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아토믹(Dr Atomic)
존 애덤스
존 애덤스
세상에는 물리(Physics)가 있다. 그리고 세상에는 물리와 원자력이 있다. 그리하여 오페라 '닥터 아토믹'이 탄생했다. '닥터 아토믹'은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작곡가인 존 애덤스(John Adams: 1947-)의 3막 오페라이다. 별 것을 다 오페라의 소재로 삼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존 애덤스는 역사적인 사항을 현대의 감각으로 조명하기를 즐겨하는 작곡가이므로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적 사건으로서는 원자폭탄을 개발한 것만큼 대단한 것도 없을 것이다. '닥터 아토믹'은 '중국에 간 닉슨'(Nixon in China), '클링호퍼의 죽음'(The Death of Klinghoffer)등과 동일한 관점에서 제작된 역사적 오페라이다. 존 애덤스의 작품은 역사적 사건 자체보다는 이들 역사적 사건에 관여한 주인공들의 개인적인 인간성을 중시한 것이다. 대본은 미국의 극장감독인 피터 셀라스(Peter Sellas: 1957-)가 썼다. '닥터 아토믹'은 2005년 10월 1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닥터 아토믹'은 뉴멕시코주의 로스 알라모스에서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트리니티: 삼위일체)을 실험하기까지 관련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불안과 스트레스에 포커스를 둔 작품이다. 오페라가 나온후 오페라의 창작에 따른 스토리들을 정리하여 2007년에 Wonders Are Many(너무나 놀라운 일들)이라는 다큐멘타리가 나온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트리니티를 바라보고 있는 오펜하이머
'닥터 아토믹'의 1막은 원폭을 테스트하기 한 달 전쯤의 일을 그린 것이며 2막은 1945년 7월 15일 이른 아침 세계 최초의 원폭을 실험한데 따르는 내용이다. 이날 관련자들이 보내는 시간은 마치 슬로우 모션을 보듯 천천히 지나가며 그러다가 현실로 되돌아 온다. 3막은 폭발 이후의 순간들을 그린 것이다. 이 오페라를 처음 기획하였을 때에는 미국 원폭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Robert Oppenheimer: 1904-1967)을 20세기의 '닥터 파우스트'로 표현코자 했으나 대본을 쓴 셀라스와 음악을 맡은 애덤스는 그같은 인물설정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였다. 반면, 이 오페라는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레슬리 그로우브스(Leslie Groves)장군 등 맨하튼 프로젝트의 키 멤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와 함께 오펜하이머의 부인인 키티(Kitty)가 남편의 프로젝트에 대하여 불안감을 갖는 얘기도 펼쳐진다. 대본을 맡은 셀라스는 스토리를 대부분 역사적 사실을 기본으로 작성했다. 여기에 인디언 부족인 테와(Tewa)족의 노래, 존 돈느(John Donne)의 성구 소네트, 샤를르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와 무리엘 루카이저(Muriel Rukeyser)의 시작(詩作)을 많이 참고했다.
원폭의 도덕성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오펜하이머와 과학자들
대본의 기본은 미국정부의 비밀문건들과 당시 맨하튼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던 과학자들, 정부 관리, 군관계자 들의 얘기에 두었다. 그런데 미국물리학회장인 마빈 코엔(Marvin Cohen)은 대본의 어떤 부분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고 비판하였다. 특히 오프닝 멘트에서 그러하다는 주장이었다. 오프닝 합창은 1945년에 스마이스 보고서(Smyth Report)에 수록된 구절을 인용하였다. 스마이스 보고서란 미국의 물리학자인 헨리 드월프 스마이스(Henry DeWolf Smyth)가 원폭 개발을 위한 맨하튼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연합국들의 참여역사를 정리한 것이다. 스마이스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오는데 오페라 '닥터 아토믹'의 오프닝에서 그 구절을 합창으로 인용하였다. 즉, Matter can be neither created nor destroyed but only altered in form. Energy can be neither created nor destroyed but only altered in form. 이라는 유명한 구절이다. 굳이 번역하면, '물질은 창조되거나 파괴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형태가 변경될 뿐이다. 에너지는 창조되거나 파괴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형태가 변경될 뿐이다.'이다.
트리니티를 보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키티
마빈 코엔의 비판이 있자 애덤스는 오프닝 합창의 대본을 다음과 같이 다시 썼다. 즉, We believed that 'Matter can be neither created nor destroyed but only altered in form'. We believed that 'Energy can be neither created nor destroyed but only altered in form.' But now we know that energy may become matter, and now we know that matteer may become energy and thus be altered in form. 이다. 이를 역시 굳이 번역하면, "우리는 '물질은 창조되거나 파괴되지 않는 것이다. 다만, 형태가 변경될 뿐이다.'라고 믿었다. 우리는 '에너지는 창조되거나 파괴되지 않는 것이다. 다만, 형태가 변경될 뿐이다'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에너지가 물질이 될수 있으며 물질이 에너지가 될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형태가 변경될 뿐이다.'이다.
