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94. 로버트 워드의 '시련'(The Crucible)

정준극 2011. 7. 21. 11:42

시련(The Crucible) - 크루시블 - 도가니

로버트 워드

 

오페라 '시련'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로버트 워드

    

'시련'(The Crucible)은 미국 오하이오 출신의 로버트 워드(Robert Ward: 1917-)가 작곡한 오페라로서 원작은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Salesman), '다리에서 본 광경'(A View From the Bridge)등으로 유명한 뉴욕 할렘 출신의 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 1915-2005)의 동명 소설이다. 오페라 '시련'은 1962년도 퓰리처 음악상과 뉴욕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대본은 버나드 스탬블러(Bernard Stamnbler)가 썼다. 오페라 '시련'은 뉴욕시티오페라(New York City Opera: NYCO)가 워드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시련'을 작곡할 사람으로서 로버트 워드를 선택한 것은 아서 밀러였다. 오늘날 오페라 '시련'은 미국 작곡가에 의한 작품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 되었다.

 

오페라 '시련'(The Crucible)의 바탕이 된 할렘마녀재판의 장면

 

'시련'은 1961년 10월 26일 뉴욕시티오페라가 초연했다. 바리톤 체스터 러진(Chester Ludgin)이 존 프록토의 역을 맡았으며 베이스 노만 트리글(Norman Treigle)이 존 헤일 목사의 역을 맡아서 찬사를 받은 공연이었다. 1964년에는 로스안젤레스의 캘리포니아대학교와 코네티컷의 하트학교(The Hartt School)이 공동으로 공연하였으며 1965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간 NYCO 초연의 출연진을 대거 초빙하여 공연하였다. 그후 미국의 여러 오페라단이 '시련'을 공연하여 많은 호평을 받았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존 프록토(John Proctor: Bar), 그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프록토(Elizabeth Proctor: MS), 문제의 소녀 아비가일 윌렴스(S), 댄포스(Danforth) 판사(T), 존 헤일(John Hale: B) 목사, 사뮈엘 패리스(Samuel Parris: T) 목사, 여노예인 티투바(Tituba: Cont), 레바카 너스(Rebecca Nurse: Cont), 길수 코리(Gils Corey: T), 메리 워렌(Mary Warren: S), 앤 푸트남(Ann Putnam: S), 에즈키엘 취버(Ezekiel Cheever: T), 사라 굿(Sarah Good: S), 베티 패리스(MS), 머시 루이스(Mercy Lewis: S), 브리젯 부스(Bridget Booth: S), 수산나 월콧(Susanna Walcott: Cont), 루스 푸트남(Ruth Putnam: S), 마사 셸던(Martha Sheldon: S) 등이다.

 

영화에서 아비가일 윌렴스의 역할을 맡았던 니콜 에빙거(Nicole Ehebinger)

    

The Crucible 이라는 타이틀은 우리나라에서 '시련'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대로 '크루서블'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Crucible 이라는 단어는 도가니 또는 호된 시련을 말한다. 스토리는 1692년의 살렘 마녀 재판(Salem witch trials)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서 밀러의 The Crucible 은 1950년대에 미국에서 큰 논란이 되었던 맥카티이즘(McCarthyism)과 '레드 스케어'(Red Scare)운동을 비유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맥카티이즘은 미국 상원의원인 조셉 맥카티(J. R. McCarthy: 1908-57)가 주창한 극단적인 반공주의를 말한다. '레드 스케어'와 관련하여서는 1920년대에 등장했던 공산주의 반대운동을 1차 레드 스케어라고 하며 2차 레드 스케어는 1950년대에 맥카티이즘과 함께 등장한 반공운동이라고 부른다. 아서 밀러 자신도 1956년에 미하원 비미국운동위원회(House Committee on Un-American Activities)에 증인으로 출석한바 있다.

 

영화의 한 장면

 

줄거리는 간단하다. 사건은 아직도 영국 식민지인 매사추세츠의 살렘 마을에서 아비가일 윌렴스를 위시한 몇명의 소녀들이 마을의 여러 여자들과 남자들이 사탄에게 빠져 있다고 비난하기 시작하여 일어난다. 프록토 목사와 밀회를 하는 아비가일은 프록토의 부인인 엘리자베스에 대한 질투심으로 엘리자베스를 마녀라고 비난한다. 프록토 목사는 마을 유지들에 의해 마음을 바꾸라는 요쳥을 받았지만 주님의 종으로서 이름을 더럽힐수 없다고 하며 신앙을 버리느지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숲에서 모임을 갖고 있는 여자 아이들

    

역사상 씻을수 없는 오점을 남긴 '살렘 마녀 재판'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이 오페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692년의 '살렘 마녀 재판'의 처음 원인제공자는 당시 17세의 소녀인 아비가일 윌렴스와 사촌인 베티 패리스(Betty Parris)이다. 아비가일은 12살 때에 살렘으로 와서 삼촌인 사무엘 패리스(Samuel Parris)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나중에 증인 중에 한 사람이었던 데오다트 로선(Deodat Lawson) 목사의 말에 의하면 어느날 패리쓰시의 집에 갔다가 창문으로 보니 아비가일과 베티가 서로 부등켜 안고 뛰어 다니는가 하면 의자 밑에 들어가 끼어 있다가 억지로 빠져 나오기도 하고 또 벽난로의 굴뚝으로 기어 올라가는 등 이상한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사실을 알고 어른들이 아비가일과 베티를 야단치자 그후로부터 이들은 주의를 끌려고 그랬는지, 또는 벌을 받지 않으려고 그랬는지 수시로 원인을 알수 없는 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면서 이상한 행동을 계속하였다. 그러다가 다른 여자 아이들도 아비가일의 행동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다른 여자 아이들도 휘딱하면 아프다고 하면서 주의를 끌고 처벌을 피하였다. 사람들은 여자 아이들이 못 먹을 것을 먹어서 이상이 생겨 그런 행동을 한다고 보았다. 말하자면 식중독 증상 때문에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재판에서 발광을 하는 아비가일. 유타 오페라

