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34. 코른골트의 '폴리크라테스의 반지'

정준극 2011. 6. 15. 08:33

폴리크라테스의 반지(Der Ring des Polykrates)  - The Ring of Polykrates

볼프강 코른골트

 

젊은 시절의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 어찌나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던지 '제2의 모차르트'라는 별명을 들었다.

 

'폴리크라테스의 반지'는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Erich Wolfgang Korngold: 1897-1957)가 17세에 작곡한 단막의 첫 오페라이다. 대본은 레오 펠트(Leo Feld: 1869-1924)가 썼다. 오스트리아의 아우구스부르크 출신인 레오 펠트는 역시 대본가인 빅토르 레온(Victor Leon)의 동생으로서 외진 달베르,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등을 위해서도 오페라 대본을 쓴 사람이다. 그 대본을 코른골트의 아버지로서 비엔나의 유명한 음악평론가였던 율리우스 코른골트(Julius Korngold)가 수정했다고 한다. 율리우스 코른골트는 아들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의 대표작인 '죽은 도시'(Die tote Stadt)의 대본도 썼다. ''폴리크라테스의 반지'의 대본은 하인리히 테벨레스의 동명희곡을 참고한 것이며 그 희곡은 1797년 독일의 프리드리히 쉴러가 쓴 동명의 발라드를 기본으로 한 것이다. 폴리크라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주전 5세기경 사모스(Samos)라는 나라의 왕을 말한다. 비록 명예스럽지 못한 방법으로 왕위에 올랐지만 모든 일이 순조롭게 추진되어 많은 업적을 남긴 왕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최후는 불행했다. 그를 시기하는 무리들에 의해 암살되었다. '폴리크라테스의 반지'에 대한 일화는 호사다마라는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폴리크라테스의 반지' 음반 커버

 

코른골트가 이 오페라를 작곡한 것은 1차 대전이 시작된 1914년이었다. 그때 코른골트는 17세의 학생이었다. 여기서 잠시 코른골트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코자 한다.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는 현재 체코공화국에 속하여 있는 브르노(Brno)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브르노는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속하여 있었으며 브륀(Brünn)이라고 불렀다. 그는 어릴 때에 음악의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은 그를 '제2의 모차르트'라고까지 불렀다. 그는 불과 9세 때에 말러의 앞에서 자신이 작곡한 칸타타 '황금'(Gold)를 연주하였다. 말러는 어린 코른골트를 '음악천재'라고 칭찬하고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게 작곡을 공부하도록 추천했다. 코른골트는 11세 때에 발레곡 '눈사람'(Der Schneemann)을 작곡하여 당시 비엔나 궁정오페라 주변에서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발레곡은 프란츠 요셉 황제가 참석한 가운데 연주되어 황제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마치 어린 모차르트가 마리아 테레자 여제로부터 칭찬을 들은 것과 같다. 코른골트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치고 혹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본 블로그의 오페라 작곡가편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코른골트의 첫번째 오페라인 '폴리크라테스의 반지'는 그가 같은 해에 작곡한 두번째 오페라인 '비올란타'(Violanta)와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폴리크라테스의 반지'가 코미디인데 반하여 '비올란타'는 비극이기 때문이다. 두 오페라는 1916년 3월 28일 뮌헨 국립극장에서 동시 초연되었다. 코른골트 음악의 후원자인 브루노 발터(Bruno Walter)가 지휘했다. 두 오페라는 그 해에 비엔나에서 공연되었다. 폴리크라테스에는 젤마 쿠르츠(Selma Kurz)와 알프레드 피카버(Alfred Piccaver)가 주역으로 출연했으며 '비올란타'에서는 모라비아 소프라노인 마리아 예리차(Maria Jeritza" 1887-1982)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마리아 예리차는 코른골트와 마찬가지로 브르노에서 태어났다.

 

오페라 '폴리크라테스의 반지'의 한 장면

 

'폴리크라테스의 반지'의 무대는 18세기, 즉 쉴러의 발라드에 나오는 시기와 같다. 독일의 어떤 왕국에서 일어난 작은 일이다. 궁정음악감독(Hofkapellmeister)인 빌헬름 아른트(Wilhelm Arndt: T)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려서 행복하다. 아름다운 라우라(Laura: S)와 결혼했다. 얼마전에 궁정음악감독으로 임명되었다. 비록 많지는 않지만 유산도 받아 생활에 어려움이 없게 되었다. 게다가 오래 전에 헤어진 친구 페터 포겔(Peter Vogel: B)도 마침내 연락이 되어 찾아온다고 한다. 아른트는 더 없이 행복하다. 드디어 포겔이 찾아온다. 포겔은 빌헬름 아른트가 행복한 것을 보니 질투심이 생긴다. 그래서 빌헬름 아른트에게 운명의 도전을 받지 않으려면 지금 행복한 것 중에서 무언가는 희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빌헬름 아른트는 우연히 아내의 과거를 알게 되어 아내와 언쟁을 벌인다.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오해를 한 것이었다. 포겔은 아른트의 행복한 부부생활이 파탄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넘치는 사랑은 난관을 극복하기에 충분했다. 아른트는 국왕의 신임을 더욱 많이 받아 궁정음악감독으로서 존경받는 활동을 한다. 재산도 점차 늘어난다. 아른트가 희생해야 할 것은 그의 행복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질투심뿐이다. 결국 포겔은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서 멀리 떠난다.

 

'폴리크라테스의 반지'와 '비올란타'가 초연된 뮌헨국립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