serenade를 발간하였다. 스체드린은 이를 라트비아 출신의 지휘자인 마리쓰 얀손스(Mariss Jansons: 1943-)에게 헌정하였다.
스체드린에게 ‘롤리타’의 작곡을 의뢰한 사람은 므스트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였다. 1989년 재개관된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키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정의 여의치 않아 ‘롤리타’가 초연된 것은 1994년 12월 14일 스톡홀름의 왕립오페라극장(Operan)이었다. 초연은 로스트로포비치 자신이 지휘를 하였다. 공연시간은 4시간이었다. 연출도 무리없이 진행되었지만 음악이 단조롭다는 평을 받았다. 러시아에서의 첫 공연은 2003년 5월 12일 페름오페라-발레극장(Perm Opera and Ballet Theater)에서였다. 발레리 플라토노프(Valery Platonov)가 지휘를 맡았다. 모스크바 초연은 2004년 노바야 오페라극장에서였다. 오페라 ‘롤리타’는 러시아의 황금마스크상 후보에 올랐었다. 2008년에는 생페터스부르크에서 제2차신지평선음악제(New Horizens Festival)이 열렸다. 이 때에 ‘롤리타’ 제2막이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되었다. 메시앙의 ‘승천’(L'ascension), 피에르 불레즈의 ‘네개의 기보’(Four Notations)도 함께 연주되었다.
'롤리타'의 세계초연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던 호주의 소프라노 엠마 피어슨. 12살 소녀역할을 맡아해다.
‘롤리타’의 독일 초연은 2011년 4월 뷔스바덴의 헤씨세스 슈타츠테아터(Hssisches Staatstheater Wiesbaden: 헤쎈국립극장)에서 국제뷔스바덴5월페스티발(Internationale Maifestspiele Wiesbaden)의 일환으로였다. 뷔스바덴의 초연에는 작곡자인 스체드린과 부인이 직접 참석하였으며 호주 출신의 소프라노인 엠마 피어슨(Emma Pearson)이 타이틀 롤을, 바리톤 세바스티앙 술레(Sebastien Soules)가 훔베르트를 맡았다. 그러나 독일의 초연은 작곡자와의 협의를 통해 공연시간의 3분의 1을 줄였다. ‘롤리타’의 주요배역은 네 사람이다. 12세의 귀엽고 예쁜 소녀인 롤리타(원명은 돌로레스 헤이즈: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중년의 훔버트 훔버트(Humbert Humbert: Bar), 클레어 퀼티(Claire Quilty: 하이 테너), 롤리타의 어머니인 샬로테(Charlotte: MS)이다.
‘롤리타’(Lolita)가 세계 초연된 스톡홀름의 왕립오페라극장(오페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순정적 애정소설인 ‘롤리타’는 나이로 보나 신분으로 보나 존경을 받을만한 중년의 훔버트 훔버트라는 사람과 사춘기에도 이르지 못하여 풍선껌이나 부는 것이 어울리는 12세의 미국 소녀 롤리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것이다. 롤리타는 어린 시절의 과거로부터 달아나고자 하며 미래를 찾고자 하지만 그 미래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는 소녀이다. 혹자는 소설 ‘롤리타’가 유럽과 미국의 관계를 표현한 것이라는 논평을 하였다. 훔버트는 유럽이며 롤리타는 미국이라는 설명이었다. 소설 ‘롤리타’에는 에로틱한 내용과 폭력적인 내용이 혼합되어 있으며 여기에 살인이라는 범죄까지 등장한다. 오페라 ‘롤리타’는 나보코프의 소설 중에서 유일하게 오페라로 만든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작가가 미국에 있을 때 영어로 쓴 것이었다.