메트로폴리탄에서의 공연. 오프닝 장면
오리지널 샌프란시스코 공연은 대본가 겸 극장감독인 피터 셀라스가 제작을 담당했고 도날드 루니클스(Donald Runnicles)가 지휘했다. 초연에서는 제랄드 핀리(Gerald Finley)가 오펜하이머의 역할을 맡았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바리톤이며 부인인 키티 오펜하이머는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이밖의 출연진은 레슬리 그로우브스 장군(B), 에드워드 텔러(Edward Teller: 드라마틱 바리톤),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 T), 잭 허바드(Jack Hubbard: Bar), 캡틴 제임스 놀란(Captain James Nolan: T), 파스쿠알리타(Pasqualita: MS)이다. 작곡자인 존 애덤스는 키티 오펜하이머의 음악을 메조소프라노인 로레인 헌트 리버슨(Lorraine Hunt Lieberson)을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리버슨은 건강상의 문제로 '닥터 아토믹'의 초연에서 키티를 맡을 수가 없었다. 메조소프라노 크리스틴 젭슨(Kristine Jepson)이 맡았다. 존 애덤스는 초연이후 가장 성대한 공연이었던 네덜란드 공연에서 키티를 소프라노 제시카 리베라(Jessica Rivera)를 염두에 두고 일부 음악을 수정하였다. 그래서 차후로는 키티 역할을 소프라노가 맡는가보다라고 생각했으나 그 다음의 본격 공연인 메트로폴리탄에서의 공연에서는 다시 메조소프라가 키티의 역할을 맡았다. 사샤 쿠트(Sasha Cooke)였다.
로버트 오펜하이머 역의 바리톤 제랄드 핀리(Gerald Finley)
2007년에 존 애덤스는 오페라의 음악을 교향곡으로 편곡하였다. '닥터 아토믹 교향곡'(Dr Atomic Symphony)이다. 오페라의 서곡과 간주곡들과 아리아의 음악들을 정리하여 교향곡을 만들었다. 오펜하이머의 대표적인 아리아인 Batter My Heart 도 포함되었다. 이 교향곡은 2007년 8월 21일 존 애덤스 자신의 지휘로 영국의 BBC 교향악단이 처음 연주하였다. 처음에는 4악장에 45분이 걸리는 교향곡이었으나 나중에 존 애덤스가 3악장에 25분 길이로 조정하였다.
트리니티를 바라보고 있는 오펜하이머
1945년 6월, 전쟁은 막바지에 이른듯 했다. 끔찍한 국면이었다. 독일은 항복하였지만 일본은 최후까지 항전할 뜻을 분명히 했다. 아마 그렇게 되면 적어도 50만명의 희생자가 생길 것이다. 뉴 멕시코의 사막에서는 벌써부터 일단의 젊은 과학자들이 뛰어난 물리학자인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지도아래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을 완성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히틀러가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소식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히틀러보다 먼저 핵무기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로스 알라모스의 연구실에는 밤낮으로 불이 꺼지지 않았다. 드디어 원자폭탄이 완성되고 테스트를 앞두게 되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도덕적인 상황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일 이 폭탄을 사용하게 되면 일본의 시민 수십만명을 무고하게 희생해야 한다는 점이 과학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테스트까지는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그래도 과학자들의 토론은 끝나지 않는다. 오페라는 그로부터 시작한다.
오펜하이머와 부인 키티
[제1막] 1장. 1945년 6월, 로스 알라모스에 있는 맨하튼 프로젝트의 연구실이다. 역사상 최초의 원폭은 이제 거의 완성단계에 접어 들었다. 뛰어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정부를 대표하여 레슬리 그로우브스 장군이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연구실에서는 독일이 항복했기 때문에 일본만을 위해 원폭을 개발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 일인지 의구심을 갖는 견해들이 있다. 에드워드 텔러와 로버트 윌슨은 특히 그러하다. 이들은 도덕적인 면과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여 원폭 개발을 중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트루만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올리자고 동료들을 설득하기도 한다. 방금 워싱턴에서 돌아온 오펜하이머는 이들에게 워싱턴이 비록 민간인들이 타겟이 되는 것이지만 일본에 원폭을 투하하는 것이 결정했다고 설명하며 더 이상의 논쟁을 하지 말자고 타이른다. 2장. 로스 알라모스에 있는 오펜하이머의 집이다. 오펜하이머의 부인인 키티가 오펜하이머에게 맨하튼 프로젝트에 대하여 여러가지 질문을 퍼 붓는다. 오펜하이머는 자기가 애송하는 보들레르의 시를 읊으면서 카티의 질문에 간접적으로 대답한다. 두 사람은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어느새 보들레르의 시에 빠져 든다. 나중에 홀로 남은 키티는 전쟁과 평화,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이 현실과 너무도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카운트 다운을 할 때의 오펜하이머와 그로우브스 장군
