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74. 모차르트의 '첫째 계명을 지키기'

정준극 2011. 7. 6. 21:34

첫째 계명을 지키기(Die Schuldigkeit des ersten Gebotes)

The Obligation of the First and Foremost Commadment(첫째가는 계명의 의무)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12세의 모차르트

 

1767년, 모차르트가 11세 때에 작곡한 Die Schuldigkeit des ersten Gebotes는 모차르트의 첫 오페라로서 종교적 징슈필(Geistliches Singspiel: Sacred musical play)이다. 이 작품은 성극(Sacred drama)이라고 할수도 있고 오라토리오라고도 할수 있다. 대본은 당시 잘츠부르크 시장이던 이그나즈 안톤 폰 봐이저(Ignaz Anton von Weiser: 1701-1785)가 썼다. 원래의 타이틀은 Die Schuldigkeit Des ersten und fürnehmsten Gebottes이다. 독일어의 Schuldigkeit는 의무나 책임이라는 뜻이지만 은혜라는 뜻도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의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첫번째 계명의 의미'라고도 할수 있지만 그것은 곧 첫번째 계명을 잘 지키라는 뜻이므로 '첫 계명을 지키기'라고 번역해 보았다. 하지만 어색하다.

 

'첫째가는 계명'이란 신약성서 마가복음 12장 30절에 있는 말씀을 말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라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 말씀을 가장 우선되고 가장 중요한 계명이라고 말하고 두번째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이 구절을 독일어로 소개하면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므로 영어로 소개한다. Thou shalt love the Lord thy God with all thy heart, and with all thy soul, and with all thy mind, and with all thy strength: This is the first commandement 이다.

 

왼쪽으로부터 하나님의 자비, 성령, 기독자, 공의.

 

대주교가 통치하는 잘츠부르크에서는 해마다 고난주간을 맞이하여 독일어로 된 오라토리오를 연주하는 관습이 있다. 이를 위해 주로 잘츠부르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들에게 오라토리오의 작곡을 의뢰한다. 1767년에 잘츠부르크 대주교는 3명의 작곡가에게 고난 주간을 기념하는 오라토리오의 작곡을 의뢰했다. 모차르트, 미하엘 하이든(Michael Haydn: 1729-1777), 안톤 아들가써(Anton Adlgasser: 1729-1777)이다. 당시 미하엘 하이든은 38세였고 안톤 아들가써는 30세였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겨우 11세였다. 제1부는 모차르트가 맡았고 2부는 하이든이 맡았으며 3부는 아들가써가 맡았다. 모차르트는 1부 '첫째가는 계명을 지키기'를 작곡하면서 잘츠루브크의 교회음악의 전통을 중요하게 참고하였다. 이와 함께 아버지인 레오폴드 모차르트의 영향도 받았다고 한다.

 

페사로 공연. 기독자는 드디어 성령의 손을 잡는다. 옆에서 사탄(세상열락)이 지켜보고 있다.

 

1767년도 고난주간을 기념하는 오라토리오의 제1부, 즉 모차르트가 작곡한 '첫째가는 계명을 지키기'는 그해 3월 12일 지기스문트 크리스티안 폰 슈라텐바흐(Sigismund III. Christoph von Schrattenbach) 대주교 궁전의 리터잘(Rittersaal: 기사의 홀)에서 초연되었다. 지기스문트 대주교는 이 작품을 의뢰한 당사자였다. 요셉 하이든의 동생인 미하엘 하이든이 작곡한 제2부는 3월 19일에, 안톤 아들가쎄의 제3부는 3월 26일에 공연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미하엘 하이든과 안톤 아들가쎄의 악보는 분실되어 내용을 알수 없으며 다만, 모차르트가 작곡한 제1부만이 악보가 남아 있어서 그나마 하늘이 낸 신동 모차르트의 첫번째 오페라가 어떤 것인지 알수 있게 해주고 있다.