'롤리타'의 원작을 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1899년 생페터스부르크에서 태어나 1977년 스위스의 몽트로에서 세상을 떠났다. 롤리타는 훌륭한(Famous) 그러나 수치스러운(Infamous)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롤리타’의 기둥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35세의 중년인 훔버트 훔버트는 아버지가 없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12세의 롤리타에게 말로 설명할수 없는 매력을 느껴 롤리타에게 집착한다. (훔버트는 1910년 파리에서 태어난 것으로 설명되어 있다.) 훔버트는 롤리타와 함께 지내고 싶어서 롤리타의 어머니인 샬로테와 형식적으로 결혼한다. 그렇게하여 훔버트는 롤리타와 비밀스런 관계를 가지며 지낸다. 그러나 그 관계가 오래가지는 못한다. 롤리타는 집을 떠나 사회로 나간다. 롤리타는 포르노영화를 찍는 일을 한다. 훔버트는 롤리타와 헤어진지 3년후 롤리타와 다시 만난다. 롤리타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임신까지 한다. 롤리타를 다시 만난 훔버트는 질투심에 불타오른다. 하지만 질투의 대상은 롤리타도 아니며 롤리타의 남편도 아니었다. 롤리타를 데리고 포르노영화를 찍은 영화감독이었다. 훔버트는 영화감독에게 피의 복수를 한다. 경찰에 체포된 훔버트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리고 형무소에서 죽는다. 독일 공연에서는 내용이 오리지널보다는 약간 다르게,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나온다. 롤리타의 어머니는 훔버트가 롤리타 때문에 자기와 결혼한 것을 알고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결국은 교통사고로 죽는다. 훔버트는 롤리타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지 않고 함께 미국의 이곳 저곳을 여행다닌다. 롤리타는 포르노영화 제작자인 퀼티라는 사람을 만나 그의 유혹에 빠진다. 롤리타는 훔버트로부터 떠난다. 퀼티는 롤리타에게 정신적인 것은 물론, 육체적인 학대를 한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된 훔버트는 퀼티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훔버트는 전기의자에서 숨을 거둔다. 롤리타는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갖고 살다가 임신한다. 롤리타는 아이를 낳다가 죽는다. 롤리타의 죽음은 소설에는 나오지만 오리지널 오페라에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독일 초연에서는 롤리타가 죽는 장면이 추가되었다.
영화 '롤리타'의 포스터
오페라 ‘롤리타’는 플륫과 첼로만의 연주로 시작한다. 주인공들의 나이 차이를 상징한 것이다. 소설과는 달리 오페라에서는 훔버트가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배심원들은 모두 러시아 스타일의 베이스로 구성된다. 러시아정교회의 성가를 듣는 것과 같은 합창을 부른다. 배심원들은 훔버트를 ‘짐승’이라고 부른다. 스체드린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실내음악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러한 실내음악을 오페라에 맞게 적용한 것이다. 스체드린의 음악은 주인공들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데 주력하였다. 하지만 간혹 코믹한 부분도 등장한다. 예를 들면 광고소녀 2명의 노래이다. 나중에 훔버트와 롤리타가 다시 만날 때의 음악은 마치 비제의 카르멘의 피날레 음악을 연상케 한다. 스체드린은 ‘롤리타’ 2막의 음악을 편집하여 ‘롤리타-세레나데’를 만들었다. 알반 베르크의 ‘룰루’에 비유되는 음악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훔버트는 롤리타의 이름을 더듬으며 부른다. 그러나 그 소리는 소년합창단이 부르는 Ora pro nobis(우리를 위해 기도하소서)라는 노래에 묻혀 겨우 들릴 정도이다.
2003년에 이탈리아의 안무가인 다비데 봄바나(Davide Bombana)라는 사람은 Lolita 에 대한 발레를 창조하였다. 음악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기요르기 리게티, 알프레드 슈니트케, 살바토레 시아리노(Salvatore Schiarrino)등의 음악으로 편성하였다. 이 발레는 2003년 11월 스위스의 그랑 발레 드 제네브(Grand Ballet de Geneve)가 공연했다. 발레 '롤리타'는 2004년도 '최우수해외이탈리아안무가상'을 받았다.
보스턴에서 활동하고 있는 존 하비슨(John Harbison)이라는 작곡가는 오페라 '롤리타'를 작곡하였다. 하지만 당시 보스턴에서 가톨릭 신부의 소년 학대 스캔들이 일어나 공연을 포기할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이 오페라의 몇 부분을 짜집기 하여 7분짜리 Darkbloom: Overture for an Imagined Opera 라는 타이틀의 곡을 만들었다. '비비안 다크블룸'(Vivian Darkbloom)은 블라디미르 노보코프의 아나그램으로 오페라 '롤리타'에 출연하는 사람의 이름이다.
미국의 작곡가 조슈아 화인버그(Joshua Fineberg)와 안무가 조한 서니어(Johanne Saunier)는 '롤리타'를 주제로 한 700분짜리 '상상의 오페라'(Imagined opera)를 완성했다. 2009년 4월 뉴저지의 몽클레어(Montclair)에서 초연되었다. 모든 출연자들이 묵음으로 춤을 추는 가운데 훔버트만이 내레이션을 읽는 형식이다. 뉴욕타임스는 훔버트를 온화하고 상냥한 유혹자라기 보다는 도덕적 괴물 및 광인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므로 훔버트에 대하여는 동정을 베풀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작곡자는 훔버트를 '대단한 유혹자이며 동시에 대단한 악인'이라고 평했다.
