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편리함과 불편함(Le convenienze ed inconvenienze teatrali) - 오페라의 주역과 조역
Conventions and inconvenkiences of the Stage
부제는 Viva la mamma(엄마 만세)
도니체티의 2막 드라마 조코사(dramma giocosa) - 조크가 있는 드라마
조아키노 도니체티
'비바 라 맘마'리고도 알려진 '무대의 편리함과 불편함'은 게타노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1848)의 2막 드라마 조코소(dramma giocoso)이다. 도니체티는 생전에 숫자적으로 84편의 오페라를 남겼다. 그중에서 약 10편은 음악과 대본을 수정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학자들은 수정본도 별개의 작품으로 간주하였다. 도니체티의 마지막 오페라는 Il duca d'Alba로서 미완성이었다. 이것은 그의 사후에 마테오 살비(Matteo Savi)가 완성했다. 도니체티는 다른 오페라 작곡가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장르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기왕 설명하는 바람에 어떤 장르들인지 소개코자 한다. 성가시더라도 참고로 삼아 주었으면 고맙겠다. Scena drammatica, farsa, opera buffa, opera comique, dramma, dramma per musica, dramma giocoso, dramma buffo, dramma tragico, melodramma, melodramma eroico, melodramma gocoso, melodramma comico, melodramma serio, melodramma semiserio, opera romantica, tragedie lirica, azione tragica-sacra, grand opera 등이다. 도니체티가 Dramma gicoso라는 장르가 붙은 오페라는 Il fortunato inganno, Le convenienzeed in convenienze teatrali 두편 뿐이다. 그리고 7편이 그냥 Melodramma giocoso이다.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은 멜로드라마 조코소로 기술되어 있다. 사족이지만 그랜드 오페라로는 네편이 꼽히고 있다. Lucia di Lammermoor, Les Martyrs, Dom Sebastian, Le duc d'Albe(Il duca d'Alba)이다.
프리마 돈나의 의상을 고치고 있는 의상담당자들. 2009 라 스칼라
역시 기왕 여유가 있는 탓에 드라마 조코사에 대하여 잠시만 설명하자면, Dramma giocoso라는 이탈리아어는 Drama with jokes, 즉 조크가 있는 드라마를 말한다. 18세기 중반에 일반적이었던 오페라 장르이다. Dramma giocoso는 Dramma giocoso per musica(음악을 위한 조크 드라마)를 줄여서 부르는 명칭이다. 이 명칭은 음악보다는 대본의 내용에 바탕을 두고 비롯된 것이다. 이 장르는 나폴리에서 주로 유행하였기 때문에 나폴리 오페라의 전통으로 발전하였다. 드라마 조코사의 발전에 중심적으로 기여한 사람은 베니스 출신으로 위대한 대본가인 카를로 골도니(Carlo Goldoni: 1707-1793)이다. 드라마 조코사는 피날레에서 그랜드 부포의 장면을 이용하는 것을 특징으로 삼고 있다. 말하자면 대코미디로 마무리를 한다는 것이다. 골도니의 대본을 보면 대체로 상당히 긴 1막과 2막이 나온후 3막이 비교적 짧게 나오고 이어 피날레가 대단원을 이루도록 되어 있다. 골도니의 대본으로 드라마 조코사를 즐겨 도입한 작곡가와 대표적인 작품으로서는 조아키노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과 '라 체네렌톨라), 모차르트와 로렌초 다 폰테가 콤비가 된 '돈 조반니'와 '여자는 다 그래'를 들수 있다. 그런데 모차르트는 이상의 두 작품을 opera buffa의 카테고리에 넣었다.
