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
해리슨 버트위슬
해리슨 버트위슬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태인의 절기인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 부근의 어떤 집 다락방에서 가진 '최후의 만찬'을 소재로 하여서는 그림이나 영화로는 무수히 제작되었으나 오페라로서는 아마도 영국의 해리슨 버트위슬(Harrison Birtwistle: 1934-)이 최근인 1999년에 완성하여 2000년 4월 18일 베를린의 운터 덴 린딘 국립오페라극장(Staatsoper Unter den Linden)에서 거장 다니엘 바렌보엠의 지휘로 초연한 작품이 유일하다고 할수 있다. 사실 '최후의 만찬' 스토리만을 가지고는 하나의 오페라 작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 보면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한 다른 스토리, 예를 들면 십자가상의 고난을 주제로 한 스토리에 덧 붙여서 '최후의 만찬'의 사정을 표현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버트위슬의 '최후의 만찬'은 특이한 면이 있다. 대본은 미국의 시인인 로빈 블레이저(Robin Blaser)가 작성했다.
글린드본에서의 공연 장면. 현대적 연출. 유다가 그리스도를 안고 절규하고 있다.
버트위슬의 '최후의 만찬'은 이른바 실내 오페라이다. 그랜드 오페라가 아니다. 출연 인원은 14명이다. 열두 제자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성령이 의인화하여 출연한다. 그 중에서 주역은 역시 예수 그리스도와 유다이다. 다시 출연진을 소개하면 그리스도(Christ: Bar), 유대(Judas: T), 성령(Ghost: S), 야고보(James: 카운터 테너), 소야고보(Little James: 카운터 테너), 도마(Thomas: T), 안드레(Andrew: T), 시몬(Simon: T), 바르톨로메(Bartholomew: T), 빌립(Philip: Bar), 요한(John: Bar), 마태(Matthew: B-Bar), 다데오(Thaddeus: B), 베드로(Peter: B)이다. 그러고 보면 성령 한 사람만 제외하고는 모두 남성이다. 그러나 합창 파트가 있다. 합창은 앰프를 사용한 합창(소프라노 3, 메조소프라노 3, 알토 3명의 여성 합창)과 미리 녹음해 놓고 테이프로 들려주는 합창(소프라노 3, 메조소프라노 3, 알토 3명)이 있다. 이렇듯 테이프로 들려주는 합창을 코러스 레조너스(Chorus Resonus)라고 부른다. 또 하나의 합창이 있다. 세번의 환상 중에 나오는 합창이다. 이것 역시 미리 녹음해 두었다고 테이프를 트는 것이다. 다만, 다른 합창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합창들은 여성 합창인데 비하여 환상 중에 나오는 합창은 혼성 합창(소프라노 3, 메조소프라노 3, 알토 3, 테너 3, 바리톤 3, 베이스 3명)이라는 것이다. 테이프로 녹음한 합창을 들려 줄때에는 객석의 벽면과 천정에 영상을 조명하여 마치 아이맥스 극장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배려하였다.
'최후의 만찬'
스토리는 성서시대와 현대를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음악도 성서시대의 음악과 현대 음악이 교차되어 나온다.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가진 것은 성령의 인도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서 막이 오르면 성령이 예수 그리스도와 제자들을 만찬에 초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진행되는 드라마는 성서시대와 유대와 현대를 병렬식으로 연결해 놓았다. 그리하여 유태인과 기독교인들이 '최후의 만찬'의 신비함에 대하여 궁금증을 던지고 아울러 '최후의 만찬'이 지니고 있는 현대적 의미에 대하여 질문을 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오페라는 감람산에서 마무리된다. 감람산의 그리스도가 '너는 누그를 찾느냐?'라고 물을 때 닭이 우는 것으로 끝난다. 오페라 '최후의 만찬'은 예수 그리스도 보다는 유다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유다에 대한 비중이 크다. 유다는 과연 예수 그리스도를 배반한 사람인가, 아니면 예수 그리스도를 하늘의 영광으로 가까이 가게 중개한 사람인가? 이 문제를 대본가인 블레이저는 전통신학에 의거하여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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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후의 만찬'이야기]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이라는 1995년도 영화가 있어서 관심을 끌었다. 콜럼비아 영화사가 만든 것으로 카메론 디아즈(Cameron Diaz), 조나단 펜너(Jonathan Penner), 론 엘다드(Ron Eldard), 안나베스 기슈(Annabeth Gish), 코트니 밴스(Courtney Vance)와 같은 정상급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이다. 버트위슬과 블레이저도 이 영화를 보고 오페라 제작에 상당한 힌트를 받았다고 한다. 정말 특이한 영화이다. 그래서 소개코자 한다.