 

사탄이 기독자를 설득하고 있다.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크리스챤(Christian: T)은 미지근한 신앙을 가졌으나 나중에는 뜨거운 신앙을 갖는 기독자이다. 그리스도의 영(Christgeist: T), 곧 성령은 기독교 신앙 자체를 의미한다. 공의(Gerechtigkeit: Divine Justice: S)는 하나님의 공의( Die göttliche Gerechtigkeit )를 말한다.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는 복이 있다는 말씀에서의 의를 말한다. 자비(Barmherzigkeit: Divine Mercy: S)는 하나님의 자비를 말한다. 그리고 세상의 영(Weltgeist: S)은 사탄을 지칭한다. 하나님의 공의, 자비, 사탄(세상의 영)은 모두 소프라노이다. 소프라노가 사탄을 맡기 때문에 이상하지만 사탄의 아리아(4번)만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1767년 잘츠부르크에서의 초연에서는 '하나님의 공의'를 소프라노 마리아 안나 브라운호퍼(Maria Anna Braunhofer)가 맡았다. 그는 모차르트의 오페라에 여러번 등장하였다. 예를 들면 오페라 La finta semplice(가짜 바보 아가씨)의 초연에서는 지아친타(Giacinta)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배경은 삼위일체를 의미한다.

 

오페라 Die Schuldigkeit des ersten Gebotes의 세팅은 어느 숲에 있는 가든이다. 기독자가 세상과 하늘나라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기독교 신앙이 성직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기독자에게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모든 생활의 근본이라고 말하며 세상열락에서 벗어나 영원한 하늘의 진리를 얻으라고 격려한다. 이에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가 부질없는 세상사에서 깨어나 영원한 기쁨을 누리는 하늘나라를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잠시후에는 세상열락을 대표하는 사탄이 나타나 기독자를 자기의 세계로 인도코자 한다. 사탄은 괴수의 모습을 하고 있다. 기독자는 마침내 꿈에서 깨어나듯 하늘의 소망을 바라보며 하나님을 찬양한다. 이 오페라는 뚜렷한 줄거리가 없다. 다만 레시타티브와 아리아로서 극의 내용이 어떻게 진전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레시타니브와 아리아의 내용을 소개코자 한다.

 

초연에서는 배경으로 중세의 도시를 그려놓았다. 그리스도의 영(성령)의 모습

 

- 신포니아

- 레시타티보: Die löblich’ und gerechte Bitte(찬양하고 간구하라) - 공의, 자비, 성령

- 아리아 1: Mit Jammer muß ich schauen(비참함에서 나를 보네) - 성령

- 레시타티보: So vieler Seelen Fall(수많은 영혼들) - 공의, 자비

- 아리아 2: Ein ergrimmter Löwe brüllet(분노한 사자가 울부짖도다) - 자비

- 레시타티보: Was glaubst du?(무엇을 믿는가?) - 공의, 자비, 성령

- 아리아 3: Erwache, fauler Knecht(깨어나라, 게으른 종아) - 공의

- 레시타티보: Er reget sich(움직이도다) - 성령, 공의, 자비

- 아리아 4: Hat der Schöpfer dieses Lebens(창조주도 이러한 생활을 가지는가) - 사탄

- 레시타티보: Daß Träume Träume sind(모두가 꿈이로다) - 기독자

- 아리아 5: Jener Donnerworte Kraft(천둥소리는 하늘의 힘) - 기독자

- 레시타티보: Ist dieses, o so zweifle nimmermehr(더 이상의 의심은 하지 마라) - 사탄, 기독자, 성령

- 아리아 6: Schildre einen Philosophen(철학자) - 사탄

- 레시타티보: Wen hör’ ich nun hier in der Nähe(누가 나의 소리를 들을까) - 사탄, 성령, 기독자

- 아리아 7: Manches Übel will zuweilen(혹은 사탄이 원하도다) - 성령

- 레시타티보: Er hält mich einem Kranken gleich(병든자를 붙잡으시도다) - 기독자, 성령, 공의

- 레시타티보: Hast du nunmehr erfahren(이제 서두르라) - 자비, 성령, 공의

- 트리오: Laßt mich eurer Gnade Schein(우리로 하여금 은혜의 빛을 비추게 하라) - 성령, 자비 공의

 

사탄의 유혹을 받고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기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