[소설 '롤리타'의 줄거리]
소설을 오페라로 만들 때에는 스토리가 단축되거나 변형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오페라의 스토리와 원작의 스토리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다.
소설 ‘롤리타’는 1910년 파리에서 태어난 문학교수인 훔버트 훔버트(Humbert Humbert)의 해설로 시작한다. 그는 자기가 얼마나 예쁜 어린 소녀들에게 매력을 느껴 집착했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그런 소녀들을 님페트(Nymphets)라고 불렀다. 어찌하여 그런 집착을 가지게 되었는가? 훔버트는 어린 시절 그가 무척 좋아했던 아나벨 리(Annabel Leigh)라는 소녀가 장질부사로 세상을 떠나자 그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해 예쁘고 어린 소녀들에게 집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훔버트는 2차 대전이 터지기 직전에 파리를 떠나 미국으로 향한다. 그는 20세 후반일 때 어떤 여인과의 연애가 못마땅하게 끝나자 모든 것이 귀찮아서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 정착하여 살던 그는 1947년 작품을 쓰기 위해 뉴욕에서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인 램스데일(Ramsdale)로 거처를 옮긴다. 그가 계약을 하고 살려고 하던 집이 화재를 당하자 그는 할수없이 인근의 아무 집이나 세를 들어 살기로 한다. 샬로테 헤이즈(Charlotte Haze)라는 비교적 젊은 미망인이 사는 집이 마음에 들어 문을 두드린다. 집안을 둘러본 훔버트는 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장소를 찾아보려는 생각을 한다. 그때 정원에서 어떤 어린 소녀가 놀고 있는 모습을 본다. 헤이즈 부인의 열두살 짜리 딸인 돌로레스(Dolores)이다. 소설에서는 돌로레스의 이름이 여러 형태로 등장한다. 돌리(Dolly), 롤리타(Lolita), 롤라(Lola), 그리고 심지어는 L 이라는 이니셜로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훔버트는 롤리타라고 부르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도 ‘롤리타’가 되었다.
훔버트는 어린 시절에 그가 마음을 바쳐 좋아했던 아나벨의 모습을 롤리타에게서 본 것 같다. 훔버트는 샬로테에게 당장이라도 짐을 들고 들어와 세를 살겠다고 말한다. 롤리타가 학교에서 여름캠프를 떠나고 집에는 샬로테와 훔버트만이 남아 있게 된다. 샬로테는 어느덧 훔버트를 사랑하게 된다. 유럽스타일의 조금은 복잡하고 섬세하며 까다롭기까지 한 성격의 훔버트에 대하여 저항할수 없는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샬로테는 비록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훔버트에게 편지를 써서 자기의 마음을 전달한다. 결론적으로 자기와 결혼하던지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 나가달라는 내용이다. 훔버트는 처음에 무척 당황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샬로테와 결혼하게 되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롤리타가 자기의 딸이 된다는 생각에 샬로테와 결혼하기로 작정한다. 훔버트는 이제야 자기 인생의 환상이 실현된다고 생각한다. 샬로테와 훔버트가 결혼한다. 그러나 샬로테는 자기가 훔버트의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더구나 남편 훔버트가 자기의 딸인 롤리타에게 욕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느날 우연히 훔버트의 일기를 훔쳐보고서야 롤리타에 대한 훔버트의 심정을 알게 된다.