만일 당신이 그림 엽서의 그림이나 그리고 있는 청년 아돌프 히틀러를 만났다고 하자. 당신은 이 세상을 위해 그를 미리 죽일 생각이 있는가? 이같은 철학적인 질문은 '최후의 만찬'이라는 블랙 코미디의 요체이다. 영화 '최후의 만찬'은 여류 감독인 스테이시 타이틀(Stacy Title)이 감독하였다. 그는 Down on the Waterfront(파지장 아래에서)라는 영화를 만든 저명 감독이다. 영화는 아이오와 주의 어떤 시골 마을에 함께 살고 있는 다섯 명의 대학원 학생들을 초점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주드(Jude: 카메론 디아즈), 폴리(Paulie: 안나베스 기슈), 피트(Pete: 론 엘다드), 마크(Marc: 조나탄 펜너), 루크(Luke: 코트니 밴스)이다.
카메론 디아즈(주드: 유다) 론 엘다드(피트: 베드로) 조나단 펜너(마크: 마가)
코트니 밴스(루크: 누가) 안나베스 기슈(폴리: 바울) 감독 스테이시 타이틀
다섯 명의 학생들은 정치적으로 좌익으로 비록 소규모이지만 좌익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큰 집을 하나 빌려 함께 살고 있다. 어느날 피트의 차가 외진 곳에서 고장이 나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을 때 지나가던 트럭이 발견하고 집까지 태워다 준다. 트럭 운전사는 '사막의 폭풍' 작전에 참가했던 퇴역군인 차크(Zack)이다. 피트와 동료들은 차크에게 감사의 뜻으로 잠시 집에 들어와서 식사라도 함께 하자고 권한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차크는 인종주의자이며 아돌프 히틀러의 주장이 옳았다고 찬양하고 홀로코스트의 역사성을 부인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차크는 다섯 명의 진보적인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예민한 정치문제에 대하여까지 토론한다. 토론이 격화되자 갑자기 차크는 이락과의 전쟁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정신적 불안정한 증세를 보인다. 차크는 칼을 꺼내 들고 마크를 위협한다. 차크는 이를 말리던 피트의 팔을 부러트린다. 그렇게 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마크가 차크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것은 일종의 정당방위이며 사고였다. 다섯 명은 살인을 은폐키로 하여 차크를 뒷 마당당의 채소밭에 파묻는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차크는 성폭력범이기도 했다.
그후 다섯 명은 차크의 죽음에 대하여 격렬한 토론을 벌인다. 만일 차크가 사회와 역사에 해가 되는 증오스러운 인물이라면 그를 제거하는 것이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느냐는 의견들이었다. 이와 함께 다섯 명은 다른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도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섯 명은 극단적인 우익주의자를 만찬에 초대키로 한다. 그의 말을 들어본후 죽여야 할 사람이면 죽이기로 합의한다. 다섯 명은 그것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기여할수 있는 작은 방안이라고 믿는다. 학생들은 만찬에 초대받은 사람이 디저트를 먹을 때까지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그에게 독이 든 백포도주를 권하며 건배를 제안하는 것으로 죽이는 신호를 삼기로 한다. 그리고 시체는 계속 뒷 마당의 야채 밭에 묻기로 한다.
