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90. 릭키 이안 고든의 '분노의 포도'

정준극 2011. 7. 18. 15:38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

리키 이안 고든

 

미국의 작곡가 리키 이안 고든

 

존 스타인베크(John Steinbeck: 1902-1968)의 1939년도 소설인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를 미국 뉴욕 출신의 리키 이안 고든(Ricky Ian Gordon: 1956-)이 작곡했고 마이클 코리(Michael Korie)가 대본을 쓴 오페라 버전이 나왔다. 미네소타 오페라단이 의뢰한 작품으로 초연은 2007년 2월 10일 미네소타의 세인트 폴 소재 오드웨이 공연예술 센터(Ordway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에서 유타 교향악단의 연주로 이루어졌다. 미네소타 퍼블릭 라디오는 이 작품의 라디오 공연으로 그해 9월 전국에 방송하였다. 수정본은 2008년 11월 피츠버그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연주회 형식으로 대대적으로 수정한 버전은 2010년 3월 카네기 홀에서 연주되었다. 이때 제인 폰다(Jane Fonda)가 해설을 맡았다. 퓰리처상을 받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시절을 그린 작품이어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오페라로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존 스타인벡.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은 '생쥐와 인간'(Of Mice and Men)이다. 칼리슬 플로이드가 1968년에 '생쥐와 인간'을 오페라로 만들었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톰 조드(Tom Joad: Bar), 마 조드(Ma Joad: 어머니: MS), 로자샨(Rosasharn: 이들의 딸: S), 코니 리버스(Connie Rivers: 로자 샨의 남편: Bar), 파 조드(Pa Joad: 톰의 아버지: Bar), 존 삼촌(Uncle John: Bar), 그랜파(할아버지: T), 그랜마(할머니: MS), 짐 케이시(Jim Casey: T), 노아(Noah: B-Bar), 앨(Al: T), 그리고 아이들인 루티와 윈필드가 있다.

 

가석방 되어 돌아온 톰을 어머니가 맞이하고 있다. 

   

무대는 미국 남서부의 오클라호마이다. 프롤로그에서는 소작인들이 극심한 한발과 경제 침체로 그들의 오클라호마 농토를 떠날수 밖에 없었던 일들을 회상한다. [제1막] 톰 조드(Tom Joad)는 모범수여서 가석방되어 나온다. 톰은 한물 간 부흥전도사인 짐 케이시(Jim Casey)를 만난다. 두 사람이 톰의 황폐된 농장에 도착해서 알고보니 이미 그 땅은 은행에 저당이 잡혀 있는 상태이다. 톰과 짐은 가족들을 데리고 캘리포니아로 가기로 결심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과일을 따는 일을 쉽게 얻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앨 조드(Al Joad)가 낡은 트럭 한대를 구한다. 그리고 당장 필요한 물건들만 싣고서 가족과 함께 길을 떠난다. 코니(Connie)와 로자샨(Rosasharn)은 이제 태어날 아기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꿈꾼다. 다음날, 식구들은 그 전날 밤에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를 땅에 묻는다. 이들은 66번 국도를 타고 길을 재촉한다.

 

자두농장의 일꾼들

   

[제2막] 어느 식당에서 조드의 식구들은 그나마 있는 돈을 아끼기 위해 음식을 조금만 사려고 하지만 오히려 트럭기사들과 웨이트레스 들로부터 놀림을 당한다. 조드의 가족들은 배고품과 함께 비참한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식당 주인과 어떤 웨이트레스가 동정심을 발휘하여 조드 식구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준다. 조드 가족은 황량한 모하브 사막을 지난다. 밤중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사실을 캘리포니아에 도착할 때까지 비밀로 한다. 조드의 식구들은 엔디코트 농장(Endicott Farm)에 도착한다. 무대는 1849년 조지 엔디코트가 자두 나무를 심는 장면이 과거를 회상하듯 나타난다. 일꾼들이 무성한 자두나무에서 자두를 따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일자리가 없다. 다시 무대는 1924년으로 돌아간다. 농장 창업자의 손자인 조지 엔디코트는 이제 성공적인 기업인이 되었다. 그런데 1930년대의 현재는 사정이 다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엔디코트의 농장에서 일해서 겨우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오키(Okie)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임금은 형편없이 깎였다. 오키는 주로 오클라호마에서 온 방랑노동자들을 말한다. 오키들은 임금이 낮더라도 일을 한다. 때문에 농장주들은 오키들을 쓰고 본래의 마을 사람들은 해고한다. 값싼 임금으로 자두를 수확하기 때문에 자두 가격이 떨어졌다. 농장주는 자두를 싸게 팔기보다는 태워서 없앤다. 농장주들은 배고픈 사람들에게 자두를 나누어 주기 보다는 아예 버리고 있다.

