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하우스/작곡가 기념 극장

나폴리의 메르카단테극장(Teatro Mercadante)

정준극 2011. 6. 7. 08:55

나폴리의 메르카단테 극장(Teatro Mercadante)

 

메르카단테극장

 

1770년대에 나폴리왕국에서 예수회가 추방되었을 때 예수회로부터 압수한 재산을 취급하는 새로운 재단이 설립되었다. 재단은 나폴리왕국을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 중의 하나가 새로운 극장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1779년에 세워진 극장은 '재단극장'(Teatro Fondo)라고 불렀다. 나폴리에는 산 카를로라고 하는 이름난 오페라극장이 있었다. 주로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를 공연했다. 새로 생긴 '재단극장'은 산 카를로극장과 차별을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단극장'은 코믹 오페라를 주로 공연키로 했다. 당시 나폴리에는 코믹 오페라를 공연하는 다른 극장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벨리니극장이었다. '재단극장'은 다른 극장들과는 달리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오페라극장은 산 카를로가 유일했었다. '재단극장'은 산 카를로와 함께 '왕립극장'으로서의 특권을 누렸다.

 

1799년에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폴리왕국이 무너지고 나폴리공화국이 들어서자 '재단극장'의 명칭은 '애국극장'(Il Teatro Patriottico: Patriotic Theater)으로 바뀌었다. '애국극장'의 레퍼토리도 종전의 코믹 오페라에서 벗어나 공화국의 취향에 맞는 정치적 및 교육적 작품으로 바뀌었다. 한편, 1809-29년의 20년 동안 '재단극장'의 운영은 산 카를로극장의 극장장인 도메티코 바르바자(Domenico Barbaja)가 공동으로 맡았다. 이 기간동안 두 극장은 공동으로 레퍼토리를 공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재단극장'도 산 카를로와 마찬가지로 모차르트, 로시니, 도니제티, 벨리니의 오페라를 공연하였다.

 

사베이로 메르카단테

 

1870년, '재단극장'이라는 명칭은 나폴리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 겸 나폴리음악원장인 사베리오 메르카단테(Saverio Mercadante: 1795-1870)의 서거를 기념하여 메르카단테극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사베이로 메르카단테라는 이름은 오늘날 아직도 우리에게 서먹하지만 당시에는 로시니, 도니제티, 벨리니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존경받는 작곡가였다. 심지어 메르카단테는 19세기의 베르디에 견줄만한 위대한 작곡가라는 평을 받을 정도였다. '애국극장'을 메르카단테극장이라고 바꾼 것은 메르카단테의 일생이 나폴리와 깊은 관계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1808년에 나폴리음악원에 들어갔으며 1823년에는 산 카를로의 전속작곡가가 되었고 1840년에는 나폴리음악원장이 되었으며 1845-55년의 10년동안은 산 카를로의 극장장이 되었다. 메르카단테는 1820년에 두어해 동안 나폴리를 떠난 일이 있었다. 카본주의자 혁명(Carbonarist Revolution: 1820-21)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자 나폴리를 떠나 북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페인에 가서 활동했다. 카본주의자 혁명은 프랑스 부르봉왕조의 통치로부터 벗어나자는 독립운동을 말한다. 그러다가 그는 아무래도 나폴리를 떠나서 살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당시 나폴리의 부르봉 왕조와 화해하고 돌아와 작곡활동과 오페라 공연을 관리하는 활동을 했다. 메르카단테는 이탈리아 오페라뿐만 아니라 기악음악의 부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메르카단테는 많은 존경을 받았기 때문에 가리발디의 세력에 의해 부르봉왕조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나폴리음악원장으로서 계속 활동하였다. 그는 정치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순수한 음악 전문가로서 가리발디 장군에게 봉헌하는 교향적 송가를 작곡하였다. 그는 물론 그로부터 바로 1년전에 나폴리의 왕인 프란시스 2세의 대관식을 위한 음악도 작곡했지만 그것은 모두 작곡가로서 그의 임무를 생각해서였다.

 

19세기 후반에 가서 메르카단테극장은 오페라 공연을 점차 축소하고 연극과 보데빌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오페라는 산 카를로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메르카단테극장은 2차 대전중에 심하게 파손되었다. 오늘날 메르카단테 극장은 건물의 양쪽에 전후의 복구사업에 따라 세워진 보기 흉한 신식건물들 사이에 존재하게 되었지만 나폴리 문화활동의 보석과 같은 존재로서 다시금 나폴리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