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푸틴(Rasputin)
제이 리스(Jay Reise)
제이 리스(제이 라이제)
그리고리 라스푸틴(Grigori Rasputin: 1869-1916)은 제정 러시아 말기에 러시아를 혼란 속에 빠트렸던 요승(妖僧)이다. 제정 러시아가 멸망하고 레닌에 의한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선 것도 따지고 보면 라스푸틴의 기여가 컸다. 그 라스푸틴에 대한 오페라가 제작되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어대학교 음악교수인 제이 리스(1950-)가 작곡했으며 1988년 뉴욕시티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당시 뉴욕시티오페라의 음악감독은 유명한 소프라노인 비벌리 실스(Beverly Sills)였다. 실스는 소련의 붕괴가 가까워오고 있는 것을 감안하여 제이 리스에게 '라스푸틴'에 대한 스토리를 오페라로 만들어 줄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이 오페라가 모스크바에서 선을 보인 것은 그로부터 거의 20년 후인 2008년 10월이었다. 모스크바의 헬리콘(Helicon)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모스크바 공연은 미국 작곡가가 러시아의 인물을 주제로하여 만든 오페라였으므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모스크바인들은 외국인, 특히 미국인이 쓴 '라스푸틴'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비판적이었다.
바르샤바 실내오페라의 '라스푸틴' 라스푸틴의 실제모습
라스푸틴은 시베리아에서 태어났다. 종교에 심취하여 여러가지 괴이한 의식을 행하는 지하 기독교의 이단종파에 속하여 활동했다. 라스푸틴이 속한 종파는 신도들을 채찍으로 때리는 의식을 행하는가 하면 광란의 잔치를 베풀어 진탕으로 마시고 음행을 저지르는 의식을 비밀리에 행하였다. 생 페터스부르크로 온 라스푸틴은 어떤 노파의 고질병을 기적적으로 고쳐주어 그로부터 신비한 존재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짜르(황제)인 니콜라스와 짜리나(황비) 알렉산드라는 여러 딸을 두었다가 마지막으로 아들알렉세이를 얻었다. 불행하게도 알렉세이는 혈우병이라는 불치의 병에 걸려 있었다. 상처가 나면 지혈이 안되는 끔찍한 병이었다. 짜리나 알렉산드라 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라스푸틴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를 모셔와 아들 알렉세이의 병을 낫게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라스푸틴은 기도로서 알렉세이의 고통을 덜어주었지만 실은 최면술이어서 병은 재발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라스푸틴은 짜르와 짜리나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어 차츰 국가의 정치와 종교문제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짜르 니콜라스가 1차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전선에 나가 있는 2년 동안은 라스푸틴의 전횡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라스푸틴의 오만과 방탕과 타락은 백성들의 지탄을 받았다. 결국 라스푸틴은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의 불길을 당기에 했고 짜리스트 정부는 전복되었다.
오페라에서 짜르 니콜라스의 가족. 남자 아이가 황태자인 알렉세이이다.
러시아가 1차 대전에 참전하자 도탄에 빠져 허덕이는 백성들의 불만은 증폭되었고 이에 따라 혁명의 위협도 증가되었다. 생페터스부르크에 있는 짜르는 백성들의 소리를 듣는 일이 점점 없어졌고 반면에 라스푸틴의 영향력은 날로 높아만 갔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라스푸틴이 성직자이면서도 여러 귀족 부인들과 방탕의 생활을 하였으며 심지어는 짜리나인 알렉산드라와도 관계를 맺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라스푸틴은 술을 폭음하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구원은 오직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죄악으로 알고 있기만 하면 얻을수 있다고 했다. 즉, 죄악인줄 알고 저지르는 죄악은 죄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1915년, 1차 대전의 와중에서 짜르가 전선으로 나가 있는 동안 제국의 수도는 짜리나 알렉산드라와 요승 라스푸틴의 손아귀에 있었다. 1916년도 저무는 때에 황족인 유수포프가 이끄는 일단의 귀족들이 라스푸틴을 제거키로 계획을 세운다. 라스푸틴에게는 다섯 명을 죽일수 있는 양의 독을 먹였지만 죽지 않았다. 누군가 그의 뒤에서 총을 쏘았다. 그래도 죽지 않았다. 마침내 유수포프 공자가 권총으로 심장을 쏘아 죽였다. 라스푸틴의 시체는 네바 강에 버려졌다. 라스푸틴의 생애와 죽음은 신비라는 수의에 싸여 있다. 그리고 수많은 전설도 생겨났다. 라스푸틴의 생애와 죽음에 대한 진실은 사실상 누구도 모른다.
노동자와 농민들이 제정러시아의 짜르 정부에 대하여 불만을 노래하고 있다.
1988년 '라스푸틴'이 뉴욕에서 세계초연되었을 때 워싱턴 타임스는 '참으로 매력적이고 도전적이며 매우 아름다운 창작물이다'라고 찬사를 퍼부었다. 작곡자인 리스는 '오페라의 스토리가 모두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나는 오히려 라스푸틴에 대한 전설을 더욱 부각시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등장인물은 라스푸틴(T), 짜르 니콜라스(T), 짜리나 알렉산드라(S), 라스푸틴을 사살한 유수포프(Yusupop) 공자(Bar) 등이다. 모스크바 초연 당시의 무대 배경은 거대한 화베르제 계란(Faberge eggs)들로서 장식되었다. 화베르제 계란은 생페테르부르크의 보석상 가문이 제작한 것으로 계란에 수천개의 보석을 장식한 것이다. 화베르제 계란들은 제정 러시아의 귀족사회를 의미한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깨지기가 쉬운 성질을 나타낸다. 무대의 다른 장식들은 러시아의 노동자 농민 계층을 보여주는 것이다. 1918년 러시아 혁명을 주도한 세력이다. 롤러 코스터 스타일의 무대는 화려한 왕궁으로부터 서민적인 캬바레까지를 보여줄수 있다. 이 캬바레에서 유수포프 공자가 요승 라스푸틴을 권총으로 사살한다.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은 레닌주의자들이 니콜라스 황제의 가족을 모두 살해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때의 음악은 무조적인 것이다.
라스푸틴과 알렉세이, 그리고 짜르 니콜라스. 라스푸틴 역은 플라치도 도밍고
뉴욕의 초연에서는 라스푸틴이 광란의 연회를 펼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라스푸틴이 '구원은 고통과 죄악으로부터 이룰수 있다'는 설교를 한다. 황궁의 장면에서는 훗날 모스크바와 마찬가지로 화베르제 계란들이 무대를 장식하였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계란들이 붉은 색으로 변하며 계란에서 볼셰비키 혁명의 주도자인 레닌이 깨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환락에 빠져 있는 라스푸틴. LA 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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