당황하고 놀랍고 한편으로는 참을수 없는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샬로테는 롤리타와 함께 훔버트로부터 멀리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샬로테는 롤리타를 기숙학교에 보낼 생각이다. 실은 자기와 훔버트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이미 얼마전부터 롤리타를 기숙학교에 보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훔버트의 마음을 알게 된 이상 롤리타를 하루라도 속히 기숙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다짐한다. 샬로테는 여름 캠프에 있는 롤리타에게 속히 기숙학교에 들어가야 하므로 데리러 가겠다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기숙학교에도 롤리타를 당장 입학시키겠다는 편지를 쓴다. 샬로테가 편지를 붙이려고 집에서 나가려는데 훔버트와 마주친다. 샬로테가 일기의 내용을 얘기하며 훔버트를 비난하자 훔버트는 일기에 적은 내용은 소설을 쓰기 위한 메모일 뿐이라고 하며 변명한다. 하지만 훔버트를 믿을수 없다고 생각한 샬로테는 편지를 붙이기로 결심하고 집을 나선다. 샬로테는 정신없이 길을 건너다가 그만 달려오는 자동차에 치어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다. 어떤 아이가 길에 떨어진 편지들을 주어서 훔버트에게 준다. 샬로테를 죽게 만든 사람이 훔버트인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훔버트는 곧장 여름 캠프로 가서 롤리타와 캠프교장을 만나 롤리타의 어머니 헤이즈부인이 사고를 당하여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말한다. 훔버트는 롤리타를 데리고 나와 일단 인근에 있는 The Enchanted Hunters라는 모텔로 들어간다. 훔버트는 모텔 로비에서 어떤 이상한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은 훔버트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다가와서 인사를 청한다. 나중에 그 사람의 이름은 클레어 퀼티(Clare Quilty)라고 밝혀진다. 이제 훔버트는 롤리타와 단 둘이서 모텔 방에 있게 된다. 훔버트는 롤리타에게 수면제를 먹도록 하여 잠이 들면 롤리타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애무를 하며 롤리타를 느껴볼 생각이다. 하지만 약효가 없었던지 롤리타는 깊이 잠들지 않는다. 그런데 참으로 예상 밖으로 다음날 아침 롤리타가 의도적으로 훔버트를 유혹한다. 훔버트와 롤리타는 관계를 갖는다. 그후 아침을 먹는 중에 훔버트는 롤리타가 이미 남자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름캠프에서 어떤 남자아이와 섹스를 했다는 것이다. 훔버트는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참기로 한다. 훔버트는 모텔을 나온 후 롤리타에게 실은 엄마인 샬로테가 죽었다고 얘기해준다. 롤리타는 이제 혼자가 되었다는 두려운 마음에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훔버트에게 자기의 인생을 의지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후로부터 훔버트와 롤리타는 죽은 샬로테의 차를 타고 이곳저곳의 모텔들을 전전하며 여행을 계속한다. 어느덧 롤리타는 훔버트의 섹스 파트너로서 길들여져 있게 된다. 사실상 훔버트는 아련한 옛 사랑을 생각하여 롤리타로부터도 사랑의 마음을 느끼고 싶어한다. 그러나 롤리타는 그런 훔버트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그럴 관심도 없다. 훔버트는 그러한 롤리타의 정신상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게 여행하면서 지내기를 거의 1년동안이나 계속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집을 구하여 정착키로 한다. 훔버트는 뉴 잉글랜드의 버즐리(Beardsley)라는 곳에 집을 구한다. 훔버트는 이웃 사람들에게 자기를 롤리타의 아버지라고 소개한다. 롤리타는 어떤 사립여학교에 입학한다. 롤리타는 기숙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매일 훔버트가 자동차로 데려다 주어 학교를 다닌다. 학교가 끝날 시간 쯤 되면 훔버트가 다시 와서 기다렸다가 롤리타를 데리고 간다. 어떤 날은 마치 학교 앞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느 때는 학교연극에 롤리타가 출연자로 선정되지만 훔버트의 완강한 반대로 출연하지 못하게 된다. 교장은 그런 훔버트를 보고 유럽식의 완고한 가정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연극을 하고 싶은 롤리타는 집에 돌아와 훔버트를 설득한다. 롤리타는 연극만 할수 있게 해주면 더욱 섹스 서비스를 잘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러자 훔버트의 마음도 누그러진다. 훔버트는 새로운 방식의 섹스를 해 줄 것을 요구하며 롤리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연극의 제목은 The Hunted Enchanters이다. 우연하게도 훔버트와 롤리타가 처음으로 섹스관계를 맺은 모텔의 이름을 변형한 것이었다. 롤리타는 연극연습에 열중한다. 롤리타는 남녀관계의 연기를 대단히 리얼하게 한다. 얼마나 열심이었던지 리허설에 참석한 작가를 감동케 한다. 이 모습을 본 훔버트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연극 공연을 하는 날 밤에 훔버트와 롤리타는 집에서 대단히 신랄한 말다툼을 한다. 말다툼을 하던 롤리타는 집에서 뛰쳐나와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린다. 