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나(Susannah)
칼라일 플로이드
다니엘서의 '수산나와 장로들'의 현대판
백악관에서 미국예술장(National Medal of Arts)을 받은 후 조지 부시 대통령 내외와 함께 한 칼라일 플로이드. 2005년
수산나(Susannah)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너 출신인 칼라일 플로이드(Carlistle Floyd: 1926-)가 작곡한 2막의 오페라이다. 플로이드가 플로리다주립대학교의 피아노교수일 때에 작곡도 했고 대본도 쓴 것이다. 플로이드는 구약성경 다니엘서에 추가되어 있는 '수산나와 장로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이 오페라를 작곡하였으나 오페라의 스토리는 성경의 이야기보다 더 구체적이며 더 확실한 결론을 내려주고 있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수산나의 이야기를 다니엘서에 추가하여 두었으나 개신교에서는 이를 경외서로 간주하여 구약성경에 수록하지 않았다. 플로이드의 오페라에 등장하는 수산나는 미국 테네시주 뉴 호프 밸리(New Hope Valley)라는 작은 산간마을에 살고 있는 18세의 예쁘고 착한 아가씨로 설정했다. 수산나는 완고한 산간마을에 갇혀 지내는 것이 너무나 답답하여서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마을 교회의 장로들과 장로 부인들이 그런 수산나를 못마땅하게 여겨 마을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순회부흥사인 올린 블리치(Olin Blitch)라는 사람이 부흥회를 인도하기 위해 마을을 찾아온다. 블리치는 수산나를 집으로 찾아가 회개하고 죄를 자복하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블리치는 갑자기 정욕의 노예가 되어 수산나와 강제로 섹스를 한다. 블리치는 자기의 행동을 몹시 후회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수산나를 용서하라고 간청한다. 마을 사람들은 수산나를 용서하지 않는다. 수산나도 블리치를 용서하지 않는다. 수산나의 오빠인 샘이 집으로 돌아와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샘은 급기야 블리치를 죽이고 도망간다. 마을 사람들은 수산나에게 마을에서 떠나라고 강요한다. 수산나는 지은 죄가 없으므로 완강히 거부하여 계속 마을에 남아 있는다. 이것이 대강의 줄거리이다.
마을 사람들이 수산나를 비난하고 있다. 버지니아 오페라단 공연
오페라 '수산나'가 발표되고 나자 미국 음악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오페라 '수산나'는 미국에서 '포기와 베스' 다음으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 되었다. 오페라 '수산나'에는 미국적인 음악이 충분히 포함되어 있다. 민요가 나오고 찬송가 스타일의 노래가 나오며 심지어는 재즈적인 요소의 음악이 나온다. 칼리슬 플로이드적인 음악이다. '수산나'는 1956년에 뉴욕음악평론가협회가 주는 최우수 신작오페라상을 받았다. 그리고 1958년에는 브뤼셀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오페라로서 공연되었다. '수산나'의 초연은 1955년 2월 24일 플로이드가 교수로 있는 플로리다주립대학교의 루비 다이아몬드 강당에서 세계초연되었다. 초연이 있은 후 플로이드는 플로리다주립대학교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메트로폴리탄 초연은 1999년이었다. 세계적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Renee Fleming)이 수산나역을 맡았으며 블리치 부흥목사역은 역시 세계적인 베이스인 사뮈엘 레이미(Samuel Ramey)가 맡았다. 메트로폴리탄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사뮈엘 레이미는 소프라노 셰릴 스투더(Cheryl Studer)와 함께 음반을 취입하기도 했다. '수산나'는 1996년 비엔나 캄머오페라에서 공연되었고 1997년에는 베를린의 도이치 오페어서 공연되었다. 2010년에는 스페인의 빌바오오페라단이 공연했다. 영국의 본격 초연은 2008년 잉글리쉬 투어링 오페라단(English Touring Oper)가 공연한 것이다.
부흥강사인 블리치가 수산나에게 죄를 고백하고 회개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수산나'는 스토리를 구약 성경에서 가져왔지만 음악은 아팔라치아 민속음악을 폭넓게 사용하였다. 아팔라치아 민속음악라고 생각되지만 실은 플로이드가 직접 작곡한 곡이다. 여기에 개신교의 찬송가 멜로디와 전통적인 고전음악도 덧붙였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뛰어난 아리아는 2막에서 수산나가 부르는 The Trees on the Mountain(산속의 나무들)이다. '수산나'는 미국의 이른바 맥카티 시대(McCarthy era)에 작곡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오페라가 맥카티주의(McCarthyism)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보았다. 1950년대의 맥카티 정책은 공산주의에 대항하여 승리하는 것이 미국를 위한 것이며 나아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이 세상에 펼쳐 보이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에 미국에서는 방방곡곡에서 회개의 운동과 함께 부흥회가 계속하여 열렸었다. 테네시주의 작은 산간마을인 뉴 호프 밸리에도 부흥사가 찾아온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였다.
주요배역은 다음과 같다. 예쁘고 착하며 순진한 수산나 폴크(Susannah Polk: S), 수산나의 오빠인 샘 폴크(Sam Polk: T), 부흥전도사인 올린 블리치(Olin Blitch: B-Bar), 수산나를 좋아하는 리틀 뱃 맥린(Little Bat McLean: Bar), 교회의 장로들인 꽉 맥힌 맥린(Elder McLean: Bar), 글리튼(Elder Geaton: T), 헤이스(Elder Hayes: T), 오트(Elder Ott: Bar), 말많은 이들의 부인들(Mrs McLean: MS, Mrs Gleaton: S, Mrs Hays: S, Mrs Ott: Cont)이다.
