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하우스/작곡가 기념 극장

부세토의 주세페 베르디극장(Teatro Giuseppe Verdi)

정준극 2011. 6. 8. 06:59

부세토의 주세페 베르디극장(Teatro Giuseppe Verdi)

 

부세토의 주세페 베르디극장 오디토리움

 

이탈리아의 북부 파르마지방의 도시인 부세토(Busetto)는 베르디와 깊은 인연이 있는 곳이다. 베르디는 1813년 부세토에서 5km 정도 떨어져 있는 론콜레(Roncole)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작은 마을이어서 성당이 없었기 때문에 베르디의 아버지는 베르디를 부세토 성당으로 데려가서 세례를 받았다. 베르디는 11살 때에 부모님을 따라 부세토로 이사와서 학교를 다니고 처음으로 작곡 공부를 하였다. 부세토에는 베르디의 아버지의 친구인 안토니오 바레찌라는 분이 살고 있었다. 바레찌는 생활이 넉넉한 편이어서 사람들을 집으로 초청하여 음악회를 갖는 것을 즐겨했다. 청년 베르디는 바레찌의 딸인 마르게리타(Margherita)의 피아노 선생이 되었다가 얼마후에는 부세토 성당에서 마르게리타와 결혼하였다. 이밖에도 부세토와 베르디의 인연은 베르디의 일생을 통하여 연결되어 있다. 그러한 부세토로서 베르디를 기념하는 극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주세페 베르디 극장'이 자리잡고 있는 로카 팔라비치노(요새궁전). 건물 앞 광장에는 베르디의 기념상이 있다.

 

주세페 베르디 극장(Teatro Giuseppe Verdi)는 부세토의 주세페 베르디 광장(Piazza Giuseppe Verdi)에 면한 로카 데이 마르케시 팔라비치노(Rocca dei Marchesi Pallavicino)에 속하여 있는 비교적 작은 오페라극장이다. 로카(요새라는 뜻)는 13세기로부터 개인궁전이었으나 1856년에 시당국이 인수하여 현재 시청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다. 3백석 규모의 주세페 베르디 극장은 1868년 8월 15일에 오픈하였다. 1856년 이전에는 바로 그 장소에 작은 극장이 있었다. 규모가 작아서 새로 극장을 지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서 지연되고 있던 중에 시당국이 나서서 새로운 극장을 짓고 주세페 베르디 극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므로 주세페 베르디 극장은 부세토 시청의 2층에 있으며 커다란 계단을 거쳐 올라갈수 있다. 극장은 전통적인 말편자 모양으로 박스 객석은 3층으로 되어 있다. 천정에는 코미디, 비극, 멜로드라마, 로만틱 드라마를 상징하는 메달리온이 제작되어 있다. 또한 건물 밖 주세페 베르디 광장에 베르디의 기념상을 세워 영원히 기념토록 했다.  

 

'주세페 베르디 광장'에 있는 베르디 기념상

 

베르디는 부세토가 그의 이름을 딴 극장을 마련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세히 알아본 후에 '그런 극장은 지어서 무얼하나?'라며 반대했다. 건축비가 너무 비싸게 들며 또한 규모가 작아서 장래에 별로 소용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베르디는 생전에 단 한번도 부세토의 '주세페 베르디 극장'에 발을 들여 놓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무려 1만 리라의 거금을 기부하여 건설비에 충당토록 했고 아울러 일단은 자기의 전용 좌석을 마련하는데 쓰도록 했다. '주세페 베르디 극장'이 오픈 하는 날 밤, 여자들은 모두 초록색 드레스를 입었고 남자들은 모두 초록색 넥타이를 맸다. 베르디라는 이름의 뜻이 초록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2편의 베르디 오페라가 무대에 올려졌다. '리골레토'와 '가면무도회'였다. 베르디는 당시 부세토로부터 가까운 산타가타(Sant'Agata)의 빌라 베르디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주세페 베르디 극장'의 오프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주세페 베르디 극장'에서는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활슈타프'가 공연되었다. 이날의 수익금은 극장 옆 광장에 세워지는 베르디의 기념상 건조를 위해 사용되었다. '주세페 베르디 극장'은 1990년대에 대대적인 신장개업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