뒤쫓아간 훔버트는 잠시후 롤리타를 길에서 발견한다. 롤리타는 당장이라도 이 마을을 떠나 예전처럼 여행을 가자고 요구한다. 훔버트는 롤리타가 떠나지 않고 자기와 함께 있겠다고 하자 기쁜 마음에 롤리타의 부탁대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두 사람은 곧바로 짐을 꾸려 차를 타고 길을 떠난다. 한참이나 갔는데 아무래도 어떤 차가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인다. 훔버트는 누가 뒤따라 오는지를 롤리타가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훔버트의 짐작이 맞는다. 오래전에 The Enchanted Hunters라는 모텔에서 잠시 인사를 나눈 사람이다. 이름은 클레어 퀼티라고 했다. 알고 보니 샬로테와 아는 사이로서 램스데일에서 치과를 개업하고 있는 사람의 조카이다. 그리로 롤리타의 학교에서 공연키로 되어 있는 연극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페도필레(Pedophile: 소녀성애자)이며 아마추어 포르노그라퍼(도색영화 제작자)라고 한다. 그런 그가 훔버트와 롤리타를 따라 온것은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이다. 롤리타를 빼내어서 포르노영화를 만드는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아마 롤리타도 사전에 퀼티와 얘기가 있었던지 기회만 있으면 훔버트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훔버트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실패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훔버트는 편집증(Paranoid) 환자가 된다. 하지만 정작 환자가 된 것은 롤리타였다. 중병이라도 걸린듯 심하게 아파서 어쩔수 없이 근처 병원에 입원한다. 훔버트는 밤새 병상을 지키고 싶지만 병원 규정상 야간에는 보호자가 있을수 없기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 어느날 밤, ‘아저씨’(Uncle)라는 사람이 병원비를 청산하고 롤리타를 데리고 퇴원한다. 훔버트로서는 그 ‘아저씨’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도무지 모른다. 훔버트는 마치 정신나간 사람처럼 근처의 모텔들을 모조리 돌며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투숙한 사람이 있는지를 찾고 다닌다. 그 모습을 본 퀼티가 마치 연극 대사를 외우듯 훔버트를 비웃는다. 롤리타가 연극의 위해 연습하던 대사들이다. 훔버트는 마침내 롤리타를 찾는 것을 포기한다. 훔버트는 커다란 상심으로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다. 그러기를 두 해가 지난다. 그동안 훔버트는 자기보다 열 살 아래인 리타(Rita)라는 알콜중독자 여자와 관계를 맺으며 지낸다. 리타는 롤리타의 대역이었다. 그러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1952년에 어느 조그만 대학의 교수로서 직장을 갖는다.
어느날 훔버트는 발신인 주소가 적혀 있지 않은 편지를 한통 받는다. 롤리타가 보낸 것이다. 롤리타는 이제 17세가 되었다. 롤리타는 편지에서 어떤 남자를 만나 결혼하였고 지금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남편이 알라스카에서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돈이 없어서 고생을 하고 있으니 돈 좀 보내달라고 썼다. 훔버트는 말할수 없는 분노와 모멸을 느낀다. 훔버트는 권총을 집어든다. 젊은 시절 롤리타에 대한 집착이 다른 방향으로 분출되고 있다. 급기야 훔버트는 롤리타를 찾아낸다. 훔버트는 롤리타에게 당장 필요한 돈을 주고 이어 어머니인 샬로테의 재산을 처분한 지분을 가질수 있는 서류를 준다. 훔버트는 롤리타에게 결혼한 남자가 누구인지 밝혀 달라고 요청한다. 롤리타는 머뭇거리다가 훔버트의 돈을 받는 입장에서 밝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여 말한다. 롤리타의 남편은 베트남전쟁 상이군인으로서 거의 듣지를 못하며 다리가 불구가 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롤리타는 자기가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얘기한다.
롤리타는 포르노영화제작자인 클레어 퀼티를 진정으로 사랑하였으나 롤리타가 더 이상 포르노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하자 그가 롤리타를 버렸다고 한다. 훔버트는 롤리타에게 남편을 그만 잊고 자기와 함께 가자고 얘기하지만 롤리타는 거절한다. 훔퍼드는 제 정신이 아니게 된다. 훔버트는 롤리타를 영원히 떠나기로 한다. 그리고 복수의 일념으로 퀼티의 집을 찾아가 그를 죽인다. 훔버트는 퀼티를 즉각 죽이지 않고 서서히 고통을 준 후에 죽인다. 훔버트가 퀼티를 죽이는 장면은 세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으므로 생략한다. 얼마후 훔버트는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다. 훔버트는 재판을 기다리면서 Lolita라는 타이틀의 책을 쓴다. 부제는 The Confessions of a White Widowed Male(홀아비가 된 어느 백인의 고백)이다. 소설의 서언에 의하면 훔버트는 원고를 끝내자 관상동맥혈전증(Coronary thrombosis)로 세상을 떠난다. 정식재판이 시작되기 며칠 전의 일이다. 롤리타는 1952년 크리스마스날에 사산아를 출산하다가 짧은 인생을 마감하고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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