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50. 다니엘 오버의 '마농 레스꼬'

정준극 2011. 6. 21. 22:15

마농 레스꼬(Manon Lescaut)

다니엘 프랑수아 에스프리 오버

 

아베 프레보

 

'마농'이라고 하면 우선 마스네(Jules Massenet: 1842-1912)를 생각한다. 마스네의 '마농'은 1884년 초연되었다. 오페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푸치니(18580-1924)의 '마농 레스꼬'도 있다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푸치니의 '마농 레스꼬'는 1893년에 초연되었다. 오페라에 무척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마스네와 푸치니 이전에 오버'(Daniel François Esprit Auber: 1782-1871)도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다니엘 오버가 작곡한 '마농 레스꼬'는 1882년 초연되었다. 모두 아베 프레보(Abbé Prévost: 1697-1763)의 소설 '마농 레스꼬'를 주제로 한 오페라들이다. 세 사람의 '마농'을 시대적으로 정리해 보면 오버-마스네-푸치니가 된다. 아무튼 마스네나 푸치니의 '마농' 이야기에 대하여는 대체로 알고 있지만 오버의 오페라 '마농 레스꼬'에 대하여는 거의 알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소개코자 한다.

 

   

오버, 마스네, 푸치니 모두 아베 프레보의 소설 '마농 레스꼬'의 스토리를 오페라로 만들었다. 아베 프레보의 원작 타이틀은 L'histoire du chevalier des Grieux et de Manon Lescaut(데 그뤼씨와 마농 레스꼬의 이야기)이다.

     

오버의 오페라 '마농 레스꼬'는 3막의 오페라 코믹이다. 대본은 유명한 외진 스크리브(Eugène Scribe: 1791-1861)가 썼다. 오버의 '마농 레스꼬'는 1856년 2월 23일 파리의 오페라 코믹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오페라 코믹 극장은 주로 코믹한 오페라들을 무대에 올렸다. 오버의 '마농 레스꼬'는 오페라 코믹에서 공연된 오페라 중에서 해피 엔딩이 아닌 첫 작품이다. 오버의 '마농 레스꼬'가 오페라 코믹에서 다시 공연된 것은 초연으로부터 거의 30년이 지난 1882년이었다. 그러다가 어찌된 일인지 무대에서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비교적 최근에 오버의 '마농 레스꼬'가 다시 오페라 코믹 극장에 등장한 것은 1990년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2002년 10월 아일랜드의 웩스포드 오페라 페스티벌(Wexford Opera Festival)에서였다.

 

호주 오페라단의 '마농 레스꼬' 공연(마농 역의 셰릴 바커)

 

오버의 '마농 레스꼬'의 주요배역은 다음과 같다. 초연에서 마농 레스꼬 역할은 벨기에 출신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인 유명한 마리 캬벨(Marie Cabel: 1827-1885)이 맡았다. 데 그류(Des Grieux)는 테너 앙리 쀠제(Henri Puget)가 맡았고 데리니 후작(Le Marquis d'Hérigny)는 당대의 바리톤 장-바티스트 포레(Jean-Baptiste Faure)가 맡았다. 이밖에 마농의 사촌오빠인 레스꼬(T), 마농의 친구인 마르게리트(Marguerite: S), 마르게리트의 피앙세인 제르베(Gervais: T), 캬바레 호스테스인 마담 방슬랭(Madame Bancelin: MS), 경찰서장인 무슈 두로조(M Durozeau: Bar), 형사인 무슈 르노(M Renaud: Bar), 젊은 노예인 차비(Zaby: S) 등이 출연한다. 식민지 항구인 뉴오를레앙스도 배경이 되므로 흑인 노예들과 식민지 군인들도 등장한다.