 

농장주의 횡포

   

조드의 식구들은 어쩔수 없이 근처의 후버빌(Hooverville)로 간다. 판잣집들만 들어서 있는 더럽고 비참한 마을이다. 어머니는 비록 굶더라도 식구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애를 쓴다. 코니는 공연히 오클라호마를 떠났다고 하며 화를 낸다. 오클라호마에 있으면 적어도 풀뿌리는 먹지 않아도 되었다는 주장이다. 다음날, 조드 가족의 남자들은 있을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어떤 여자가 먹을 것이라도 얻으려고 다투다가 그만 살해 당한다. 보안관보는 그 여자가 당연히 죽은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본 톰이 격분하여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보안관보를 때려 눕힌다. 톰은 가석방 조건을 위반한 것이다. 짐 케이시가 자기가 뒷 수습을 하고 책임을 질테니 조드의 식구들은 어서 피하라고 한다. 조드의 식구들은 트럭으로 몸을 숨긴다. 톰의 아들인 노아는 식구들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으로 가서 빠져 죽는다.

 

조드의 식구들

   

[제3막] 조드의 식구들은 어떤 농장주의 주선으로 마침내 정부에서 지어준 자치 캠프에 들어간다. 배당 받은 집은 깨끗하다. 조드의 식구들은 이제야 다시 사람이 된 것과 같은 기분이다. 대부분 농작물을 수확하는 일꾼들이 자치 캠프의 사람들은 노조를 결성하여 조금이라도 임금을 더 받기 위해 농장주들과 협상을 벌인다. 농장주들은 자치 캠프를 눈의 가시처럼 여긴다. 농장주들은 자치 캠프만 없다면 그 땅을 경작하여 농지로 만들어 더 많은 수입을 올릴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장주들을 사람들을 고용하여 자치 캠프에 가서 일부러 싸움을 벌이도록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 캠프의 사람들은 참으면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이 돌아가는 것이 심상치 않다. 톰은 식구들에게 새로운 농장으로 가자고 설득한다.

 

아무리 화물차라고 해도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어머니

       

그런데 톰은 자기가 노조를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캠프에 입주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톰은 짐 케이시를 만나 아무래도 이곳 캠프에서 나가야 겠다고 말한다. 짐 케이시는 이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그때 보안관보가 나타나 노동자들을 마치 범죄인 취급을 하면서 오만하게 군다. 보다 못한 짐 케이시가 몽둥이를 들어 보안관보를 흠씬 때려준다. 톰은 만일 보안관보가 정신이 들면 분명히 가석방 조건을 어긴 자기는 물론, 짐 케이시까지 체포할 것으로 생각한다. 톰은 자기도 모르게 보완관보를 죽인다. 정신을 차린 톰은 본능적으로 멀리 떠나 숨는다. 남아 있는 조드의 식구들은 목화 따는 일을 하면서 겨우 연명한다. 이들은 캠프의 집에서도 쫓겨나 할수 없이 허술한 화물차에서 지낸다. 어느 비오는날, 이날도 로자샨은 일하러 나간다. 그리고 아기를 사산한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로자샨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죽은 아기(모세라는 이름)를 어서 파묻으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죽은 아기를 땅에 파묻는 대신 강에 던진다. 아버지는 모세를 '맹목적인 생활의 결실'이라면서 한탄한다.

 

자동차를 타고 무작정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조드 식구들과 케이시 식구들

     

비가 너무 와서 강물이 불어나고 홍수가 난다. 조드의 나머지 식구들이 집처럼 여기고 살고 있는 화물차가 홍수에 휩쓸려 떠내려 간다. 앨이 화물차를 건지기 위해 물 속에 뛰어들었다가 그만 급류에 실려 실종된다. 어머니와 아버지, 루티(Ruthie)와 윈필드(Winfield) 그리고 이제는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져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로자샨은 겨우 어떤 헛간에 몸을 피한다. 헛간 안에는 어떤 남자가 아들인 듯한 아기가 함께 있다. 두 사람 모두 굶주려서 쓰러져 있다. 어머니는 순간적으로 로자샨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어머니는 다른 식구들을 모두 밖으로 나가라고 하고 로자샨에게 아기를 맡긴다. 로자샨은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서 마치 자기 아기인듯 바라본다.

 

출산이 가까워 고통받고 있는 로자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