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78. 모차르트의 '자이데'

정준극 2011. 7. 11. 21:28

자이데(Zaide)

모차르트의 미완성 오페라

 

자이데와 고마츠. 현대적 연출

 

'모차르트' 또는 '미완성'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누구나 우선 '레퀴엠'(진혼곡)을 생각한다. 모차르트가 미완성으로 남긴 작품으로 나중에 그의 제자인 쥐쓰마이르가 완성한 작품이다. 그런데 모차르트에게는 또 하나의 미완성 작품이 있다. 오페라 '자이데'(Zaide)이다. 오리지널 타이틀은 Das Serail(후궁: 하렘)이다. 모차르트가 1778년부터 작곡하기 시작한 작품이다. 모차르트는 '자이데'의 1막과 2막의 아리아와 앙상블을 완성하였으나 서곡과 3막은 완성하지 못하고 한편에 놓아 두었다가 종내는 세상을 떠났다. 모차르트가 '자이데'를 미완성으로 남겨 놓은 이유는 새로 테마로 잡은 '후궁에서의 도주'의 작곡에 주력해야만 했으며 또한 '이도메네오'(Idomeneo)도 작곡해야 했기 때문에 분주해서였다. 더구나 '자이데'의 배경이나 스토리가 '후궁에서의 도주'와 비슷하기 때문에 한 쪽에 밀어 두었던 '자이르'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모차르트는 생전에 모두 22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 중에서 '자이데'만 제외하고 전부 모차르트의 생전에 공연되었다. 모차르트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레퀴엠'만 미완성인줄 알았는데 '자이데'라는 오페라도 미완성이었다니 의외의 일이었다. 2막의 '자이데'는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후 75년만인 1866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연되었다.

 

자이데와 고마츠

 

계몽주의 황제인 신성로마제국의 요셉2세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이탈리아어 오페라와 프랑스어 오페라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독일어로 된 오페라의 부흥을 장려했다. 요셉2세는 독일어 오페라만의 공연을 목적으로 1778년에 새로 오페라단을 설립키로하고 작곡가들에게 독일어 대본의 오페라를 작곡하도록 당부했다. 다만, 독일 징슈필의 전통을 이어 받은 코믹 오페라를 작곡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그리하여 모차르트도  독일 징슈필 스타일을 마음에 두고 '구원 오페라'(Rescue opera)를 작곡하기로 결심했다. '구원 오페라'라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여 있는 사람을 구원하는 내용의 오페라를 말한다. 그렇게 구원하다보면 별별 사건이 많이 생기므로 재미가 있으며 또한 난관에 처하여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므로 보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한편, 당시에는 무슬림 해적들이  여러 목적으로 노예를 삼으려고 지중해에서 유럽 나라들의 배들을 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슬림의 권세 있는 사람들은 유럽의 여자들을 납치하여 후궁(하렘)에 두고 '나도 이 정도이다'라며 자기들의 신분을 높이는 방편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납치되어 있는 여자들을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구해내는 스토리는 사람들에게 '그러면 그렇지! 감히 무슬림 주제에...'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어서 쾌감을 주었다. 모차르트가 '자이데'를 작곡키로 생각했던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였다.

 

자이데를 사랑하는 술탄

 

모차르트가 새로운 오페라의 스토리로 선택한 것은 볼테르의 Zaire(자이르)였다. 이것을 독일어 식으로 표현하니 Zaide(자이데)가 되었다. '자이데'는 상당 부분이 대화체로 되어 있는 이른바 징슈필(Singspiel)이다.  대본은 '바스티엔과 바스티엔느'의 대본을 독일어로 번역한 요한 안드레아스 샤흐트너(Johann Andreas Schachtner)가 맡았다. 모차르트는 '자이데'의 작곡을 진행하다가 '이도메네오'를 완성하는 일이 더욱 급하여 '자이데'를 한 쪽에 밀어 두었다. '자이데'의 미완성 악보는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지 8년 후인 1799년에 그의 부인인 콘스탄체가 우연히 발견하였다. 그러나 대사의 상당부분은 찾을수가 없었다. '자이데'의 스코어가 출판된 것은 그로부터도 한참 후인 1838년으로 콘스탄체가 세상을 떠나기 4년전이었다. 콘스탄체는 80세까지 살다가 잘츠부르크에서 세상을 떠났다. '자이데'가 처음 공연된 것은 1866년 1월 27일 프랑크푸르트에서였다. 사람들은 비록 2막의 미완성이지만 '자이데'를 듣고 걸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드러운 소프라노 아리아인 Ruhe sanft, mein holdes Leben(고이 잠들라, 나의 성스러운 삶이여)은 듣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주는 것이었다.