 

줄거리는 마스네, 푸치니의 작품과 다를바가 없다. 다만, 다른 오페라에 비하여 아베 프레보의 원작으로부터 조금 더 거리가 있다고나 할까. 예를 들면 원작에서는 레스꼬를 마농의 오빠로 설정했지만 오버의 '마농 레스꼬'에서는 사촌으로 되어 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데리니 후작이라는 사람의 등장이다. 마농을 쫓아다니는 돈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로 다른 오페라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오버의 작품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오페라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오버의 작품에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 배역들도 있다. 줄거리는 이미 본 블로그의 마스네의 '마농'과 푸치니의 '마농 레스꼬'에서 설명하였으므로 본란에서는 굳이 소개치 않으려다가 그래도 복습하는 셈으로 간단히 소개한다.

 

아미엥(Amiens)마을의 광장이다. 젊은 데 그류가 파리로 가는 역마차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후 마차 한대가 도착한다. 제롱트 디 라부아(Geronte di Ravoir)라는 부자의 마차이다. 마차에서 군인인 레스꼬와  레스꼬의 사촌 여동생인 예쁜 마농이 내린다. 레스꼬는 마농을 에스코트하여 수녀원으로 가는 중이다. 마농의 아버지는 이제 처녀가 다 된 마농을 수녀원에 보내어 숙녀교육을 받도록 한후 좋은 혼처가 나오면 시집보내려는 생각에서 마침 마농의 사촌오빠인 레스꼬가 파리고 간다니까 그 편에 마농을 수녀원까지 안전하게 에스코트 해 달라고 부탁하여 아미엥까지 함께 온 것이다. 그런데 마침 오는 도중에 아미엥을 경유하여 파리로 간다는 제롱트라는 부자를 만나 그의 마차를 함께 타고 이곳까지 온 것이다. 광장에 내린 마농은 사촌 오빠 레스꼬가 잠시 여관에 들어간 사이에 광장의 한쪽에서 얌전하게 수도원으로 갈 마차를 기다리고 있다.

 

파리에서의 마농과 데 그류

 

데 그류는 여관에서 수녀원으로 가는 마차를 기다리고 있는 마농을 보자마자 너무나 신선 발랄한 모습과 아름다운 매력에 흠뻑 빠져 마농에게 은근히 접근한다. 마농도 그런 데 그류가 싫지 많은 않다. 한편, 탐욕스런 늙은 제롱트(Geronte)는 풋풋한 사과와 같은 마농을 도저히 그냥 놓아 둘수 없다는 생각에 마농의 오빠인 레스꼬와 짜고 마농을 납치할 계획을 세운다. 늙은 제롱트는 만일 레스꼬가 마농 납치를 모른척만 해 준다면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레스꼬는 제롱트같은 부자라면 가난하게 살아온 마농을 마음껏 호사시켜 줄수 있다고 믿고 이런 음모에 동조한다. 이같은 말을 데 그류가 우연히 엿듣는다. 데 그류는 마농을 제롱트의 마수에서 구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는다. 데 그류는 마농에게 단도직입적으로 파리로 함께 가서 젊은 인생을 의미있게 지내자고 권유한다. 평범하고 지루한 시골생활을 거쳤고 이제 다시 수녀원에서 지루한 생활을 해야만 하는 마농은 새로운 인생과 화려한 파리를 생각하고 데 그류를 따라가기로 작정한다. 두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제롱트의 마차를 타고 급히 파리로 떠난다. 여관에서 이 모습을 본 제롱트는 어찌 할줄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두 사람의 종적은 보이지도 않는다. 레스꼬는 두 사람이 얼마 후면 서로 싫증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농과 데 그류. 그리고 친구들

 

