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32. 로시니의 '시금석'

정준극 2011. 6. 13. 20:15

시금석(La pietra del paragone) - The Touchstone

조아키노 로시니


백작이 여인들의 마음을 테스트하기고 결심한다.

 

로시니의 '시금석'은 2막의 멜로드라마 지오코소(Melodramma giocoso)이다. 오리지널 이탈리아어 대본은 루이지 로마넬리(Luigi Romanelli)가 썼다. '시금석'은 1812년 9월 26일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되었다. '시금석'은 1급 오페라극장이 로시니에게 작곡을 의뢰하여 나온 첫번째 작품이다. '시금석'은 초연이래 즉각적인 성공을 거두어 첫 시즌에 53회의 연속공연을 기록하였다. 나폴레옹의 밀라노 총독인 외진 보하네(Eugene Beauharnais)는 '시금석'을 보고 너무 감동하여 파리의 내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어 '마에스트로 로시니에 대하여는 병역을 면제하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런 귀중하고 위대한 음악가를 적군의 포화가 빗발치는 전선에 보낼수는 없는 일이다. 만일 그를 징집하여 전선에 보낸다면 나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전쟁에서 의무병 한사람을 잃을지라도 국가를 위해 천재적인 인물을 보존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 스칼리 이후 첫 해외 공연은 1826년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였다. 유럽에서는 처음부터 성공이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시금석'의 미국초연은 1955년이었으니 초연으로부터 1백 40여년이 지난 일이었다.

 

주요배역은 다음과 같다. 아스드루발레(Astrubale: B) 백작, 클라리체(Clarice: Cont) 후작부인, 백작의 친구 조콘다(Gioconda: T), 시인 파쿠비오(Pacuvio: Bar), 돈나 풀비아(Donna Fulvia: MS), 저널리스트인 마크로비오(Macrobio: Bar), 아스파시아(Aspasia: S) 남작부인, 백작가의 집사장 파브리지오(Fabrizio: B) 등이다. 이밖에 정원사, 손님들, 군인들, 사냥꾼들이 등장한다. '시금석'은 아스드루발레 백작이 생각해 낸 계획으로서 돈나 풀비라, 아스파시아 남작부인, 클라리체 후작부인의 성실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작전의 암호명이다. 세 여인 모두 부유한 귀족을 사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는 19세기 초반이며 장소는 이탈리아의 아스드루발레 백작의 빌라이다.

 

군인으로 가장한 클라리체가 백작의 마음을 테스트하고 있다.

 

[제1막] 시인 페쿠피오는 자기의 시를 들려주어 손님들에게 감동을 주려고 하지만 그의 시는 지루하여서 별로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없다. 사람들의 관심은 어떻게하면 돈 많은 아스드루발레 백작의 마음에 들어서 조금이라도 덕을 보느냐에 쏠려 있을 뿐이다. 특히 여자들은 백작의 사랑을 받기 위해 나름대로 아양을 떨며 접근한다. 백작은 오래전부터 클라리체에게 대단한 매력을 느껴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클라리체도 백작을 좋아하는 눈치이다. 하지만 다른 여자들이 백작에게 사랑한다는 표시를 하고 있으므로 백작의 마음은 잠시 혼돈에 빠진다. 실상 백작은 여인들의 속마음을 알수 없어서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한다. 더구나 백작의 친구인 조콘다가 클라리체를 계속 쫓아다니고 있어서 과연 클라리체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백작은 청지기인 파브리치오의 도움을 받아 여자들의 심정을 테스트하기로 한다. 잠시후 손님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을 때 파브리치오가 방금 배달된 급한 편지 한 통을 가져온다. 편지를 읽은 백작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크게 낙심한 표정이다. 그리고는 급히 방에서 나간다.

 

손님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백작이 파산했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돈다. 백작에게 접근했던 돈나 풀비아와 아스파시아 남작부인은 더 이상 백작의 집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다. 그런데 잠시후 이번에는 동양에서 온 어떤 지체 높은 사람이 도착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백작에게 큰 돈을 빌려준 사람이라고 한다. 동양의 귀족은 백작이 파산했다는 소식을 먼저 알고 백작의 재산을 압류할 목적으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손님들은 동양의 귀족이 대단히 부자라는 생각으로 어떻게 하면 그의 마음을 얻을지를 두고 서로 관심을 끌려고 한다. 특히 여자들이 그러했다. 동양의 귀족이라는 사람은 실은 백작이 아무도 알아 볼수 없도록 변장한 사람이다. 동양의 귀족은 모습도 그렇지만 아주 지독한 동양식 악센트를 사용하고 있어서 아무도 그가 설마 백작이라고는 눈치를 채지 못한다.