3장. 1945년 7월 15일, 뉴멕시코의 알라모고르도(Alamogordo)에 있는 트리니티 실험장소이다. 트리니티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원폭의 이름이다. 트리니티를 실험하기 전날밤이다. 갑자기 놀랄만치 규모가 큰 천둥과 번개가 친다. 그리고 굉음과 함께 벼락이 친다. 높은 탑 위에 올려 놓은 원폭도 벼락에 맞을 위험이 있다. 기상책임자인 프랭크 허바드는 그로우브스 장군에게 이러한 기상조건에서 원폭을 실험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한다. 그로우브스 장군도 악천후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다. 육군 의무대의 놀란(Nolan) 대위는 그로우브스 장군에게 만일 원폭에 사고가 생긴다면 플루토늄과 방서선 장애는 치명적일 될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실 누구도 플루토늄이나 방사선 장애에 대하여는 별로 자세히 아는바가 없다. 이제 처음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들 두려운 심정에 빠져서 혼란 중이자 그로우브스 장군은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고 오펜하이머와 단둘이 남아 얘기를 나눈다. 오펜하이머는 그로우브스 장군의 배가 계속 나온다고 농담을 하며 걱정하지 말고 잠이나 자 두라고 말한다. 그러나 오펜하이머 자신도 이 황량한 사막에서 개인적으로 말할수 없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존 돈느(John Donne)의 시를 생각하면서 자기의 마음에 닥친 위기감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실상, 트리니티라는 이름은 존 돈느의 시의 한 구절인 Batter my heart, three-person'd God 에서 힌트를 얻어 지은 것이다.
뉴멕시코주 로스 알라모스의 원폭 실험장과 주변. 인디언들의 모습도 보인다.
[제2막] 1장. 오펜하이머의 집. 원폭 실험장소로부터 약 2백 마일 떨어져 있는 곳이다. 오펜하이머의 부인인 키티와 인디안 하녀인 파스쿠알리타가 밤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원폭 폭발의 빛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파스쿠알리타는 간혹 오펜하이머의 7개월된 딸인 캐서린(Katherine)이 자고 있는 것을 살펴본다. 키티는 다시 전쟁, 죽음, 혼령들의 부활 등을 생간한다. 이어 오케스트라의 간주곡이 펼쳐진다. 무대에서는 산그레 드 크리스토스(Sangre de Cristos) 산맥에 비가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캐서린이 깨어나서 운다. 파스쿠알리타가 아기를 어우르며 자장가를 부른다. 2장. 1945년 7월 16일 자정의 실험장이다. 모든 인원이 이미 폭발의 장소로부터 완전 철수되었다. 윌슨과 잭 허바드만이 폭탄을 설치한 탑에 남아 있다. 그로우브스 장군의 마지막 점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이다. 두 사람은 벼락이 치는 중에 실험을 한다는 것에 대하여 대단히 불안해 하고 있다. 관측 벙커 안에 있는 과학자들은 만일 연쇄반응을 콘트롤 하지 못하여 폭발이 확대된다면 방사능으로 인한 환경영향이 클 것으로 보아 이에 대한 의논을 하고 있다. 오펜하이머는 그런 결과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로우브스 장군은 폭풍에 대한 기상학자들의 경고를 모두 무시한다. 밖에는 아
직도 비가 쏟아지고 있다. 오펜하이머는 모두에게 새벽 5시 30분에 실험할 것이라며 준비토록 지시한다.
역사적인 원폭실험을 지켜보는 오펜하이머와 취재기자들
3장과 4장. 그로우브스 장군은 혹시 직원들이 사보타쥬를 일으키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으로 불안하다. 오펜하이머는 실험시간을 기다리며 몹시 초조해 하고 있다. 모두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모두 나름대로 생각에 잠긴다. 직원들은 초조함을 이기기 위해서인지 실험의 성공여부에 대한 내기를 한다. 상당수 직원들이 실험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쪽에 건다. 오펜하이머는 대부분 직원들이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그로우브스 장군도 자기의 신념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우는 것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밤 하늘에 파괴의 여신인 비슈누(Vishnu)의 환영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ita)에 기록되어 있는 구절을 연상한다. '모든 평화가 사라지고 마음은 고통으로 차 있다'는 내용이다. 실험 10분 전의 신호가 울린다. 주변을 경고하는 로켓이 발사되고 사이렌이 울린다. 그러자 폭풍이 그치고 실험 장소(Ground Zero)의 하늘이 파랗게 갠다. 또 다른 경고 로켓이 발사된고 실험 60초 전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드디어 마지막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베이스 캠프는 마치 전선의 최전방 초소처럼 죽음의 정적이 감돈다. 과학자들과 군인들이 참호 안에서 모두 얼굴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다. 숨쉬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다만 라우드 스피커를 통한 카운트 다운 소리만 정적을 깨트리고 있다. 제로 마이너스 45 세컨드가 되자 어떤 엔지니어가 자동 카운트 다운의 스위치를 켠다. 점화회로에 불이 붙는다. '제로 마이너스 원'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무섭도록 긴장괸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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