공연에서 자기 딸을 더 돋보이게 하려고 난리를 펴는 맘마 아가타. 왼쪽은 프리마 돈나, 오른쪽은 세콘도 돈나
서론이 길어졌음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무대의 편리함과 불편함'은 또 다른 제목으로 '엄마 만세'(Viva la mamma)라고 불린다. 그리고 영어로는 Conveniences and inconveniences of the Stage(무대의 편리함과 불편함)라고 번역해서 사용하지만 Theatrical conveniences and inconveniences(극장적 편리함과 불편함)라고도 번역한다. 프랑스에서는 Les Convenances et les inconvenances theatrales 라고 하며 독일에서는 Teatralische Bräuche und Missbräuche 라고 한다. 도니체티 오페라의 이탈리아어 대본은 도메니코 길라르도니(Domenico Gilardoni)가 안토니오 시메오네 소그라피(Antonio Simeone Sografi)의 희곡인 Le convenienze teatrali(1794)와 후편으로 나온 Le inconvenienze tearali(1800)을 바탕으로 삼아 완성했다. 제목에는 convenienze(쿈베니엔체)라는 단어가 반드시 들어가는데 이 단어는 실상 성악가들의 랭크와 관련한 용어이다. 즉, 19세기 이탈리아의 오페라 공연에서는 프리모(Primo)가 가장 중심되는 성악가이며 그 다음은 세콘도(Secondo)라고 부르고 그 다음은 콤프리마리오(Comprimario)라고 부르는데 이같은 계급 순서를 콘베니엔체라고 부른다.
프리하국립극장 무대
'무대의 편리함과 불편함'은 원래 단막의 화르사(Farsa)였다. 처음 나온 드라마 조코소는 '무대의 편리함'(Le convenienze teatrali)에만 바탕을 둔 스토리였다. 1827년 11월 21일 나폴리의 신극장(Teatro Nuovo)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그후 도니체티는 레시타티브를 추가하였고 또한 '무대의 불편함'(Le inconvenienze teaatrali)도 참고하여서 수정 버전을 만들었다. 이 수정버전은 1831년 4월 20일 밀라노의 테아트로 알라 카노비아나(Teatro alla Cannobiana)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화르사라는 용어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주로 베니스에서 공연되었던 단막의 익살풍자극을 말한다. 화르사에는 어떤 때는 짧은 발레가 포함되기도 한다. 아무튼 오페라의 한 장르인 화르사는 바보스럽게 웃기는 내용의 오페라를 말한다. 화르사는 일반적으로 단막 오페라이다. 그러나 드라마 조코소는 2막일 경우가 많다.
맘마 아가타(바리톤)와 루이지아
'무대의 편리함과 불편함'은 19세기 후반에는 거의 잊혀져 있었다. 그러다가 초연 이후 130여년 만인 1963년에 시에나에서 리바이발 되었다. 리바이발에서는 대체적으로 타이틀을 바꾸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도록 했다. 변경된 타이틀 중에서 가장 어필한 것이 '엄마 만세'(Viva la mamma)였다. 그러므로 '엄마 만세'라는 타이틀은 20세기에 들어와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엄마 만세'라는 타이틀은 이탈리아에서 처음 사용한 것이 아니라 1969년 독일의 뮌헨에서였다. 오늘날에는 '무대의 편리함과 불편함'이라는 타이틀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 '엄마 만세'가 대세이다. 영국에서의 공연은 1976년 4월 이전에는 한번도 없었다. 그러다가 1976년 4월에 아마추어 오페라단인 해로우 오페라 워크샵(Harrow Opera Workshop)이 처음 공연하였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서 1969년에 BBC 방송이 방영한 것이 있기는 있다. 다만, BBC는 타이틀을 '업스테이지 앤드 다운스테이지'(Upstage and Downstage)라고 바꾸었다. 업스테이지(Upstage)는 글자그대로 '무대 안쪽에서'라는 의미이지만 주인공이라고 거만하게 뻐기는 배우를 말한다. 다운스테이지(Downstage)는 글자그대로라면 '무대 앞쪽에서'이지만 드라마에서 단역이나 조역을 맡아 그나마 연명하는 배우를 말한다. 이어 1972년에는 오페라 라라(Opera Rara)가 공연한 것도 있다. '오페라 라라'는 희귀 오페라, 또는 잊혀진 오페라를 발굴하여 공연하는 오페라 단체이다. 1972년에 오페라 라라가 이 오페라를 공연하였을 때에는 타이틀을 The Prima Donna's Mother is a Drag(프리마 돈나의 어머니가 실세)이라고 바꾸었다. 미국 초연은 1966년 4월 인디애나주의 테르 오트(Terre Haute)에서였다. 2004년의 몬테 칼로 오페라의 공연에는 영국의 소프라노인 준 앤더슨(June Anderson)이 출연하였다.
