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피노네(Pimpinone)
게오르그 텔레만
게오르그 텔레만
'핌피노네'는 독일의 게오르그 텔레만(Georg Telemann: 1681-1767)이 작곡한 코믹 오페라이다. 1725년에 함부르크에서 초연된 단막의 오페라이다. 대본은 요한 필립 프래토리우스(Johann Philipp Praetorius)라는 사람이 썼다. 어떤 자료를 원작으로 삼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핌피노네'는 편의상 부르는 제목이고 오리지널 제목은 Die Ungleich Heirat zwischen Vespetta und Primpinone(베스피타와 핌피노네의 어울리지 않는 결혼: Unequal Marriage between Vespetta and Pimpinone)이다. 또는 Das herrsch-süchtige Camer Mägden(The Domineering Chambermaid: 지배력이 강한 하녀)라고 부른다. 이 오페라는 이른바 코믹 인터메쪼(Comic intermezzo)의 장르에 속한다. 독일어로는 Lustiges Zwischenspiel(루스티게스 츠뷔센슈필)이라고 한다. 즉, 두 가지 연극의 중간에 공연하는 유쾌한 작품이라는 뜻이다.
오페라 '핌피노네'는 1725년 9월 27일 함부르크의 갠제마르크트(Gänsermarkt: 거위시장) 공연장에서 초연되었다. 이때 헨델의 오페라 Tamerlano(타머라노)의 독일 초연이 있었는데 '핌피노네'는 타머라노의 중간에 심심하지 말라고 공연하였다. 오페라 '핌피노네'는 비록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짧은 오페라였지만 대단한 인기를 끌어서 나중에는 '핌피노네'만 공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음악사적으로 보면, 오페라 '핌피노네'는 18세기 후반에 유행한 인터메쪼의 방향을 제시해 준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예를 들어 텔레만의 '핌피노네'는 그로부터 8년 후에 등장한 조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지(Giovanni Battista Pergolesi)의 걸작 인터메쪼인 La serva padrona(하인이 된 주인: The Maid as Mistress: 하녀 마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핌피노네'와 '하녀 마님'의 스토리는 같다. 다만 초연된 장소와 연도가 다를 뿐이며 주인공들의 이름이 다를 뿐이다.
조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지
페르골레지의 '하녀 마님'은 1733년 9월 5일 나폴리에서 초연되었다. 당시 나폴리는 지진으로 큰 재해를 입었었다. 이에 합스부르크의 마리아 테레자 여제가 나폴리 백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방문케 되었다. 나폴리는 이를 기념하여 페르골레지의 Il Prigionier Superbo(The Proud Prisoner: 자랑스런 죄수)를 공연케 되었다. 오페라 부파인 '하녀 마님'은 '자랑스런 죄수'의 막간에 공연할 인터메쪼(막간극)로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핌피노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하녀 마님'은 대단한 인기를 끌어서 그후로는 주로 단독으로 공연되었다. 페르골레지의 '하녀 마님'의 대본은 제나로 안토니오 페데리코(Gennaro Antonio Federico)라는 사람이 야코포 안젤로 넬리(Jacopo Angello Nelli)의 원작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하녀 마님'의 대본은 몇 년 후에 조반니 파이시엘로(Giovanni Paisiello)가 손질을 하여 확정지었다.
알비노니의 '핌피노네'(또는 베스페타와 핌피노네). 베스페타 역에 에디트 카롤리(Edit Karoly), 핌피노네 역에 빅토르 마싸니(Viktor Massanyi)
'핌피노네'든지 '하녀 마님'이든지 주인공은 하녀이다. '핌피노네'에서는 베스페타(Vespetta)라는 하녀가 주인공이며 '하녀 마님'에서는 세르피나(Serpina)라는 하녀가 주인공이다. 젊고 예쁘고 똑똑하며 재치있는 하녀는 가난을 면하고 신분을 상승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홀아비인 주인영감과 결혼한다. 오페라 '핌피노네'에서는 주인영감의 이름이 '핌피노네'이며 '하녀 마님'에서는 '우베르토'이다. 두 오페라는 모두 단막이며 막간용이기 때문에 출연진이 많지 않다. 하녀와 주인영감 두 사람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대사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역할을 맡아 잠시 출연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으면 된다. 어쨋든 하녀와 주인영감이 결혼하는데 하녀는 결혼하자마자 주인영감이 싫어하는 행동은 빠지지 않고 하는 바람에 주인영감은 혼수비용으로 막대한 돈만 주고 결국 마님의 된 하녀의 지배 아래에서 꼼짝 못하게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녀는 비록 신성한 결혼을 장난처럼 여긴다는 비난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대신에 부유하게 되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텔레만의 '핌피노네' 음반 커버의 그림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기 전에 한 마디만 더 거든다면, 이탈리아에 토마소 알비노니(Tomaso Albinoni: 1671-1751)라는 작곡가가 '핌피노네'(또는 베스페타와 핌피노네)라는 제목의 막간극을 작곡했다는 것이다. 