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하우스/작곡가 기념 극장

나폴리의 벨리니극장

정준극 2011. 6. 6. 22:19

나폴리의 벨리니극장

(Bellini Theater in Naples: Teatro Bellini di Napoli: Teatro Bellini - Teatro Stabile di Napoli)

 

벨리니극장(연극 토스카를 공연중)

 

18세기의 나폴리는 '유럽의 음악원'(Conservatory of Europe)이라는 별명을 들었다. 나폴리는 알레싼드로 스칼라티, 페르골레지, 니콜로 피치니, 도메니코 치마로사, 조아키노 로시니, 빈센초 벨리나, 게타노 도니체티, 사비에로 메르카단테 등이 살면서 작곡활동을 했던 곳이다. 나폴리는 유명한 나폴리 코믹 오페라의 본산이며 세계의 음악홀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장소중의 하나인 산 카를로 극장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나폴리에는 산 카를로극장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페라를 공연할수 있는 극장이 6-7곳은 더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벨리니극장이다. 벨리니극장의 풀 네임은 벨리니 테아트로 스타빌레 디 나폴리(Bellini Teatro Stabile di Napoli)이다. 스타빌레(Stabile)라는 단어는 원래 마굿간이라는 뜻이지만 오늘날에는 일반 공연장을 뜻하기도 한다. 벨리니극장은 산 로렌초의 Via Conte di Ruvo(루보 백작街)에 있다. 나폴리 사람들은 벨리니극장을 그냥 '벨리니'라고 부른다. 나폴리에는 벨리니라는 이름을 붙인 호텔, 식당, 피짜집, 주점 등이 허다하지만 택시를 타고 '벨리니로 가주세요'라고 말하면 의례껀 벨리니극장으로 간다.

 

 

비아 콘테 디 루보에 면한 벨리니극장 현관

 

벨리니극장은 1864년에 세워졌다. 이탈리아가 통일을 이룩한 직후였다. 니콜라 라카프라 사벨리(Nicola Lacapra Sabelli) 남작이라는 사람이 벨리니를 존경하여 자금을 내어 건설했다. 당시 나폴리 시당국은 국립박물관과 왕립음악원 사이의 지역을 정비하여 현대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 지역은 예전에 나폴리시를 방어하는 성벽이 있었던 지역이다. 그리하여 도시계획에 따라 벨리니극장이 들어서게 되었다. 박물관과 음악원(왕립나폴리음악원) 사이의 대로변에는 나폴리중심상가(Galleria Principe di Napoli), 왕립미술원(Royal Academy of Art: The Naples Academy of Fine Arts)등이 늘어서 있다. 벨리니극장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규모였다. 1,200석의 규모였다. 하지만 극장이름이 벨리니이기 때문에 오페라만을 공연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서커스도 공연했고 뮤지컬도 공연했으며 그러다가 간혹 오페라도 공연했다. 그러다가 몇년후 설립자인 사벨리 남작의 취향이 높아져서 벨리니극장을 파리의 오페라 코믹극장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기로 작정하여 건물을 완전히 새로 지었다. 그리하여 1878년 신장개업을 하게 되었으며 재개관 기념으로 벨리니의 '청교도'를 공연하였다.

 

벨리니극장에서의 연극 공연

 

이후 벨리니극장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공시대를 걸어갔다. 다른 극장들은 서로 경쟁하기 위해 오페라는 뒷전으로 미루고 보데빌과 같은 오락 프로그램으로 명맥을 이어갔으며 더러는 영화관으로 모습을 바꾸기도 했지만 벨리니극장은 명색이 벨리니에게 봉헌된 극장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고 열심히 오페라를 공연하였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는 거스를 수가 없어서 2차 대전후 점차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은 1962년 마지막 오페라 공연을 끝내고 문을 닫았다. 벨리니극장은 이듬해인 1963년 영화관으로 탈바꿈하였다. 비록 영화만을 상영하는 극장이 되었지만 벨리니극장이라는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러기를 20여년 동안이나 지속하다가 1986년 나폴리 출신의 유명 배우인 타토 루쏘(Tato Russo: 1947-)가 벨리니극장을 인수하였다. 개인 극단을 운영하고 있던 그는 자기 극단의 전속무대로서 벨리니극장을 인수했던 것이다. 벨리니극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무대극장으로서 다시 오픈하였다. 개관기념공연은 브레헤트(Brecht)의 '삼문오페라'(The Three-Penny Opera)였다. 타이틀에 오페라라는 말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페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삼문오페라'는 연극이었다. 타토 루쏘 연극단은 이후 벨리니극장에서 주로 연극을 열심히 공연했지만 간혹 뮤지컬도 공연했다. 뮤지컬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이것은 현대적 의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나폴리 사람들은 벨리니극장이 본래의 명성에 걸맞게 언젠가는 오페라 무대로서 화려하게 컴백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아름다운 벨리니극장의 오디토리움과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