 

클라리체

 

이제 파산했다는 백작에 대하여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다만, 친구 조콘다와 클라리체만이 백작을 걱정해 준다. 두 사람은 백작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 일이 있으면 기꺼이 돕겠다고 말한며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구해보지만 이미 사람들의 마음은 파산했다는 백작에게서 멀리 떨어져 가고 있다. 이 모습을 본 백작은 '아, 사람들의 마음이란 원래 이런 것인가?'라며 크게 실망한다. 잠시후 집사장 파브리치오가 다시 급히 뛰어 들어와서 백작이 진 빚을 어떤 사람이 모두 갚아 주었기 때문에 백작은 다시금 부자로서 지내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너무나 섯불리 백작에게 등을 돌리고 돕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하여 후회를 하지만 그렇다고 어찌할 도리가 없다. 백작이 나타나면 그에게 다시 아첨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들이다. 그러다가 이 모든 것이 백작이 설치해 놓은 계략이며 자기들은 억울하게도 계략에 빠진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크게 분개한다.

 

[제2막] 사람들 사이에서는 백작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충만해진다. 돈나 풀비아와 아스파시아 남작부인은 시인 파쿠비오와 저널리스트 마크로비오에게 가만히 있지 말고 어서 무슨 수를 내서 백작에게 되갚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작의 친구인 조콘다는 '내가 명색이 친구인데 나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런 속임수를 쓰다니!'라면서 결투라도 해야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이들은 본래부터 비겁한 마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상 누구도 백작에게 복수하는 일을 선뜻 나서지 못한다. 더 이상의 대결은 피하게 된다. 다음날, 백작은 손님들을 사냥에 초대한다. 도중에 천둥과 번개가 치자 역시 손님들은 겁이 나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더구나 시인 파쿠비오는 걸음아 날 살려라는 식으로 빌라를 향해 도망간다. 한편, 조콘다는 클라리체에게 계속 공작을 펼치고 있다. 클라리체는 백작을 사랑하지만 사람들이 자기에게 '아름다우신 그대를 사모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싫지만은 않다. 특히 백작의 친구인 조콘다가 자기를 사랑하느니 하면서 쫓아 다니는 것이 은근히 자랑스럽기 까지 하다. 조콘다가 클라리체에게 수작을 걸며 사랑을 고백하는 말을 저널리스트인 마크로비오가 우연히 엿듣는다. 마크로비오는 백작에게 조콘다의 '사랑의 고백' 장면을 그대로 옮겨서 전해준다. 백작은 순간 질투심에 넘친다.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중이다.

 

한편, 클라리체는 백작에 대한 자기의 사랑이 테스트를 받았으므로 자기도 백작의 마음을 테스트하기로 결심한다. 클라리체는 백작에게 자기의 쌍둥이 남동생이 방금 군대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으며 자기를 데리러 빌라로 오고 있다고 말한다. 잠시후 정말이지 어떤 장교가 부하들을 데리고 등장한다. 클라리체가 쌍둥이 동생으로 가장한 것이다. 쌍둥이 동생(실은 클라리체)은 자기가 누이(클라리체)를 다른 사람과 맺어주기 위해 데려갔으므로 백작은 이제 더 이상 클라리체를 만나볼수 없다고 말한다. 그 소리를 들은 백작은 마음이 혼란해져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자살하겠다는 소동을 벌인다. 백작은 마지막 부탁이라면서 집사장 파브리치오에게 클라리체에게 보내는 메모를 저 젊은 장교에게 전해 달라고 말한다. 백작은 메모에서 자기의 말도 되지 않는 질투심을 크게 후회한다고 적었다. 메모를 본 클라리체는 백작을 이만큼 골탕먹였으면 되었다고 생각하며 백작이 자기를 끔찍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래서 백작이 보낸 메모에 자기의 서명을 넣어 다시 보낸다. 백작은 클라리체의 서명을 보자 아직도 클라리체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방에서 뛰쳐 나온다. 클라리체가 군복을 벗어 던지고 모습을 나타낸다. 백작과 클라리체의 사랑은 마침내 화해를 한다. 백작은 하인들에게 잔치를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모두들 행복한 두 사람(백작과 클라리체)를 위해 건배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