부흥집회 도중 블리치가 수산나를 앞으로 불러내어 죄를 고백하라고 강요한다. 수산나는 고백할 죄가 없다고 항변한다.
교회에서 주관한 댄스 파티가 열리고 있다. 사람들이 흥겹게 스퀘어 댄스를 추고 있다. 예쁜 수산나도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 남자들의 시선은 자연히 수산나에게 향한다. 부인네들은 그런 수산나를 질투하는 마음이 생긴다. 부인네들은 남편들이 수산나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부인네들은 수산나에 대한 험을 잡으려고 쑥덕인다. 장로 부인인 미세스 맥린(McLean)이 한마디 거든다. 술주정꾼 오빠와 함께 살고 있는 수산나에게서 무얼 기대할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그 때 부흥설교사인 올린 블리치(Olin Blitch)가 파티장에 들어선다. 내일 도착키로 되어 있는데 하루 먼저 왔다.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기 위해 왔다. 블리치는 부인네들이 수산나에 대하여 험담을 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리치는 예쁜 수산나에게 마음이 끌려서 같이 춤을 추자고 청한다. 그날밤 리틀 뱃(Little Bat)을 만난 수산나는 그런 파티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리틀 뱃은 미세스 맥린의 아들로서 수산나를 좋아하여 따라 다니는 청년이다. 두 사람이 잠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중에 수산나의 오빠 샘(Sam)이 사냥을 갔다가 돌아오자 리틀 뱃은 급히 자리를 피한다. 샘은 말만 많은 맥린 장로와 미세스 맥린의 아들인 리틀 뱃이 자기 누이 동생과 사귀려고 하는 것을 싫어한다.
교회에서 주관하는 댄스 파티. 수산나에 패트리시아 라세트
다음날 아침, 순진한 수산나가 집 근처에 있는 개울에서 옷을 벗고 목욕을 하고 있다. 마침 침례의식을 치루기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던 교회 장로들 몇명이 계곡을 지나다가 수산나가 알 몸으로 목욕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수산나가 목욕을 하고 있는 모습을 훔쳐 본 장로들은 내색은 하지 않지만 수산나에게 은근한 욕정을 품었으면서도 마을에 돌아와서는 수산나가 사람들이 지나가며 볼수 있는 계곡에서 옷을 모두 벗고 목욕을 하고 있는 것은 음행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수산나를 나쁘게 말한다. 그날 밤, 수산나는 교회에서 공동 애찬(식사)이 있어서 참석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수산나를 못 들어오게 한다. 수산나는 그 이유를 알수 없다. 할수 없이 집에 돌아온 수산나는 도대체 왜 자기가 그런 모욕을 당해야 하는지 알수 없어서 혼란스럽다. 잠시후 리틀 뱃이 와서 장로들이 수산나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계곡에서 목욕하는 것을 죄악스럽다고 비난했다고 말해 준다. 리틀 뱃은 계속하여 사람들이 수산나가 평소에 자기를 유혹하지 않았냐고 말하라고 강요하는 바람에 그렇다고 시인했다는 얘기를 해 준다.
교회의 장로 부인들이 공연히 수산나를 질투하여 수산나를 헐뜯고 있다.
오빠 샘은 수산나에게 마을에서 사태가 이상하게 확산되고 있으니 어서 해결하려면 수산나가 대중 들 앞에 나가서 죄를 고백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산나가 고백할 것이 없는데 무슨 고백을 하라는 것이며 이의를 제기하지만 샘의 권유를 받아 들여 블리치 부흥강사가 인도하는 부흥회에 참석키로 한다. 수산나에 대하여 어떤 얘기들이 오가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 블리치는 집회 도중에 뒷 좌석에 앉아 있는 수산나의 이름을 부르며 앞으로 나와 죄가 있으면 이 기회에 하나님께 고백하고 용서함을 받으라고 소리친다. 수산나는 사람들이 두렵고 설교가 두려워서 교회에서 도망쳐 나온다. 부흥집회가 끝나자 블리치는 직접 수산나를 만나기 위해 수산나의 집을 찾아 온다. 블리치는 수산나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자고 한다. 블리치는 집 안에 수산나의 오빠 샘이 없는 것을 알고 갑자기 욕정이 생겨 수산나를 강간한다. 아니, 이런 인면수심의 인간이 다 있는가? 복음을 전하고 사람들을 죄악에서 구원하겠다는 인간이 그럴수가 있는가?
수산나와 블리치
다음날, 블리치는 처녀인 수산나를 범한 것을 크게 뉘우치고 수산나를 찾아와 용서를 빈다. 그러나 수산나는 그를 용서할수 없다고 말한다. 수산나는 오빠인 샘에게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 분노한 샘은 당장이라도 블리치를 죽이겠다고 나선다. 샘은 총을 가지고 블리치를 찾아 침례의식이 거행되는 곳으로 가서 급기야 블리치를 죽인다. 그런 후에 어디론가 사라진다. 마을 사람들은 수산나가 오빠인 샘을 충동했다고 믿어서 수산나의 집으로 몰려가 수산나를 마을에서 추방코자 한다. 그러나 수산나를 좋아하는 리틀 뱃이 먼저 수산나에게 달려가 마을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수산나는 총을 준비하고 마을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마을 사람들은 수산나가 총을 겨누고 있자 어쩔수 없이 물러간다. 이렇게 하여 수산나는 마을의 집단과 자기만의 세계를 결국은 효과적으로 단절한다.
수산나의 오빠 샘이 총을 들고 블리치를 죽이겠다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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