 

알라짐과 자이데와 술탄

 

현대에 들어와서 '자이데'를 완성코자 하는 노력들이 수행되었다. 하나는 이탈리아의 루치아노 베리오(Luciano Berio: 1925-2003)로서 자기의 음악을 가미하여 '자이데'를 완성한 것이다. 또 하나는 이스라엘의 여류작곡가인 샤야 체르노윈(Chaya Czernowin: 1957-)이 만든 '자이데-아다마'(Zaide-Adama)이다. 그러나 이들 오페라는 어디까지나 베이로와 체르노윈의 스타일에 따르는 작품이어서 '레퀴엠'이나 '투란도트'에서 처럼 미완성 파트를 완성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래서 혹시 모차르트의 '자이데'를 공연하게 되면 모차르트가 '자이데'를 작곡할 즈음에 완성한 교향곡 32번(K. 318)을 서곡으로 사용한다. 교향곡 32번의 1악장은 나중에 프란체스코 비안키(Francesco Bianchi: 1752-1810)이 그의 오페라 La villanella rapita(유괴된 시골 소녀)에서 서곡으로 사용했다. 모차르트의 '자이데'를 공연할 때에는 간혹 모차르트의 콘서트 아리아를 취합하여 연주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자이데'와 비슷한 시기에 작곡한 '이집트의 왕 타모스'(Thamos, König in Ägypten: 이집트의 왕 타모스)에 나오는 음악을 발췌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모차르트의 '자이데'에 세트를 이루는 작품을 쓴 루치아노 베이로와 샤야 체르노윈

 

'자이데'는 오페라의 장르에서 징슈필로 구분하지만 형태로서는 오페라 부파도 아니며 그렇다고해서 오페라 세리아도 아니다. 두 형태의 요소들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모차르트의 다른 오페라에서도 그러한 점을 발견할수 있다. '자이데'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중에서 '이집트의 왕 타모스'와 함께 유일한 멜로드라마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다. 2006년에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비엔나 페스트보헤(Wiener Festwoochen: 빈축제주간)에 피터 셀라스의 감독으로 '자이데'가 무대에 올려졌다. 피터 셀라스는 '이집트의 왕 타모스'으 간주곡 등을 발췌하여 '자이데'에 추가하였다. '이집트의 왕 타모스'는 '자이데'와 마찬가지로 모차르트가 23세 때에 작곡한 것이다. 셀라스는 터키의 노예라는 테마를 던져버리고 대신 미국의 흑인과 아시아계 출연진을 선발하였다. 그후 '자이데'는 뉴욕에서의 Mostly Mozart Festival에서 공연되었고 이어 런던에서도 공연되었다. 가장 최근의 공연은 2008년도 액 상 브로방스 페스티벌에서였다.