텔레만보다 훨씬 전인 1708년 베니스에서 그의 오페라 아스타르토(Astarto)를 공연할 때에 막간극으로 사용하기 위해 작곡하였다. 내용은 텔레만의 '핌피노네'와 똑 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텔레만의 '핌피노네'는 독일어 대본으로 되어 있지만 알비노니의 '핌피노네'는 이탈리아어 대본으로 되어 있다는 것일 뿐이다. 알비노니의 '핌피노네'는 텔레만의 '핌피노네', 페르골레지의 '하녀 마님'과 마찬가지로 대단한 인기를 끌어서 단독으로 공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토마소 알비노니
베스페타는 젊고 예쁘며 재치있는 아가씨이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 출신이어서 혼자 살고 있는 핌피노네 영감 집의 하녀로 들어간다. 핌피노네는 돈이 많은 사람이지만 알아주는 구두쇠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마누라를 위해 돈을 많이 써야 할 것 것 같아서 결혼을 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이럭저럭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이다. 베스페타는 가난하게 사는 것이 지겨웠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다가 만일 핌피노네 영감과 결혼하게 되면 부자집 마나님처럼 엔조이 하면서 살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베스페타는 아름다움과 재치있는 매력으로 핌피노네의 마음을 흠뻑 빼앗아 놓는다. 핌피노네로서도 그런 베스페타가 싫지는 않다. 오히려 젊고 예쁜 베스페타와 함께 살게 되면 너무나 즐거울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핌피노네는 베스페타와 결혼키로 약속한다. 베스페타는 우선 혼수를 준비해야 겠으니 돈을 달라고 한다. 얼마나 필요하냐고 물으니 무려 5천 탈레라는 것이다. 핌피노네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베스페타가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셔요. 저에게 주는 돈은 결국 모두 영감님의 것이잖아요? 정말 서비스를 잘 할테니까 믿어 주세요'라고 설득한다.
텔레만의 '핌피노네' 음반 커버
핌피노네 영감은 베스페타의 속마음을 정확히 모른채 드디어 결혼식을 올린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 손님도 초청하지 않고 두 사람만의 호젓한 결혼식을 올린다. 일단 결혼식을 올리자 즉각적으로 베스페타의 태도가 돌변한다. 평소 명랑쾌활하기가 이를데 없던 베스페타는 우선 침울한 모습을 보여준다. 핌피노네가 걱정이 되어 어떻게 해주면 기분전환이 되겠느냐고 묻자 베스페타는 바람 좀 쏘이러 외출하고 오면 되겠다고 한다. 베스페타는 외출하여서 핌피노네의 이름을 대고 이것 저것 사고 싶은 것을 모두 쇼핑하는 실력을 과시한다. 핌피노네는 베스페타가 쇼핑해 가지고 온 물건들을 보고 놀라서 쓰러질 지경이지만 겨우 참는다. 날이 갈수록 베스페타의 사치와 게으름은 더 해 간다. 핌피노네가 화가 나서 무어라고 말을 할것 같으면 베스페타는 눈물을 훌쩍이면서 '그러길래 이런 영감하고는 결혼하는 것이 아닌데..'라면서 한탄을 한다. 핌피노네는 자격지심이 있어서 어쩔 줄을 모르다가 그래도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오도 가도 못할 사람을 구해주었더니 이젠 아예 내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네'라면서 후회하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러자 베스페타는 스웨덴 출신의 어떤 장교를 데려와서 '실은 오래전부터 이 사람과 결혼하려 했었다. 이혼하려면 위자료를 내라'고 요구한다. 핌피노네는 위자료를 줄 것을 생각하니까 기가 막혀서 더 이상 이혼하자는 소리를 하지 못한다. 스웨덴의 장교는 물론 가짜 역할이다. 베스페타는 이제 핌피노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으면서 지낸다. 그런 통쾌한 장면을 보고 일반 서민들이 좋아하지 않을수 없었다. 특히 하인층에서 말할수 없이 좋아했다.
텔레만은 '핌피노네'가 뜻 밖의 인기를 끌자 2년 후에는 후편도 만들었다. Die Amours der Vespetta(베스페타의 사랑) 또는 Galan in der Kiste(상자 속의 애인)이라는 제목의 단막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먼저 작곡한 '핌피노네'만이 열심히 공연되고 있다. 하녀가 주인영감과 결혼하여 잘 살게 된다는 스토리는 오페라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었다. 도니제티의 '돈 파스쿠알레'도 비슷한 스토리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말없는 부인'(Die schweigsame Frau)도 같은 내용의 오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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