2막에서는 과연 마농이 가난한 학생 데 그류에게 싫증이 난다. 마농은 비록 음흉한 늙은이지만 자기를 화려하게 살게 해주겠다고 끈질기게 말한 제롱트가 생각난다. 제롱트를 만난 마농은 자기의 잘못된 생각을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마농은 부자 제롱트의 저택에서 여유 있는 생활을 한다. 하지만 마농은 늙고 음흉하며 난봉꾼인 제롱트에 대하여 점차 혐오감과 함께 싫증을 느낀다. 얼마후 마농은 자기를 찾아온 사촌 오빠 레스꼬에게 ‘값진 보석도 좋지만 진정한 사랑이 더 좋다’고 털어 놓는다. 데 그류가 수소문하여 마농을 찾아오자 마농의 마음은 아무래도 젊은 데 그류가 늙은 제롱트보다 천배만배 좋다는 쪽으로 기운다. 마농은 데 그류와 다시 사랑에 빠진다. 제롱트 저택으로부터 탈출키로 한 마농이 기왕이면 그 집에 있는 보석들을 훔쳐가려고 한다. 순간 제롱트에게 들킨다. 제롱트는 마농과 데 그류를 절도죄 및 간통죄로 고발한다. 두 사람은 경찰서로 끌려간다. 마농은 신천지 미국의 뉴오를레앙스로 강제 이송되는 선고를 받았다. 다만, 데 그류는 그의 아버지가 경찰에 줄을 대어 겨우 풀려난다.

 

마농(마리나 비스크보르키나)와 데리니 후작(루카 살시)

 

뉴 오르레앙스는 프랑스가 창녀나 도둑과 같은 여인들을 보내는 곳이다. 프랑스는 식민지인 뉴오를레앙스에서 여자들이 귀하기 때문에 창녀들을 체포하여 무더기로 보내어 남자들을 상대토록 해왔다. 마농도 다른 여인들과 함께 배에 탈 수밖에 없다. 마농을 잊지 못하는 데 그류가 마농을 죄수 호송선에서 구출하기 위해 선장을 매수하여 아무도 모르게 배에 오른다. 얼마후 미국에 도착한 두 사람은 남들의 눈을 피하여 도망친다. 그러나 마농을 노리개로 쓰고 싶은 프랑스 총독의 아들에게 발각된다. 데 그류와 총독의 아들은 결투를 벌인다. 결투로 총독의 아들을 겨우 따 돌인 데 그류와 마농은 프랑스 영토를 떠나 영국 영토로 지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조금난 더 가면 새로운 삶을 살수있는 영국 영토이다. 마농의 건강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서 어떤 오두막집에서 더 이상 움직일수 없는 처지가 된다. 마농이 물을 찾는다. 데 그류가 물을 뜨러 밖으로 나간다(어떤 버전에는 사람을 부르러갔다고 되어 있음). 데 그류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 마농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뉴오를레앙스에서의 마농(Maryna Vyskvorkina)과 데 그류(Allexandre Swan)

 

오버의 '마농 레스꼬'는 음악적으로 상당한 재능과 기교를 필요로 한다. 마농은 하이 F를 여러번 내야한다. 마농의 아리아는 대부분 화려한 파사지로 구성되어 있다. 오버는 데리니 후작의 역할을 당대의 바리톤인 장-바티스트 포레를 위해 작곡했다. 2막에서 그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 세곡의 대단히 아름다운 아리아를 부르도록 되어 있다. 데 그류는 마스네의 '마농'에서 두 곡의 아리아, 푸치니의 '마농 레스꼬'에서 4 곡의 아리아를 부르도록 되어 있지만 오버의 '마농 레스꼬'에서는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마농이 숨을 거둘 때에 마농과 함께 듀엣을 부르도록 되어 있다. 오늘날 오버의 '마농 레스꼬'는 거의 잊혀져 있지만 아리아 한 곡은 아직도 사랑을 받고 있다. 마농의 아리아인 C'est l'histoire amouresue(이것이 사랑의 이야기)로서 L'éclat de rire 또는 '웃음의 노래'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 곡은 높은 기교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여러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들이 자기들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쇼케이스로 이용해 왔다. 예를 들면, 아델리나 패티(Adelina Patti)는 이 아리아를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성악 레슨을 받을 때 불렀다. 조앤 서덜랜드, 에디타 그루베로바, 아멜리타 갈리 구르치(Amelita Galli-Gurci)등이 이 아리아에 도전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