그리하여 대상자들을 만찬에 초대하기 시작한다. 동성연애를 혐오하는 성직자, 맹목적인 여성혐오자, 신나치주의자, 낙태반대론자, 언론검열 주창자, 부랑자 혐오자, 동성결혼 반대자 등이 초대되었고 살해된다. 그렇게 하여 어느덧 10명이나 살해한다. 그러던중 다섯 명 중에서 두어명이 자기들의 살인행위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대하여 의구심을 품는다. 주드, 피트, 마크, 폴리는 죄의식을 갖고 번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살인을 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다만, 루크만이 다른 것은 다 수긍하겠으나 10대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것만은 반대한다며 다른 사람들의 살인 중지 결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러던중 마을의 보안관이 제니 타일러라고 하는 소녀의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중 얼마전에 실종신고가 들어온 트럭기사 차크의 사건까지 연관하여 조사하기 시작한다. 보안관은 차크가 실종되던 날 밤에 학생들의 집에 왔었다는 목격담을 확보한다. 보안관은 피트, 마크, 폴리를 심문한다. 보안관이 뒷 마당의 채소밭이 수상하다고 하며 서성거리자 이를 본 루크가 보안관을 살해한다. 나머지 네 명은 루크가 한 짓을 알지 못한다.
주드(유대), 루크(누가), 마크(마가)가 노만 아르부트노트의 얘기를 들으면서 자기들이 생각했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인 것을 알고 회의에 빠진다.
학교가 방학 중에 루크와 피트는 유명한 인도계의 보수주의 학자인 노만 아르부트노트(Norman Arbuthnot)를 만난다. 루크와 피트는 아르부트노트를 만찬에 초대한다. 사실 학생들은 아르부트노트에 대하여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르부트노트가 간혹 극단적인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을 TV 뉴스를 통해 몇번이나 보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아르부트노트같은 대학자야 말로 자기들의 지도자라고 믿는다. 그런데 만찬 중에 토론이 시작되자 아르부트노트는 어쩐 일인지 극단주의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고 중도적이며 온건한 입장을 내세운다. 더구나 그는 자기가 극단보수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학생들은 아르부트노트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다섯 명은 만찬 중에 잠시 실례를 한다고 말하고 부엌의 한 쪽에 모여 저 인간이 우리를 실망시켰으니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느냐고 의논한다. 주드는 더 이상 살인은 안된다고 주장하며 그에게 식탁 위에 있는 포도주는 오래되어서 맛이 변했다고 말하고 마시지 않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루크는 계속 죽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루크는 저 인간은 히틀러와 같다고 까지 말한다. 주드가 계속 더 이상의 살인은 안된다고 나서자 루크는 주드에게 총까지 겨누면서 방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에 놀란 다른 학생들이 루크를 붙잡고 겨우 설득한다. 마침내 루크도 눈물을 흘리며 더 이상의 살인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한편, 학생들이 부엌에 모여 격론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 아르부트노트는 집안을 살피다가 학생들이 과거의 미스테리 살인에 연루되었다는 증거같은 것들을 발견하고 자세히 살펴본다. 학생들이 식탁에 돌아오자 아르부트노트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학생들에게 새로운 포도주를 따라주며 건배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정작 아르부트노트는 마시지 않는다. 학생들이 '선생께서는 왜 마시지 않느냐?'고 묻자 개인비행기로 어디를 가야하는데 술에 취하면 안되므로 마시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아르부트노트는 커다란 시가를 꺼내어 불을 붙여 물고는 '걱정들 하지 마시라. 맛이 변한 와인은 따르지 않았으니 자 어서들 마십시다'라고 말한다.
다섯 명의 학생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진다. 아르부트노트만이 시가를 물고 서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아르부트노트가 군중들의 환호에 답하는 장면이다. 아르부트노트는 국민들의 뜻에 따라 모든 일을 하겠다고 큰 소리로 약속한다. 그러면서 자기를 '국민들의 겸손하고 겸손한 종복'이라고 강조한다.
영화 '최후의 만찬'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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