 

 

'자이데'의 주요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자이데(S)는 술탄의 하렘에 납치되어 노예가 된 여인이다. 고마츠(Gomatz: T)는 자이데를 사랑하는 노예이다. 솔리만(Soliman: T)은 터키의 술탄으로 자이데를 사랑한다. 알라짐(Allazim: B)는 술탄 솔리만의 충복이다. 오스민(Osmin B)은 하렘의 시종이며 자람(Zaram)은 경비대장이다. 터키의 술탄 솔리만에게 노예로 잡혀온 자이데는 역시 노예로 잡혀온 고마츠(Gomatz)를 사랑한다. 그런데 술탄 솔리만도 자이데를 한번 보고나서 그만 사랑에 빠진다. 자이데가 자기에게는 관심이 없고 고마츠라는 노예 청년에게 관심을 갖고 있자 술탄은 질투심에 불타 오른다. 자이데는 좋은 옷에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하렘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굶주려도 좋으니 사랑하는 고마츠와 함께 자유스럽게 살고 싶다. 술탄의 신하인 알라짐은 술탄에게 고마츠를 노예로 보지 말고 하나의 청년으로 보라면서 그러자면 사랑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충고한다. 알라짐은 자이데와 고마츠의 편이다. 그러나 질투에 불타는 술탄은 자이데와 고마츠를 모두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한다. 여기까지가 모차르트가 작곡한 내용이다.

 

자이데와 고마츠

 

'자이데'와 볼테르의 희곡인 자이르(Zaïre: Zara)의 내용은 비슷하다. 볼테르의 '자이르'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기 때에 무슬림에게 잡혀온 기독교 노예인 자이르는 예루살렘의 술탄인 오스만(Osman)과 사랑에 빠진다. 오스만은 자이르과 네르스탕(Nerestan: 모차르트의 오페라에서는 Gomatz)이라는 기독교 노예와 사랑하는 사이라고 믿어서 질투심에 불타 자이르를 살해하고 자기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내용이다. 역시 술탄의 포로로 잡혀와 있는 뤼시냥(Lusignan) 노인은 자이르와 네르스탕이 오래 전에 헤어진 자기의 아들과 딸인 것을 알게 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에서는 알라짐이 자이데와 고마츠의 가족으로 밝혀진다. 그리하여 자이데와 고마츠는 알라짐의 도움을 받아 술탄의 하렘에서 도망가지만 다시 잡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나중에는 물론 술탄의 용서를 받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오페라 '자이데'의 음악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보여주듯 아름답다. 대표적인 아리아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막] - 고마츠의 아리아: Herr und Freund, wie dank ich dir!(여러분, 감사를 드립니다)

- 알라짐의 아리아: Nur mutig, mein Herze(나의 마음에 용기를)

- 고마츠의 아리아: Rase, Schicksal!(미칠듯한 운명)

- 자이데의 아리아: Ruhe sanft, mein holders Leben(고요히 쉬어라 나의 성스러운 삶이여)

[2막] - 술탄의 아리아: Der stolze Löw' lässt sich zwar zähmen(오만한 사자는 길들일지어다)

- 술탄의 아리아: Ich bin so bös als gut(나는 나쁘기도 하고 착하기도 하다)

- 알라짐의 아리아: Ihr Mächtigen seht ungerührt(분노를 잠재우소서)

- 자이데의 아리아: Tiger! Wetze nur die Klauen(호랑이여, 발톱을 갈아라)

- 자이데의 아리아: Trostlos schluchzet Philomele(나이팅게일이 슬피 우네)

- 오스민의 아리아: Wer hungrig bei der Tafel sitzt(배고픈 자가 식탁에 앉는다)

 

오페라 '자이데'는 미완성 오페라이지만 모차르트가 중도에 작곡을 포기한 오페라도 있다. 그것도 2편이나 있다. 하나는 1783년에 포기한 L'oca del Cairo(카이로의 거위)이며 다른 하나는 1784년에 포기한 Lo sposo deluso(속은 신랑)이다. 이들 2편의 오페라는 모두 단막의 성격으로 공연시간이 짧기 때문에 두 편을 더블 빌로서 함께 공연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에는 1786년에 완성한 Der Schuspieldirektor(음악감독)을 포함하여 세 편을 한꺼번에 공연하는 경우가 있다. 이 세편의 오페라의 내용은 서로 연관이 되며 더구나 그 후에 나올 '피가로의 결혼'을 대비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이 세편을 합하여 Waiting for Figaro(피가로 기다리기)라는 타이틀로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