독일 테너의 역할을 프리마 돈나의 남편이 맡는다.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다리아 가르비나티(Daria Garbinati: S). 프리마 돈나
- 프로콜로(Procolo: B). 프리마 돈나의 남편
- 비스크로마 스트라파비스케레(Biscroma Strappaviscere: Bar). 지휘자. 글자그대로라면 모음 발음을 이상하게 하는 사람
- 루이지아 카스트라가티(Luigia CastragattiL S). 세콘다 돈나(조역). 글자그대로라면 고양이 카스트라토
- 돈나 아가타 스칸나갈리(Donna Agata Scannagalli: Bar). 루이지아의 어머니, 나폴리 사람
- 구글리엘모 안톨스토이노프(Guglielmo AntolstoiniffL T). 프리모 테노레. 독일인
- 체사레 살사파릴리아(Cesare Salsapariglia: Bar). 약제사 겸 시인
- 임프레사리오(Impresario: B)
- 극장장(B)
- 이밖에 군인들, 하인들, 일꾼들.
맘마 아가타와 프리마 돈나가 다투고 있다.
시기는 18세기이며 장소는 이탈리아의 어떤 지방극장이다. 그저 그런 수준의 지방오페라단이 새로운 작품인 '로불루스와 에르실라'(Romulus ed Ersilla)를 공연하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 다시 말해서 시골이라서 그런지 별별 어려움이 다 있다. 프리마 돈나는 불만이 많다. 주역인 자기보다도 조역인 세콘도 돈나에게 파트가 아주 부족하다는 불만이었다. 하지만 테너를 비롯해서 다른 사람들은 프리마 돈나의 파트가 너무 많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저러나 프리마 돈나는 이런 시시한데서 모두와 함께 리허설하는 것은 체면문제라고 생각해서인지 리허설에 도무지 나타나지를 않는다. 독일 테너는 이탈리아어에 익숙치 않아서 가사를 마스터하는데 무척 힘들어한다. 독일 테너는 음악적 재능도 부족하여서 멜로디를 익히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이밖에도 별별 어려움이 다 나타난다. 출연자들과 스태프간의 다툼도 종종 일어난다. 성악가들은 출연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극장측을 위협한다. 사정은 세콘도 돈나의 어머니인 맘마 아가타가 나타나는 바람에 더 악화된다.
리허설
(맘마 아가타는 바리톤이 맡는다. 그래서 더 웃긴다.) 맘마 아가타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한가닥하는 여걸이다. 여걸인데 주로 딸인 루이지아를 맘대로 휘두르는 엄머이다. 맘마 아가타는 오페라단장에게 딸인 세콘도 돈나의 역할이 빈약하므로 멋진 아리아를 하나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 아리아는 어떤 부분에 넣는 것이 좋겠으며 멜로디와 반부 부분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며 코치 겸 잔소리를 한다. 독일 테너가 '무슨 이런 일도 있느냐?'면서 더 이상 리허설을 하지 않겠다면서 거부하자 맘마 아가타의 입김으로 프리모 테너의 역할은 프리마 돈나의 남편인 프로콜로로 바뀐다. 임프레사리오와 지휘자와 기타 스태프들은 출연자들의 이런 웃기지도 않는 이기적인 행태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혼란만이 가중되고 있다. 오페라단장은 급기야 경찰을 부르지만 경찰들도 콧대 높은 성악가들을 어찌하지 못한다. 얼마후 겨우 진정되어서 리허설이 계속된다. 그런데 리허설 도중에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출연자들과 오케스트라 단원들, 기타 스태프들은 올것이 왔다고 생각해서 슬며시들 하나둘씩 빠져 나간다. 어떤 출연자는 미리 출연료를 받았는데 공연이 취소되었다고 하니까 이미 받은 출연료를 뱉어 놓아야 하지나 않나 싶어서 재빠르게 사라진다. 실제로 이 공연을 위해 여러 사람들이 투자를 했다. 공연은 성공을 할 것이므로 이익을 남겨 주겠다는 주장에 설득을 당해서였다. 그러나 공연이 실패로 돌아간 이상 투자자들에게 환불해야할 돈이 없다. 투자자들이 내 놓은 돈은 이미 거의 모두 써버렸기 때문이다. 오페라단으로서는 야반도주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경찰이 출동하여 출연자들에게 더 이상 소란을 떨지 말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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