   

여자 아이들은 밤 중에 숲에 모여서 이상항 행동을 하며 놀기도 했다. 어떤 때는 어른들이 없는 이 집 저 집을 다니면서 놀기도 했다. 여자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마녀의 스튜'(Witch's Stew)라는 것을 먹기도 했다. 아마도 먹을수 없는 것 또는 익히지 않은 것으로 만든 스튜인듯 싶다. 1976년 미국의 린다 카로라엘(Linnda Caporael)은 살렘의 여자 아이들이 환각증세와 비슷한 발광적인 행동을 한 것은 맥각중독증(麥角中毒症: Ergotism)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맥각을 만드는 곰팡이를 먹어서 그런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오늘날 맥각은 환각제로도 사용되는 것을 보면 그 주장도 그럴듯 하다.

 

존 프록토와 엘리자베스

   

이유야 어쨋든 아비가일의 이상한 행동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을수 없었다. 윌렴 그릭스(William Griggs)라고 하는 마을 의사는 악마의 마법에 걸린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마을 유지들은 여자 아이들을 불러 도대체 누가 괴롭히고 있는지 이름을 대라고 요구했다. 여자 아이들은 아마도 평소에 자기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이름을 말하였다. 이름이 밝혀진 사람들이 불려와 재판을 받았다. 모두 15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재판을 받았다. 이웃 마을 사람들도 포함되었다. 판사는 그중에서 무려 19명을 사탄의 마법에 빠졌다고 하면서 사형을 언도하였다. 개 두 마리도 함께 사형을 선고받았다. 길스 코리(Gils Corey)라고 하는 남자는 눕혀 놓고 무거운 돌을 올려 놓아 눌려 죽도록 했다. 자기들이 악마의 꼬임에 빠져 여자 아이들에게 이상한 마법을 행사했다고 고백하여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신앙을 지키며 명예를 위해 악마의 마법에 빠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여 사형을 당했다. 이들 중에서 몇 사람을 거명해 보면, 존 프록터(John Proctor), 마사 코리(Martha Corey), 길스 코리, 레베카 너스(Rebecca Nurse), 사라 굿(Sarah Good)이다.

 

베티 패리스와 사뮈엘 패리스 목사

   

마녀 재판이 마무리 될 즈음에 아비가일은 살렘으로부터 도망쳐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비가일에게 어떻게 지내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소문에 의하면 동부 해안도시로 나가서 먹고 살기 위해 창녀가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소문에 의하면, 아비가일이 17세도 넘기지 못하고 외지에서 죽었다고 한다.

 

아서 밀러의 희곡 The Crucible 에서는 살렘 마녀 재판 사건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알아보자. 17세 소녀인 아비가일은 숲에서 살렘의 소녀들과 함께 춤을 추는 일이 종종 있고 어떤 때는 그가 묵고 있는 삼촌 집의 흑인 노예안 티투바(Tituba)와  함께 부두(Voodoo) 의식을 치루기도 한다. 마을의 소녀들은 춤을 추거나 부두 의식을 통해서 마을의 젊은이들과 결혼하게 해 달라고 소원한다. 얼마후 마을에는 소녀들이 마법을 행한다는 소문이 돈다. 아비가일과 사촌인 베티는 자기들의 이상한 행동에 대하여 변명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 중에서 악마와 손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그들의 이름을 대기 시작한다. 이름이 거론된 사람들은 재판소에 끌려와 심문을 받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혐의 사실을 인정하고 목숨을 부지한다. 자신들이 악마의 꼬임이 빠져 마법을 행하게 되었다고 시인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용서를 받았다. 하지만 마법에 빠졌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면 아직도 악마의 손아귀에 있다고 하여 사형을 선고받았다. 아비가일은 한때 마을의 프록토씨 집에서 하녀로 일한 일이 있다. 그때 유부남인 존 프록터와 불륜을 저질렀다. 아비가일은 마녀 재판에서 존 프록토의 부인인 구디 프록토를 마녀라고 증언하였다. 존 프록토를 차지하고 싶은 욕심에서 그렇게 주장했다.

 

위노나 라이더(아비가일)와 다니엘 데이-루이스(존 프록토)가 주연한 영화 The Crucible 포스터

    

이야기가 잠시 빗나감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2010년도 영화인 '마법사의 제자'(The Sorcerer's Apprentice)에 대하여 한마디 하고자 한다. 이 영화에서 아비가일은 비록 주역은 아니지만 주역에 버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주역인 호르바스(Horvath)는 The Grimhold 라는 마법의 감옥에 갇혀 있는 아비가일을 석방한다. 호브라스는 아비가일을 이용하여 사랑에 눈이 먼 데이브(Dave)를 납치토록 한다. 납치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호르바스는 아비가일이 지니고 있는 마법의 힘을 흡수하고 아비가일이 가지고 있는 마법의 목걸이를 훔친다. 마법의 목걸리(Pentagram amulet)은 아비가일에게 마법의 힘을 전달해 주는 채널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하여 호르바스는 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며 종국에는 그 힘으로 자기의 주인인 모르가나(Morgana)를 해방할수 있게 된다.

 

2010년도 영화 '마법사의 제자'에서 아비가일